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09헌바9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 등 위헌소
원
1. 정○승
2. 오○희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프라임
담당변호사 이광렬, 이문호, 김동진, 윤진호,
김상용, 이승주
서울서부지방법원 2008고정2252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 12. 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되고, 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1항 중 “조합임원은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부분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 12. 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된 것) 제86조 제6호 중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정○승은 ○○빌딩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부조합장이고, 청구인 오○희는 이 사건 조합의 상근이사인바, 『청구인들은 공모하여 2008. 3. 27. 서울 용산구 ○○2가 ○○빌딩 2층에 있는 이 사건 조합 사무실에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인 정○정이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의 열람․등사를 요청하였음에도 위 정○정이 조합의 업무수행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위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각각 고지받았다(2008고약16850).
(2)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고(2008고정2252), 그 소송 계속중 조합임원에게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즉시 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조합임원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 및 제86조 제6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2009초기19)하였다가 기각되자, 2009. 5. 1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 12. 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되고, 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1항 중 “조합임원은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부분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 12. 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된 것) 제86조 제6호 중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내용(밑줄 친 부분)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81조(관련자료의 공개와 보존 등) ① 추진위원회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조합임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를 말한다)는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하며,조합원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하여야 한다. 이 경우 등사에 필요한 비용은 실비의 범위 안에서 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
1.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등
2.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3.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
4. 사업시행계획서
5. 관리처분계획서
6.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7. 회계감사보고서
8. 그 밖에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
제86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6. 제8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아니하거나조합원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추진위원회위원장 또는조합임원(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
[관련조항]
제81조(관련자료의 공개와 보존 등)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개 및 공람의 적용범위․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한다.
제70조(관련 자료의 공개) 법 제81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서류 및 관련자료"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자료를 말한다.
1. 정관등
2. 설계자․시공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계약서
3. 총회․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
4. 사업시행계획서
5. 관리처분계획서
6. 당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7. 회계감사보고서
제22조(자료의 공개 및 열람) ① 영 제70조 제2호 및 제4호 내지 제7호의 사항 중 인터넷 등에 공개하기 어려운 사항은 법 제8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개략적인 내용만 공개할 수 있다.
② 법 제8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토지등소유자의 공람요청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 요청의 방법에 의하며, 사업시행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요청에 응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열람․등사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자로서 ‘조합임원’이라고만 규정하여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 등의 보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 및 감사까지 처벌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며,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자료의 열람․등사 신청의 방식, 적용범위, 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즉시’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적인 간격을 의미하는 것인지, ‘응하여’는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절차를 거쳐 응해야 하는지 등이 매우 불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나. 자기책임의 원리 위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 등의 보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 및 감사까지 처벌대상에 포함하고 있는바, 헌법 제13조 제3항의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합사무의 업무분장과 관계없이 조합임원 모두를 그 처벌대상에 포함시켰고, 국가형벌권은 최후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함에도 자료의 열람․등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보공개소송 등 열람․등사의무를 실효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절차적인 방안 등을 두지 않은 채 곧바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함으로써 조합임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하게 하고 있는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라. 평등원칙 위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정보공개청구권자와 공공기관의 의무, 정보공개의 절차, 불복구제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에 반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열람․등사에 응하지 않았을 때 이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조합임원을 공무원과 비교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반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정비사업조합의 임원과 관련 자료의 공개의무
1990년대 주택공급 확대정책에 따라 주택재건축사업이 촉진되면서, 도시기능의 회복이나 주거환경의 개선보다는 주택공급의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저밀도 아파
트가 고밀도 아파트로 재건축됨에 따라,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하게 되는 한편 막대한 개발이익의 발생에 따른 투기와 건설비리 등이 자주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국가는 주택재건축사업이 주거환경과 도시기능을 아울러 개선하도록 하기 위하여 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이라는 단일법을 제정하여 2003. 7. 1.부터 시행하였다(헌재 2007. 10. 25. 2006헌마30 , 판례집 19-2, 493, 501 참조).
