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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보험금][공1993.9.15.(952),2240]

판시사항

보험사고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있어서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판결요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액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액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액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홍기

피고, 상고인

럭키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양일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소론이 지적하는 점(망 소외 1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에 관한 원심의 인정판단은, 원심판결이 설시한 증거관계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그 과정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판단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상법 제662조 에 의하면 "보험금액의 청구권은 ...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한편 같은법 제657조 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658조 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의 지급에 관하여 약정기간이 있는 때에는 그 기간내에, 약정기간이 없는 때에는 전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내에 보험금액을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약관에 다른 특별한 약정에 관한 기재가 없는 한,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은 보험사고의 발생에 의하여 일응 그 추상적인 권리가 생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권리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에 의하여 야기된 사실이 확인되어 보험자의 채무가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고, 그 때부터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그 보험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장기운전자복지보험 보통약관에는 이에 관한 다른 특별한 약정에 관한 기재가 없으므로, 실제 사고발생일은 1988.3.11.이라고 하더라도, 위 교통사고가 소외 2가 운전중에 낸 것으로 기소되어 버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들은 1990.7.4. 제1심법원에서 위 소외 2가 무죄선고를 받은 때에야 비로소 피보험자인 위 망 소외 1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고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구체적인 위 보험금지급청구권은 다른 주장이 없는 이상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그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1990.12.3.부터 상법 제658조 소정의 10일이 경과한 1990.12.14.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 보험사고발생일인 1988.3.11.부터 위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우리 상법은 보험금액의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 제662조 ),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민법 제166조 제1항 에 따를 수밖에 없는바, 보험금액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할 뿐,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 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액청구권자가 과실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액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액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이 사건 장기운전자복지보험계약상의 보험사고는 1988.3.11.에 발생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소외 2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1990.7.4. 제1심법원에서 무죄의 판결을 선고받을 때까지는, 망 소외 1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망하는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가, 1990.7.4.에야 보험사고의 발생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게 되었고 보험금액청구권자인 원고들도 그때에야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 때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소는 1990.7.4.부터 소멸시효기간인 2년이 경과하기 전인 1990.11.23.에 제기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금액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소장의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로부터 10일이 지난 1990.12.14.부터 이 사건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지만, 피고의 소멸시효완성의 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원심이 저지른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결국 원심판결에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비난하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소론이 내세우는 당원의 판결들은 보험금액청구권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김주한 김용준(주심) 천경송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2.7.21.선고 92나9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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