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9권 2집 312~331] [전원재판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2. 수권법률의 예견가능성 문제
3. 법정형의 설정과 비례의 원칙
4.“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그 건축물·대지 및 건축설비를 항상 이 법 또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과 관계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도록 유지·관리하여야 한다”는 건축법 제26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건축법 제79조 제4호의 위헌 여부(적극)
1.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 또는 모호한 개념으로 이루어지거나,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불명확하게 되어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2.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거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
3. 법정형의 폭이 지나치게 넓게 되면 자의적인 형벌권의 행사가 가능하게 되어 형벌체계상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구체적인 형의 예측이 현저하게 곤란해지고 죄질에 비하여 무거운 형에 처해질 위험성에 직면하게 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법정형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포라고도 할 수 있다.
4. 건축법 제79조 제4호 중 ‘제26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 부분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에 위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
제청법원서울지방법원
建築法(1995. 1. 5. 법률 제4919호로 개정된 것) 제79조(罰則) 다음 各號의 1에 해당하는 者는 2年 이하의 懲役 또는 1千萬원 이하의 罰金에 처한다.
1.~3의5. 생략
4. 제26조 제1항 또는 제35조의 規定에 위반한 者
5.~7. 생략
建築法 제69조(違反建築物 등에 대한 措置 등) ① 市長·郡守·區廳長은 垈地 또는 建築物이 이 法 또는 이 法의 規定에 의한 命令이나 處分에 위반한 경우에는 이 法의 規定에 의한 許可 또는 승인을 取消하거나 그 建築物의 建築主·工事施工者·現場管理人·所有者·管理者 또는 占有者(이하 “建築主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그 工事의 중지를 命하거나 상당한 期間을 정하여 그 建築物의 撤去·改築·增築·修繕·用途變更·사용금지·사용제한 기타 필요한 措置를 命할 수 있다.
②~⑤ 생략
建築法 제70조(기존의 建築物에 대한 安全點檢 및 是正命令 등) ① 市長·郡守·區廳長은 旣存建築物이 國家保安上 또는 제4장(제30조 내지 제37조) 또는 제45조의 規定에 위반함으로써 公益上 현저히 有害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市·道知事의 승인을 얻어 당해 建築物의 撤去·改築·增築·修繕·用途變更·사용금지·사용제한 기타 필요한 措置를 命할 수 있다.
②~③ 생략
④ 市長·郡守·區廳長이 위해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지정하는 建築物의 建築主 등은 大統領令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建築士協會 기타 建築交通部長官이 인정하는 專門人力을 갖춘 法人 또는 團體로 하여금 建築物의 構造安全 여부를 調査하게 하여 그 결과를 市長·郡守·區廳長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⑤ 市長·郡守·區廳長은 제4항의 規正에 의한 調査結果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해 建築物의 改築·修善·用途變更·사용금지·사용제한 기타 필요한 措置를 명할 수 있다.
建築法 제80조(罰則) 다음 各號의 1에 해당하는 者는 200萬원 이하의 罰金에 處한다.
1.~4. 생략
5. 제70조 제1항 및 제5항의 規定에 의한 命令에 위반한 者 또는 同條 제4항의 規定에 위반한 者
建築法 제83조(履行强制金) ① 市長·郡守·區廳長은 제69조 제1항의 規定에 의하여 是正命令을 받은 후 是正期間내에 당해 是正命令의 이행을 하지 아니한 建築主등에 대하여는 당해 是正命令의 이행에 필요한 상당한 履行期間을 정하여 그 期限까지 是正命令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다음 各號의 履行强制金을 賦課한다.
1. 建築物이 이 法에 의한 建蔽率 또는 容積率을 초과하여 建築된 경우 또는 許可를 받지 아니하거나 申告를 하지 아니하고 建築된 경우에는 地方稅法에 의하여 해당 建築物에 適用되는 1제곱미터당 課稅時價標準額의 100分의 50에 상당하는 金額에 違反面積을 곱한 금액 이하
2. 建築物이 제1호외의 違反建築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地方稅法에 의하여 당해 建築物에 適用되는 課稅時價標準額에 상당하는 금액의 100分의 10의 범위안에서 그 위반내용에 따라 大統領令이 정하는 금액
②~⑥ 생략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1995. 10. 26. 선고, 93헌바62 결정
1995. 11. 30. 선고, 94헌가3 결정
건축법(1995. 1. 5. 법률 제4919호로 개정된 것)제79조 제4호 중 ‘제26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 이○호는 서울 동작구 ○○동 소재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258. 12제곱미터 주택의 소유자인바, 1993. 2. 일자불상경부터 위 주택의 부설주차장 14.76제곱미터를 주거용 방으로 용도변경하여 사용하였다 하여 건축법위반죄 및 주차장법위반죄로 기소되어 1995. 10. 4. 서울지방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이에 불복하여 같은 해 11. 23. 위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따라 위 법원에 위 피고인에 대한 동법원 96고단847 건축법위반 등 피고사건이 재판 계속중 1996. 5. 28. 서울지방검찰찰청 검사는 위 법원에 적용법조를 건축법 제79조 제4호, 제26조 제1항, 주차장법 제29조 제1항, 제19조의4 제1항, 형법 제40조로 변경하고, 공소사실을 피고인은 1995. 4. 1. 위 주거지에서 서울 동작구청장으로부터 위 용도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는 부설주차장을 같은 달 30.까지 원상회복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1996. 4.까지 주거용 방으로 계속 사용함으로써 관할관청의 명령에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허가결정을 받았다.
