[구상금][공1997.10.1.(43),2786]
[1]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2] 고려청자로 알고 매수한 도자기가 진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 개인 소장자인 매수인이 그 출처의 조회나 전문적 감정인의 감정 없이 매수한 점만으로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례
[1]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말한다.
[2] 고려청자로 알고 매수한 도자기가 진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 매수인이 도자기를 매수하면서 자신의 골동품 식별 능력과 매매를 소개한 자를 과신한 나머지 고려청자 진품이라고 믿고 소장자를 만나 그 출처를 물어 보지 아니하고 전문적 감정인의 감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그 도자기를 고가로 매수하고 만일 고려청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매수인이 매매계약 체결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례.
[1] 민법 제109조 제1항 [2] 민법 제109조 제1항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재승)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피고 1 외 6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병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의 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판시 사실을 토대로 하여 소외 2가 이 사건 도자기를 고려시대에 제작된 고려청자로 오신하고 금 43,000,000원이라는 거액에 매수하기로 하여 체결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위 소외 2는 골동품을 취급한 바 있는 소외 3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면서 소외 3의 소개로 도자기를 여러 차례 매수한 경험이 있고, 그 경우 위 소외 3을 통하여 소외 4에게 감정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사실, 그런데 위 매매계약 당시 위 소외 2는 서울에서 내려온 감정사로 행세하며 수십 년간 도자기를 만져보고 소장도 하고 있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품을 식별할 줄 안다고 하면서, 이 사건 도자기의 소장자, 그 출처 등을 확인해 보지도 아니한 채 위 도자기의 표면과 안을 긁어 보거나 성냥불로 들여다 보고 물을 묻혀 그 흡수 정도를 살펴보며, 표면에 튀어 나온 모래나 모래구멍에 주목하여 이는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진품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소외 5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소외 6에게 위 도자기들은 그 형태, 색깔로 보아 원심판결 별지목록의 괄호 기재와 같은 명칭{청자 철회광구병(청자머슴병), 청자 태화문매병(청자 매병), 회고려당초문장구통(회청자장구) 등}으로 부른다고 가르쳐 주었으며, 동양화가인 위 소외 6이 사용하고 있는 벼루에 대하여도 감정하여 준 사실, 위 소외 5, 소외 6은 골동품 도자기에 대한 식별 능력이 없고, 위 소외 5는 이 사건 도자기를 팔지 않으려는 망 소외 1에게 원고로부터 들은 서울에 있는 도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매수인과 함께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고 위 소외 1의 승낙을 얻어 위 도자기를 매매 장소에 가져왔으나, 그 출처를 물어보지도 않아 이 사건 도자기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위 도자기가 진품 고려청자라고 말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먼저 위와 같이 도자기를 감정한 위 소외 2에게 매수할 대금을 물었고, 이에 위 소외 2가 금 40,000,000원으로 제안한 사실, 한편 위 소외 2는 위와 같이 감정하였으나, 이 사건 도자기가 진품이라는 점에 대하여 확신할 수 없어 일행인 위 소외 3으로 하여금 위 도자기를 다시 살펴보게 하고, 나중에 감정하여 진품이 아니면 반품하면 되리라고 서로 의견을 나눈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2는 여러 차례의 도자기 매수 경험을 통하여 골동품 도자기의 작품성이나 제작연대를 식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은 이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어 매수시에는 감정인의 감정 등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함에 있어서는 그 소장자나 출처 등을 확인하고 감정인으로 하여금 감정을 하게 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고려청자가 아님이 밝혀진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여 위 도자기가 고려청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하여야 할 것임에도, 위 도자기가 고려청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하면서도 매도인측과는 관계없이 소개인인 원고의 언동을 과신하여 스스로 고려청자라고 믿고 매수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골동품 도자기 매수인으로서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 내용을 이미 습득하고 있는 위 소외 2가 그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도자기를 희소하고 거래가 드문 고려청자로 쉽게 믿은 것은 골동품 도자기의 매수시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소외 2는 위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위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말하는 것 인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도자기는 소장자인 위 소외 1이 약 20년 전에 행상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위 소외 2는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할 당시에 위 소외 1 측의 소개인 소외 5, 소외 6, 자기 측의 소개인인 원고 등이 제대로 소장자와 출처를 알려주지 아니하여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성전 농업협동조합의 부장 직위에 있고 목은 이색의 후손으로 대대로 물려 내려온 이색시집 8폭을 보관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신분이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원고가 이 사건 도자기는 많은 골동품을 소지하고 있는 강진의 유지가 갖고 있는 작품인데 소장자가 골동품을 파는 것을 누가 알게 되면 인격적인 손상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만나기를 꺼려한다고 말하므로 그 말을 믿는 한편, 같이 간 일행 중 골동품판매상의 종업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위 소외 3으로 하여금 이 사건 도자기를 살펴보게 하니 동인 역시 원고를 믿고서 매수하라고 하여 진품이 아니면 반품할 생각으로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과 위 소외 2는 전문적인 골동품판매상이 아니라 집에 소장하기 위하여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한 점, 위 소외 2는 전에도 도자기를 매수한 경험이 있었지만 골동품 도자기의 진품 여부나 제조연대를 식별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는 아닌 점, 감정인의 감정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골동품인 도자기의 작품성과 제작연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위 소외 2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식별 능력과 매매를 소개한 원고를 과신한 나머지 이 사건 도자기가 고려청자 진품이라고 믿고 소장자를 만나 그 출처를 물어 보지 아니하고 전문적 감정인의 감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도자기를 고가로 매수하고 이 사건 도자기가 고려청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소외 2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소외 2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