정비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토지등소유자들이 설립한 단체인 정비사업조합은 임원으로 조합장, 이사, 감사를 두며, 조합장은 1인으로 하고, 이사의 수는 3인 이상(토지등소유자의 수가 100인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5인 이상), 감사의 수는 1인 이상 3인 이하의 범위 내에서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21조, 동법 시행령 33조). 이러한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어 조합임원과 건설사가 유착될 여지가 다분하였고, 그로 인하여 공사비 증액, 불평등한 계약체결 등의 비리 및 부조리가 자주 발생하여 조합원의 피해가 커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2007. 12. 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였다. 즉, 정비사업의 투명한 추진과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합임원으로 하여금 사실상 사업주체인 조합원의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자료의 열람․등사 요청에 즉시 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게 된 것이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
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명확성의 원칙은 특히 처벌법규에 있어서 엄격히 요구되는데, 다만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며,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헌재 2010. 3. 25. 2009헌바121 , 판례집 22-1상, 479, 486). 한편, 형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헌법재판소의 선례이다(헌재 1996. 2. 29. 94헌마13 , 판례집 8-1, 126, 137; 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
(2) 우선 “조합임원”이라는 개념에 관하여 보건대, 일반적으로 ‘조합임원’은 ‘조합의 의사결정, 업무집행 및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고,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도 ‘조합은 임원으로 조합장 1인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이사 및 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문언상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 등
의 보관업무를 담당하는지와 상관없이 조합장, 이사, 감사가 조합임원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나아가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어 그만큼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많으므로, 조합원으로서는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 등을 적시에 열람․등사하여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정비사업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감시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열람․등사의 적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조합임원 모두에게 열람․등사 요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여 이를 강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결국 ‘조합임원’의 문언적 의미와 조합임원에게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할 의무를 강제하는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임원”의 의미는 도시정비법 소정의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 등의 보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이면 누구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자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조합임원”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3) 다음으로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열람․등사의 신청방법, 적용범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투명한 추진과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조합원이 열람․등사 요청을 할 수 있는 자료는 조합원에게 공개하지 아니하면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는 정비사업시행과 관련된 중요 자료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8호 및 동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6호에서도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조합 등의 이사회․
대의원회의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회계감사보고서 및 관련 자료와 월별 자금 입금․출금 세부내역, 연간 자금운용 계획에 관한 사항에 관한 서류, 정비사업의 월별 공사 진행에 관한 사항에 관한 서류, 용역업체와의 세부 계약 변경에 관한 사항에 관한 서류, 정비사업비 변경에 관한 사항에 관한 서류,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에 관한 사항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열람․등사 요청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은 ‘조합원 등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공람요청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그 신청방식과 관련하여 구두요청은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조합원으로 하여금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 열람․등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면, 열람․등사의 신청방식, 적용범위 등의 의미가 구체화될 수 있으므로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4) 마지막으로 “즉시 응하여”라는 개념에 관하여 살펴보면, 조합임원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 등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조합원 등이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따라서 조합임원은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에 이미 인터넷 등에 공개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열람케 하거나 등사하여 주는 방법으로 비교적 손쉽게 요청에 응할 수 있는 반면, 조합원이 요청한 서류 및 관련 서류를 현장에서 곧바로 열람․등사하지 못한다면 정비사업에 관한 비리를 제때에 방지하지 못하거나, 조합원이 알지도 못하는 안건이 의결될
수도 있는 등 조합원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즉시 응하여야 한다.”의 의미가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을 받은 조합임원은, 조합원의 요청에 응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현장에서 곧바로 조합원이 요청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열람케 하거나 등사하여 주어야 한다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즉시 응하여”라는 표현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5) 소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명확하여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이라거나,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하는 법률조항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자기책임의 원리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자기책임의 원리의 의미
개인의 존엄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서 있는 우리 헌법질서하에서는 자기의 행위가 아닌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헌재 2005. 12. 12. 2005헌마19 , 판례집 17-2, 785, 792). 자기책임의 원리는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으로서(헌재 2010. 7. 29. 2009헌바218 , 공보 166, 1436, 1439),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이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 볼 것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0. 3.
