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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2000. 8. 18. 선고 99허8714, 9496, 9502, 9519, 2000허389, 1160, 3913 판결 : 상고

[등록무효(상)][하집2000-2,663]

판시사항

[1] 등록상표 "ALFREDO VERSACE"가 인용상표 "GIANNI VERSACE"와 상표의 표장 및 지정상품이 유사하여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의 우려가 있다고 한 사례

[2] 인격권과 성명상표 사용의 자유와의 관계

[3] 2개의 상표가 유사해 보이더라도 일반적인 거래실정을 종합하여 수요자들이 상품 품질이나 출처에 관한 오인·혼동의 염려가 없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등록상표 "ALFREDO VERSACE"와 인용상표 "GIANNI VERSACE"은 '베르사체'로 호칭될 경우 서로 유사한 상표이고, 그 각 지정상품도 대부분 중복되어 서로 유사하므로 이들을 함께 사용할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한 사례.

[2] 자연인의 성명은 인간의 동일성과 그 존엄성 인식의 기초이므로 인격권 행사의 한 측면에서 보면 가능한 한 넓은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사용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나, 그것이 거래계에서 자타상품을 식별하는 표식으로서의 상표로 사용되어 재산권적인 성격을 아울러 가지는 경우에는, 상표법이 상표사용자의 업무상의 신용유지와 함께 보호하고자 하는 또 다른 법익, 즉 수요자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그 사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

[3] 비록 2개의 상표가 상표 자체의 외관·칭호·관념에서 서로 유사하여 일반적·추상적·정형적으로는 서로 유사해 보인다 하더라도 당해 상품을 둘러싼 일반적인 거래실정, 즉 시장의 성질, 고객층의 재력이나 지식 정도, 전문가인지 여부, 연령, 성별, 당해 상품의 속성과 거래방법, 거래장소, 제품의 사후관리 여부, 상표의 현존 및 사용상황, 상표의 주지 정도 및 당해 상품과의 관계, 수요자의 일상 언어생활 등을 종합적·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거래사회에서 수요자들이 구체적·개별적으로는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염려가 없을 경우에는 그러한 상표를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등에 해당하는 상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상표법이 가지는 표지법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을 유지하고, 아울러 상표 제도 운영에 필요한 법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외적 사정의 존재는 수요자 및 거래자들의 보호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한정하여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영식 외 2인)

피고

지아니 베르사체 에세.피.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방 담당변호사 최공웅 외 2인)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특허심판원이 별지 목록 1 기재 심결일자에 각 해당 심판사건에 대하여 한 심결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심결의 경위

[인정 근거] 갑 제1의 2, 갑 제2, 갑 제9의 3, 갑 제9의 5 내지 10, 12, 갑 제89의 1 내지 6, 을 제1의 1, 2, 을 제62, 65 내지 68, 을 제70, 75, 100의 각 기재 및 다툼 없는 사실

가.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인용상표들

(1) 이 사건 등록상표들

원고의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별지목록 2 기재와 같이, ① 음영처리된 직

사각형 도형 안에 영문자 "V"을 둘러싼 원을 배치하고, 그 상단에 영문자

"DESIGNED BY", 하단에 "ALFREDO VERSACE"를 표기한 " "

과 같은 상표들(이하 이와 같은 표장의 상표를 '이 사건 등록상표 A'라고 한다), ② 투구 모양을 좌측에 배치하고, 그 우측에는 필기체로 된 영문자 "Alfredo"와

인쇄체로 된 영문자 "VERSACE"을 상하단으로 표기한 " "과 같은

상표들(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 B'라고 한다)이다.

(2) 인용상표들

피고의 인용상표들은 별지목록 3 기재와 같이, ① 영문자 Versace로만 구성된 " "와 같은 상표들(이하 '인용상표 A'라고 한다), ② 영문자

"GIANNI VERSACE"가 횡으로 또는 상하로 배치되어 구성된 "GIANNI

GIANNI

VERSACE" 또는 " "와 같은 상표들(이하 '인용상표 B'라고 한다)이다.

VERSACE

나. 등록무효 심판청구 및 심결

피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들이 선출원등록된 주지저명 상표인 인용상표들과 표장 및 지정상품이 유사하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을 그 지정상품에 사용할 경우에는 그것이 피고의 상품인 것으로 출처의 오인·혼동을 야기하고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 제9호 내지 제11호 에 해당하여 그 등록이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별지목록 1 기재 각 심판사건으로 심리하여 각 해당 일자에 아래의 다.항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다.

