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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0364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금융기관이 고객의 요구에 의하여 제3자인 회계법인이 조회한 은행조회서에 대하여 회신하는 경우에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2] 비공개기업의 주식거래에 있어 일반투자자가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이를 판단 자료로 삼아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책임감경사유가 법원의 직권참작사유인지 여부(적극)

[4] 금융기관이 대상 기업의 요구에 따라 회계법인에게 사실과 다른 금융거래내역을 회신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이를 기초로 작성된 부실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주식을 매수한 사안에서, 금융기관은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대상 기업의 부도로 그 주식의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주식매수대금 전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헌무)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송웅순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들은 2001. 12. 27. 제1심 공동피고 6 등으로부터 비공개 기업인 주식회사 매스램의 주식을 매수하게 되었는데, 원고들이 매수한 주식의 총량은 160만 주이고, 대금의 총액은 24억 원이다. 원고들의 주식매수로 인하여 위 회사 주식에 대한 원고들의 지분은 26.67%에 이르러 원고들은 위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었고, 그 무렵부터 원고 1은 위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 원고들은 위 회사의 2000. 12. 31. 현재 대차대조표를 포함한 감사보고서 및 홍보책자를 검토한 후, 위 회사가 피고 은행에 10억 원의 정기예금(이하 ‘이 사건 정기예금’이라고 한다)을 가지고 있고 그 예금에 질권설정 등의 인출제한이 없다고 믿고 위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였는데, 실제로는 이 사건 정기예금에 제1심 공동피고 6의 개인채무 10억 원에 대한 질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다. (명칭 생략)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위와 같은 질권설정 사실이 누락된 것은 피고 은행 역곡지점이 위 회사의 요구에 따라 2001. 1. 3. (명칭 생략)회계법인에게 위 회사의 2000. 12. 31. 현재의 금융거래내역을 회신함에 있어서 그와 같은 질권설정 사실을 누락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위 회사는 주식회사 한미은행에도 20억 원의 정기예금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도 질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라. 원고 1은 2002년 1월경 위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하자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피고 은행 및 주식회사 한미은행에 가지고 있는 30억 원의 정기예금을 해약하여 사용하자고 하였으나 제1심 공동피고 6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아니하자, 피고 은행 및 주식회사 한미은행에 조회를 하여 보았고, 그 결과 위 각 정기예금은 이미 질권이 설정되어 있어 인출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후 이 사건 정기예금은 그 판시와 같은 과정을 거쳐 2002. 8. 13. 피담보채무의 상환에 충당되었다).

마. 위 회사는 2002. 10. 7.경 약 17억 원의 자금이 부족하여 부도처분을 맞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매수한 위 회사의 주식은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게 되었다.

2. 금융기관이 갖추어야 할 공신력 및 전문성에 비추어 금융기관이 고객의 요구에 의하여 제3자인 회계법인이 조회한 은행조회서에 대하여 회신하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회신을 받은 회계법인이 사실을 오인하지 않도록 정확하고도 충분한 신용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20405 판결 참조). 그런데 은행조회서는 기업의 장부상 나타난 금융거래내역이 실제와 같은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회계법인이 금융기관에 대하여 요청하는 서류로서 처음부터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사용될 것이 예정된 것이고, 또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은행조회서에 ‘귀행의 조회 회신은 당사의 건전하고 투명한 회계관행의 정착을 통한 적정한 회계정보 공시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은행조회서의 본래 기능과 이 사건 은행조회서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은행조회서에 대한 회신이 향후 이를 송부받을 (명칭 생략)회계법인이 위 회사에 대한 감사보고서 작성에 사용할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비공개기업의 주식거래에 있어서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는 그 주식의 거래나 매수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고,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거쳐 작성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이므로 비공개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로서는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된 것으로 믿고 그 주식을 거래하거나 그 매수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다41991 판결 ,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2808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와 앞서 본 사실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피고 은행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주의의무를 저버리고 사실과 다른 회보를 하여 부실 감사보고서가 작성되고, 원고들은 그와 같은 부실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위 회사의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 은행은 원고들에게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내지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한편, 원고들이 이 사건 정기예금에 질권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적어도 앞서 본 매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를 하였을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정기예금의 존재가 위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게 된 중요한 판단요소가 아니었다는 사유만으로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나 원심이 피고 은행이 배상할 손해의 범위와 관련하여, 이 사건 정기예금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위 회사의 부도를 초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매수한 주식은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게 되었으므로, 결국 피고 은행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액은 주식가격의 하락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이 지급한 주식매수대금 상당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은행은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인 합계 10억 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불법행위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그 배상의 책임이 있다( 민법 제763조 , 제393조 ).

우선,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피고 은행의 부실회신이 없었더라도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을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게 된 통상의 손해는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고들이 실제로는 위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이 사건 주식의 매수대금 전체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나, 앞서 본 통상손해를 넘는 부분은 부도라는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사회일반의 관념상 이 사건과 같은 금융기관의 부실회신이 있는 경우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 은행이 그와 같은 부도의 발생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민법상의 과실상계제도의 적용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는 것인바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3011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책임감경사유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다34766, 34773 등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피고 은행의 부실회신이 없었다면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된다면, 원고들이 피고 은행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주식의 매수대금을 지급하게 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한편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할 무렵 위 회사는 이 사건 정기예금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고 1달 가량 지난 후인 2002년 1월경 피고 은행의 부실회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하여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2002. 10. 7.경 위 회사가 자금부족으로 부도에 이르게 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이 매수대금을 지급할 당시나 부실회신 사실을 알았을 당시 이 사건 주식들이 전혀 가치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회사가 10억 원의 자금이 있었다면 부도를 면하고 계속하여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을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 은행의 부실회신 사실을 알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주식매수대금 전체를 손해로 확정시킨 원고들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 회사의 부도는 이 사건 정기예금의 인출불능만이 아니라 원고들 내지 위 회사 경영진의 자금부족에 대한 적절한 대처부족과 사업 환경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이므로, 위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모두 피고 은행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 은행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주식의 매수대금 전체인 24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을 전제로 하여 피고 은행에 대하여 그 일부로서 합계 10억 원의 지급을 명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이유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한미은행과 피고 은행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의 내용과 손해배상액의 범위 등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관하여 명백하게 판단하여 줄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1.12.선고 2004나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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