(2) 서울지방법원은 위 피고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건축법 제79조 제4호 중 ‘제26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보아 직권으로 1996. 6. 25.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조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은 건축법(1995. 1. 5. 법률 제4919호로 개정된 것)제79조 제4호 중 ‘제26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 한다)이고, 그 규정내용 및 관련조문은 다음과 같다.
(1) 규정내용
제79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제26조 또는 제35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
제26조(건축물의 유지·관리)①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그 건축물·대지 및 건축설비를 항상 이 법 또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과 관계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도록 유지·관리하여야 한다.
② 삭제(1995. 1. 5.)
(2) 관련조문
제69조(위반건축물등에 대한 조치 등)ⓛ 시장·군수·구청장은 대지 또는 건축물이 이 법 또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
에 위반한 경우에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허가 또는 승인을 취소하거나 그 건축물의 건축주·공사시공자·현장관리인·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이하 “건축주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그 공사의 중지를 명하거나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건축물의 철거·개축·증축·수선·용도변경·사용금지·사용제한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② 내지 ⑤ 생략
제70조(기존의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 및 시정명령 등)ⓛ 시장·군수·구청장은 기존건축물이 국가보안상 또는 제4장(제30조 내지 제37조)또는 제45조의 규정에 위반함으로써 공익상 현저히 유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당해 건축물의철거·개축·증축·수선·용도변경·사용금지·사용제한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②~③ 생략
④ 시장·군수·구청장이 위해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지정하는 건축물의 건축주 등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건축사협회 기타 건설부장관이 인정하는 전문인력을 갖춘 법인 또는 단체로 하여금 건축물의 구조안전여부를 조사하게 하여 그 결과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⑤ 시장·군수·구청장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해 건축물의 개축·수선·용도변경·사용금지·사용제한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80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내지 4. 생략
5. 제70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또는 동조 제4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
제83조(이행강제금)① 시장·군수·구청장은 제6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시정명령을 받은 후 시정기간내에 당해 시정명령의 이행을 하지 아니한 건축주 등에 대하여는 당해 시정명령의 이행에 필요한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1. 2. 생략
② 내지 ⑥ 생략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1) 형법은 국민의 자유를 가장 강력히 제한하는 형벌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규범으로서, 형벌권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법률에 의하여 그 내용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형벌법규에 있어서의 명확성의 원칙은 설사 범죄의 요건을 다른 법률이나 명령 등과 같은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포괄적인 위임을 금지하고 위임받는 법규의 범위나 그 위임의 내용,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한하여 위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관계법령의 구체적인 범위 내지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기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막연하게 일정한 자가 건축물 등을 ‘관계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게 유지, 관리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또한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아무런 제한도 가하지
아니한 채 ‘건축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에 적합하게 유지, 관리하지 아니하는 것을 모두 구성요건에 포함시키고 있는바, 이는 범죄의 요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위임을 받는 법규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아니하거나 위임의 내용,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한하지도 아니한 것으로서 헌법상의 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2) 나아가 건축법 제80조는 제5호에서 건축법 제70조 제1항 및 제5항의 명령에 위반한 자를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만일 건축법 제2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특히 명령에 위반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건축법 제79조의 규정을 건축법 제80조 제5호에 규정된 일정한 명령 이외의 모든 건축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모두에게 적용한다면, 가령 건축법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사소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보안이나 공익을 위하여 건축법 제70조의 규정에 따라 내려지는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보다 더 높은 형을 받게 될 위험성마저 있어 헌법상 보장되는 비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 내지는 비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규정으로 보여진다.
나.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규정은 건축물의 고층화·대형화 및 설비의 고도화추세로 건축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가 더욱 중요하게 됨에 따라 건축물의 완공 이후에도 사용승인시와 마찬가지로 용도나 구조 등을 적법하게 유지·관리토록 함으로써 건축물의 안전을 도모하
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불법 증·개축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2) 건축법은 건축물 내외의 각 부분에 대하여 그 구조·설비 등의 기준을 규정한 실체법으로서 건축법의 개별규정에서 각각의 건축기준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구체적으로 제한하여 규정한 것이다.
