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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행법 1999. 10. 5. 선고 99구13849 판결 : 항소

[면직처분취소][하집1999-2, 437]

판시사항

[1] 검찰총장이 검사의 비위사건에 관한 내사사건의 조사를 위하여 당해 검사에게 대질신문을 받도록 출석을 명하였으나 불응한 경우, 이를 직무상 의무위반으로 보아 당해 검사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기 위한 요건

[2] 검찰근무규칙 제13조 제1항 이 단순한 훈시규정 내지 업무협조에 불과한 규정인지 여부(소극)

[3]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 소정의 징계사유인 ‘직무상의 내외를 막론하고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의 의미

[4] 고등검사장이 이른바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검찰 수뇌부로부터 사표제출을 종용받자 이에 대항하여 근무지를 이탈하여 기자회견장에서 검찰 수뇌부를 비방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는 징계사유로 면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지만, 이를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정판결을 한 사례

판결요지

[1] 검찰총장이 검사의 비위사건에 관한 내사사건의 조사를 위하여 당해 검사에게 대질신문을 받도록 출석을 명하는 것이 직무상 명령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직무상 명령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당해 검사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기 위해서는, 그 출석명령이 ‘내사사건의 조사 과정의 대질신문을 위한 것’임이 명백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출석일시와 장소 등이 특정되어야 할 것인바, 그 이유는 검사가 자신이 일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본래의 직무와 무관하게, 자신을 혐의자로 한 내사사건의 대질신문을 위한 출석명령과 같이 예외적인 직무상 명령을 받는 경우에는, 그 명령의 내용이 명확하고 특정되어야만 출석명령에 따른 직무상 의무가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고, 이 때에서야 당해 검사는 자신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상관의 직무상 명령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불특정되어 자신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을 명백하게 인식하지도 못한 자를,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검찰청법 제11조 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검찰근무규칙 제13조 제1항 은 “검찰청의 장(지청의 장을 제외한다)이 출장 등의 사유로 근무지를 떠날 때에는 미리 바로 윗 검찰청의 장 및 검찰총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관할지역의 치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검찰업무를 총괄하는 검찰청의 장이 관할지역을 벗어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검찰 업무 결정권자의 공백, 연락체계의 단절 등에 미리 대비하여 관할지역 검찰 업무의 지속적인 적정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을 단순한 훈시규정 내지 업무협조에 불과한 규정으로 볼 수 없다.

[3]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 가 정하는 징계사유인 ‘직무상의 내외를 막론하고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라 함은 검사의 신분상의 의무로서의 품위유지 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 또는 국민에의 봉사자인 직책을 다하는 공직자로서의 체면, 위신을 손상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행위를 한 때를 말한다.

[4] 고등검사장이 이른바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검찰 수뇌부로부터 사표제출을 종용받자 이에 대항하여 근무지를 이탈하여 기자회견장에서 칠찰 수뇌부를 비방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는 징계사유로 면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지만, 이를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정판결을 한 사례.

원고

심재륜(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주외 4인)

피고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1999. 9. 7.

주문

1.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다만, 대통령이 1999. 2. 4. 원고에 대하여 한 면직처분은 위법하다.

3.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대통령이 1999. 2. 4. 원고에 대하여 한 면직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

이유

1. 처분의 경위

갑제1호증, 갑제2호증의 1, 2, 을제2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72. 4.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되어 검사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하였고, 1997. 8. 11.부터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검찰총장은 1999. 1. 검사징계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청구를 하였고, 검사징계위원회는 1999. 2. 3. "원고에게 아래 다.항과 같은 징계사유가 있고, 위 징계사유는 검사징계법 제2조 제2호 , 제3호 에 해당하므로, 원고를 같은 법 제3조 징계의 종류 중 면직으로 의결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 결정에 따라, 대통령은 같은 달 4. 원고를 면직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다. 징계사유

