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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등록부정정][공2020상,450]

판시사항

[1]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그 번복

[2] 갑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명란에 성이 ‘김(김)’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주민등록표에는 ‘금(김)’으로 기재되어 있고, 여권과 자동차운전면허증에도 각각 ‘금’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갑의 어머니가 사망한 후 갑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등기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등기소에서 신청서와 가족관계증명서상 상속인의 성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각하하자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성)의 정정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의 가족관계등록부의 성을 ‘금’으로 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 제1조 , 제9조 ).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2] 갑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명란에 성이 ‘김(김)’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주민등록표에는 ‘금(김)’으로 기재되어 있고, 여권과 자동차운전면허증에도 각각 ‘금’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갑의 어머니가 사망한 후 갑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등기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등기소에서 신청서와 가족관계증명서상 상속인의 성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각하하자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성)의 정정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김’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왔고, 가족관계등록부 기재내용의 진실성을 확보하여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가족관계등록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갑의 가족관계등록부의 성을 ‘금’으로 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재항고인

재항고인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가정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 제1조 , 제9조 ).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 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므119 판결 참조).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 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883 판결 참조).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

2. 원심결정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신청인 겸 사건본인(재항고인, 이하 ‘신청인’이라 한다)의 부친은 한글 사용에 관심이 많았던 작곡가로서 성(성)이 한자로 ‘김’이고 이름이 ‘○○’인데, 1945년 이후 금○○이라는 성명으로 활동하였고, 신청인을 비롯한 자녀들의 이름을 한글로 지었다. 이에 따라 신청인은 ‘금△△’, 여동생은 ‘금□□’, 남동생들은 각각 ‘금◇◇’, ‘금☆☆’이라는 성명을 사용하면서 생활해 왔다.

나. 1950년대에 발행된 금○○에 대한 경상남도지사 또는 문교부장관의 직인이 날인된 공무원증이나 문화인증의 성명란에는 ‘금○○’이라는 성명이 기재되어 있다. 신청인의 여동생의 가족관계증명서의 성명란에는 여동생 성명이 ‘금□□(김□□)’로, 부친 성명이 ‘금○○’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신청인의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명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김△△)’로 기재되어 있지만 신청인의 주민등록표에는 ‘금△△(김△△)’로 기재되어 있고, 신청인의 여권과 자동차운전면허증의 성명도 각각 ‘금△△’로 기재되어 있다.

라. 신청인은 어머니가 사망한 후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등기신청을 하였으나, 2018. 1. 16. 신청서와 가족관계증명서상 상속인의 성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위 신청이 각하되었다.

마. 신청인의 자녀들은 본인들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성)의 한글 표기가 ‘김’에서 ‘금’으로 정정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3. 원심은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한글 표기가 ‘김’으로 되어 있는 것이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 제1항 또는 제105조 제1항 에서 정한 정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의 한글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결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구 호적법 시행규칙(1994. 7. 11. 대법원규칙 제13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호적의 성명란과 본란은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자로 기재하도록 하였다. 1994. 7. 11. 개정된 구 호적법 시행규칙 제70조 제2항 단서는 호적의 성명란은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1994. 7. 30. 제정된 구 호적에 성명을 기재하는 방법(호적예규 제499호) 에서는 호적을 새로 편제하거나 입적·복적의 사유가 있어 성명란을 기재하게 되는 경우에 종전의 성명란에 한자로 기재되어 있는 성명은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하였다. 이때 “한자 성명의 한글 표기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한자사전에 없는 한자이거나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한자인 경우 등)에는 신고인에게 직접 또는 우송으로 정확한 한글 표기를 확인하여 한글 표기를 하여야 하나 정확한 한글 표기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에는 종전대로 한자만을 기재한다.”라고 규정하였다.

(2) 1999년부터 호적부 전산화 작업이 시작되어 1999. 4. 12. 제정된 구 호적부의 전산이기 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호적예규 제577호) [별표] 호적부의 전산이기 및 기록 요령에서도 성명란에 한자로 기재되어 있는 성명은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전산이기하되,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한자인 경우 등 한자 성명의 한글 표기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인 등을 통하여 정확한 한글 표기가 확인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대로 한자만을 전산이기하도록 하였다.

(3) 2008. 1. 1.부터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면서, 구 호적법이 폐지되고 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는 위와 같이 전산화 작업을 거친 호적부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나. (1) 위와 같이 한자로만 기재되던 호적부 성명란에 한글 성명을 병기하는 과정에서 성명에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한자가 포함된 경우 당사자가 사용하는 한글 표기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여 실제로 사용하는 한글 표기와 달리 한글 성명이 병기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2) 한자로만 기재하던 호적부에 한글 성명을 병기하거나 이를 가족관계등록부로 이기하는 과정에서 호적 담당 공무원이 신청인에게 실제로 사용되는 한글 성명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자료는 없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구 호적법령의 내용과 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1) 신청인은 출생 시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한글 성명을 ‘금△△’로 사용하면서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왔고, 신청인의 주민등록표, 여권, 자동차운전면허증 등 신분증명을 위한 각종의 공적 시스템에도 ‘금△△’로 표기되어 있다.

(2) 신청인이 출생하여 호적에 한글 성명을 병기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호적 관련 법령이 개정된 1994년경까지 약 50년간 신청인의 호적의 성명란에는 한글 성명을 병기할 필요가 없어 ‘김△△’로 표기되어 있었다가 1994년 이후 호적 성명란의 한글 병기 과정에서, 또는 2000년대 호적부 전산화 작업 과정에서 실제 사용되던 한글 성명 ‘금△△’와 달리 신청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김△△(김△△)’로 한글 성명이 병기되었을 여지가 있다.

(3) 신청인의 실제 성(성)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한글 성과 다르다고 주장하여 자신의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하는 주민등록표, 여권 등을 제출하는 등으로 오랜 기간 실제로 사용해 온 성이 등록부에 기재된 성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는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서 정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한글 성을 ‘김’으로 기재한 부분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 경우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 제1항 에서 정한 ‘그 기재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정정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신청인이 이 사건 신청을 한 이유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 기재된 한글 성을 정정하려는 것이지 신청인의 성과 본을 바꾸거나 창설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 결국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한 이 사건에서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김’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왔다면,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의 성을 ‘금’으로 정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내용의 진실성을 확보하여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가족관계등록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도 부합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가족관계등록법의 관계규정을 위반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이유는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