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과세처분의 당연무효 인정기준 사건〉[공2018하,1693]
[1]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한 요건 및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판별하는 방법 /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태에서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납세자가 조세환급금에 대하여 이행청구를 한 이후에는 환급가산금청구권과 지연손해금청구권이 경합적으로 발생하는지 여부(적극)
[1] [다수의견]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판별할 때에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러한 법령에 바탕을 둔 세금의 부과·신고·납부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이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과세처분에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로써 납세의무 없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의 효력을 무효로 보지 않는 것은 잘못된 법령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과세관청이 아닌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납득할 수 없다.
과세관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론에 기초하여 과세처분을 하였으나, 그 해석론이 잘못되었다는 법리가 뒤늦게나마 분명하게 밝혀져 과세처분에 정당성이 없다는 사정이 확인되었으면, 국가는 충분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가 그러한 구제수단을 마련하지 않거나 구제수단을 제한한 채 납부된 세액의 반환을 거부하고 그 이익을 스스로 향유한다면,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킨다는 본연의 존립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과세처분이 무효로 인정되기 위하여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보더라도, 적어도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음이 대법원판결로 확인된 경우까지 그 판결 선고 이전에 하자의 명백성 요건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내세워 하자가 무효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결과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에 있는 하자는 무효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조세환급금은 조세채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그 후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환급가산금은 그 부당이득에 대한 법정이자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일반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수익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납세자가 조세환급금에 대하여 이행청구를 한 이후에는 법정이자의 성질을 가지는 환급가산금청구권 및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청구권이 경합적으로 발생하고, 납세자는 자신의 선택에 좇아 그중 하나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1] 국세기본법 제51조 , 민법 제741조 [2] 국세기본법 제51조 , 제52조 , 민법 제387조 제2항 , 제390조 , 제397조 제1항 , 제741조 , 제748조
[1]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1633 판결 (공2008상, 603)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103809 판결 [2]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11808 판결 (공2009하, 1627)
한국투자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기태 외 1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외 1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영등포세무서장은 2009. 11. 16.부터 2015. 11. 16. 사이에 원고에게 2009년 내지 2015년 귀속분에 해당하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등을 모두 납부하였다.
나. 종합부동산세법 제9조 제3항 , 제14조 제3항 , 제6항 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주택 등에 대하여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에 해당하는 일정한 금액(이하 ‘공제세액’이라고 한다)을 종합부동산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종합부동산세 처분세액을 산정하면서 공제세액을 계산하여 세액공제를 하였는데, 이때 종합부동산세법 시행규칙 제5조 제2항 별지 제3호 서식 부표(2) 작성방법에 기재된 계산식(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 산식’이라고 한다)으로 공제세액을 계산하였다. 그 산식은 [(과세대상 주택 등의 공시가격 - 과세기준금액) ×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 재산세율]이다.
다. 한편 이 사건 각 부과처분 당시에 적용되던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2015. 11. 30. 대통령령 제266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2 , 제5조의3 제1항 및 제2항 은 공제세액의 계산식(이하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이라고 한다)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 산식은 [주택 등의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의 합계액 × 주택 등의 과세표준에 대하여 주택 등의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 ÷ 주택 등을 합산하여 주택 등의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이다.
라.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산식 중 분자에 기재된 “주택 등의 과세표준” 부분은 2009. 2. 4. 대통령령 제21293호로 개정되기 이전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각 해당 조항에는 “주택 등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분”으로 표현되어 있다가 위 시행령 개정으로 변경된 것이다. 변경된 이 사건 시행령에 규정된 계산식이 이 사건 시행규칙 산식과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과세대상 주택 등의 공시가격 - 과세기준금액) ×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 중 적은 비율) × 재산세율]을 의미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리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마. 대법원은 2015. 6. 23. 선고 2012두2986 판결 등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이 위 두 내용 가운데 후자를 의미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1) 2005. 1. 5.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에 따라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과세대상 재산을 보유하는 자에게 먼저 낮은 세율로 지방세인 재산세를 부과하고 다시 국내에 있는 모든 과세대상을 합산하여 일정한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여 부동산을 보유하는 자에게 높은 세율로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함으로써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다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과세대상 재산의 보유라는 동일한 담세력을 바탕으로 한 조세이므로 이중과세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기에 이를 해소하고자, 종합부동산세법은 2005. 1. 5. 법률 제7328호로 제정될 당시부터 종합부동산세의 세액에서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을 공제하도록 하였다.