징계혐의자(원고를 의미한다)는 1999. 1. 8.경 발생한 대전 지역 이종기 변호사의 수임비리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위 이종기 변호사의 사건수임장부의 소개인 난에 징계혐의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징계혐의자가 1994. 9. 16.부터 1995. 9. 19.까지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1995. 9. 20.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발령 났을 때 동 변호사가 감사의 표시로 제공한 100만원을 수수한 혐의와, 1995. 1.경부터 1995. 9.경까지 수회에 걸쳐 동 변호사로부터 청사 부근 카페 등에서 1회 최고 약 100만원 상당의 저녁식사와 술대접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의 감찰조사를 받게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1) 1999. 1. 27. 10:30경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원성으로부터 “이종기 변호사와의 대질신문을 위하여 1. 28. 오후에 대검찰청에 출석하라”는 검찰총장의 직무상의 명령을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명노승을 통하여 전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직무상 의무에 위반하고,

(2) 고등검찰청의 장이 출장 등의 사유로 근무지를 떠날 때에는 미리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비리혐의로 인하여 사표제출을 권유받자 서울에서 검찰총장 등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목적으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1999. 1. 27. 12:10경 청을 출발하여 비행기편으로 같은 날 13:40경 서울에 도착하여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함으로써 직무상 의무에 위반하고,

(3) 같은 날 18:00 ~ 18:30간 대검찰청 기자실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일부 검찰수뇌부는 검찰조직과 후배검사들을 담보로 권력에 영합하여 개인의 영달을 추구해 왔다. 대전 사건 수사는 구속상태에 있으면서 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아 심리적 공황상태에 있는 이종기 변호사의 일방적 진술에 의해 옥석을 가리지 않고 판·검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대는 소위 ‘마녀사냥’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검찰총수와 수뇌부가 특정인을 선별하여 제거하기 위해 이종기 변호사와 야합하여 소위 ‘빅딜’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검찰의 지휘체계를 훼손하는 등 검찰의 기강을 문란케 하여 검사로서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케 한 것이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1) 출석명령 거부로 인한 직무상 의무 위반 여부

㈎ 당사자의 주장

① 원고의 주장

㉮ 검찰총장의 직무상 명령은 그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고가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명노승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만으로는 ‘다른 고위직 검사들의 사표설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으니 원고도 사표를 제출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대검찰청에서 이종기 변호사와 대질하여 비리사실을 정식으로 해명하라는 것인지’ 그 정확한 취지를 알 수 없었고, 또한 구체적인 출석 일시 및 장소를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원고에 대한 출석명령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 검찰총장의 출석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직무상의 명령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위 출석명령을 준수할 직무상 의무가 없고, 따라서 원고가 위 출석명령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의무 위반이 되지 않는다.

② 피고의 주장

㉮ 검찰총장은 1999. 1. 27. 09:30경 원고와 이종기 사이의 대질조사를 명하였고,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원성은 10:30경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명노승에게 “이종기 변호사와의 대질신문을 위하여 1. 28. 오후에 대검찰청에 출석하라”는 검찰총장의 출석명령을 전화로 구술하여, 명노승 차장이 즉시 위 내용을 원고에게 전달하였으므로, 검찰총장의 원고에 대한 출석명령은 적법하게 전달되었다.

㉯ 검찰총장의 위 출석명령은,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 에 의하여 검찰사무를 통할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는 검찰총장이, 검찰청사무기구에관한규정 제4조 제1항 , 제9조의2 제2항 에 의하여 대검찰청 감찰부 감찰제1과의 분장사항인 ‘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비위에 관한 내사사건의 조사·처리’에 관하여 발한 직무상 명령이므로,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는 원고가 위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것은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제1, 2, 5, 11 내지 13, 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① 1999. 1. 7. 이종기 변호사의 사건수임 장부 및 이에 기재된 사건 소개인 및 사건 소개료 등이 언론에 공개되자, 검찰총장은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하여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위 장부상 소개인으로 기재된 전·현직 검사 및 5급 이상 일반직 간부를, 대전지검 전담수사반에서 나머지 소개인들을 조사하게 되었는데, 원고도 위 장부상 소외 송병흠이 원고인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 및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의 소개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는 자신이 위 장부에 사건 소개인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인 1999. 1. 12. 대검찰청에 ‘위 송병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의 해명서를 제출하였고, 같은 달 18.에는 대검찰청에 출석하여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

② 수사 결과 소개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판·검사는 사건 소개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언론에서 판·검사들과 변호사의 유착관계 및 금품·향응수수 의혹을 제기하고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자, 검찰총장은 판·검사들의 소위 떡값 및 향응수수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이종기의 진술 및 수표추적에 기초하여 이 부분 수사를 시작하였다. 수사팀은 수표추적 결과 일부 판·검사들이 이종기로부터 받은 수표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한편 원고에 대하여는, 이종기로부터 "원고에게 전별금으로 100만원을 교부하였고, 10여회에 걸쳐 각 1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수표추적 결과 등의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하였다.

