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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4. 4. 28. 선고 92헌마153 판례집 [전국구국회위원의석승계미결정 위헌확인]

[판례집6권 1집 415~44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헌법소원(憲法訴願)을 청구할 수 있는 공권력(公權力) 불행사(不行使)의 의미

2. 구(舊)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상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이 소속정당을 탈당한 경우 그 정당의 차순위(次順位) 후보자에 대하여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 의석계승결정(議席繼承決定)을 하지 않은 것이 헌법(憲法)에 위반되는 공권력(公權力)의 불행사(不行使)인지 여부

3. 법률(法律)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이 청구인에 대하여 자기관련성(自己關聯性)이 없어 부적법한 사례

결정요지

1. 행정권력(行政權力)의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경우에는, 공권력(公權力)의 주체(主體)에게 헌법(憲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作爲義務)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基本權)의 주체(主體)가 행정행위(行政行爲)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公權力)의 주체(主體)가 그 의무(義務)를 해태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므로, 의무위반(義務違反)의 부작위(不作爲)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단순한 일반적인 주장만으로서는 부적법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이다.

2.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할 때 의원직(議員職)을 상실하는 여부는 그 나라의 헌법(憲法)과 법률(法律)이 국회의원(國會議員)을 이른바 자유위임(自由委任)(또는 무기속위임(無羈束委任)하에 두었는가, 명령적(命令的) 위임(委任)(또는 기속위임(羈束委任)하에 두었는가, 양제도를 병존하게 하였는가에 달려있는데, 자유위임(自由委任)하의 국회의원(國會議員)의 지위는 그 의원직을 얻은 방법 즉 전국구(全國區)로 얻었는가, 지역구(地域區)로 얻었는가에 의하여 차이가 없으며,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도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하였다고 하여도 별도의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히

국회의원직(國會議員職)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헌법(憲法) 제7조 제1항, 제45조, 제46조 제2항의 규정들을 종합하면 헌법(憲法)은 국회의원(國會議員)을 자유위임(自由委任)의 원칙 하에 두었다고 할 것이고, 청구인정당 소속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이던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할 당시 시행되던 구(舊)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이나 국회법(國會法)에는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한 경우에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어도 이로 인하여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의 궐원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피청구인에게 위 조윤형이 청구인 정당을 탈당하였음을 원인으로 하여 청구인 강부자에 대하여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 승계결정(承繼決定)을 할 작위의무(作爲義務)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고, 헌법(憲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作爲義務)가 없는 공권력(公權力)의 불행사(不行使)에 대한 위헌확인(違憲確認)을 구하는 이 사건 주(主)된 헌법소원심판청구(憲法訴願審判請求)는 부적법하다.

3. 구(舊)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 제143조 제2항은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의 궐원이 생겼을때 그 의석(議席)에 대한 승계결정(承繼決定)을 하는 절차 및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어도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에 궐원이 생긴 경우가 아니므로,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할 당시 시행되던 구(舊)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 제143조 제2항은 청구인들에게 적용될 규정이 아니고, 따라서 위 규정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위 규정에 대한 위헌확인(違憲確認)을 구하는 예비적(豫備的) 청구(請求)는 자기관련성(自己關聯性)이 없는 법률규정(法律規定)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憲法訴願審判請求)이어서 부적법하다.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反對意見)

2. 지역구의원(地域區議員)의 경우는, 헌법(憲法)의 자유위임(自由委任)의 원칙상 법률(法律)의 규정으로도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없으나, 헌법(憲法)의 실질적(實質的) 국민주권주의(國民主權主義)와 선거권(選擧權)·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정당조항(政黨條項)· 지역구의석비례(地域區議席比例)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선출제도(選出制度) 등을 종합할 때,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이 임의로 소속 정당을 탈당하였을 경우에는 그 (전국구의원(全國區議員)의) 의원직은 상실되어야 하고, 그 소

속정당의 차순위 후보가 이를 계승함으로써 국민의 지역구의원(地域區議員) 선거에 의해 표출된 정당의 지지도에 상응하는 의석수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여야 하며,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국회(國會)는 (헌법해석(憲法解釋)상) 이러한 내용의 입법(立法)을 하여야 할 작위의무(作爲義務)(헌법상의 입법의무(立法義務))를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차순위 전국구국회의원(全國區國會議員) 후보자인 청구인 강부자는 자신의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을 현실적으로 침해받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는 헌법(憲法)에 위반하거나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청 구 인 1. 통일국민당