또한 건축법 제26조의 규정에 의한 관계법령이란 건축물을 구성하는 건축구조·설비 등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사항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법규로서, 소방법·수도법·하수도법·주차장법·장애인복지법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오수분뇨및축산폐수의처리에관한법률·도시가스사업법 등이 해당되는바, 건축법령에서도 전문적인 사항에 대하여는 이러한 관계법령의 규정에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관계법령에서도 그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축법 제26조의 규정에서 위임받는 법규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한되어 있지 않거나, 위임의 내용·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제한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없다.
(3) 건축법 제79조의 규정에 의한 처벌의 범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한 것은 안전 및 유지·관리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법규·규정 및 명령 등이 다양하고 위반내용의 범위도 넓어 이를 모두 수용하기 위한 처벌범위의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은 비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서울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
(1) 건축법 제26조 제1항의 규정은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건축법 또는 건축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 및 건축관계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도록 건축물을 유지·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지운 규정이어서 일응 그 규정이 구성요건상 막연하다고 보여지지 않고, 한편 건축법분야에 있어서의 위반내용은 극히 다종다양하여 처벌규정의 구성요건도 위 법조항과 같이 일반적·규범적 개념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2) 위 건축법 제26조 제1항은 구성요건상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축법위반의 행위태양이 다양하다는 사실상의 제약으로 그와 같이 일반적·규범적으로 규정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을 단순히 건축법 제80조 제5호와 비교하여 헌법상의 비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은 아니며, 이는 근본적으로 검찰 및 법원에서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서의 양형의 당부로 판단될 문제이다.
3. 판 단
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위배 여부
(1)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가) “법률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이미 제정된 정의로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으로서 이는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형벌의 내용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칙이다.
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법률로서 범죄구성요건이 규정된 때에만 소추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나) 관습형법금지의 원칙, 소급효금지의 원칙, 유추해석금지의 원칙과 함께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을 이루는 명확성의 원칙은 그 구성요건과 법적 결과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법률에 범죄와 형벌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법관의 자의를 방지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그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이 과하여질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 규범의 의사결정효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데 그 근거가 있다.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가지 요구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명확성의 원칙의 핵심적 요구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확장할 수 없는 개념을 사용하여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규정할 것을 요한다는 것이다.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개념으로 이루어지거나,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불명확한 경우에는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없게 되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를 판단함에 있어 우리 재판소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참조).
둘째,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 하여도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
하는 법률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것이므로 행정부에서 제정한 명령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그 근거와 한계를 제시함으로써 헌법상의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위임입법에 관한 헌법 제75조는 처법법규에도 적용되는 것이지만, 우리 재판소가 밝히고 있는바와 같이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거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91헌가4 ;1994. 6. 30. 선고, 93헌가15 ·16·17(병합);1995. 10. 26. 선고, 93헌바62 결정 참조〕.
위와 같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대한 위임입법의 한계와 관련된 요구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의 요구와 경합된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여부
(가) 구성요건상 개념 및 적용범위의 명확성의 문제
(1) 이 사건 법률규정은 일정한 자가 건축물 등을 ‘관계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관계법령의 구체적인 범위는 물론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기준에 관하여조차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장관은 건축법 제26조의 규정에 의한 관계법령이란 건축물을 구성하는 건축구조·설비 등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사항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법규로서, 소방법·수도법·하수도법·장애인복지법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오수분뇨및축산폐수의처리에관한법률·도시가스사업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과연 관계법령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알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들조차도 관계법령의 범위를 확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으며 애매모호하다.
(2) 이 사건 법률규정은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지 아니하는 것을 모두 구성요건에 포함시키고 있을 뿐 명령이나 처분에 관하여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아무런 제한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해석상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불명확함을 야기하고 있다.
(가) 우선 위 명령과 처분의 의미는 반드시 명확하지는 않지만 명령은 일응 건축법상의 구체적인 개개의 명령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처분은 건축법상의 건축허가·취소 등의 행정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
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나) 다음으로 건축법 제6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정명령이 건축법 제26조의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상반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즉 건축법 제26조에서 정한 건축물의 유지·관리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우선 건축법 제79조 제4호에 의하여 처벌되고, 위 처벌과는 별도로 그 위반상태를 시정하기 위하여 건축법 제69조 제1항에 의한 시정명령을 할 수 있으며, 그 시정기간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건축법 제83조에 의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되는바, 건축법 제26조가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위 시정명령위반에 대하여 이를 다시 위 제26조 위반으로 보아 건축법 제79조 제4호에 의하여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긍정론과 부정론의 견해가 양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상의 능력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건축법 제6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정명령을 위반하였을 경우에 이행강제금의 부과 외에 형벌에 의한 제재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알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만일 위 규정의 올바른 해석을 위하여는 입법연혁이나 그 취지까지 참작해야 한다면 이는 법률전문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것이다. 즉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은 물론 법률전문가에게 조차 법해석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불명확하다.
