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인정된죄명:뇌물수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이순옥(기소), 박문수(공판)
변호사 엄윤상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1억 8,000만 원을 무이자, 무담보로 차용하여 위 돈에 대한 금융이익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은 맞으나, 공소외 1의 채권회수로 인한 주민들의 토지구획정리조합의 조합장인 피고인에 대한 원성 및 피고인의 딸이 (주소 1 생략)에 있는 ○○여고로 배정을 받아 이사하기 위해 피고인 소유의 △△△△과 □□□□□ 아파트를 매물로 내어 놓아 이것이 팔리면 이사할 계획이어서 굳이 공소외 1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필요성이 없었는데,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을 팔지 말고 그곳에 빌라를 짓자’고 제의하며 그 대신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하여 위 돈을 차용하게 된 것으로, 피고인이 얻은 위 돈에 대한 금융이익 상당의 이익은 조합장 직무와 관련 없다.
또한 원심이 위 1억 8,000만 원에 대한 금융이익 상당의 이익만을 뇌물로 인정하되 그 가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법 제134조 에 따른 추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위 1억 8,000만 원의 차용금을 형법 제48조 제1항 제2호 , 제2항 에 따라 추징한 것은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수수한 1억 8,000만 원은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 없이 받은 것이고 공소외 1 또한 반환받을 의사 없이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제공하게 된 것으로 차용금이 아닌 뇌물이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 1억 8,000만 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1억 8,000만 원이 뇌물인지 여부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돈을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수뢰자가 그 돈을 실제로 빌린 것인지 여부는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수수한 동기, 전달 경위 및 방법, 수뢰자와 증뢰자 사이의 관계, 양자의 직책이나 직업 및 경력, 수뢰자의 차용 필요성 및 증뢰자 외의 자로부터의 차용 가능성, 차용금의 액수 및 용처, 증뢰자의 경제적 상황 및 증뢰와 관련된 경제적 예상이익의 규모, 담보 제공 여부, 변제기 및 이자 약정 여부, 수뢰자의 원리금 변제 여부, 채무불이행시 증뢰자의 독촉 및 강제집행의 가능성 등 증거에 의하여 나타나는 객관적인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2524 판결 , 2001. 11. 27. 선고 2001도4392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1억 8,0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을 빌리거나 빌려 줄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지 아니하였던 점, 공소외 1은 위 돈을 빌려주면서도 차용증을 받지 아니하였고 이자나 변제기조차도 정하지 않았던 점, 공소외 1이 위 돈의 변제를 독촉한 바 없고 공소외 1이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위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진술한 적이 있는 점, 피고인은 위 돈 중 1억 2,700만 원만 아파트구입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5,300만 원을 공소외 1에게 반환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돈의 일부도 변제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돈을 차용금이 아닌 뇌물로 수수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기는 하나, 이 사건과 같이 차용의 형식으로 주고받은 돈을 뇌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수자가 그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한 돈을 공여자에게 변제할 의사가 없고 공여자도 이를 반환받을 생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위 증거들, 특히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각 진술에 나타난 위 돈의 수수 동기, 지급 경위와 방법, 사용처 및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아도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위 돈을 변제할 의사가 없고 공소외 1도 이를 반환받을 생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위 수수된 1억 8,000만 원을 뇌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고 이에 부합하는 공소외 1의 일부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1억 8,000만 원에 대한 금융이익 상당이 피고인의 조합장 직무와 관련 있는지 여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또는 사정들, 즉 피고인은 2010. 6. 30. ◇◇지구 토지구획정리조합(이하 ‘조합’이라고만 한다)의 조합장으로 취임하여 조합사무 전반을 총괄해 오면서 피고인과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조합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회수에 협조하였던 점,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조합업무를 하느라 ◇◇지구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받게 되고 아이들마저 따돌림을 받고 있고 있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을 구할 돈이 없으니 1억 8,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였던 점, 공소외 1은 공사대금채권의 회수를 위해서는 조합장인 피고인의 협조가 필요하여 피고인이 요구하는 위 돈을 이자나 변제기를 정함이 없이 빌려 준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형편이 어려워 이자를 아낄 생각으로 위 돈을 공소외 1로부터 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6회(참고인신문 2회, 피의자신문 4회)에 걸친 조사를 받을 때까지도 피고인 소유의 △△△△과 □□□□□ 아파트를 매물로 내어 놓아 이것이 팔리면 이사할 계획이어서 굳이 공소외 1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필요성이 