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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다212905 판결

[사내근로복지기금출연청구][미간행]

판시사항

갑 공사의 근로자들이 결성한 을 노동조합이 갑 공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갑 공사는 구 사내근로복지기금법에 따라 매년 세전이익의 5%를 사내복지기금으로 적치한다’고 약정하였는데, 갑 공사가 복지기금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세전이익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연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 공사와 을 노동조합은 갑 공사가 복지기금협의회의 출연비율 협의·결정을 거쳐 복지기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복지기금협의회의 출연비율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을 노동조합이 갑 공사에 약정에 따른 출연의무를 이행할 것을 바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한국지역난방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진영 외 3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용호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의 근로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인 원고가 2009. 9. 30. 피고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는 원고 조합원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구 사내근로복지기금법(2010. 12. 9. 법률 제1036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복지기금법’이라 한다)에 따라 매년 세전이익의 5%를 사내복지기금으로 적치한다’고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한 사실, 구 복지기금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하 ‘이 사건 복지기금’이라 한다)의 복지기금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는 2010. 4. 6. 2010년도 복지기금 출연과 관련하여, 기획재정부의 2010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이 근로자 1인당 복지기금 누적액이 일정기준 이상인 경우 세전이익의 2%까지만 출연하도록 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가 세전이익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선 출연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고, 피고는 위 결의에 따라 이 사건 복지기금에 세전이익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연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약정은 원고를 요약자, 피고를 낙약자, 이 사건 복지기금을 제3자로 하여 체결된 이른바 제3자를 위한 계약 내지 부진정한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해당 연도에 세전이익이 발생할 경우 피고는 원고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중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 사건 복지기금에 출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처분문서 및 단체협약 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이 사건 약정 중 ‘구 복지기금법에 따라’라는 부분이 근로자복지기본법 제61조 제1항 , 제2항 (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 제2항 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다) 중 제1항 에 따라 협의회의 협의·결정 절차를 거쳐 기금을 출연하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축소해석할 근거가 없으므로 제2항 에 따라 피고가 협의회의 협의·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출연하는 것 또한 위 ‘구 복지기금법에 따라’에 포함되고, 따라서 협의회의 출연비율 협의·결정이 없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출연의무를 부담한다는 등의 이유로, 세전이익 2%를 초과한 부분에 관하여 협의회의 출연비율 협의·결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출연의무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이 사건 약정에서는 ‘구 복지기금법에 따라’ 복지기금을 적치하기로 한다고 약정하였을 뿐 구 복지기금법의 특정 조항을 명시하지 아니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에 의하여 복지기금을 적치하기로 합의하였는지를 둘러싸고 당사자 사이에 이견이 있으므로, 이 사건 약정에 기한 피고의 의무를 확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처분문서의 해석 문제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와 같이 처분문서의 객관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그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10953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약정 당시 시행 중이던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은 “사업주는 기금의 재원으로 직전 사업연도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 차감 전 순이익의 100분의 5를 기준으로 협의회가 협의·결정하는 금액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출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은 “사업주는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출연 외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유가증권, 현금 기타 재산을 출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 복지기금법 시행령(2010. 12. 9. 대통령령 제22516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8조 제3항 은 “ 법 제13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기타 재산은 법 제19조 의 규정에 의한 기금의 업무수행상 필요한 부동산과 정관에서 정한 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정부가 1980년대부터 ‘사내근로복지기금설치운영준칙(1983. 5. 6., 임금 1451-11593)’에 기하여 노사협의회가 설치된 사업체에 대하여 복지기금 출연기준을 당기순이익의 5% 기준으로 노사협의회에서 정하도록 권장하였고, 노사 간에 위와 같은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실제로 복지기금 출연이 행하여져 오다가, 구 복지기금법 제정 시에 이를 제13조 에 반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구 복지기금법령의 내용과 입법경위에 비추어 보면,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은 노사 간에 협의를 거쳐 출연비율을 정하도록 한 기존의 행정지도 내용 및 이에 따라 실무적으로 정착된 복지기금 출연 방식과 절차를 복지기금 출연의 원칙적인 방법으로 명문화한 것이고,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2항 구 복지기금법 시행령 제18조 제3항 은 위와 같은 원칙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사업주가 직접 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하되, 이때 출연할 수 있는 재산은 기금업무수행상 필요한 부동산과 기타 정관이 정하는 재산으로 한정하기로 함으로써, 복지기금 출연의 예외적인 방법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1993년 이 사건 복지기금이 설립된 때부터 매회 단체협약에서 이 사건 약정과 유사한 취지의 약정을 포함하여 온 사실, 협의회는 1993년 이래 매년 복지기금 출연비율에 관한 협의·결정을 하였고, 각 연도별 피고의 출연은 협의회의 출연비율 결정을 거쳐 이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협의회의 협의·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의 직접 출연이 행해지거나 논의된 바는 없었던 사실, 협의회는 2004년, 2007년, 2010년 회의에서 ‘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 구 복지기금법 시행령 제14조 는 복지기금 출연비율을 직전 사업연도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 차감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협의회가 협의·결정하도록 되어 있고, 단체협약에서는 세전이익의 5%를 출연하도록 정하였으므로, 이를 협의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의제로 하여 협의회 위원들이 그 출연비율을 협의·결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와 같이 사업주의 복지기금 출연은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에 의하여 사업주의 세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한 협의회의 출연비율 협의·결정을 거쳐 행해지는 것이 원칙이고, 사업주가 협의회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복지기금을 출연하는 것은 예외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약정은 구 복지기금법에 따라 매년 세전이익의 5%를 사내복지기금으로 적치한다는 것인데, 세전이익의 5%를 기준으로 복지기금을 출연하도록 한다는 내용은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 수십 년 동안 피고의 복지기금 출연은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에 따라 협의회의 협의·결정을 거쳐 행하여져 왔고, 원고나 피고 사이에서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2항 에 따른 출연이 한 번도 논의된 바 없었던 점, 협의회가 출연비율을 협의함에 있어서도 제13조 제1항 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출연이 이루어지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수차례 협의·결정이 이루어져 왔으며, 이 사건 청구와 관련된 2010년도 협의회에서도 마찬가지였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약정 시에 피고가 구 복지기금법 제13조 제1항 에 따라 협의회의 출연비율 협의·결정을 거쳐 복지기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4) 따라서 피고의 복지기금 출연의무는 협의회의 출연비율 협의·결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발생하므로, 피고가 협의회의 협의과정에서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대로 출연비율이 세전이익의 5%로 결정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협의회의 출연비율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출연의무를 이행할 것을 바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 사정만을 들어, 출연비율에 관하여 협의회의 협의·결정을 거쳤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출연금액 중 아직 출연하지 아니한 세전이익 3% 상당 금액을 이 사건 복지기금에 출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 및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용덕 고영한(주심)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