2. 강 부 자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 광 일 외 8인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舊)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 제143조 (보궐선거(補闕選擧)) ① 생략

② 전국구(全國區)에서 선출(選出)된 의원(議員)에 궐원(闕員)이 생긴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中央選擧管理委員會)는 궐원통지(闕員通知)를 받은 후 10일(日) 이내에 그 궐원(闕員)된 의원(議員)이 그 선거(選擧) 당시에 소속한 정당(政黨)의 전국구후보자명부(全國區候補者名簿)에 기재된 순위(順位)에 따라 궐원(闕員)된 의석(議席)을 계승(繼承)할 자(者)를 결정(決定)하여야 한다. 다만, 제185조의 규정(規定)에 의하여 당선(當選)이 무효(無效)로 도거나 그 정당(政黨)이 해산(解散)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국회의장(國會議長)은 지역구(地域舊)에서 선출(選出)된 의원(議員)에 궐원(闕員)이 생긴 때에는 대통령(大統領)에게, 전국구(全國區)에서 선출(選出)된 의원(議員)에 궐원(闕員)이 생긴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中央選擧管理委員會)에 이를 통지 하여야 한다.

국회법(國會法) 제137조 (궐원통지(闕員通知)) 의원(議員)이 궐원(闕員)된 때에는 의장(議長)은 15일(日) 이내에 대통령(大統領)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中央選擧管理委員會)에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 제192조 (피선거권(被選擧權) 상실(喪失)로 인한 당선무효(當選無效) 등) ①∼③ 생략

④ 전국구국회의원(全國區國會議員)이 소속정당(所屬政黨)의 합당(合黨)·해산(解散) 또는 제명(除名) 외의 사유로 당적(黨籍)을 이탈(離脫)·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黨籍)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國會法) 제136조(퇴직(退職))의 규정(規定)에 불구하고 퇴직(退職)된다.

⑤ 생략

참조판례

1. 1991.9.16. 선고, 89헌마163 결정

1992.12.24. 선고, 90마158 결정

3. 1992.11.12. 선고, 89헌마 88 결정

주문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통일국민당(이하 청구인정당이라 한다)은 1992.3.24. 실시된 제14대 국회의원총선거 결과 청구인정당의 전국구후보자 제7순위인 청구외 정장현까지 전국구의원으로 당선됨으로써 전국구의원 7인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같은 해 6.11. 청구인정당 소속 전국구의원이던 청구외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다. 이에 청구인정당은 위와 같은 경우가 구 국회의원선거법(1988.3.17. 법률 제4003호로 전문개정;1994.3.16. 법률 제4739호로 폐지;이하 구 국회의원 선거법이라 한다.) 제143조 제2항에 규정한 전국구의원의 궐원인 때

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1992.7.14. 피청구인에게 전국구의원 의석승계결정을 신청하였다. 피청구인은 같은 해 7.25. 구 국회의원선거법국회법상 전국구의원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소속정당을 탈당한 경우 그 국회의원의 신분이 상실되는 규정이 없고, 피청구인이 전국구의원 궐원에 따른 의석승계결정을 하기 위하여는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 및 제3항에 의한 국회의장의 전국구의원 궐원통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통지가 없다는 회신을 하고, 청구인들이 신청한 의석승계결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청구인정당은 피청구인의 의석승계결정을 거쳐 전국구의원 7명을 보유할 권리를 침해당하였고, 그 전국구후보자 제8순위자인 청구인 강부자는 동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다 하여, 같은 해 7.22. 피청구인이 청구인 강부자에게 전국구의석의 승계결정을 아니하고 방치한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아울러 동 부작위가 위헌으로 확인되는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의 규정에 따라 위와 같은 부작위의 근거가 된 구 국회의원선거법 또는 동법의 해당규정들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청구인정당은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헌법 제8조 제3항제41조 제3항에 의한 국가의 보호를 받을 비례대표제에 관한 정당의 권리(전국구의원을 보유할 권리)를 침해하는 헌법위반의 법률이라 하여 그 위헌확인을 구하고, 그리고 청구인 강부자는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헌법 제25조제41조 제3항에 정한 전국구의원으로서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헌법위반의 법률이라 하여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청구인들의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는, 피청구인이 청구인 강부자에게 전국구의원 조○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한 것을 원인으로 하는 전국구의원 의석승계 결정을 하지 않는 공권력의 불행사(이하 이 사건 공권력의 불행사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와 동 공권력의 불행사가 위헌으로 심판되는 경우 동 불행사의 근거가 된 구 국회의원선거법 또는 동법의 해당규정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이고,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이 위헌인 여부인바,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전국구에서 선출된 의원에 궐원이 생긴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궐원통지를 받은 후 10일 이내에 그 궐원된 의원이 그 선거 당시에 소속한 정당의 전국구후보자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궐원된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제185조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이 무효로 되거나 그 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구 국회의원선거법의 전국구의원에 관한 규정은 헌법 제41조 제3항의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른 법규인바, 동 헌법조항의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규정이고 무소속에는 성질상 비례대표제가 있을 수 없으며, 헌법구 국회의원선거법의 관계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정당의 전국구의원이 아닌 무소속의 전