없었는데,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을 팔지 말고 그곳에 빌라를 짓자’고 제의하며 그 대신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하여 위 돈을 차용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6번째 조사과정에서 공소외 1이 △△△△을 팔아서 변제하겠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위 빌라 설계도면을 제출하자 7번째 조사받을 때 위 설계도면을 언급하면서 위와 같이 주장을 하기 시작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위 1억 8,000만 원을 무상으로 차용함으로써 얻은 금융이익 상당은 피고인의 조합장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한 뇌물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검사의 양형부당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의 여러 양형조건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에게 동종 및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은 원래 공무원이 아니라 법령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된 점,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조합장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이에 편승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토지조합의 조합장으로서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조합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불편부당함이 없도록 성실하게 그 업무에 임하여야 함에도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그의 조합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회수에 적극 협조하는 것으로 조합을 운영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1에게 요구하여 1억 8,0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을 이자와 변제기를 정함이 없이 빌려 그 금융이익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것이어서, 그 죄질 및 범정이 중한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그 잘못을 반성하지 않음은 물론 위 돈의 일부도 변제하지 않으면서 그 금융이익 상당의 부당한 이익을 계속하여 누리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전후의 사정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피고인의 추징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수뢰의 목적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의한 금융이익이어서 그 금융이익이 뇌물이 되는 경우 소비대차의 목적인 금원 그 자체는 뇌물이 아니므로 대여로 받은 그 금원 자체는 형법 제134조 에 의하여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없고 이는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으로서 피고인 이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48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여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고( 대법원 1976. 9. 28. 선고 75도3607 판결 참조),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에 의한 몰수 또는 추징은 임의적인 것이므로 그 몰수 또는 추징의 요건에 해당하는 물건 등이라도 이를 몰수 또는 추징할 것인지의 여부는 일응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할 것이나, 형법 일반에 적용되는 비례의 원칙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도817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이 2011. 2. 25.경 공소외 1로부터 위 1억 8,000만 원을 이자나 변제기를 정함이 없이 차용하여 변제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차용하였을 경우 부담하게 될 대출이율을 알 수 없는 점, 피고인이 상인이 아닌 점, 위 2011. 2. 25.부터 원심 판결 선고일인 2012. 11. 6.까지 위 돈에 대하여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하면 1,579만 원 상당(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4. 1. 16.까지 계산하면 2,600만 원 상당)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빌린 1억 8,000만 원 전부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2호 , 제2항 을 적용하여 추징한 것은 균형성 등을 결여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한편, 위 1억 8,000만 원 차용 당시 이자와 변제기를 따로 정한 바 없어 그 금융이익의 수액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형법 제134조 에 의한 추징도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추징을 하지 아니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129조 제1항 , 도시개발법 제84조 (징역형 선택)
1. 공소사실의 요지[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피고인은 2011. 2. 초순경 원심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에게 ‘조합업무를 하느라 ◇◇지구 주민들로부터 내 아이들이 따돌림을 받고 있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을 구할 돈이 없으니 1억 8,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여 위 요구를 승낙한 공소외 1로부터 2011. 2. 25.경 아파트 구입 대금 명목으로 1억 8,000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농협 계좌(계좌번호 생략)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토지구획정리조합 조합장의 직무에 관하여 위 1억 8,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2. 판단
위 ‘2.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 1억 8,000만 원이 뇌물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 있는 금융이익 수수로 인한 뇌물수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