기준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 유지·관리의무에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할지가 문제된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등의 유지·관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관계법령 등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소극적으로 위반하는 상태가 발생하였음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준위반이 있을 경우에 이 사건 법률규정 소정의 유지·관리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특히 소극적으로 위반상태를 방치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 방치한 경우에 유지·관리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법의 적용을 받을 구체적인 개인은 법적용자의 자의에 내맡겨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며 그만큼 적용기준이 모호하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이 ‘이 법이나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 처분 기타 관계법령이 정한 기준’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구성요건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의 불명확성이 지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성요건의 설정이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본죄에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를 확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할 것이며, 이는 적어도 형벌법규에는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건축법에는 이 사건 법률규정 이외에도 제19조 제2항·제3항, 제
19조의2 제1항·3항, 제21조 제2항, 제59조의2 제2항 등에서 “이 법 및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 기타 관계법령의 규정”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위 규정들은 설계자,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 관계전문기술자 등 건축전문가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음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규정은 그 적용대상이 건축이나 건축관계법령에 대하여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라는 점에서 위 규정들에 비하여 더욱 위헌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나) 수권법률로부터의 예견가능성의 문제
이 사건 법률규정은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그 건축물·대지 및 건축설비를 유지·관리함에 있어 이 법 또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과 관계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위반한 행위’를 처벌한다는 것이므로, 그 위임형태가 불명확하기는 하나 형벌권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요건을 하위의 법규명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수권법률의 성격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위임을 받는 법규명령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규명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에 관한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이러한 규정만으로써는 어떠한 법규명령에 어떠한 내용의 범죄구성요건이 정해질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예측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도 정함이 없이 범죄의 요건을 하위의 법규명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어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 비례원칙의 위배 여부
(1) 법정형의 설정과 비례의 원칙
(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나) 그러나 법정형의 설정이 입법정책에 속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죄질의 경중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음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입법금지원칙에 반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입법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1995. 11. 30. 선고, 94헌가3 결정 참조).
위와 같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의 상실은 가혹한 법정형의 설정뿐 아니라 지나치게 폭넓은 법정형의 설정에 의하여도 초래될 수 있을 것이다.
법정형의 폭이 지나치게 넓게 되면 자의적인 형벌권의 행사가 가능하게 되어 피고인으로서는 구체적인 형의 예측이 현저하게 곤란해질 뿐만 아니라, 죄질에 비하여 무거운 형에 처해질 위험성에 직면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정형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포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에 법정형의 폭이 지나치게 좁게 되면 법관들이 구체적인 양형에 있어서 형벌개별화의 원칙에 따라 그 책임에 알맞는 형벌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법정형의 폭을 정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인 양형의 타당성의 확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나,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지 아니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구성요건을 설정함으로써 법정형의 폭이 넓어지고 이로 인하여 다른 구성요건과 비교해 볼 때 명백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이다.
(2) 이 사건 법률규정의 경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건축물 등의 유지·관리의무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법령이나 명령·처분 등의 범위가 넓고 그 위반내용 또한 매우 다양함에도,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지 아니하고 이를 한 조문에 포섭하여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구성요건을 설정한 다음, 이의 위반에 대하여 건축법위반에 대한 법정형으로서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사건 법률규정은 다음과 같이 두가지 측면에서 형벌균형상의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사용승인 이후의 유지·관리의무자 상호간의 불균형이다.
이 사건 법률규정은 건축법상 별개의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보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건축법 제70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건축법 제80조 제5호에서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 명령위반에 대하여는 이 사건 법
률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규정은 보충적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별개의 처벌규정이 설정되어 있는 건축법 제70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위반의 경우보다 법정형이 높게 되어 있는 결과, 별개의 처벌규정이 없는 사소한 의무위반에 대하여조차 별개의 처벌규정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보다 훨씬 더 높은 법정형이 적용되게 된다.
둘째, 사용승인 이전의 공사시공자 등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불균형이다.
건축법상 사용승인 이전의 공사시공자 등의 의무위반에 대하여는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여 그에 따른 법정형을 설정하여 규율하고 있음에 반하여, 사용승인 이후의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의 유지·관리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포괄적인 규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건축법 제80조 제3호에 의하면 동법 제56조에 의한 온돌의 안전시공의무에 위반한 공사시공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여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온돌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지 아니한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사용승인 이후의 건축물 등의 유지·관리의무와 관련한 사항 전부를 포섭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은 그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광범하고 포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이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무거워지고 그 폭이 넓어지게 되어 다른 구
성요건과 비교하여 볼 때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결국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규정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9. 25.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주 심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