국구의원은 존재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2) 비록 구 국회의원선거법에 전국구의원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명문규정은 없으나, 이는 구 국회의원선거법이 미비 내지 불완전으로 보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는 법률전체의 규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적용해야 한다. 헌법 제41조 제3항,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27조 제6항, 제29조 제2항, 제133조, 제135조, 제137조 제3항, 제143조 제2항제185조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정당은 그 정당의 득표수와 지역구 의석비율에 따라 배정된 전국구의원을 보유하게 되며, 정당의 전국구의원이 사망·사퇴·피선거권 상실 등으로 궐원이 된 때에는 그 정당의 다음 순위의 후보자가 그 의석을 승계하계 되어 그 정당의 전국구의원의 수에 증감을 가져올 수 없고, 따라서 정당의 전국구의원이 그 정당을 탈당한 경우에는 전국구의원의 직을 상실하고,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정당의 차순위의 전국구후보자가 그 의석을 승계하게 전국구의원이 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지 않고 어느 특정정당의 전국구의원이 탈당하더라도, 전국구의원의 직위를 그대로 가진다면, 정당의 득표수와 지역구의석비율에 의하여 결정되는 정당의 전국구의원을 근거 없이 무소속에 허용하는 한편, 그 정당은 득표수와 지역구의석수에 비례하여 배정된 전국구의원 의석이 감소되며, 또 탈당한 전국구의원이 타정당에 가입하면, 그 정당은 그 득표수와 지역구의석수에 의하여 배정되는 의석수보다 많은 전국구의석을 보유하게 되는 등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

(3) 피청구인이 1992.6.11. 청구인정당의 전국구의원이던 위 조윤형이 위 정당을 탈당함으로써, 전국구후보자 8번 순위인 청구인

강부자가 위 조윤형의 의석을 승계하였음을 결정하지 아니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헌법구 국회의원선거법의 각 규정을 위반하고, 헌법 제8조 제3항제4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장된 청구인정당의 피청구인의 의석승계결정을 거쳐 전국구의원 7인을 보유할 정당의 권리와, 청구인 강부자가 피청구인의 의석승계결정을 거쳐 전국구의원으로 공무를 담임할 헌법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공무담임권을 각 침해하였다.

(4) 또 피청구인은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청구인들이 신청한 의석승계결정을 하지 않고 있으나, 동법 조항은 지체 없이 의석승계결정을 하라는 취지이고, 궐원이 있는데도 국회의장의 궐원통지가 없다 하여 의석승계결정을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다. 만일 동법 조항이 국회의장의 궐원통보가 있어야만 의석승계결정을 할 수 있는 규정이라면, 동 규정은 청구인정당이 헌법 제8조 제3항제41조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비례대표제에 관한 정당의 권리(전국구의원을 보유할 권리)를 침해하고, 한편 청구인 강부자가 헌법 제25조제41조의 전국구의원으로서 공무담임할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인 법률규정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1)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헌법재판소법 제68조), 행정기관의 부작위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는 그 전제로서 피청구인에게 법률상 작위의무가 존재하여야 한다.

(2) 그런데 국회법 제137조(궐원통지)의 규정에 의하면 의원이 궐

원이 된 때에는 의장은 15일 이내에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고,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보궐선거)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장으로부터 전국구에서 선출된 의원의 궐원통지를 받은 후 10일 이내에 궐원된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국회의장으로부터 전국구의원의 궐원(의원궐원 여부는 국회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 임)통지를 받은 후에라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 의석승계자를 결정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청구인이 국회의장으로부터 전국구의원의 궐원통지를 받은 바 없으므로, 피청구인에게 전국구의석승계자를 결정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주된 청구는 부적합하다.

(3) 국회의원선거법은 국회의원의 선거가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한 제반 절차를 규정한 법률이고, 국회의원의 신부에 관하여는 국회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탈당할 때에 그 의원직은 상실되고, 그 정당의 다음순위 전국구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국회법에 의하여 다툴 일이지 국회의원선거법을 가지고 다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3. 판단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성에 관하여 본다.