(2) 이러한 입법 형식은 그 후로도 동일하게 유지되어, 이 사건 시행령 산식으로 변경되기 직전의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2 , 제5조의3 제1항 및 제2항 에서도 공제세액을 [주택 등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의 합계액 × 주택 등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분에 대하여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 ÷ 주택 등을 합산하여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의 산식에 따라 산정하도록 규정하였다.
(3) 그 후 2009. 2. 4. 대통령령 제21293호로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제4조의2 , 제5조의3 제1항 및 제2항 이 개정되면서 종전 시행령 산식의 분자에 기재된 ‘주택 등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분’이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의 분자에 기재된 ‘주택 등의 과세표준’으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와 중복 부과되는 재산세액을 공제하려는 기본 취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므로 이러한 개정의 취지가 공제되는 재산세액의 범위를 축소·변경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위 대법원판결의 법리에 의한 공제세액 계산식을 적용한 정당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처분이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였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그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1633 판결 ,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10380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2009년 내지 2014년 귀속분에 관하여 과세처분 당시 이 사건 시행령 산식에 관한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1)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을 잘못 적용하여 이루어졌으므로, 거기에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의 해석·적용에 관한 하자가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2009년 내지 2014년 귀속분의 처분 당시에는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의 해석과 관련하여 다수의 행정소송이 제기되었고, 일부 항소심에서는 공제세액을 이 사건 시행규칙 산식과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더라도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기도 하였으며, 이러한 판단에 합리적 근거가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3) 비록 대법원이 2015. 6. 23. 선고 2012두2986 판결 등에서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정립하였으나, 대법원판결 선고 이전에는 그 계산식의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2009년 내지 2014년 귀속분에 관하여는 공제세액 계산식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그 부과처분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다.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과세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2015년 귀속분에 관하여 그 처분이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2두2986 판결 등이 선고된 이후인 2015. 11. 16. 이루어졌는바, 그 당시에는 이 사건 시행령 산식에 관한 법리가 위 대법원판결 등을 통하여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2015년 귀속분 중 정당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부과처분의 하자가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환송판결의 기속력, 과세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조세환급금은 조세채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그 후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환급가산금은 그 부당이득에 대한 법정이자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일반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수익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납세자가 조세환급금에 대하여 이행청구를 한 이후에는 법정이자의 성질을 가지는 환급가산금청구권 및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청구권이 경합적으로 발생하고, 납세자는 자신의 선택에 좇아 그중 하나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11808 판결 참조).
