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공1992.7.15.(924),2026]

판시사항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가 질병인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의 소재 및 필요한 입증의 정도

나. 제판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의 기관지 천식의 정확한 원인규명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제판실에서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크롬가스 등에 의하여 유발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어 위 질병과 업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인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작업장에 발병 원인물질이 있었는지의 여부, 발병 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근무부서를 옮긴 후의 증세의 감소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원고가 제판실에서 약 13년 간 근무하던 중 기관지천식이 발병하였는바, 제판실에서의 작업과정에서 크롬가스 등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기관지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고, 원고는 위 제판실에서의 근무시작 당시 기관지천식의 증세가 없었는데 제판실에 근무하던 동안 기관지천식이 있었고, 다른 근무부서로 옮긴 후에는 그 증세가 감소되었다는 것이라면, 비록 기관지천식이 크롬가스 등 외에도 수많은 물질들에 의하여서도 유발될 수 있고, 원고의 기관지천식의 정확한 원인규명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기관지천식을 유발하는 다른 물질에 노출되었다는 특단의 사정을 엿볼 수 없다면 원고의 위 기관지천식은 위 회사 제판실에서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크롬가스 등에 의하여 유발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고, 따라서 위 질병과 업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종현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69.5.9. 소외 국정교과서주식회사에 입사하여 1970.12.30.경부터 위 회사 제판실에서 근무하던 중 1984.2.15. 기관지천식이 발병하였는바, 위 제판실에서의 작업과정에서 크롬가스 등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기관지천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원고는 위 제판실에서의 근무시작 당시 기관지천식의 증세가 없었고, 원고가 다른 근무부서로 옮긴 후에는 기관지천식의 증세가 감소된 사실, 그런데 기관지천식은 위 크롬가스 등 외에도 니켈, 백금 등 금속과 기타 수많은 화학물이나 유기물에 의하여서도 유발될 수 있고, 원고의 위 기관지천식의 원인은 밝혀지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후, 위와 같이 기관지천식이 수많은 종류의 금속, 화학물, 유기물 등에 의하여 유발될 수 있고, 원고의 기관지천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원고가 기관지천식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는 크롬가스 등이 발생하는 위 회사 제판실에서 장기간 근무하였고, 제판실에 근무하기 전에는 기관지천식증세가 없었으며, 근무부서를 옮긴 후에는 그 증세가 감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기관지천식이 제판실에서의 근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여 피고의 이 사건 요양 불승인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인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작업장에 발병 원인물질이 있었는지의 여부, 발병 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근무부서를 옮긴 후의 증세의 감소 여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원고의 기관지천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의사 소외 1 작성의 을 제4호증의 3(소견서)와 ○○○○병원 의사 소외 2 작성의 을 제2호증의 2,4(진단서, 소견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 내용은 요컨데 원고의 천식이 직업성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에 불과한 것이다.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1970.12.30.경부터 약 13년간 위 회사 제판실에서 근무하던 중, 1984.2.15.경 기관지천식이 발병하였는바, 위 제판실에서의 작업과정에서 크롬가스 등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기관지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고, 원고는 위 제판실에서의 근무시작 당시 기관지천식의 증세가 없었는데 제판실 근무하는 동안에 위와 같이 기관지천식이 있었고, 다른 근무부서로 옮긴 후에는 그 증세가 감소되었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기관지천식이 위 크롬가스 등 외에도 판시와 같은 수많은 물질들에 의하여서도 유발될 수 있고, 원고의 기관지천식의 정확한 원인규명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기관지천식을 유발하는 다른 물질에 노출되었다는 특단의 사정을 엿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의 위 기관지천식은 위 회사 제판실에서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크롬가스 등에 의하여 유발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고, 따라서 원고의 위 질병과 업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원심이 이와 달리 원고의 이 사건 질병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음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점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의 소치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최재호 윤관 김용준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1.8.22.선고 91구2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