다. 이 사건 심결 이유의 요지

(1) 이 사건 등록상표들의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에의 해당 여부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도형과 영문자 부분이 분리하여 관찰하면 거래상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영문자 부분을 도형과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고, 다시 위 문자 부분은 간이·신속을 요구하는 거래사회의 경향에 따라 식별력이 없는 부기적 부분에 지나지 않는 "DESIGNED BY"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알프레도(ALFREDO)" 또는 "베르사체(VERSACE)"만으로 약칭, 인식할 소지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만약 이 사건 등록상표가 후단의 "베르사체"만으로 약칭, 인식될 경우(실제 원고의 국내 라이센스업체 등이 이 사건 등록상표를 "베르사체"로 약칭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인용상표 A와 칭호 및 관념이 동일하고, 인용상표 B와 그 요부인 "VERSACE"의 칭호 및 관념이 동일하여, 객관적·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인용상표들은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되는 경우 그 상품의 출처에 관한 오인·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유사한 상표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의 규정에 위배되어 등록된 것이어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 등록상표들 중 (등록번호 1 생략), (등록번호 2 생략) 상표의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에의 해당 여부

인용상표들은 이 사건 등록상표가 등록되기 이전에 이태리, 미국, 대한민국 등 60여 개 국가에서 화장품, 의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받았으며, 인용상표가 부착된 상품들에 대한 선전·광고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행하여졌을 뿐만 아니라, 1995. 11. 30. 특허청 심사국에서 발행한 외국상표자료집에 인용상표들이 수록된 바 있으므로, 인용상표들은 국외는 물론 국내의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 사이에서도 특정인의 상표로 잘 알려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와 유사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이 인용상표들과 동일·유사한 지정상품에 함께 사용된다면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켜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들 중 의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상표(등록번호 1 생략), (등록번호 2 생략) 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의 규정에도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또는 제11호 에 해당하므로 상표법 제71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그 등록이 무효됨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2. 이 사건 심결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심결취소 사유

(1) 이 사건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상표법상 상표의 유사 여부는 동종의 상품에 사용되는 두 개의 상표를 놓고, 그 외관·칭호 및 관념을 객관적·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이러한 판단은 ① 등록상표의 출원시를 기준으로 하며, ② 전체적 관찰에 의하여야 하고, ③ 구체적인 거래실정이 고려되어야 하며, ④ 당해 상품에 대한 수요자의 주의력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 우선, 상표의 유사 여부의 판단은 전체적 관찰에 의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DESIGNED BY ALFREDO VERSACE" 또는 "Alfredo VERSACE"라는 영문자가 특징적인 도형과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GIANNI VERSACE" 또는 "Versace" 등의 문자로만 되어 있는 인용상표들과 현저히 다르고, 또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문자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ALFREDO VERSACE"는 디자이너인 원고의 이름을 본따서 만들어진 이른바 성명상표로서 이름 전체(full name)로서 인식되고 관념되므로, 인용상표들과는 이태리에 흔히 있는 "VERSACE"라는 성 부분만 동일할 뿐, "Alfredo", "GIANNI" 등 보다 식별력이 강한 이름 부분이 달라 확연히 구별된다.

다만, 인용상표가 오랜 기간 동안의 사용에 의하여 국내 거래계에서 저명성을 획득함으로써 "Versace" 또는 "VERSACE"로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여졌다면, 같은 문자 부분을 포함하는 이 사건 등록상표가 "베르사체"만으로 약칭될 가능성이 있어서 인용상표들과 호칭이 유사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인용상표들은 국내에 상표등록만 되어 있을 뿐 실제로 그 지정상품의 판매가 국내에서 이루어진 일이 없고, 가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 판매량이 미미하여 국내에서 현저하게 인식된 바 없어, 이 사건 등록상표가 "베르사체"만으로 약칭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와 인용상표는 유사한 상표라고 할 수 없다.