가. 먼저 청구인들의 주된 청구에 관하여 본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

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므로, 의무위반의 부작위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단순한 일반적인 주장만으로서는 부적법한 헌법소원이라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9.16. 선고, 89헌마163 결정 참조). 따라서 헌법에서 유래한 작위의무가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은 부적법한 소원이라고 할 것이다.

(2) 이에 이 사건의 경우 전국구의원 조○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함으로써 전국구의원에 결원이 생기고 피청구인이 청구인 강부자에 대하여 의원직승계결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는가에 관하여 본다.

(가) 먼저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함으로써 전국구의원에 궐원이 생기 여부를 본다.

국회의원의 법적인 지위 특히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한 때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여부는 그 나라의 헌법국회의원선거법 등의 법규정 즉, 법제에 의하여 결정되는 문제이다. 즉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 특히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할 때 의원직을 상실하는 여부는 그 나라의 헌법과 법률이 국회의원을 이른바 자유위임(또는 무기속위임)하에 두었는가, 명령적 위임(또는 기속위임)하에 두었는가, 양 제도를 병존하게 하였는가에 달려있다. 역사적으로는 유럽의 중세기 등족회의에서의 의원은 특정사회층의 이익이나, 특정지역의 이익을 대표하였던 까닭에 의회에

서의 행동에 대하여 각각 선거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명령적 위임(또는 기속위임)이었으나, 1791년 프랑스헌법에서 “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자이고, 특정지역의 대표자가 아니며, 의원에 대하여 위임을 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을 위시하여 오늘날 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거의가 헌법에 국회의원을 전 국민의 대표자라고 규정하여 자유위임하에 두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자유위임제도를 명문으로 채택하고 있는 헌법하에서는 국회의원은 선거모체인 선거구의 선거인이나 정당의 지령에도 법적으로 구속되지 아니하며,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집행하여야 하며, 국회의원의 정통성은 정당과 독립된 정통성이다. 이런 자유위임하의 국회의원의 지위는 그 의원직을 얻은 방법 즉 전국구로 얻었는가, 지역구로 얻었는가에 의하여 차이가 없으며, 전국구의원도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하였다고 하여도 별도의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히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제3공화국 헌법은 그 제38조에서 “의원이 임기 중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한 때 또는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청구인정당 소속 전국구의원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한 1993.6.11. 이전인 1972.12.27.의 헌법개정으로 헌법에 국회의원이 그를 공천한 소속정당에서 탈퇴할 때 국회의원의 직을 상실한다는 규정은 폐지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는 규정, 제45조의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지지

아니한다.”라는 규정 및 제46조 제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는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헌법은 국회의원을 자유위임의 원칙하에 두었다고 할 것이다. 또 헌법 제8조 제3항의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라는 규정이나 제41조 제3항의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규정도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할 때 의원직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별도의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소속정당을 탈당하였다 하여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에 법률에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에서 탈당한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 있는가를 본다.

제3공화국 헌법하에서는 1963.1.16. 법률 제1256호로 국회의원선거법을 전문개정함에 있어서 그 제27조에 후보자의 정상추천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하고 그 제127조 제2항에 당선후 당선인이 당적을 이탈·변경 또는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당선의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였었다. 그러나 1972.12.27. 헌법이 개정됨에 따라, 1972.12.30. 법률 제2404호로 국회의원선거법을 전문개정하면서 위 제27조 및 제127조 제2항의 규정이 삭제된 채 1994.3.16. 법률 제4739호로 구 국회의원선거법이 폐지될 때까지 시행되었다(1994.3.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92조 제4항은 “전국구국회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 제136조[퇴직]의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청구인정당 소

속 전국구의원이었던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할 당시 시행되던 구 국회의원선거법에는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한 경우에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시행된 현행 국회법은 제12장에서 국회의원의 사직·퇴직·궐원과 자격심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하는 경우에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규정은 없다.

청구인들은 헌법 제41조 제3항,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27조 제6항,제29조 제2항, 제133조, 제135조, 제137조 제3항, 제143조 제2항, 제185조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전국구의원이 당적을 이탈 또는 변경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으로 당연히 해석된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제3공화국시대의 국회의원선거법 제127조 제2항 또는 현행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92조 제4항과 같은 규정이 별도로 있다면 몰라도 청구인정당이 주장하는 위 헌법 및 법률규정들을 종합하여도 청구인정당의 주장과 같은 해석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당시의 법제로는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정당을 탈당하여도 이로 인하여 동인이 국회의원의 의석을 상실하여 전국구의원의 결원이 생긴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위 전국구의원 조윤형이 그를 공천한 청구인정당에서 탈당하였어도 이로 인하여 전국구의원의 궐원이 생긴 때에 해당하지 않았다.