원심은, 위 2015년 귀속분 중 정당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부과처분을 당연무효로 봄에 따라, 피고가 부당이득으로 그 정당세액 초과분 상당액과 환급가산금의 합계액 및 그중 위 정당세액 초과분 상당액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 날인 2016. 3. 18.부터 원심판결 선고일인 2017. 6. 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거기에 부당이득 반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13. 3. 21. 선고 2011다95564 판결 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원고의 상고이유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조재연의 보충의견이 있으며,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과세법리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아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동안에는 과세관청이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하여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내용의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과세처분에 있는 이러한 하자는 과세처분의 무효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다수의견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조세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 등 국민의 납세의무에 관한 사항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을 집행하는 경우에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며, 행정편의를 위한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을 허용하지 아니함을 뜻한다. 이는 납세의무에 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 원칙 중 과세요건 명확주의나 명확성원칙은, 비록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면 이에 대한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바9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러한 법령에 바탕을 둔 세금의 부과·신고·납부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이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행정행위의 당연무효에 관한 중대명백설을 과세처분에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충분히 명확하지 못한 법령을 잘못 해석하여 한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라도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 무효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결론은 과세관청의 자의적 과세를 용인하여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할 염려가 있고, 조세 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도 있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2두2986 판결 등이 선고되어 이 사건 시행령 산식에 관하여 적용된 과세법리가 잘못되었음이 밝혀진 이후에도, 과세관청은 같은 과세법리를 적용한 동일한 하자가 있는 관련사건들의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들을 직권취소하지 않고 있다가, 위 대법원 2012두2986 사건의 재상고심이 종국된 2016. 3. 10.경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관련사건들 중 일부에 대하여 부과처분의 직권취소를 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세관청의 실제 집행사례는 불명확한 법령에 근거한 과세가 어떻게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론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과세관청의 자의적 집행을 용인하는 데에 일조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나. 법령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국민의 재산권 내지는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세법률관계는 일반 행정법관계와 달리 채권채무관계로서의 실체를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과세처분은 그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 되지 않고, 따라서 그 위법성의 중대함을 이유로 당연무효라고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는다. 과세행정의 안정과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한다고 하여 잘못 부과·납부된 세금을 납세의무자에게 반환하지 아니할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과세처분에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로써 납세의무 없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의 효력을 무효로 보지 않는 다수의견은 잘못된 법령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과세관청이 아닌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는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제정하였을 뿐 아니라,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납세의무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그 해석·적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렇게 법령을 제정한 국가가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지, 해당 법령의 제정·적용에 관여하지 아니한 국민에게 불이익 내지 그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법령의 규정에 관한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이상 그 과세법리가 적용된 하자는 명백성 요건을 결하여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국가의 책임전가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으로서, 이는 우리의 헌법이념에 반함은 물론이고 보편적 도덕관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 국가는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킨다는 본연의 존립 목적에 반하여 납세의무자의 구제수단을 제한하여서는 안 된다.
과세관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론에 기초하여 과세처분을 하였으나, 그 해석론이 잘못되었다는 법리가 뒤늦게나마 분명하게 밝혀져 과세처분에 정당성이 없다는 사정이 확인되었으면, 국가는 충분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가 그러한 구제수단을 마련하지 않거나 구제수단을 제한한 채 납부된 세액의 반환을 거부하고 그 이익을 스스로 향유한다면,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킨다는 본연의 존립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조세법률관계는 법령의 내용이 대단히 복잡하고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조차 그 내용을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세관청이 위법한 과세처분을 한 경우 납세의무자가 과세처분의 기초가 된 해석론이 잘못되었다는 사정을 단기간 내에 알아채지 못하여 취소소송을 구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불복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납세의무자가 쟁송을 통하여 과세처분의 당연무효를 인정받는 방법 이외에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다른 수단이 없는데도, 과세관청의 잘못된 해석론에 기초한 과세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의 불복기간이 도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시정하지 않고 납세의무자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납세의무자의 권익구제 등 측면에서 매우 부당하다. 이는 과세관청이 제척기간 내에 언제든지 조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고, 여기에 행정상 제재인 가산세도 동반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더욱 그러하다.
라. 적어도 대법원판결로 과세법리가 잘못되었음이 확실하게 확인된 경우에는 그 하자를 무효사유로 보아야 한다.
판례는 과세처분 등을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한편 과세처분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는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명백하여 무효라고 하고 있다(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4두47099 판결 등 참조).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어떤 과세법리가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지는 경우야말로, 그러한 과세법리가 적용된 과세처분이 당초부터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는지 여부는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특히 그 선고 이전이나 이후라는 시간적 선후관계에 따라 달라지지 아니한다. 즉 해당 과세법리에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다는 점이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것을 계기로 확인되는 데에 불과하므로, 그 판결로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다는 사정은 그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과 이후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과 같이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여 확인되는 과세법리에 관한 하자가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는 명백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만 명백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없다.