25. 2009헌마170 , 판례집 22-1상, 535, 545).
(2)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배되는지 여부
조합임원은 직․간접적으로 정비사업시행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합임원으로 하여금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자료의 열람․등사 요청에 즉시 응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조합원에게 정비사업에 관한 판단 자료를 용이하게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열람․등사 요청을 받은 조합임원이 그 요청에 응하지 아니한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열람․등사 요청을 받지 아니한 조합임원까지 처벌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열람․등사 요청을 받은 조합임원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지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지 아니한다.
라.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특정의 인간 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 및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 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 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헌재 2010. 4. 29. 2009헌바46 , 판례집 22-1하, 21, 28).
(2)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공사비 증액, 불평등한 계약체결 등과 같이 그 조합 및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 및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가 필요하다. 또한, 조합원이 적시에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는 직․간접적으로 정비사업시행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합임원 모두에게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의무를 부과하고 그 요청에 불응하는 조합임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받는 행위는 조합임원이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국한되며, 조합임원은 이미 인터넷 등에 공개된 서류 및 관련 자료(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참조)를 열람케 하거나 등사하여 주는 방법으로 비교적 손쉽게 열람․등사 요청에 응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조합임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형벌의 제재를 예정함으로써 조합임원이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불응하는 행위를 예방할 필요성과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을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조합임원의 공개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소송이나 과태료 등의 수단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합임원이 조합원 등의 열람․등사 요청에 불응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조합임원의 성실한 공개의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정보
공개소송 등의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인지,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원이 적시에 정비사업 관련 서류를 열람․등사할 수 있어야 정비사업에 관한 비리를 제때에 방지하고 조합원의 알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데,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정보공개소송 등을 통하여 조합임원의 공개의무를 담보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소송의 특성상 적시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형사처벌보다 경한 행정청의 과태료처분 등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도 없으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마.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합임원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상의 공무원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2)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고(정보공개법 제1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비사업의 투명한 추진과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유사한 면이 있고,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조합은 원래
행정주체의 임무라고 보아야 할 도시정비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을 거부한 조합임원과 정보공개법상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공무원이 서로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은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모든 정보를 공개대상으로 하고(정보공개법 제3조), 모든 국민에게 공개청구를 인정하며(정보공개법 제5조 제1항),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며, 비공개대상 정보가 법정되어 있고(정보공개법 제9조),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공공기관의 결정이 별도로 필요한 반면(정보공개법 제11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공기관이 아닌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임원에 대하여 공개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만을 공개대상으로 하고,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에게만 공개청구를 인정하며, 조합임원에 대하여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미 공개할 의무가 있는 자료를 열람하도록 하거나 등사해 줄 의무를 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양자는 공개대상정보, 청구권자, 청구의 상대방, 공개절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합임원과 건설사의 유착으로 발생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반면, 정보공개법은 행정비밀주의를 타파하여 국민주권주의의 실질화를 기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다는 점에서도 구별된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지니며 공정한 공직수행을 위한 직무상 높은 수준의 염결성이 강조되고(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 등, 판례집 15-2하, 211, 219 참조), 정보공개법상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공무원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도 형법상 직무유기죄,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등 관련 법령상의 제재를 통하여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반면, 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은 임기가 길수록 부정 또는 비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짐에도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만 공무원으로 의제되고(도시정비법 제84조) 그 이외에는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염결성이 요구되지 아니하므로, 조합원의 열람․등사요청에 즉시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면 그 실효성을 담보할 효율적인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3)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합임원에 대하여 정보공개법상의 공무원과 달리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4. 28.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