(나) 나아가 피청구인의 작위의무가 있는 여부를 본다.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던 당시에도 시행된 국회법 제137조는 “의원이 궐원된 때에는 의장은 15일 이내에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3항에는 “전국구에서 선출된 의원에 궐원이 생긴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었으며, 동법 제143조 제2항은 “전국구에서 선출된 의원에 궐원이 생긴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궐원통지를 받은 후 10일 이내에 그 궐원된 의원이 그 선거 당시에 소속한 정당의 전국구후보자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궐원된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었다(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00조 제2항에도 같은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사 전국구의원의 의석에 궐원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장으로부터 궐원통지를 받기 전에는 피청구인에게 의석승계결정을 할 작위의무가 생기지 않았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는 청구인정당에 속하였던 전국구의원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다 하여도 전국구의원에 궐원이 생긴 경우가 아니므로 국회의장도 피청구인에게 국회법 제137조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3항에 의한 전국구의원 궐원통지를 할 수도 없다. 그리하여 국회의장으로부터 피청구인에게 전국구의원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한 사실과 관련하여 이러한 전국구의원 궐원통지를 한 바가 없는 사실은 기록상 인정되므로,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다 하여 피청구인에게 청구인 강부자를 의원직 승계자로 결정할 의무가 없었다. 따라서 피청구인에게 위 전국구의원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한 것을 원인으로 하여 청구인 강부자에 대하여 전국구의원 승계결정을 할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권력의 불행사는 헌법에서 유래한 작위의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주된 청구는 헌법에서 유래한 작위의무가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청구인들의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공권력의 행사는 입법작용도 포함되므로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소원도 가능하다. 다만 그 법률규정이 청구인에게 자기관련성이 없는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은 “전국구에서 선출된 의원에 궐원이 생긴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궐원통지를 받은 후 10일 이내에 그 궐원된 의원이 그 선거 당시에 소속한 정당의 전국구후보자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궐원된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전국구의원의 궐원이 생겼을 때 그 의석에 대한 승계결정을 피청구인이 하는 절차 및 의무를 규정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위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정당에 소속하였던 전국구의원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어도 전국구의원에 궐원이 생긴 경우가 아니다. 그러므로 위 조윤형이 청구인정당을 탈당하였어도 그 당시 시행되던 구 국회의원 선거법 제143조 제2항은 청구인들에게 적용될 규정이 아니므로 청구인들에게는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는 자기관련성

이 없는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이어서 이 또한 부적법한 청구라고 할 것이다.

다. 이상으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주된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모두 부적법한 청구라고 할 것이다.

4. 이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양균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우리 헌법이 국회의원을 자유위임의 원칙하에 두었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자유위임하의 국회의원의 지위는 그 의원직을 얻은 방법 즉 전국구로 얻었는가, 지역구로 얻었는가에 의하여 차이가 없으며, 전국구의원이 자신을 공천한 소속정당을 탈당하더라도 별도의 법률규정이 없는 한,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한편 그러한 경우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규정은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임의로 탈당하더라도 피청구인에게 차순위 전국구의원후보자를 의원직승계자로 결정할 작위의무가 없고, 나아가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의 “결원된 의석”에는 전국구의원의 탈당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조항에 대한 위헌확인심판청구부분은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우선 다수의견은 자유위임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유위임하의 국회의원의 지위는 그 의원직을 획득한 방법, 즉 전국구인가, 지역구인가에 따라 차이가 없다고 보면서도, 별도의 법률규정이 있