결국 과세처분이 무효로 인정되기 위하여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보더라도, 적어도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음이 대법원판결로 확인된 경우까지 그 판결 선고 이전에 하자의 명백성 요건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내세워 하자가 무효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
마.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결과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에 있는 하자는 무효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2009년 내지 2014년 귀속분 과세처분 당시 이 사건 시행령 산식에 관한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 귀속분 과세처분의 해당 부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한 구제를 거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과세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조재연의 보충의견
가.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무효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여야 하고, 이로써 납세자에 대한 구제는 원칙적으로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세채무는 사적 자치가 인정되는 일반 사법상 채무와 달리 그 성립과 행사는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법률의 규정과 달리 당사자가 그 내용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없다. 조세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재정의 근간으로서,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에게 질문검사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그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국민 모두의 공적 부담으로서 고유의 목적과 기능을 가지는 조세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령은 극히 기술적이고 복잡하여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법률관계가 대량적,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성립한다는 차별성도 있다. 이렇듯 조세법률관계는 사법상의 채권채무관계 등과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조세행정은 대량적이고 반복적인 과세처분 등을 통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세를 부과·징수하여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여야 함과 동시에 거래의 실질을 염두에 두고 조세의 공평을 도모하여야 하는 만큼, 그 개별적인 특성만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두루 반영하여 납세자의 구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조세채무는 법률이 정하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는 때에 당연히 자동적으로 성립하지만, 그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추상적으로 성립한 조세채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는 통상 과세처분 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납세자는 일반적으로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과 사이에 납세고지를 동반한 과세처분 등 세액의 확정절차를 매개로 개별적·구체적으로 공법적인 조세법률관계를 형성하게 되므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처분 자체를 다툴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은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 그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이 다르므로 그 쟁송절차의 규율을 위하여 행정소송법이 따로 제정되어 있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 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조세소송 역시 행정소송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이를 통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구제와 함께 과세행정의 적정한 운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입법자는 사법상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절차와는 다른 별도의 조세법 집행절차와 더불어 행정소송법의 적용을 전제로 하는 쟁송절차 등을 마련하여 두고 있다. 이는 조세법률관계의 독자성을 인식하여, 국가활동의 재정적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의 과세권 발동과 그로 인한 국민의 재산과 자유에 대한 제한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입법으로 정하여지는 그 절차, 방법, 한계에 관하여는 입법재량이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부의 정책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3) 납세자의 권리, 의무 및 권리구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국세기본법은 조세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을 행정청에 대한 불복절차와 행정소송으로 나누어 정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 은 ‘국세기본법 또는 세법에 따른 처분으로 위법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국세기본법에 따른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에 대한 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하여, 행정소송에 관하여 이른바 행정심판전치주의를 규정한다. 국세기본법 제56조 제3항 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행정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세기본법이 이와 같이 조세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에 있어서 다른 법률관계와 달리 행정심판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하고 행정소송의 제소기간까지 그와 연계하여 정하고 있는 근본 취지는, 조세행정의 특수성, 전문성 등에 비추어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재판에 의한 구제절차를 보장하면서도 전심절차로 행정기관에 의한 행정심판의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행정청으로 하여금 과세처분 등이 적법한 것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스스로 재고·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과 아울러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절감시켜 국민에게 편의를 주려는 데에 있다( 대법원 1989. 11. 10. 선고 88누799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조세법상 구제절차는 다른 구제절차와 비교할 때 제소기간, 절차, 방법 등에 있어서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조세행정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조세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은 되도록 이러한 조세법상 구제절차라는 틀 내에서 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조세행정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행정처분의 일종인 과세처분 등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별도의 불복방법을 널리 허용할 경우, 국가 재정의 기초로서 공익성과 공공성 등의 성격을 갖는 조세행정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게 되어 심각하게 동요될 가능성이 있다.