③ 이에 검찰총장은 ‘떡값 및 향응의 총액이 200만원 이상인 검사들에게는 사직을 권유하고, 사직을 거부할 때는 징계를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원고를 포함한 대상자들에게 사직을 권유하기 시작하였다. 사직을 권유받은 검사들 중 검사장 2명,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은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원고는 이종기로부터 전별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였다.

④ 검찰총장은 원고에 대하여 사직을 계속하여 권유하다가, 1999. 1. 27. 10:30경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원성을 시켜 다시 사직을 권유하도록 하였다. 이원성 차장은 원고에게 직접 전화를 하지 않고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명노승에게 전화를 하여 구술 내용을 원고에게 전달하도록 하였는데, 원고가 명노승 차장을 통하여 전달받은 구술 내용은 “오늘 중 결심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이종기 변호사를 서울로 이송하여 대질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종기가 자서전을 써서 공개한다고 하는 실정이므로 투명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결심이 서지 않으면 내일 오후에 대검에 출석하여 대질신문을 받도록 하라.”는 것이다.

㈐ 판단

① 검찰총장이 검사의 비위사건에 관한 내사사건의 조사를 위하여 당해 검사에게 대질신문을 받도록 출석을 명하는 것이 직무상 명령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직무상 명령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당해 검사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기 위해서는, 그 출석명령이 ‘내사사건의 조사 과정의 대질신문을 위한 것’임이 명백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출석 일시와 장소 등이 특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검사가 자신이 일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본래의 직무와 무관하게, 자신을 혐의자로 한 내사사건의 대질신문을 위한 출석명령과 같이 예외적인 직무상 명령을 받는 경우에는, 그 명령의 내용이 명확하고 특정되어야만 출석명령에 따른 직무상 의무가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고, 이 때에서야 당해 검사는 자신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상관의 직무상 명령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불특정되어 자신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을 명백하게 인식하지도 못한 자를,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②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 검찰총장은 이종기의 진술에 기초하여 ‘원고가 이종기로부터 200만원 이상의 떡값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사직서 제출을 계속 권유하고 있었고, 명노승 차장이 원고에게 전달한 이원성 대검차장의 구술 내용의 요지도 ‘오늘 중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를 바라며, 만약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면 내일 오후에 대검찰청에 출석하여 이종기와 대질신문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되므로, 그 근본 취지와 주된 비중은 ‘대질신문을 위한 출석명령’이라는 점보다는 ‘사표 제출의 권유 내지 종용’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

- 그러므로 명노승 차장도 위 구술 내용을 원고의 사표 제출에 중점을 둔 것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고, 그는 원고에게 구두로만 위와 같은 내용을 전한 것이어서, 원고로서는 검찰총장으로부터 ‘대질신문을 위한 출석명령’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주로 ‘사표 제출의 권유 내지 종용’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대질신문은 사표 제출의 권유 내지 종용의 간접적인 압력수단으로서, 자신에게 그에 응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있으며, 만일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대질신문에 응한다고 하면 그때 비로소 명확하고 구체적인 출두명령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 이원성 대검차장의 구술 내용 자체만으로는 출석 시간과 장소가 지나치게 막연하여(오후의 어느 시간인지, 대검찰청의 어느 호실인지 불분명함)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구체적인 직무상 의무를 발생시킬 만한 검찰총장의 명확한 직무상 출석명령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③ 그렇다면, ‘원고가 검찰총장의 직무상 명령인 출석명령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상 의무에 위반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징계사유 (1)항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2) 근무지 무단 이탈로 인한 직무상 의무 위반 여부

