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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5. 14. 선고 94다2169 판결
[손해배상(기)][집44(1)민,527;공1996.7.1.(13),1832]
판시사항

현금 및 귀중품을 고정금고 또는 옮기기 힘든 대형금고에 보관하지 않은 경우 용역경비업자의 면책을 규정한 용역경비약관의 효력(한정적 유효)

판결요지

용역경비계약에 있어, "고객은 현금 및 귀중품을 되도록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고정금고 또는 옮기기 힘든 대형금고 속에 보관하여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용역경비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정 및 특약 사항은, 그 규정 형식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그 면책조항이 용역경비업자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본다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호 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피고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만 유효하다고 수정 해석하여야 한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기)

피고,피상고인

한국안전시스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봉환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1988. 10. 5. 용역경비업법에 의한 용역경비업자인 피고와 용역경비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경영하는 금은보석상인 영보당에 1991. 7. 4. 22:40경부터 다음날 09:40경 사이에 성명불상자가 좌측 창문을 막아 놓은 합판을 뚫고 침입하여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던 시계, 귀금속 등을 절취하여 간 도난사고가 발생하였으나, 피고는 위 도난사고 당시 피고가 위 영보당의 출입문 바로 위에 설치한 열선감지기로부터 아무런 이상 신호를 접수하지 못하여 위 도난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용역경비계약상의 배상약정에 따라 위 도난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용역경비계약에 따른 협정사항 제12항이 원고는 현금 및 귀중품을 되도록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경비 대상물 내의 보관을 피하여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고정금고 또는 옮기기 힘든 대형금고 속에 보관하고 시정하여야 하며, 피고는 원고가 위 사항을 준수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용역경비약관과 일체로 되어 있는 특약사항에서는 위 금고는 바닥에 고정된 금고이거나 중량 150㎏ 이상의 대형금고로서 피고 회사의 금고감지기가 부착된 금고에 한하며, 금반지를 포함한 각종 금제품 및 기타 보석류(모조품은 제외) 전량과 시계류 중 매입단가 기준 금 100,000원 이상의 모든 손목시계는 위 금고에 보관하여야 하며 원고가 이를 준수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피고가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도난품들은 모두 위 영보당 내의 진열장에 전시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중 도난당하였고, 도난품 중 모조품이나 매입단가가 금 100,000원 미만인 물품은 없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위 용역경비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위 면책조항에 해당되어 면책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위 도난물품들을 금고에 보관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상품가치에 손상을 가져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이므로, 위 면책조항은 고객인 원고에게만 과중하고 과다한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 심히 형평과 공정성이 결여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약관조항으로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6조 , 제7조 에 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금고 보관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규범상으로도 자신의 재산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책으로서도 퇴근시에는 귀금속들을 당연히 금고에 보관하여야 하고, 달리 위 특약사항을 무효로 볼 만한 사유도 없다고 하면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위 협정사항 제12항 및 특약사항은 그 규정 형식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보아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 면책조항이 피고의 고의, 중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본다면 약관규제법 제7조 제1호 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피고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만 유효하다고 수정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95. 12. 12. 선고 95다11344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면책약관은 "사업자의 이행보조자 또는 피용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면책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약관규제법 제7조 제1호 의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다투고 있고(1992. 7. 22.자 원고측 준비서면 참조), 또 원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부터 범인이 침입한 유리창 문쪽과 진열대 위에도 감지기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으나, 피고는 현 시설로도 충분하다고 했었다고 주장하면서 도난방지의 안전시설을 책임진 피고 회사가 도난방지상 가장 취약한 부분에 대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나아가 피고 회사 직원이 열감지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감도를 떨어뜨린 점 또는 실내감지기가 비뚤어져 있어서 범인이 침입한 부분과는 사각지대가 생긴 점 등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주장들은 결국 위 면책약관이 피고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경우까지는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기록에 의하면(특히 갑 제18호증의 23) 원고가 경영하던 위 영보당은 대로변에 위치하여 있기는 하나 그 왼쪽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창문이 곧바로 외부로 연결되어 있고, 그 창문을 합판으로 막아놓았을 뿐이었기 때문에 그 곳을 통하여 위 영보당 내부로 침입할 가능성이 높은 방범상 가장 취약한 부위였던 사실, 그럼에도 피고가 위 영보당 내에 감지기를 설치함에 있어서 셔터에는 적외선을 이용하여 셔터의 개폐를 감지하는 셔터감지기를, 금고에는 진동에 의하여 이상을 감지하는 금고감지기를, 환풍기에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하여 이상을 감지하는 자석식감지기를, 출입문 바로 위에는 매장공간에 침입하는 사람의 체온에 의하여 이상을 감지하는 열선감지기를 각 설치하면서도 방범상 가장 취약한 부위인 위 창문이나 이를 막아 놓은 합판에는 그 개폐나 충격을 감지할 수 있는 감지기를 설치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위 열선감지기의 방향이 우측 벽쪽으로 치우쳐 설치한 관계로 범인이 위 창문을 통하여 침입하는 것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던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먼저 피고의 이 사건 용역경비계약상의 손해배상책임이 피고의 고의, 중과실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피고의 고의, 중과실로 인한 것인 경우에는 위 면책조항을 무효로 보아 그 적용을 배제하고,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위 면책조항을 유효로 보아 그 적용을 허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만연히 위 면책조항을 무효로 볼 만한 사유가 없다고 하면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면책약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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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3.11.23.선고 93나7893
참조조문
기타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