(4) 이와 같이 납세자가 행정작용을 발한 주체를 상대로 과세처분 등을 그 대상으로 삼아 항고소송인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다투는 방법으로 위법한 과세처분 등의 효력을 곧바로 제거하여 구제를 받는 것이 현행 조세법 체계가 예정한 원칙적인 권리구제의 모습이다. 반면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과세처분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은 국가 등이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납세자는 이러한 오납금에 대하여는 과세처분 등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으로 그 환급을 직접 청구할 수 있고(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판결 ,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212639 판결 등 참조), 이때에는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결국 과세처분의 하자를 필요적 전치주의나 제소기한 등의 제한을 받는 취소사유로 볼 것이냐, 아니면 그러한 제한을 받지 않고 곧바로 민사소송에 의한 구제가 가능한 무효사유로 볼 것이냐는 입법자가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한 조세법상의 구제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와 연결된다.
이에 대하여는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는 원칙적으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되, 다만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조세행정에 관한 법적 안정성에 대한 요청을 관철하여서는 아니될 만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무효사유로 보아야 바람직하다는 것이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염두에 둔 정당한 해석론이다. 다수의 판례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서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반한 것이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해 온 것은 그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납세자는 납세고지 등을 통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확정된 세액을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입법자는 이를 고려하여 조세채무를 구체화한 과세처분의 하자를 원칙적으로 항고소송의 형태로 다투도록 한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보아야만 공·사법의 구별을 바탕으로 민사소송 절차와 별도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따로 마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 체계에 부합한다.
(5)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예외적으로만 무효사유로 인정할 경우 납세자에게 민사소송에 의한 구제의 길을 두텁게 열어주지 못하여 그 권익구제에 미흡하게 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과 같이 무효사유를 제한적으로 보는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구체적 사안에서 납세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납세자를 구제할 수 있는 보완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판례는 과세처분의 당연무효를 판별함에 있어서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고찰할 것을 요한다고 할 뿐 아니라( 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0다24986 판결 등 참조), 과세처분에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는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보기도 한다(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4두47099 판결 등 참조). 또한 국세기본법 등에 경정청구제도가 도입되어 납세자의 신고가 있는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경정청구기간 역시 계속 연장되어 현재는 부과제척기간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기간에 상응한 5년에 이르는 등 납세자는 경정청구권이라는 조세법상 구제수단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을 취하더라도, 반드시 납세자 구제를 외면한다거나 그 구제가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
나. 반대의견의 요지는,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하여 잘못된 과세법리에 기초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 또는 적어도 그 과세법리가 잘못되었음이 대법원판결로 확인된 경우에는 그 과세처분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하여 구제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목표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일부 경청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 논리나 결론에 대하여는 찬성하기 어렵다.
(1) 납세자가 조세쟁송과정에서 과세처분에 적용된 법리가 잘못된 법령 해석에 기인한 것이어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유형의 하자를 모두 무효사유로 본다면 이는 실제에 있어 조세행정과 관련한 하자의 대부분을 무효사유로 보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세처분 하자의 무효사유를 이와 같이 넓게 확장할 경우, 납세자의 행정청에 대한 불복절차와 행정소송절차가 유명무실화되면서, 조세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은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아예 거칠 필요가 없는 민사법 영역의 분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행정심판전치주의, 제소기한, 경정청구제도를 통한 구제제도의 도입 등 조세법률관계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하여 마련된 행정심판, 행정소송의 절차 및 한계 등에 관한 현행 조세법 규정들은 그 의미가 현저히 퇴색하게 된다. 