㈎ 원고의 주장

검찰근무규칙에서 검찰청의 장이 근무지를 이탈할 때 검찰총장 등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는 규정은, 하나의 훈시규정 내지 업무협조에 불과한 규정으로서, 각 근무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의 장이 업무상 출장목적에 따라 근무지를 떠날 수 있는 권한까지 제약하거나, 이에 우선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검찰청의 장이 법무부나 대검찰청에서 회의 또는 검찰총장 등 접견 참석 통보가 오면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여 상경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는 어느 모로 보나 검찰총장의 사전승인이 필요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② 가사 사전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대리한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원고에게 출석을 명하였고, 이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근무지 이탈에 대한 검찰총장의 승인절차는 어떠한 목적이든 간에 검찰총장의 사전승인을 받고 근무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일 뿐, 이탈자의 주관적인 의사나 목적에 따라 근무지 이탈 혐의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가 기자회견을 목적으로 근무지를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전승인 없는 근무지 이탈이라고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원고는 근무지 이탈시 ‘검찰 수뇌부에서 원고에 대한 사퇴를 종용하는 것이 확실한지, 비리혐의를 벗어나기 위하여 이종기와의 대질신문이 필요한지, 대질신문을 할 경우 고등검사장으로서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제반 사정을 파악하여 대질신문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지, 확정적으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 판단

① 검찰총장의 승인이 필요 없는지 여부

검찰청법 제11조 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검찰근무규칙 제13조 제1항 은 “검찰청의 장(지청의 장을 제외한다)이 출장 등의 사유로 근무지를 떠날 때에는 미리 바로 윗 검찰청의 장 및 검찰총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관할지역의 치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검찰업무를 총괄하는 검찰청의 장이 관할지역을 벗어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검찰 업무 결정권자의 공백, 연락체계의 단절 등에 미리 대비하여 관할지역 검찰 업무의 지속적인 적정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을 단순한 훈시규정 내지 업무협조에 불과한 규정으로 볼 수 없다.

㉯ 또한 회의 등 참석을 위한 출장의 경우에 관하여는 검찰근무규칙 제13조 제3항 이 “법무부장관 또는 상급검찰청의 장이 주관하는 회의 등 행사에의 참석을 위한 출장인 경우에는 승인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으나, 원고가 서울로 상경한 행위가 회의 등 행사의 참석을 위한 출장이 아님은 명백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 규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② 검찰총장의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

㉮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스스로 검찰총장의 적법한 출장명령을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면서(이 법원 역시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음은 위 (1)항에서 본 바이다), 검찰총장의 승인을 전제로 한 출장명령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모순에 해당한다.

㉯ 나아가 원고 주장의 취지를 “검찰총장의 출장명령이 그 내용 등이 특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직무상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식상의 출장명령은 있으므로 그에 대한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근무지 이탈에 대하여 검찰총장의 승인을 요구하는 검찰근무규칙의 취지상, 검찰총장이 특정한 목적 하에 검찰청의 장의 근무지 이탈을 승인하거나 지시한 경우, 그 승인 내지 지시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지, 검찰청의 장에게 목적에 상관없는 무제한적인 근무지 이탈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제12호증과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 초안을 작성하여 가지고 있다가 1999. 1. 27. 09:00경 대구고등검찰청 검사 남기춘에게 정서하여 인쇄해 올 것을 지시한 사실, 명노승 차장으로부터 이원성 대검차장의 구술 내용을 보고 받을 당시 이미 대질신문에는 응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취한 사실, 원고는 11:40경 자신에 대한 서울 출장신청을 하고 남기춘이 12:00경 성명서를 완성하자 곧바로 남기춘과 함께 검찰청을 떠나 12:40 비행기편으로 상경한 사실 및 원고는 18:00경 대검찰청 기자실에 나타나 징계사유 (3)항과 같은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대질신문에 응할 의사 없이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할 목적으로 근무지를 이탈하였다고 보이고, 이는 검찰총장에 의하여 승인된 근무지 이탈의 목적이 아니므로, 원고가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3)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로 인한 검사로서의 체면과 위신 손상 여부

