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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3. 11. 25. 선고 89헌마36 결정문 [사형제도에 의한 생명권 침해 에 관한 헌법소원]

[결정문]

청구인

서○택

대리인 변호사 이상혁

[심판대상조문]

형법(刑法) 제338조 (강도살인(强盜殺人), 치사(致死)) 강도(强盜)가 사람을 살해(殺害)하거나 치사(致死)한 때에는 사형(死刑) 또는 무기징역(無期懲役)에 처(處)한다.

행정법(行政法) 제57조 (사형(死刑)의 집행(執行)) ① 사형(死刑)은 교도소(矯導所) 내(內)의 사형장(死刑場)에서 집행(執行)한다.

② 생략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9조 (청구기간(請求期間)) ① 제68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法律)에 의한 구제절차(救濟節次)를 거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최종결정(最終決定)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② 생략

[참조판례]

1.1990. 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1991. 3.11. 선고, 91헌마21 결정

1991. 7.22. 선고, 91헌마16 결정

1992.10. 1. 선고, 90헌마5 결정

1993. 5.13. 선고, 90헌마142 결정

2.1993. 7.29. 선고, 89헌마31 결정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채소수집 중개상인바, 사업 중 알게 된 피해자 김○윤을 1986.10.8. 17:00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소재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춘천내면에서 더덕밭이 있으니 같이 가서 매수하여 판매하자고 유인하여 위 더덕밭에서 쇠스랑으로 살인하고, 살인 후 피해자 품속에 있는 금 700,000원을 취득하였다고 하여 1987.1.8. 춘천지검에서 강도살인죄로 기소되었으며, 1987.3.12. 춘천지방법원 87고합4 판결로써 사형선고를 받고 항소하여 같은 해 8.6. 서울고등법원 87노996 판결에서 항소기각이 되었고, 이어 상고하였으나 같은 해 10.26. 대법원 87도1390 판결로써 상고기각이 되어 판결이 확정되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위 사형판결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338조(강도살인, 치사)와 행형법 제57조 제1항(사형의 집행)은 각 헌법 제10조, 제12조, 제37조의 각 규정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1989.2.28. 이 사

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 제338조행형법 제57조 제1항이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인지의 여부인바, 위 법조항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형법 제338조(1953.9.18. 법률 제293호)

강도가 사람을 살해하거나 치사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2) 행형법 제57조 제1항(1950.3.2. 법률 제105호)

사형은 교도소 내의 사형장에서 집행한다.

2. 당사자의 주장 등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우리 헌법상 생명권에 관한 명문이 없어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통설에 의하면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내지 헌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인정되는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하는 권리"에서 동 권리의 존재 근거를 찾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권이 헌법상 인정되는 권리라고 할 때 사형제도에 의한 생명의 박탈은 그 본질적 내용의 침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유보로도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2) 가사 생명권 자체가 헌법상 인정되는 권리가 아니라 하여도 헌법 제12조에 따라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만큼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법률유보의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어서는 안되므로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생명은 법률에 의하여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3)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도 무겁고 소중하며 절대적인 것으로서 인간 존엄의 근원을 이룬다고 할 것인데 국가가 이를 박탈함은 첫째,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둘째, 재판도 하나의 제도로서 인간이 행하는 것인 만큼 오판에 의한 사형의 집행은 영원히 구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며, 세째, 사형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일반예방의 효과가 과히 크지 않고, 네째, 국가가 범죄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교화, 교육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점 등에서 볼 때 헌법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이와 같이 위헌인 사형제도를 규정한 법률을 제정한 입법권의 행사야말로 청구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원인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것이고, 청구인은 이미 사형이 확정되어 형사소송법 제463조, 제465조 제1항, 제466조, 형법 제66조 및 기타 행형법 각 조항에 의하여 법무부장관의 사형집행명령만 있으면 언제든지 사형집행을 받을 급박한 위험성하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청구인의 생명권이 구체적으로 침해받지는 아니하고 있다 하여도 이 사건의 경우에는 청구인이 사형집행되면 청구적격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침해의 급박성도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를 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제소기간에 관하여 법무부에서 제출한 의견서에 의하면 적어도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의 시행일인 1988.9.1.에는 그 사유가 있음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기간을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법률에 무지한 국민이 법 시행 즉시 그 사유를 안다고 함은 무리라고 할 것