(다) 또한, 상표의 유사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거래실정을 고려하여야 하며, 수요계층 등이 달라 현실적인 오인·혼동의 우려가 없다면 비록 형식적으로는 유사하더라도 이를 유사한 상표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등록상표들이 부착된 제품은 국내 업체들이 원고로부터 상표권사용허락을 받아 제조하는 이른바 라이센스 제품으로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전국에 분포된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반하여, 인용상표들이 부착된 피고의 제품은 피고가 제조하여 국내에 직수입되는 제품들로서 위 라이센스 제품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10배 내지 20배에 달하므로 서울 강남의 직영매장과 일부 백화점의 전용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점에서, ① 제조판매 루트 ② 매장 ③ 제품의 가격 ④ 수입품 여부 ⑤ 수요자층이 크게 달라 양 상표는 동종의 제품에 함께 사용되더라도 제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킬 염려가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인용상표들은 유사한 상표라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어느 상표가 주지저명한 것인가의 여부는 ① 당해 상표의 식별력의 정도 ② 상품과 결합되어 사용된 기간 ③ 광고선전된 기간과 범위·태양 ④ 당해 상표가 사용된 지역적 범위 및 유통경로 ⑤ 당해 상표가 사용되는 거래지역 및 거래경로에 관한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인용상표들은 상표등록 후 6 내지 7년간 전혀 사용한 사실이 없으며, 1996년경에 이르러서야 인용상표 B가 부착된 의류, 핸드백, 향수 등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어 서울의 일부 백화점 전용매장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였고, 선전광고도 그 이후부터 소수의 의류전문지에 이루어진데 불과하며, 상표가 사용된 지역적 범위도 서울, 부산, 대구 등 일부 대도시에 국한될 뿐만 아니라, 인용상표가 부착된 제품은 고가의 수입품으로서 소수의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을 뿐이므로, 인용상표가 이 사건 등록상표들의 등록사정시 일반거래에 있어서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인용상표라고 하면 피고의 상표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등록상표들이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본다.

(1) 상표의 유사 여부는 동종의 상품에 사용되는 두 개의 상표를 외관·호칭·관념 등의 점에서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거래상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상표에 대하여 느끼는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할때 그 상품의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의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별되어야 하고, 문자와 문자 또는 문자와 도형의 각 구성 부분이 결합된 결합상표는 반드시 그 구성 부분 전체에 의하여 호칭·관념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 부분이 분리관찰되면 거래상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닌 한 그 구성 부분 중 일부만에 의하여 간략하게 호칭·관념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상표에서 두 개 이상의 호칭이나 관념을 생각할 수 있는 경우에 그 중 하나의 호칭, 관념이 타인의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두 상표는 유사하다고 해야 할 것이며, 성명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의 경우에도 그 이치는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9. 25. 선고 92후742 판결, 1995. 5. 12. 선고 94후1824 판결, 2000. 2. 25. 선고 98후690 판결, 2000. 4. 11. 선고 98후262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등록상표 A는 흑색의 직사각형 도형 내부의 중앙 부분에 영문자 "V"를 둘러싼 원을 배치하고, 영문자 "DESIGNED BY"과 "ALFREDO VERSACE"을 각 위 원의 상하단에 표기한 것이고, 이 사건 등록상표 B는 투구 모양을 좌측에 배치하고, 그 우측에는 필기체로 된 영문자 "Alfredo"와 인쇄체로 된 영문자 "VERSACE"를 상하단으로 표기한 것이며, 인용상표 A는 영문자 "Versace"로 구성된 문자상표이고, 인용상표 B 역시 "GIANNI VERSACE"로 구성되어 있는 문자상표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위 상표들에 포함된 영문자 "ALFREDO VERSACE" 또는 "Alfredo VERSACE"는 원고의 성명이며, "GIANNI VERSACE"은 1997년 사망한 이태리의 디자이너의 성명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보건대,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원고의 이름에 해당하는 'ALFREDO' 또는 'Alfredo'와 성에 해당하는 'VERSACE'('DESIGNED BY'은 누구에 의해서 디자인되었음을 나타내는 상용문구에 불과하여 식별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도형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용상표 B는 위 이태리 디자이너의 이름에 해당하는 'GIANNI', 성에 해당하는 'VERSACE'로 구성된 결합상표들인데, 이들 각 부분이 서로 분리관찰하면 거래상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보다 간이한 방법으로 상표를 호칭하고 기억하려는 일반 소비자들의 경향에 따라서 이들 각 상표들은 각 도형과 문자의 각 부분으로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알프레도" 또는 "베르사체"만으로, 인용상표 B는 "지아니" 또는 "베르사체"만으로 호칭되고 관념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을 제3의 3, 을 제6, 8, 79, 85, 을 제86의 1, 을 제92의 1, 2, 을 제93 내지 9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인용상표 B는 실제로도 그 지정상품의 유통에 관여하는 거래상들이나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베르사체"로 약칭되기도 한 바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갑 제10의 1, 2, 7, 8, 14호증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이 사건 등록상표가 "베르사체"만으로 호칭되고 관념되는 경우에는, 역시 "베르사체"로 약칭되는 인용상표 B 및 그 자체가 "베르사체"로 호칭되는 인용상표 A와 호칭 및 관념이 동일하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인용상표들은 객관적·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할 때 서로 유사한 상표라고 할 것이다.