㈎ 원고의 주장

① 위 2. 가. (1) ㈏항의 인정 사실과 같이 원고의 해명과 대검찰청의 조사 결과, 원고가 이종기에게 사건을 소개하고 소개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종기의 사건수임 관련비리 사건이 이종기와 관련된 일체의 금품수수나 향응의 제공 등 판·검사들의 개인 비리 사건으로 변질되면서, 검찰 수뇌부는 원고를 포함한 검사들에게 무조건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이종기로부터 원고를 모해하는 진술을 받아내는 한편, 언론을 통하여 여론몰이식 압박을 가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참기 어려운 모멸감과 함께 ‘대검찰청 감찰부의 조사 과정에서는 어떠한 합리적인 항변도 수용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로서는 ‘자신의 의혹에 관한 실체와 검찰 불신의 원인 및 사태의 근원적인 수습방안을 직접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계기로 공개적이고 투명한 조사와 여론의 검증을 거치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 방안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어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며,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은 모두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② 검찰은 매년 수백만 건에 해당하는 형사사건을 공정하고 성실하게 처리하고도 검찰 수뇌부가 직접 지휘, 감독하는 몇 건의 공안사건과 정치적 사건을 잘못 처리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신이 누적되어 왔고, 이 사건도 사건 소개와 관련된 판·검사의 비리가 확인되지 않자, 검찰 수뇌부가 비등한 국민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들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하여 수십 명의 판·검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 뿐이다.

③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을 거론한 원고의 대국민 호소는 검찰의 올바른 기강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지언정 기강을 문란케 하는 행위가 아니며, 원고의 기자회견의 사회적 영향이 컸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찰의 자기 혁신을 위하여 겪어야 할 당위적인 파장이지 비난받아야 할 물의가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행위는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 의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 판단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 가 정하는 징계사유인 ‘직무상의 내외를 막론하고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라 함은 검사의 신분상의 의무로서의 품위유지 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 또는 국민에의 봉사자인 직책을 다하는 공직자로서의 체면, 위신을 손상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행위를 한 때를 말한다(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누654 판결 참조).

②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위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 자신에 대한 부당한 사표 제출 압력에 대항하고, 검찰의 혁신을 위한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 부당한 사표 제출 요구 및 징계에 대하여는 법에 규정된 적법절차에 따라 다투는 것이 바른 길이고, 검찰 혁신의 주장도 순리에 따라 내부건의의 방식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으로서, 이 사건의 경우에 원고 주장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는 원고의 행위가 징계사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당화될 수는 없는 점

- 검사는 수사·공소 제기·공판 관여·형의 집행을 담당하는 준사법기관인 단독제 관청으로서 국가기능의 중대한 부분인 검찰사무를 수행하며, 이들의 조직인 검찰은 검찰권 행사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밋 형의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채택되어 있어 다른 조직체보다도 상명하복과 조직적 특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점

- 그러므로 검찰 조직의 내분 내지 분열은 국가의 중추적인 사정기관인 검찰의 적정한 검찰권 행사를 저해함으로써 국가 질서 유지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원고는 검찰총장 다음의 최고위 직책인 고등검사장 중 1인이므로 그 스스로도 넓은 의미로 검찰 수뇌부의 일원이라고 할 것이어서 검찰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하여 검찰 조직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는 점

