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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매매대금반환등][공1997.11.1.(45),3286]

판시사항

[1]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함을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하기 위한 요건

[2]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3]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고 착오가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의해 유발되는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매매계약의 취소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2]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3] 건물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직후 건물이 건축선을 침범하여 건축된 사실을 알았으나 매도인이 법률전문가의 자문에 의하면 준공검사가 난 건물이므로 행정소송을 통해 구청장의 철거 지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여 매수인이 그 말을 믿고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경우라면 매수인이 건물이 철거되지 않으리라고 믿은 것은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지만,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 매매계약의 내용으로 표시되었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매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면 누구라도 건물 중 건축선을 침범한 부분이 철거되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 대지 및 건물을 매수하지 아니하였으리라는 사정이 엿보이므로, 결국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고, 한편 매도인의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매수인이 착오에 빠지게 된 점, 매수인이 그 건물의 일부가 철거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믿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착오가 매수인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용우)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대)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소가 원·피고 사이의 부제소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대구 남구청의 담당공무원 등에 대한 원고의 진정사건과 관련하여 피고가 수사기관에 원고는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에 대한 매매계약 과정에서 이 사건 건물이 건축선을 침범하였음을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하는 조건으로 1995. 8. 28. 피고에게 위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나, 피고가 조사 과정에서 위 약속과는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이 건축선을 침범하여 건축된 것임을 매매 과정에서 알고 매수하였다고 진술하자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각서를 회수하여 폐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각서의 회수로써 원·피고 사이에 위 각서를 무효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관하여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31507 판결 , 1995. 11. 21. 선고 95다5516 판결 참조),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9. 1. 17. 선고 87다카1271 판결 ,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 참조). 다만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7. 26. 선고 94다25964 판결 참조).

원심은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10여 일이 경과한 1994. 3. 중순경, 매도인인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이 건축선을 1.45m 침범하여 건축되어 문제가 있음을 매수인인 원고에게 알리고 계약해제 여부를 의논하였고, 그 때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이 잘 아는 법률사무소에 알아보았는데 위 건물은 적법하게 준공검사가 난 건물이므로 구청장을 상대로 철거지시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면 틀림없이 이긴다고 하면서 변호사까지 소개하여 주는 등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고, 원고 자신도 그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상담을 한바 틀림없이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하므로 위 건물의 일부가 철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하고 피고에게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이 철거되지 않으리라고 믿은 것은 이 사건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지만, 원·피고 사이에 매매계약의 내용으로 표시되었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원고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면 누구라도 이 사건 건물 중 건축선을 침범한 부분이 철거되는 것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을 매수하지 아니하였으리라는 사정이 엿보이므로, 결국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한편 피고의 위와 같은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원고가 착오에 빠지게 된 점,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일부가 철거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믿게 된 경위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착오가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착오에 의한 것임을 이유로 그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적법하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제1점에 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착오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그것이 적법히 취소되었다고 판단되는 이상 원심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권을 원고가 포기하였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이라는 취지의 소론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기록에 의하면 원심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주장을 한 바도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주심) 정귀호 이임수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7.5.23.선고 96나7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