는 경우는 별론이라고 하므로써 전국구의원의 소속정당 탈당시 의원직이 상실될 수 있다는 듯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데 그 이론대로라면 지역구의원의 경우에도 법률의 규정만 있다면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본 재판관은 지역구의원의 경우는, 헌법의 자유위임의 원칙상 법률의 규정으로도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없다고 보며, 그 점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상의 정당관계규정, 실질적 국민주권론, 국민의 선거권, 전국구의원 선거제도를 둔 취지 및 헌법의 위임하에 마련된 구 국회의원선거법 관계규정 등에 비추어 전국구의원이 임의로 소속정당을 탈당하였을 때 의원직을 자동 상실하는 법률규정은 (있다면) 응당 합헌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의원직 상실에 대한) 법률규정은 국회가 반드시 마련하여야 할 입법의무까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의 구체적 심판대상으로 전국구의원 의석 승계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피청구인의 부작위(공권력 불행사)와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의 위헌 여부만을 거론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의 주장취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주된 내용은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탈당한 경우 의원직을 그대로 보유한다면, 정당의 득표수와 지역구의석비율에 따라 결정되는(따라서 무소속에는 전국구가 있을 수 없다) 정당의 전국구의원이 근거 없이 무소속에 허용되는 한편, 그 정당은 득표수와 지역구의석수에 비례하여 배정된 전국구의원 의석수가 감소되게 되며, 또 탈당한 전국구의원이 타정당에 가입하게 되면, 그 타정당은 그 득표수와 지역구의석수에 의하여

배정된 의석수보다 더 많은 전국구의석을 보유하게 되는 등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그러한 경우 원래의 소속정당의 차순위 전국구후보자에게 그 의석이 승계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한 전제하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청구인들의 본지는 이 사건 심판의 대상으로서 단순히 피청구인이 의석승계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든가 그러한 부작위의 근거가 되어 있는 법률(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43조 제2항)의 위헌성을 따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보 더 나아가 그러한 경우 의원직이 당연히 상실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국회의 입법부작위의 위헌성까지 포함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점에 대하여서도 대응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온당하다고 할 것인데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으므로 그 점에 대하여서만 본 재판관의 의견을 밝히려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서는 당재판소에서 일찍이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청구인의 주장에만 판단을 한정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범위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침해의 유무를 직권으로 심사하여야 한다.”는 판례(헌법재판소 1989.9.4. 선고, 88헌마22 결정 참조)를 낸 이래 이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청구인이나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피청구인과 심판대상을 확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3.5.13. 선고, 91헌마190 결정 참조)고 판시하고 있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 통일국민당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청구인 강부자는 통일국민당의 전국구후보 제8번 순위자인데 청구인정당 소속이던 전국구의원인 청구외 조윤형이통일국민당을 임의로 탈당하였고 제7번 순위자까지 전국구의원으로 당선되었으므로 청구인이 의당 차순위자로서 그 의석을 승계받아 통일국민당 소속 전국구의원으로서 공무를 담임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터이므로 이를 위의 입법부작위와 관련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방치하고 있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전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89.3.17. 선고, 88헌마1 ; 1989.9.29. 선고, 89헌마13 ; 1992.12.24. 선고, 90헌마174 ; 1993.3.11. 선고, 89헌마79 결정 등 참조).

라. 한편, 기본권의 하나인 공무담임권에는 공직피선거권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것이며(헌법재판소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참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해석상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임의로 탈당할 때에는 의원직이 상실되어야 할 것이므로 청구인 강부자는 그와 같은 경우 의원직을 승계받을 공무담임권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국가에는 이를 보장하기 위한 보호의무가 발

생하였다고 볼 것인데도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임의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법률규정을 마련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러한 입법부작위에 의하여)청구인 강부자는 자신의 공무담임권을 현실적으로 침해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청구인 강부자는 이러한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자기관련성이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현재 관련성·직접관련성 심판청구요건도 구비하였다고 사료된다.

그리고 청구인 강부자는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에 사실상 전국구의석을 승계받았으므로 본안에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그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당재판소는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이미 종료된 기본권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선언적 의미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누차 강조해온 바 있는데(헌법재판소 1992.1.28. 선고, 91헌마111 ; 1992.4.14. 선고, 90헌마82 ; 1993.3.11. 선고, 92헌마98 ; 1993.7.29. 선고, 89헌마31 결정 참조), 이 사건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의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할 것이므로 의연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것이다.

한편 뒤에서도 언급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4.3.16. 법률 제4739호) 제192조 제4항은 전국구의원이 탈당할 경우 퇴직된다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청구인 강부자가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한 시점에까지 위 법조항이 소급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이 사건 심판의 필요성은 남는 것이라 할 것이다.