- 원고가 위 기자회견을 한 후 언론에서는 위 사건을 ‘검찰 핵폭탄’, ‘사상 초유의 검찰 항명’, ‘하극상’, ‘경악’, ‘폭탄선언’ 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면서 검찰 내부의 권력 다툼 내지는 검찰 조직의 내분의 관점에서 보도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점(을제25호증의 1 내지 32)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행위는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 의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나.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1)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기자회견에 이르게 된 경위, 징계사유의 법규 위반 정도, 원고가 26년 10개월간 검사로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적·공적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은 검사징계위원회의 신중한 절차를 거쳐 국가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집행한 것으로서, 검사징계위원회의 의결은 일종의 준사법적 행정행위로서 원칙적으로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불가변력을 가지고, 대통령의 집행처분은 국가통수권자의 지위에서 행하였으므로, 위 의결과 집행처분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고가 범한 징계사유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므로, 원고 주장과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 우선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처분이 피고 주장과 같이 검사징계위원회의 적법절차와 신중한 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집행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적법성과 결정 및 집행 주체의 권위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당연히 위법 판단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그러므로 나아가, 이 사건 처분의 정당성 여부 및 재량권 일탈·남용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모름지기 공직자는 그 직분에 따라 고도의 윤리성과 책임감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는 그에 대한 응분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동시에 그가 속한 조직으로부터 그에 걸맞는 인격과 신분의 존중과 명예의 보호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평생을 그 조직에서 봉사하면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여 조직의 최고위직 상당에 이른 공직자에 대하여 비리 혐의로 사직을 권유함에 있어서는, 당사자는 물론 제3자로서도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그 신분보장은 사법권의 독립과도 간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그 신분에 제약을 가하는 징계처분은 그 만큼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 원고가 처음 소위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관련된 계기는 원고가 이종기 변호사의 사건수임장부에 소개인으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조사 결과 사건 소개와 관련한 원고의 비리는 밝혀지지 않은 점

- 그 후 위 사건수임 비리 사건이 이종기와 관련된 판·검사의 개인 비리 사건으로 변질되었고, 이종기가 원고에게 전별금 및 향응을 제공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원고가 다시 조사 대상이 되었으나, 원고가 이종기로부터 전별금 및 향응을 제공받았는지에 관하여 객관적인 물증이 없으며 이종기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는 점

- 그럼에도 원고가 사직할 경우, 원고는 이종기로부터 전별금 및 향응을 제공받은 비리 검사로 검찰 내외에 널리 낙인찍히게 될 것인 점

- 검찰 수뇌부에서는 이종기의 진술만을 믿고 원고에게 사직을 권유하였고, 당시 사건의 전개 과정에 비추어 볼 때 검찰 수뇌부가 원고를 사직 대상자로 결정한 이상, 비상의 조치가 없는 한 원고는 의원면직이나 징계면직의 절차를 거쳐 검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보이는 점

- 의원면직이든 징계면직이든 개인의 비리 혐의와 관련하여 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평생을 검사직에 투신하여 파사현정에 힘써 왔고 당시 검찰총장 다음으로 검찰 최고위직인 고등검사장으로 봉직하던 원고에게는 참기 어려운 명예감정의 손상을 야기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 그 밖에도, 이른바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전후 사정과 사건 자체의 전개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인 근무지 이탈 및 기자회견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다.

㈑ 또한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출석의무 위반의 징계사유를 인정할 수 없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그 만큼 징계 양정도 감축됨이 마땅하고, 따라서 이러한 측면도 징계 양정의 적정 여부 판단에 고려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단초이자 근본은 ‘원고가 이종기로부터 전별금 및 향응을 제공받았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고, 원고에 대한 면직 여부도 그 사실 인정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데, 검찰총장은 원고에 대한 징계청구에서 이를 징계사유로조차 삼지 않아, 결과적으로 원고에 대한 면직 처분은 이 사건의 근본을 생각할 때에는 부수적·지엽적인 사유만으로 행해진 징계처분이 된 셈이다.

㈒ 한편 갑제4, 5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1972. 4. 12. 검사로 임관한 이래 이 사건 처분일까지 26년 10개월간 검사로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형사사건, 특히 한보 사건(김현철 사건), 김태촌 사건을 비롯하여 양은이파 사건 등 각종 폭력조직 사건, 오대양 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 사건, 사이비 기자 등 언론계와 연예가 주변 폭력배 및 프로듀서 비리 사건 등 특기할 만한 강력사건 및 특수사건들을 지휘 내지 전담 수사하는 등 큰 공적을 쌓아 검찰의 명예를 드높이고 우리 나라의 법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그에 따라 1987. 12. 홍조근정훈장을, 1998. 12. 황조근정훈장을 수여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그러므로, 위 ㈎ 내지 ㈒항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인정된 징계사유에 대하여 검사징계법에서 정한 징계의 종류, 특히 면직, 정직, 감봉 등 중징계 중에서도 가장 중한 징계인 면직을 택한 이 사건 처분은, 원고가 고등검사장 직에 있다는 신분의 특수성과 이 사건 처분의 신중한 절차 및 권위를 감안하더라도, 원고에게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겁다.