이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법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느냐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에서 법률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결정이 선고된 날에 비로소 그 사유를 안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즉, 그와 같은 취지의 결정이 있었던 1989.3.17.경에야 그 사유를 알았다고 볼 때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제소기간 내에 제기된 것으로서 적법하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이 사건 심판청구에 있어서는 특별한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가 있지 아니하고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청구인에 대한 사형판결뿐인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판결은 헌법소원심판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니 이 사건 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

(2) 헌법소원심판은 그 사유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인 판결이 헌법재판소법 시행일 이전인 1987.10.26. 확정된 이상 헌법재판소법 시행일인 1988.9.1. 이전에 그 사유 있었음을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동법 시행 이후 60일이 경과하여 제기된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3) 현행 헌법 제12조에 의하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의 제정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나 그 처벌의 종류에 관하여는 제한한 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기본권의 법률유보가 규정되어 있어 헌법상 사형제도를 금지하지 않고 있고, 아울러 우리 국민의 도덕적 감정을 고려하여 볼 때, 국가의 형사정책으로서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형법 제338조가 사형이라는 처벌의 종류를 규정하고, 행형법 제57조 제1항이 그 집행절차를 규정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이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나 생명권을 침해하는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4) 사형을 선고받게끔 한 범죄나 피해자의 생명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사형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는 형벌이라고 단정함은 타당성이 없고, 형벌의 본질이 응보에도 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반사회적 범죄에 대하여 가하여지는 사회의 도덕적 반응의 표현으로서의 사형제도는 사회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범죄피해자 및 일반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사형제도를 규정한 위 각 법률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1)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그런데 법률소원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당해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아울러 위 각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당재판소 1991.7.22. 선고, 91헌마16 결정;1991.9.16. 선고, 90헌마24 결정;1992.10.1. 선고, 90헌마5 결정 등)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위 각 법률이 시행된 이후(형법은 1953.10.3.부터, 행형법은 1950.3.18.부터이다) 비로소 자신에게 위 각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당재판소

1990.6.25. 선고, 89헌마220 결정;1990.10.8. 선고, 89헌마89 결정;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1992.6.26. 선고, 91헌마25 결정;1993.5.13. 선고, 90헌마142 결정;1993.7.29. 선고, 92헌마6 결정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기록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의 각 시행일 이후인 1986.10. 초순경 청구외 김○윤을 강도살인하였다는 이유로 앞서 살핀 것처럼 1,2심을 각 거쳐 1987.10.26. 대법원에서 사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인바, 그렇다면 청구인의 기본권인 생명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생긴 형법 제338조의 존재는 적어도 검사가 이를 적용법조로 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그 공소장부본이 청구인측에 통지될 시점인 1987.1.경에는 이미 알았다고 볼 것이고, 청구인의 생명권침해의 구체적 집행규정인 행형법 제57조 제1항의 존재도 적어도 위 대법원의 사형확정판결이 선고되고 사형집행을 전제로 한 수감상태에 들어가기 시작한 1987.10.26.경에는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당재판소가 발족하기 이전에 있었던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기간의 기산점에 관하여 당재판소가 구성된 1988.9.19.부터라고 한다면(당재판소 1990.10.8. 선고, 89헌마89 결정;1991.9.16. 선고, 89헌마151 결정;1992.4.14. 선고, 89헌마136 결정;1993.7.29. 선고, 90헌마197 결정 등), 위 기산일 이전에 이미 위 공권력의 침해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지는 청구인으로서는 적어도 위 기산일인 1988.9.19.부터 60일 이내인 같은 해 11.18.까지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어야 그 제소기간을 준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청구인은 법률에 무지하여 당재판소가 구성된 위 일자에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이 사건과 같이 법률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당재판소의 처음 결정이 있었던 1989.3.17.에야 비로소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여기의 청구기간의 기산점인 안 날이라 함은 법령의 제정 등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사실관계를 안 날을 뜻하는 것이지, 법률적으로 평가하여 그 위헌성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됨을 안 날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으로, 이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헌법소원을 허용할 "정당한 사유"의 평가자료로 참작됨은 별론이로되 청구기간의 기산점 자체와는 무관한 사항일 것이며(당재판소 1993.7.29. 선고, 89헌마31 결정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청구기간의 기산점에 관한 위 주장은 그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그 제소기간 내인 1988.11.18.을 도과하여 1989.2.28.에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위 법조들의 위헌성 여부에 관한 본안문제에 나아갈 필요도 없이 부적법하여 각하하기로 하고,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3. 11. 25.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