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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중앙지방법원 2014.8.20.선고 2013가단143984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가단 143984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4. 8. 13.

판결선고

2014. 8. 20.

주문

1. 피고는 원고 A에게 3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3. 6. 4.부터 2014. 8.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B의 청구 및 원고 A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A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고, 원고 B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같은 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61,664,000원, 원고 B에게 3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A은 1975년 C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 학도호국단 중대장에 선출되었다. 나. 원고 A은 1975. 8. 19.자 학보에 'D'라는 제목으로 정부 시책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1975. 8. 30.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강제 연행되어 1975, 9. 5. 구속되었다가 1975, 11. 3. 위 혐의에 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다.다. 원고들은 1978년 결혼하였다.

2.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그 소송대리인에게 원고들의 소송행위를 대리할 적법한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본안전항변을 하나, 2013. 7. 23.자 보정서 및 첨부서류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은 원고들로부터 적법하게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았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원고 A의 청구에 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가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 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 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과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 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 ·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와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을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을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 위반자 ·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 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 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나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또는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을 위반하여 위헌 · 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 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 결정 2011초기 689 전원합의체 결정).나 돌이켜 이 사건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이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하여 원고 A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하고 기소유예로 석방할 때까지 구금한 것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저지른 위헌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 A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그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집행에 관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저지른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A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원고 A은 자백강요 등의 가혹행위, 기소유예 처분 이후 지속적인 사생활 감시, 군복무에서의 불이익 등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이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기소유예 처분 이후의 사항들은 긴급조치 제9호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서 그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도 완성되었다).

(2)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가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A이 불법 구금을 당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인 2013. 5. 27.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 채무는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 A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원고 A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라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는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소는 원고 A이 석방된 1975. 11. 3.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3. 5. 27.에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다그러나 한편,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고(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 장애가 해소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라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관의 영장 없는 체포와 구속은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와 영장주의를 규정한 당시의 유신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었으나,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대법원은 이에 따라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것으로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그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기도 하였으며(대법원 1977. 3. 22. 선고 74도3510 전원합의체 판결, 1977. 5. 13.자 77모1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심지어 긴급조치 4호가 합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기도 하였으므로(대법원 1975. 2. 25. 선고 74도3509 판결, 대법원 1975. 4. 8. 선고 74도3490 판결, 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도3324 판결, 대법원 1975. 8. 19. 선고 74도3494 판결 등), 원고 A으로서는 대통령 긴급조치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 한 그에 근거한 체포 및 구속의 위법성을 쉽게 주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점, 나아가 원고 A과 마찬가지로 유신체제에 대항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데모에 가담함으로써 긴급조치를 위반하였다는 것을 범죄사실로 한 유죄판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지 가담정도가 경미할 뿐 동일한 범죄 성립이 인정된 원고 A이 자신에 대한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면, 2013. 3. 21. 헌법재판소의 2010헌바132 결정 및 2013. 4. 18. 대법원의 2011초기 689 결정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어 원고 A이 위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체포 및 감금의 위법성에 대해 확신하게 된 이후에야 위와 같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제거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원고 A의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 A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원고 A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개 위자료 액수의 결정

원고 A이 1975. 8. 30.부터 1975. 11. 3.까지 66일 동안 불법으로 구금되었고 그로 인하여 그 기간 동안 학업생활이 단절되고 가족들과 격리되어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다만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A의 학력과 경력이 심각하게 단절되어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위 불법행위가 발생한 때로부터 약 40년 가까이 흘러 그 사이에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상승한 점 등을 함께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30,000,000원으로 정한다.

내 원고 A은 이에 더하여 위 불법구금 기간 동안의 일실손해로서 13,219,200원의 지급을 청구하고 있으나, 원고 A이 당시 학생 신분이었을 뿐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3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인 2013. 6. 4.부터 이 판결선고일인 2014. 8.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B의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B은 원고들이 1978년 결혼한 이후 원고 A이 군종장교로 입대하여 장교로서 영내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생활할 수 있었음에도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전력 때문에 임관이 취소되어 사병으로 복무함에 따라 원고 B은 원고 A이 사병으로 입대한 이후 거주할 장소도 없이 혼자 자녀들을 키우며 고초를 겪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30,000,000원의 지급을 청구하고 있으나, 갑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A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전력 때문에 장교로서 군복무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 B이 결혼 전에 남편에게 발생한 사건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 론

원고 A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원고 B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판사오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