특히 이에 덧붙여, 원고가 면직의 징계처분을 받아 확정되면 그로부터 3년간 변호사 업무수행이 불허된다고 볼 수 있는바( 변호사법 제5조 제4호 ), 만일 그렇게 되면, 수십 년간 국가를 위해 많은 공헌을 쌓는 등 참작할 만한 여러 사정이 있는 원고가, 파렴치한 개인 비리로 인한 것도 아닌 단지 이 사건 하나로 인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고통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사정판결에 대한 직권 판단

나아가 직권으로, 이 사건이 행정소송법 제28조 , 즉 사정판결을 할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검찰청법 제6조 에 의하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 및 검사로 구분되고, 같은 법 제7조 제1항 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검사정원법 제2조 , 검사정원법시행령 제3조 , 정부조직법 제8조 , 법무부와그소속기관직제 제54조 [별표 7] 법무부소속기관 공무원 정원표, 법무부와그소속기관직제시행규칙 제33조 [별표 6] 법무연수원 공무원 정원표의 각 규정을 종합하면, 고등검사장으로 보하는 보직은 법무연수원장 1인, 대검찰청차장검사 1인, 고등검찰청검사장 5인 등 7자리로 되어 있다.

한편,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에 대한 면직이 유효함을 전제로 후속 인사가 단행되어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고등검사장으로 보하는 직책 7자리 모두에 새로운 고등검사장들이 보직되어, 그 체제 아래에서 검찰업무가 수행되고 있는 사실, 원고는 제7회 사법시험 출신임에 비하여 현재 검찰총장은 제8회 사법시험 출신인 사실, 이 사건 징계결정을 한 징계위원 중 상당수가 현재 검찰총장을 비롯하여 검찰의 중요간부 직책을 맡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에까지 이른다면,

- 사법시험 7회 출신인 원고가 고등검사장의 직급으로 복직되어 자신보다 후배인 사법시험 8회 출신 검찰총장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는바, 이는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 관념과 상명하복 원칙이 지배하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검찰 사무의 수행과 검찰 조직의 안정에 적지 않은 장애로 대두될 것이고, 나아가 국가 질서 보호와 국민 기본권 보장의 주축인 검찰권의 적정한 행사에도 상당한 저해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가 복직할 경우, 이 사건 징계결정을 한 징계위원 중 상당수가 검찰총장을 비롯하여 검찰의 중요간부 직을 맡고 있는 현재의 검찰 인적 구성상, 검찰 내부의 인화와 조직의 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요소로 등장할 수 있는 점

- 새로운 인사에 따라 체제가 안정된 현재에는, 보직할 곳이 많은 일반 검사라면 몰라도 최고위직에 속하는 원고가 복직되어 근무할 만한 마땅한 자리가 없어, 원고가 복직하더라도 형식적인 고등검사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는 명예적 손해, 신분적 손해, 금전적 손해, 장래 변호사 업무수행 장애로 인한 손해로 대별될 수 있을 것인데, 이 판결에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선언함으로써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명예가 회복될 것이고, 그 동안의 급여 손실 등 금전적 손해는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통하여 회복될 수 있으며, 이 판결의 위법 선언으로써 이 사건 처분이 변호사법 제5조 제4호 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음이 명백해 짐에 따라 원고에게 변호사 업무수행 상의 불이익도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손해는 검사의 신분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신분적 측면의 손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손해 모두가 회복되는 점

- 이 사건 판결의 요지는 원고에 대한 징계가 지나치게 부당한 처분이어서 위법하다는 것이지, 원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 즉 징계사유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는 아닌 점

- 이 사건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는 이 사건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어 검찰 조직과 원고 신분의 불안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사건 처분의 위법을 선언하되 취소하는 데에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분쟁의 조기 종결 및 그에 따른 검찰 조직과 원고 신분의 안정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점 등을 널리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오히려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나, 이를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여 사정판결을 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행정소송법 제28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다만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이를 주문에 명시하기로 하며, 소송비용은 같은 법 제32조 에 의하여 피고에게 부담하게 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이승한 김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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