(4) 한편, 이 사건 등록상표와 각 해당 인용상표들의 지정상품은 별지 목록 2, 3 기재와 같이 동일한 상품류 구분에 속할 뿐 아니라 그 품목 자체도 동일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 상표들의 지정상품은 상품 자체의 속성인 품질,형상, 용도와 판매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이 대부분 중복되는 서로 유사한 상품이라고 할 것이다.

(5) 따라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은 별지목록 3 기재 해당 인용상표들과 상표의 표장 및 지정상품이 유사하여 함께 사용할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6)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문자 부분 중 "ALFREDO VERSACE" 또는 "Alfredo VERSACE"은 원고의 성명을, 인용상표 B의 "GIANNI VERSACE"는 이태리의 디자이너의 성명을 각 본따서 만든 이른바 성명상표로서 특정인의 제품임을 표시하는 의미가 있어 전체로서 인식되고 관념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와 인용상표 B는 "VERSACE"라는 이태리에서 매우 흔한 성만을 공유할 뿐 나머지 'Alfredo', 'GIANNI' 등 보다 식별력이 강한 이름 부분이 달라 확연히 구별되며, 나아가 인용상표 B가 "베르사체"라고 약칭되어 오랜 기간 동안의 사용에 의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저명성을 획득한 바 없기 때문에 이 사건 등록상표 또한 "베르사체"만으로 약칭되고 관념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인용상표들과 유사한 상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보건대, 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의 한 방법으로서 분리관찰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국내의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이 거래상황에서 상표를 보고 받는 직관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상표가 외국 사람의 성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사정만을 가지고 바로 그 상표가 성과 이름 부분이 분리관찰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0. 4. 11. 선고 98후2627 판결 참조), 이 사건 등록상표의 영문자 "ALFREDO VERSACE"나 "Alfredo VERSACE", 인용상표의 영문자 "GIANNI VERSACE"가 각 실존인물인 원고와 사망한 이태리 디자이너의 성명을 본따서 만든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국내의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이 거래상황에서 이를 일체로서만 인식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11호증의 1의 기재와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우리 나라 국민들의 언어습관에 의하면 영문자 알파벳으로 구성된 외국인의 성명은 대부분의 성이 1음절 또는 2음절로 이루어진 한국인의 성명과는 달리 이름(이른바 first 및 middle name)보다는 성(이른바 last name 또는 surname)만으로 기억하고 약칭하는 경향이 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고, 나아가 을 제3의 3, 을 제6, 20, 21, 7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등록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유통에 관여하는 주식회사 세욱통상, 우림티앤씨 주식회사 등 국내 라이센스업체들이나 국제섬유신문 등 광고업계 종사자,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 등록상표를 일체로서 인식하기 보다는 "베르사체"라고 약칭하고 관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분리관찰 자체가 불가능하다거나, 또는 분리관찰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중 흔한 성인 "베르사체"만으로 약칭되거나 관념될 수는 없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7) 또한, 원고는 더 나아가 누구든지 인격권의 연장선 상에서 자기의 성명을 상호나 상표로서 사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유사한 인용상표가 선등록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는 한 원고가 자신의 성명을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피고의 상표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보건대, 자연인의 성명은 인간의 동일성과 그 존엄성 인식의 기초이므로 인격권 행사의 한 측면에서 보면 가능한 한 넓은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사용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나, 그것이 거래계에서 자타상품을 식별하는 표식으로서의 상표로 사용되어 재산권적인 성격을 아울러 가지는 경우에는, 상표법이 상표사용자의 업무상의 신용유지와 함께 보호하고자 하는 또 다른 법익, 즉 수요자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그 사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실존인물인 원고의 성명을 본따서 만든 성명상표라도 인용상표와 그 표장 및 지정상품이 유사하여 함께 사용될 경우 소비자에게 상품의 출처에 관한 오인·혼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러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는 한 가사 원고에게 성명상표인 이 사건 상표등록의 출원에 관하여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에 해당됨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8) 끝으로 원고는 상표의 유사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거래실정을 