나아가 납세자는 과세처분 등을 매개로 형성된 법률관계의 효력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기간 이내에는 얼마든지 복멸시킬 수 있게 되어 조세행정 전반이 불안정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허용할 경우 항고소송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조세행정의 현실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2) 아울러 반대의견의 주장 중 적어도 대법원판결로 과세법리가 잘못되었음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같은 법리가 적용된 모든 과세처분의 하자를 무효사유로 보아야 한다는 부분에도 찬성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어떤 사건에서 과세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같은 쟁점이 포함된 다른 관련사건의 대법원판결 선고를 계기로 결정된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취소사유인지 여부는 해당 사건에서 제반 고려사항을 기초로 하여 실체법적으로 가려져야 할 뿐, 관련사건의 대법원판결 선고와 같은 외부적 사정을 계기로, 즉 해당 사건도 아닌 별개의 관련사건에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정을 계기로 하여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반대의견의 주장에 관하여는 아직 그 구체적 요건, 포섭범위, 파급효과 등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축적되지 않아, 이를 채택할 경우 조세행정에 미칠 충격과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이에 찬성하기 어렵기도 하다. 반대의견에 의하면 실체법적으로 무효사유가 아니었던 하자가 대법원판결 선고라는 후발적, 외부적 사건에 의하여 갑자기 무효사유로 바뀌게 된다는 것인지, 해당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다 하여 해당 사건의 판단 결과에 곧바로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반대의견에 따라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무효사유로 본다 하더라도, 납세의무자가 실제로 과오납 세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으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이전에 그 무효사유를 인정받아야만 할 터인데,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납세의무자 본인의 행동이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른 납세의무자가 제기하는 관련사건에서 언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느냐를 기준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현상이 생긴다는 점도 위 주장을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조세법상의 구제절차를 적극적으로 거쳐 과세처분을 다투었으나 최종적으로 행정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아 기판력의 효력이 미치는 납세자와 과세처분에 대한 구제절차를 밟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같은 쟁점의 관련사건에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구제를 받을 여지가 생긴 납세자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3) 조세법률주의 원칙에서 파생한 과세요건 명확주의는 입법기술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과세요건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세요건에 관한 법률규정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경우와, 입법기술상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과세요건에 관한 법률규정에 불확정 개념이 사용되어 해당 법률의 취지나 목적 등을 고려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법률이 정한 의미와 내용을 밝힐 필요가 있는 경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매우 다양한 사법상 법률관계에 기초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로도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을 가지고 있는 조세법의 영역에서는, 과세요건이나 조세감면 등에 관한 법령의 규정이 특정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적용되는지 여부가 법리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아니한 상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과세관청이 어느 하나의 견해를 취하여 법령을 해석·운영하여 왔고 거기에 상당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을 도외시하고 과세관청의 해석이 이후에 그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판결을 통하여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만 하면 이로써 과세관청의 종전 해석에 기초한 과세처분이 과세요건 명확주의의 원칙에 반하여 항상 무효라고 보는 것은 위 원칙의 본래 취지나 조세법률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나아가 입법자는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적 구제제도와는 별도로 사전구제제도로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두고 있고, 과세처분 이후에는 행정심판을 거쳐 그 하자를 원칙적으로 항고소송의 형태로 다투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조세가 신고납세방식으로 전환된 지금에는 과세관청의 부과권에 상응하는 경정청구권을 마련하여 그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하여 납세자가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조세법은 공·사법의 준별을 전제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납세자에게 다양한 구제수단을 부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조세행정의 실무가 정착된 상태이다. 이와 같이 조세법상 각종 구제수단과 쟁송절차가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공법상의 구제수단을 활용하지도 아니한 납세자에게, 조세법률주의나 납세정의라는 추상적인 당위성만을 동원하여 종래 예외적으로 운용되어 오던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수단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조세법 체계의 전반을 흔들어 조세행정에 혼란을 가져올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판례가 이미 허용하고 있는 민사소송에 의한 납세자 구제의 범위를 양(량)적으로 조금 더 넓히자는 취지이다.