마. 우리 헌법(제41조 제3항)구 국회의원선거법 관계규정(예컨대, 제27조 제5·6항, 제29조 제2항, 제133조 제1·2·6항, 제135조, 제137

조 제3항, 제143조 제2항, 제185조) 등을 종합해 볼 때 임의탈퇴시 자격상실규정의 유무에 상관없이 전국구의원은 그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주장을 펼 수 있겠으나(청구인의 주장취지는 그렇다), 설사 그렇게 해석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회가 그러한 규정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입법부작위의 경우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진정입법부작위의 문제가 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즉, 오늘날과 같은 대중민주주의국가에 있어서는 정당은 국가로부터 자유롭고 공개적인 의사형성과 공동체의 정치적 구성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수행하고, 정당이 국민과 국가통치체제 사이에 개입되지 않고서는 오늘날 대중은 정치나 국가작용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우며, 정당국가적 민주주의는 합리화된 형태의 직접민주주의 또는 직접민주주의의 대용물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41조 제3항에 근거를 둔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133조에서 정하고 있는 전국구의석의 배분과 당선인 결정제도는 단순히 지역구선거제도의 결함을 보충하는 기능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정당의 정치적 중요성을 십분 고려하여 지역구 총선거에서 원칙적으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각 정당에게 그 정당소속으로 당선된 지역구 의석비율에 따라 의석배분을 하고 있는 제도임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구 국회의원선거법이 정하고 있는 전국구의원 선출에 있어서 국민은 개별 전국구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지역구후보자에 대하여서만 투표하고 지역구후보자를 통해서 확인된 정당의 신임도, 즉 의석비율에 의거 그 정당

이 스스로 정한 순위에 따라 전국구의원이 선출되게 있어 전국구의원선거에 관한 한 국민은 (전국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는) 정당에게 투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점이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다르며 예컨대 독일과 같은 나라는 정당의 합동명부에 대하여 선거권자가 제2차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투표용지에 전국구의원 후보자명단이 전혀 등재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 제도상 전국구의원은 국민의 직접적·개별적 신임과는 전혀 무관하게 선출되고 있는 셈이며 그 때문에 구 국회의원선거법이 정하고 있는 전국구의원선거제도에 대하여서는 헌법 제4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직접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나라에서 전국구의원으로의 진출은 정당에 입당하여 당선권 내의 우선순위를 배정받는 것과 국민의 정당에 대한 지지도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으므로 현행 제도하에서는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임의로 탈당해 버리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 또는 연결고리가 단절되고 만다. 따라서 임의탈당한자의 신분에 대한 아무런 규제규정도 없이 의연 의원직을 보유할 수 있게 방치해 둔다면, 그것은 그 정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신임과는 상치(相馳)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며 아울러 전국구의원수의 배정에 관한 구 국회의원선거법의 관련규정을 완전히 유명무실하게하고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나 선택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은 우리 헌정사에 흔히 나타나고 있는 정치인의 매수·부정·타락풍토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킬 수

가 있음은 물론, 이로 인하여 민주주의 실현의 동맥인 국민의 선거권은 실질적으로 침해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상의 정당관련규정(헌법 제8조)과 국민의 선거권(헌법 제24조) 및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 비례대표제 선거제도(헌법 제41조 제3항)의 본질과 헌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구 국회의원선거법상의 전국구의원 선출규정 등을 종합할 때 전국구의원이 임의로 소속정당을 탈당하였을 경우에는 그 (전국구의원의) 의원직은 상실되어야 하고, 그 소속정당의 차순위 후보가 이를 계승함으로써 국민의 지역구의원선거에 의해 표출된 정당의 지지도에 상응하는 의석수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여야 하며,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국회는 (헌법해석상) 이러한 내용의 입법을 하여야 할 작위의무(헌법상의 입법의무)를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국가는 위에 설시한 바와 같이 헌법해석상 인정되는 전국구 차순위후보자의 전국구의원직승계에 관한 보호의무를 적절한 법률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이행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바.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회의원에 대하여서는 자유위임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긍인하는 바이나,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신임을 받아 선출된 지역구의원에 대한 것이고, 전국구의원에 대하여서는 그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보며, 구 국회의원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국구의원선거제도를 그 선출방법에 관하여 다른 외국의 제도들과 일일이 비교해 보지 않고 자유위임원칙만 무조건 강조한다면 그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각국의 비례대표제도는 우리 나라의 전국구의