고려하여야 하며, 수요계층 등이 달라 현실적인 오인·혼동의 우려가 없다면 비록 형식적으로는 상표의 외관·칭호·관념 등이 유사하더라도 이를 서로 유사한 상표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등록상표가 부착된 제품은 국내 라이센스 제품으로서 일반 소비자 대중을 상대로 전국에 걸친 수 많은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반하여, 인용상표가 부착된 피고의 제품은 수입품들로서 서울 강남의 직영매장과 일부 백화점의 전용매장에서만 판매되며, 그 가격이 위 라이센스 제품과 비교할 때, 핸드백 등 피혁제품은 10 내지 20배, 의류제품은 5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수요자가 일부의 부유층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 상표가 부착된 상품은 ① 제조판매 루트, ② 매장, ③ 가격 ④ 직수입품인지 라이센스제품인지 여부, ⑤ 수요자층 등이 크게 달라 양 상표를 동종의 제품에 함께 사용하더라도 제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킬 염려가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인용상표와 유사한 상표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비록 2개의 상표가 상표 자체의 외관·칭호·관념에서 서로 유사하여 일반적·추상적·정형적으로는 서로 유사해 보인다 하더라도 당해 상품을 둘러싼 일반적인 거래실정, 즉, 시장의 성질, 고객층의 재력이나 지식 정도, 전문가인지 여부, 연령, 성별, 당해 상품의 속성과 거래방법, 거래장소, 제품의 사후관리 여부, 상표의 현존 및 사용상황, 상표의 주지 정도 및 당해 상품과의 관계, 수요자의 일상 언어생활 등을 종합적·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거래사회에서 수요자들이 구체적·개별적으로는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염려가 없을 경우에는 그러한 상표를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등에 해당하는 상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1996. 7. 30. 선고 95후1821 판결), 상표법이 가지는 표지법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을 유지하고, 아울러 상표 제도 운영에 필요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외적 사정의 존재는 수요자 및 거래자들의 보호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한정하여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갑 제12호증의 1, 2, 을 제58호증의 각 일부 기재와 증인 소외 3, 소외 1, 소외 2의 각 일부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등록상표가 부착된 제품들은 원고와의 라이센스계약에 의하여 국내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으로서 전국의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비하여, 인용상표들이 부착된 피고의 제품들은 피고가 직접 제조한 제품으로서 1995.경부터 국내에 직수입되어 1997.경에는 서울 강남의 청담동과 신사동의 직영매장, 서울의 갤러리아백화점, 대구의 대백백화점, 부산의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7개 백화점의 전용매장에서 판매되는 등 양 상표가 부착된 제품의 제조판매 루트 및 매장의 운영방식이 다르며, 1999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사건 등록상표가 부착된 남성용 지갑이 15,000원에서 20,000원, 티셔츠가 25,000원에서 126,000원 정도의 가격에 팔리는데 반하여, 인용상표가 부착된 남성용 지갑은 110,000원, 티셔츠는 200,000원 전후의 가격대에 팔리는 등 제품의 종류에 따라서는 판매가격대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위 갑 제12호증의 1, 2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으나, 기타의 의류 제품 등 이 사건 등록상표의 모든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양 상표가 부착된 제품 사이에 현저한 가격 차이가 난다는 점에 관하여는 앞서 믿지 아니한 갑 제12호증의 1, 2의 각 일부 기재 이외에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12호증의 3, 을 제5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서울 신사동 등에 위치한 피고 제품의 직영매장에서는 1997. 6.부터 1999. 10.까지 사이에 약 70여 종류의 의류 등 제품을 피고로부터 수입하여 판매한 바 있는데, 그 중에는 판매가격이 100,000원 전후로서 국내의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여 가격의 편차가 크지 않은 청바지, 조끼, 내의세트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스킨로션, 에센스, 파우더 등 화장품은 양 상표가 부착된 제품 사이에 판매가격의 차이가 극히 미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등록상표가 부착된 제품과 인용상표가 부착된 제품간에 제조판매 루트 및 매장의 운영방식이 상이하고, 제품에 따라서는 판매가격대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의류 제품 등이 그 품목과 가격에 있어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로 인하여 수요자층이 확연히 구분된다거나, 거래사회에서 이들 수요자들이 양 상표의 표장과 지정상품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염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7조 제1항 제11호 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1호 의 규정에 의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심결은 정당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욱서(재판장) 유영일 유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