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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3317 판결

[업무상배임·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미간행]

판시사항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서 정한 ‘영업비밀’의 요건 중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의 의미

[2]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건인 ‘고의’의 의미와 증명 방법

[3]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인지하여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이를 외부로 무단 반출하는 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에서 정한 ‘영업비밀의 취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이엘케이 담당변호사 황상구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참고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영업비밀의 점에 관하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 의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도791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1은 1999. 3.경 유산균 제조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이사 겸 공장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유산균 시험분석 및 제품 생산업무 등을 총괄하던 중 2007. 11. 30.경 퇴사한 직후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② 피해자 회사는 자본금 47억 원, 직원 67명 규모의 국내 1위 유산균 제조·수출업체로서 1995. 2.경 설립된 후 국가 알앤디(R&D) 자금 80억 원을 포함한 총 100억 원가량의 연구개발자금을 투입하여 세계 최초로 유산균 이중코팅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여 2009년 기준 연간 약 158억 원 상당의 유산균 원말 및 유산균 제품을 생산하여 다국적기업인 암웨이 주식회사나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고, 국내 유산균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③ 유산균 이중코팅기술은 유산균이 안정적으로 장에 도달하고 상온에서도 보관이 용이하도록 단백질과 다당류로 2차에 걸쳐 코팅하는 방법으로서 2001. 4. 19. 피해자 회사가 이를 국내 특허등록한 후 일본과 유럽에서도 특허등록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 회사는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1) 내지 (3)] 기재 각 자료상의 정보들(이하 ‘이 사건 정보들’이라 한다), 즉 실험연구를 통하여 얻은 유산균별 코팅물질이나 배지의 배합비 등 기술적 요소와 설비의 최적화 등 설비적 요소 및 거래처별 이중코팅 유산균의 완제품 제제방법 등 영업적 요소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나 내용과 같은 이중코팅의 최적화 조건에 관한 정보를 특허출원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④ 피고인 1이 피해자 회사를 퇴직할 때 피해자 회사에 ‘재직 중 취득한 피해자 회사의 유산균주에 대한 정보의 무단사용, 재직 중 취득한 회사 및 업무에 관한 제반 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활용을 돕는 행위, 재직 중 취득한 피해자 회사의 사업 내용에 대한 누설, 피해자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과 유사한 유산균 관련 사업체에 입사하거나 관련 사업체를 영위하는 행위, 재직 중 습득한 유산균을 활용한 각종 제품 개발 및 이를 상업화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행위를 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⑤ 피해자 회사는 팀장들을 통하여 비정기적이지만 직원들에게 피해자 회사의 유산균 제품 생산 및 영업에 관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교육을 실시해 왔고, 이메일을 통하여 피해자 회사의 정보가 누출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사항이 발각될 경우에 그에 따른 징계조치를 시행할 예정임을 공지하기도 하였다. ⑥ 피해자 회사는 비밀문서의 경우 그 사실을 ‘대외비’ 등으로 표시하였고,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자료들을 분류하여 잠금장치가 된 문서보관함에 보관하였으며, 2004년경 전산망에 방화벽을 설치하여 외부의 전산공격을 방어함은 물론 내부 정보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조치하는 등 문서의 발송, 배부, 보관에 있어서 관리체계를 구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거래처에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담당직원들을 관리하였다. ⑦ 피해자 회사는 그 규모, 연혁, 산업적 특성에 비추어 체계적, 조직적 관리보다는 인적 유대와 신뢰에 기초하여 영업비밀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인다. ⑧ 피해자 회사는 독특한 유산균 제조기술(다당류로 이중코팅하여 안정성 있는 고농도의 유산균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므로 그에 관한 사항이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임직원 누구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 1은 피해자 회사의 비밀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던 자이므로 피해자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는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그러한 정보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⑨ 이 사건 정보들은 유산균 제조기술과 영업에 관한 것으로서 위와 같이 보안교육의 대상이 되는 정보이거나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임직원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정보였고, 피해자 회사도 이를 대외비로 분류하거나 잠금장치가 된 문서보관함에 보관하는 등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로 취급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 회사의 규모나 종업원 수, 이 사건 정보들의 성격과 중요성 등 피해자 회사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 피해자 회사는 특허등록된 유산균 이중코팅기술과는 별개의 것으로서 특정·구별되는 이 사건 정보들에 대하여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고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피해자 회사 나름의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객관적으로 그 정보들이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에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정보들은 피해자 회사의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소정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배임의 고의의 점에 관하여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도965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정보들을 영업비밀로서 관리하여 왔고 피고인 1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1이 피해자 회사에서 재직한 기간 및 직위, 피고인 1이 퇴직하기 전 상당한 기간 창업 준비를 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1이 실제로 이 사건 정보들을 이용하여 회사를 경영하거나 제품 제조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정보들을 반출할 당시 피고인 1에게는 그 임무에 위배하여 향후 위 정보들을 사용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1에게는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 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인지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당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람이 당해 영업비밀을 단순히 기업의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 조항 소정의 ‘영업비밀의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각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공소사실 중 피고인 1, 2가 공모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제1 내지 3번의 각 상단, 제4 내지 20번과 같은 [범죄일람표 (2)] 순번 제1, 3번의 각 상단, 제2, 4 내지 14번 기재 각 영업비밀을 취득한 점 및 피고인 3이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같은 [범죄일람표 (3)] 제3 내지 7번, 제8번 상단 기재 각 자료를 취득한 점에 관하여 이들 각 자료가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근무할 당시 이미 당해 자료를 취득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 에 정한 ‘영업비밀의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영업비밀의 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전수안 이상훈(주심)

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2012.2.17.선고 2011노4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