원제도와 그 생성배경이나 과정·법리 등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자유위임의 원칙은 연혁상 국회의원이 특정사회계층이나 특정지역의 이익을 대표하였던 명령적 위임이었던 점에 대한 반성에서 생성된 것이며 그 때문에 1791년 불란서헌법을 효시로 자유위임의 원칙이 각국 헌법에 채택되기에 이르른 것이며, 예컨대 독일(기본법 제38조 제1항 제2문)의 경우도 “연방의회의원은 국민전체의 대표자이며 명령과 지시에 구속되지 않으며 자신의 양심에만 따른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그러한 헌정사적 경험축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선거인의 영향으로부터의 단절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국회의원의 정통성·정직성·성실성에 대한 제도적 보장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자유위임의 원칙을 지역구의원과는 그 선출방법에 있어서 전혀 다른 전국구의원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위와 같은 헌법상의 정당조항 및 국민의 기본권(선거권·공무담임권) 보장조항 등에도 불구하고 자유위임의 원칙을 이유로 전국구의원이 임의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의원직을 자동 상실한다는 법률상의 명문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그 직을 보유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나라의 헌법적 정의와 헌법원리에 합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법감정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선거철만 되면 당적을 옮겨가는 소위 ‘철새 정치인’들의 문제가 국회의원과 의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켜

왔던 점을 감안할 때, 현행 헌법하에서는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을 임의로 탈당할 때 그 의원직은 자동 상실되는 것으로 법률상 명문 규정되는 것이 온당하다고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경우 개헌과 같은 민감한 문제가 일어났을 때, 국민의 투표상에 나타난 결과로는 개헌 저지선이 확보되었음에도 (국회에 의한 헌법 개정안의 발의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규정상) 그 정족수의 일부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정당 소속의원의 회유·매수가 시도될 우려가 있음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지역구에 소속감이 없는 전국구의원이 그 우선적인 포섭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 때 변절한 전국구의원이 의연 의원직을 보유하면서 개헌 지지쪽에 가담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의사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심각한 반민주적인 상황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 요컨대, 헌법의 실질적 국민주권주의(이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 1989.9.8. 선고, 88헌가6 결정 참조)와 선거권·공무담임권·정당조항·지역의석비례 전국구의원선출제도 등을 종합할 때 위와 같은 임의탈당의 경우에는 마땅히 의원직이 상실되는 것으로 명문 규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규정이 지역구의원에 대한 자유위임의 원칙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이 자유위임의 원칙이 도출되는 근거규정으로 지적하고 있는 헌법 제7조 제1항, 제45조제46조 제2항의 규정 중 제46조 제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규정에서의 소위 ‘양심’은 전국구의원의 경우 자신에게 국회의원직을 만들어 준 소속정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새로운 사정이 발생하였다면 의원

직도 아울러 내놓을 때, 명실공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고 헌법 제7조 제1항의 정신에도 맞을 것이다. 만일 임의탈당시 자동 사퇴규정을 둔다면 전국구의원에 대한 유혹·회유(懷柔)와 그에 따른 전국구의원의 변절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예방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국민에 대한 국회의 권위나 신뢰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음으로 전국구의원이 소속정당의 특정한 정책이나 당명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경우에는 소속정당을 이탈하지 않고도 사안에 따라 당명에 따르지 않고 개별적으로 전체국민을 위한 양심적 직무수행을 하는 것이 헌법 제45조의 규정에 비추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전국구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원직을 획득한 발판이 되었던 당초에 선택한 정당 내에서 (우리 나라의 헌법과 비례대표제 선거제도하에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계속 당적을 유지하면서 사안별로 스스로의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을 하든지, 소속정당의 노선과 자신의 정치적 신념의 괴리가 극심하여 탈당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느껴질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는 전국구의원직마저 깨끗이 포기하고 차기 선거에서 국민의 신임을 직접 물어보든지 양자택일을 하는 것이 전국구의원에 대하여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운신의 폭이라고 사료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없지만, 국회의원이 당적을 변경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사의를 표하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것은 (Wade/Philipps, Constitutional Law, 4판, 1952, 93면 참조) 어떠한 처신이 의회정치의 바람직한 모습인가를 그리는 데 참조가 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헌법의 해석상 전국구의원이 임의로 당적을 탈퇴할 때에는

의원직을 자동 상실한다는 내용의 입법을 할 의무가 입법자에 주어져 있다고 할 것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입법부작위에 관련된 청구인 강부자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부분은 인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앞서 잠시 언급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는 이와 같은 취지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바, 여야 합의로 제정된 이러한 입법은 바로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을 할 의무가 입법자에게 부하(負荷)되어 있다는 것을 국회 스스로 확인하고 시정한 증좌라고 판단된다.

아.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나는 이 사건에서 입법부작위의 문제가 의당 다루어져야 하며, 그 점을 다루지 않은 다수의견은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본지를 형식적·피상적으로만 다룬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며 그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해답은 없지만 본 재판관은 그것이 헌법에 위반하거나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반대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1994. 4. 2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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