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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5109 판결

[강간살인][공2003.1.1.(169),116]

판시사항

피고인의 심신장애 여부에 대한 심리미진과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의 범행 동기나 수법, 범행의 전후 과정에서 보인 태도, 범행 당시 음주정도, 피고인의 성장배경·학력·가정환경·사회경력 등을 통하여 추단되는 피고인의 지능정도와 인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강간살인 범행을 저지를 당시 자기 통제력이나 판단력, 사리분별력이 저하된 어떤 심신장애의 상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도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선고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과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동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다소 술에 취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의 평소 주량,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방법,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던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은 항소이유서에서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만취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 그 범행의 의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저하되어 있었다는 주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2001. 7. 14. 관할관청에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정신지체 1급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실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관한 소명을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기록에서 드러나 있는 피고인의 성장배경과 환경·가정생활·사회경력·지능정도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1974. 11. 3. 농촌지역인 진주시 금곡면 검암리 651에서 출생한 자로서, 피고인의 부친은 피고인이 두살되던 해에 사망하였고, 생모는 부친이 세번째로 맞이한 여자로서 모친 역시 피고인이 19세 경에 사망하였는데 그 사이 피고인은 주로 외할머니 집에서 친누이와 같이 어린 시절을 보내 왔고,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려 술과 약물을 하는 등 매우 불우한 유소년 시절을 보내 왔다고 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이 전부(다만, 피고인측에서는 중학교 졸업 또는 중퇴라고 주장하고 있다.)인 피고인은 그 성적도 최하위권에 속하였는데 지능지수가 낮고 발음이 어눌하여 어릴 때부터 바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고 하고, 피고인은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17세가 되던 1991. 7.경 서울로 올라와 공장을 전전하면서 생활하였는데, 피고인의 가족들은 유일한 아들인 피고인이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시켜 고향에 정착시키기로 결정하고 피고인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농아자인 여자를 피고인의 배필로 맞아들여 서둘러 2001. 5. 13. 그녀와 결혼을 시키기에 이르렀고, 이에 피고인은 다시 고향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그 곳에서 비닐하우스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하게 되었으나, 피고인의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치 못하여 언어소통 문제, 경제적 여건, 피고인의 나쁜 술버릇과 급한 성격 등으로 인하여 가정불화가 잦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은 결혼한 지 불과 몇 달만에 상경하여 처와 별거한 채 친누나 집에서 기거하면서 다시 봉제공장 공원으로 일하게 되었으며 피고인의 누나는 아직까지도 세상물정에 어두운 피고인을 도와 피고인을 보살펴 왔다는 것이다.

한편, 기록에서 나타나는 이 사건 범행의 전후 경위·범행동기와 범행의 내용·수법·피해결과·피고인이 범행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본다.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일부 주장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날인 2002. 3. 9. 퇴근 이후 계속 혼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여 소주 5병 정도를 마시고 난 후 만취 상태에서 심한 성적 충동에 사로잡힌 나머지 길가는 아무 여자나 만나면 강간이라도 해 볼 작정으로 무작정 밤길을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사건 당일인 같은 달 10. 04:00경에 이르러 일행들과 헤어진 다음 혼자 귀가 중이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약 100m 정도를 뒤따라 가다가 범행 현장 골목길 어귀에 다다랐을 때 마침 주변에 인적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에 달려들어 피해자를 쓰러뜨린 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처럼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기까지 보인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범행은 특별한 사전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극히 단순, 무모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일면식도 없어 달리 악감정을 가질 이유도 전혀 없었던 피해자를 단지 반항을 억압하여 빨리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비정하고 무참하게 손과 발로 무수히 때리고 짓밟아 결국 피해자를 속발성 쇼크에 빠뜨려 살해하였을 뿐더러, 피고인의 이러한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얼굴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지고 전신에 유혈이 낭자하여 외견상 끔찍하고도 처참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음에도 성욕을 참지 못하고 계속 강간의 범행으로 나아간 피고인의 이 사건 엽기적인 범행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 통제력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비정상적인 행태로 일관하였던 것이라고 보이며, 피고인이 근 15분간에 걸쳐 자신도 옷을 다 벗고 강간범행을 자행한 장소도 비록 어둡고 외진 골목길이기는 하였으나 경우에 따라 주민들이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듣거나 그 부근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그 범행을 용이하게 목격할 가능성도 있는 주택가 및 상가 한가운데의 골목길 또는 타인의 주택 대문 앞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당시 피고인에게 과연 일말의 이성적인 사리분별력이 있었던 것인지도 의심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마친 다음 범행현장을 빠져나와 인근 동네를 헤매다가 피고인의 옷, 바지, 신발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한 공소외 이용운이 그 연유를 묻자 술을 먹다가 집단구타를 당하였다고 둘러대면서 마침 강간과정에서 무릎에 찰과상을 입어 통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같은 날 04:40경 자신의 휴대폰으로 119 구급대를 불러 같은 날 04:55경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명과 보호자의 연락처를 순순히 사실대로 진술해 줌으로써(다만, 피고인은 정확하게 자신의 이름을 " " 알려주었지만 피고인의 발음 때문에 구급활동일지나 진료기록에는 그 이름이 " 잘못" 기재되어 있다), 경찰의 탐문과정에서 이루어진 위 이용운의 제보가 단서가 되어 119 구급대 출동지령서, 구급활동일지, 진료기록과 휴대폰 통화기록 등에 남아 있던 피고인의 인적 사항과 연고지가 드러나게 되었고 추적 끝에 결국 범행 하루만에 검거되기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러한 피고인의 범행 후의 행적 역시 이 사건과 같은 중한 범행을 저지른 자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통상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도와는 다른 것임을 알 수 있고 이 점에 미루어 피고인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내용이 어느 정도로 중한 것인지를 스스로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피고인의 범행 동기나 수법, 범행의 전후 과정에서 보인 태도, 이 사건 당시 음주정도 등에 더하여 피고인의 성장배경·학력·가정환경·사회경력 등을 통하여 추단되는 피고인의 지능정도와 인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당시 자기 통제력이나 판단력, 사리분별력이 저하된 어떤 심신장애의 상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드는 데다가, 피고인측에서 항소이유로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만취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 그 범행의 의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저하되어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바라면, 원심으로서는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과연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에 어떤 장애는 없었던 것인지 여부, 즉 자신이 하는 행위의 옳고 그름과 사리를 변별하고 그 변별에 따라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와 같은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확실히 가려 보아야 하였을 터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주취정도만을 따져본 다음, 피고인의 심신장애에 관한 주장을 가벼이 배척하고 만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양형부당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송진훈 윤재식 이규홍(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9.6.선고 2002노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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