판례는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 납세자가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을 국가 등이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으로 보아 납세자가 민사소송으로 그 환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왔다. 이러한 민사소송에 의한 납세자 구제는 조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행정청에 대한 불복절차와 행정소송과는 다른 별도의 구제수단으로서, 그 제도의 취지, 절차, 방법, 한계 등이 서로 다르다. 민사소송에 의한 납세자 구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에 대하여는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 판례는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주로 제시하였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판례가 이미 허용하고 있는 민사소송에 의한 납세자 구제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확대하자는 것이지, 종래에 허용되지 않던 납세자 구제방법을 새롭게 허용하는 질적 변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해석론 때문에 조세행정의 특수성, 전문성에 기초하여 마련된 별도의 절차인 조세법상 구제절차 또는 조세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나. 조세법상 구제절차가 납세자 구제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이 해석론으로써 납세자를 구제하여야 한다.
조세법률관계에는 그 부과나 징수에 행정작용이 개입하므로 부득이하게 사법상 법률관계와 다른 측면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여 조세법에서 별도로 마련한 쟁송절차가 있으면 이를 가급적 존중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조세법상 쟁송절차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이 잘 마련되어 있다면 다른 구제수단을 추가로 활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조세법상 구제절차에 의한 구제를 받으려면 납세자는 그 복잡하고 난해한 법령을 짧은 기간 내에 스스로 잘 파악해서 행정청에 불복하고, 그 결정 후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절차가 납세자를 구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법원은 가급적 구제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법리를 적용한 과세야말로 납세자를 구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이다.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법령에 규정된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세금을 거둘 권한은 없다. 해석상 불명확한 과세법령을 만든 주체가 국가이고, 그 과세법령을 잘못 해석하고 적용하여 결과적으로 잘못된 과세를 한 주체도 국가이다. 어떻게 보아도 국가의 잘못이라 할 수 있을 뿐, 납세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조세 법령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납세자가 짧은 제소기간 내에 쟁송을 제기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로써 국가가 세금을 돌려줄 책임을 면한다고 하여 결과적으로 납세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하자의 명백성에 관한 개념과 적용방법은 부적절하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하자의 명백성은 그 정확한 의미를 알기 어렵다. 앞서 보았듯 판례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하자의 무효사유 해당 여부, 또는 명백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성 여부의 판단이 언제나 하나의 결론만이 있는 단순하고 분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은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하자의 명백성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는 획일적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를 이 사건에 적용한다. 이렇게 보면 관련 법령이 매우 어렵고 난해하여 여러 가지 해석론이 제기될 여지가 많을수록, 하자의 명백성 요건은 더 갖추기 어렵게 된다. 결국 어려운 조세 법령, 즉 다양한 해석론이 분분한 법령이 적용된 과세처분일수록 무효가 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지우는 법령이 난해하여 납세자에게 납세의무가 있는지, 그 범위가 어떠한지에 대하여 잘 알기 어렵게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법령이 과세법령으로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처럼 난해한 법령에 근거한 과세처분을 받는다면 조세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납세자는 그만큼 더 과세처분에 불복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기 어려워진다.
법령이 난해할수록 과세처분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납세자는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일단 불복을 해 두려고 하고, 과세관청은 과세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일단 과세를 하고 본다는 안이한 자세를 취할 염려도 없지 않다. 이러한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이렇게 되면 불복을 제기하지 않고 과세처분에 순응하는 납세자가 적극적으로 불복을 하는 납세자에 비하여 구제가능성이 더 적어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과세처분의 무효 여부를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은 하자의 명백성이라는 불명확한 개념과 적용방법에 결부시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그러한 획일적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한 나머지, 관련사건에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과세법리에 법령을 잘못 해석하였음이 밝혀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 과세처분에는 하자의 명백성이 없고, 그 이후 과세처분에는 하자의 명백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수의견의 이러한 결론은, 관련사건의 대법원판결이 언제, 어떻게 선고되느냐에 따라 과세처분의 무효 여부가 나뉜다는 획일적인 판단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 법규에 대한 목적론적 고찰과 구체적 사안에 대한 특수성 등에 대한 합리적 고찰을 통한 종합적 고려의 결과라고 하기도 어렵다.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지 여부는 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한지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