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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11344 판결

[손해배상(자)][공1996.2.1.(3),358]

판시사항

[1] 불법행위의 직접적 대상에 대한 손해가 아닌 간접적 손해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인지 여부

[2] 한국전력공사가 전기공작물의 고장 발생 등으로 전기공급 중지 또는 그 사용제한 조치를 한 경우, 수용가가 입은 손해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전기공급규정의 효력

[3] [2]항의 면책규정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상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1] 불법행위의 직접적 대상에 대한 손해가 아닌 간접적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가해 차량이 전신주를 충격하여 전선을 절단케 함으로써 그 전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비닐하우스 내 전기온풍기를 가동하던 피해자가 전력 공급의 중단으로 전기온풍기의 작동이 중지됨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사고 당시에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그 책임을 부담한다.

[2]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국전력공사는 부득이 전기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기공급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국전력공사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호 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국전력공사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유효하다.

[3] [2]항의 면책규정을 한국전력공사의 고의,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수용가가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그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면, 그 면책규정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인철)

피고,피상고인

한국전력공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이하 피고 제삼특장이라 한다)의 피용인인 소외 1은 1993. 1. 13. 19:30경 미금시 (주소 1 생략) 소재 주차장에서 같은 피고 소유의 판시 카고트럭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후진을 하던 중 판시 전신주를 충격하여 넘어뜨리는 바람에 판시 전신주들을 연쇄적으로 넘어뜨려 파손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이로 인하여 일반수용가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된 사실, 원고는 미금시 (주소 2 생략) 답 2,000㎡에서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여 서양란, 벤자민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위 화초들은 모두 최저온도 영상 7도 내지 8도, 최고온도 영상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여야 하는바, 원고는 피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피고 한전이라 한다)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이용하여 겨울철이던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기온풍기를 가동하여 위 비닐하우스 내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위와 같이 정전됨으로써 원고가 약 12시간 30분 가량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전기가 공급될 무렵에는 위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외부 온도인 영하 1.4도 내지 4.4도와 비슷하게 되어 위 화초의 적정 최하온도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위 화초들이 동해를 입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 제삼특장에 대하여 위 전력 공급의 중단으로 인하여 위 작물상 동해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위 피고에게 배상을 구하는 손해는 앞서 인정한 사실에서와 같이 위 피고의 운행 차량이 일으킨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정전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위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여 원고가 설치한 위 비닐하우스 안의 기온이 외부 온도에 가깝게 떨어져 원고가 재배하고 있는 서양란과 벤자민이 동사하게 되거나 동해를 입게 된 것임을 전제로 산정한 손해인바, 위와 같은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 할 것이므로 피고 제삼특장 또는 위 소외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데, 원심 증인 1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불법행위의 직접적 대상에 대한 손해가 아닌 간접적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위 소외인이 위 전신주를 충격하여 전선을 절단케 함으로써 위 전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비닐하우스 내 전기온풍기를 가동하던 원고가 전력 공급의 중단으로 전기온풍기의 작동이 중지됨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소외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에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그 책임을 부담한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외인으로서는 이 사건 전신주는 비닐하우스가 밀집한 농촌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통상 비닐하우스에는 전기설비 내지 전기비품 등이 설치 또는 비치될 수 있으므로 위 전신주의 전선을 통하여 인근 비닐하우스 내에 전력이 공급된다는 사정 및 위 비닐하우스 내에는 보온 유지가 필수적인 농작물이 재배되고, 이러한 농작물의 보온 유지에 필요한 전기용품이 비치되어 작동되리라는 사정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위 전신주의 충격으로 전선이 절단되어 전력의 공급이 중단된 부근의 같은 종류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던 다른 비닐하우스에는 1시간 만에 절단된 전선이 복구되어 전력이 공급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아니한 사정을 알 수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농작물의 동해는 위 비닐하우스 내 전기온풍기의 작동이 중단된 상태로 장시간 방치되고 달리 비닐하우스 내 보온 유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한 것인바(통상 전력의 공급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중단될 수 있으므로, 전력을 공급받아 비닐하우스 내 재배 작물을 위해 필요한 보온 유지를 하는 수용가로서는 불시에 전력의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필요한 대비책을 강구하여 가능한 한 보온 유지가 되지 아니한 채로 방치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이 요구된다.), 소외인이 이러한 사정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이유 설시에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결국 같은 취지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및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 한전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 한전이 이 사건 사고로 파손된 판시 전기공급 시설의 복구를 게을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는 피고 한전과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피고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호, 제49조 제3호에는 피고 한전의 전기 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피고 한전은 부득이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피고 한전은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피고 한전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호 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피고 한전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유효하다 고 할 것이다. 원심이 위 규정은 피고 한전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전기공급 중단으로 인하여 수용가에게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이 면제된다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고, 판시 이 사건 정전사고의 발생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한전에게 이 사건 정전사고의 발생과 그 복구에 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한전의 위 정전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위 면책규정에 의하여 면제된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 체결시 피고가 위 면책규정의 내용을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에게 그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원심판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있기는 하나, 위 면책규정을 피고 한전의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면책규정의 이러한 사항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위 면책규정에 따라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5.1.13.선고 94나32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