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1999.3.1.(77),330]
[1]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및 그 위법성 조각 여부의 판단 기준
[2] 담당 검사가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보강수사를 하지 않은 채 참고인 측의 불확실한 진술만을 근거로 마치 피의자의 범행이 확정된 듯한 표현을 사용하여 기자들에게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신문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보도를 한 경우, 그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4] 신문보도가 "…혐의를 받고 있다."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또 피의자가 그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보도 내용이 피의자의 범행사실을 단정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고 그 피의사실이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는 이상 그 신문보도가 진실이라는 입증은 없다고 본 사례
[5] 신문보도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허용 한계
[6] 언론기관이 수사가 진행중인 피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취해야 할 주의의무의 내용 및 그 한계
[7] 신문기자가 담당 검사로부터 취재한 피의사실을 그 진위 여부에 관한 별도의 조사 및 확인 없이 보도했으나 위 기사가 검사가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행한 발표 및 배포 자료를 기초로 객관적으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그 기사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여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사례
[8] 일간신문사의 기자가 타 신문사의 기사 내용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사본만을 열람하고 별도의 취재 없이 마치 자신의 직접 취재에 의하여 피의자의 범행이 확인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경우,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1]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2] 담당 검사가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보강수사를 하지 않은 채 참고인들의 불확실한 진술만을 근거로 피의자의 범행동기나 그가 유출한 회사기밀의 내용 및 경쟁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향후 수사확대 방향 등에 관하여 상세히 언급함으로써 마치 피의자의 범행이 확정된 듯한 표현을 사용하여 각 언론사의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에 의한 보도를 전제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신문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보도를 한 경우, 그 보도 내용이 진실인가의 여부는 기사 본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제목과 본문의 크기 및 배치, 본문의 길이 등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일반 독자들이 보통의 주의와 관심을 가지고 통상 기사를 읽는 방법에 의하여 기사로부터 받을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신문 기사의 제목이 본문에 비하여 활자의 크기나 지면 면적이 훨씬 크고 피의자의 범행을 단정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본문의 내용 또한 피의자의 범행동기와 그가 누설한 회사기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고 피의자의 범행이 진실임을 전제로 수사당국이 수사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것처럼 검찰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경우, 그 보도가 "…혐의를 받고 있다."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또 피의자가 그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회사기밀을 누설한 것이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는 이상 그 신문보도가 진실이라는 입증은 없다고 본 사례.
[5] 신문보도에 의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라고 할지라도 그로 인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라는 또다른 법익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과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의 조각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면 아니되고, 이러한 이익을 비교형량함에 있어서는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보도 내용의 공공성, 보도 매체의 성격과 보도 내용이 신속한 보도를 요하는 것인가의 여부, 보도의 근거가 된 정보원(정보원)의 신빙성, 보도 내용의 진실성과 공정성 및 그 표현 방법, 보도로 인하여 피해자 등이 입게 될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6] 보도 내용이 수사가 진행중인 피의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피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신문 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으로 인하여 사후 정정보도나 반박보도 등의 조치에 의한 피해구제만으로는 사실상 충분한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도 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도 피의자나 피해자 또는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피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언론기관으로서는 보도에 앞서 피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되며, 특히 공적인물이 아닌 사인(사인)의 경우 가급적 익명을 사용하는 등 피의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보도기관은 수사기관과는 달리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신속한 보도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그 조사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
[7] 신문기자가 담당 검사로부터 취재한 피의사실을 그 진위 여부에 관한 별도의 조사 및 확인 없이 보도했으나 위 기사가 검사가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행한 발표 및 배포 자료를 기초로 객관적으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그 기사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여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사례.
[8] 일간신문사 기자가 타 신문사의 기사 내용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사본만을 열람한 것만으로는 위 기자가 기사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취재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더욱이 피의자가 범행혐의를 받고 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직접 취재에 의하여 그 범행이 확인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경우, 일간신문에 있어서의 보도의 신속성이란 공익적인 요소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기사를 게재한 것이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헌법 제27조 제4항 , 형법 제126조 , 제307조 , 제310조 , 형사소송법 제198조 [2]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형법 제307조 , 제310조 [3]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형법 제307조 , 제310조 [4]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형법 제307조 , 제310조 [5]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헌법 제21조 제4항 , 형법 제307조, 제310조 [6]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형법 제307조 , 제310조 [7]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형법 제307조 , 제310조 [8]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형법 제307조 , 제310조
[1]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18389 판결(공1994상, 194) 대법원 1996. 8. 20. 선고 94다29928 판결(공1996하, 2776)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공1998하, 1712)
[5]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공1988, 1392)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17257 판결(공1998하, 2108) [7]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공1998상, 865) [8] 대법원 1996. 5. 28. 선고 94다33828 판결(공1996하, 1973)원고
대한민국 외 1인
피고 2 신문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광률)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대한민국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1점,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1 주식회사(이하 소외 1 주식회사라 한다) 대표이사인 소외 2는 1991. 1. 11. 서울지방검찰청에 소외 1 회사 상품기획부 차장인 원고와 재무관리부 과장인 소외 3이 소외 1 회사의 사업계획서 등 기밀서류를 복사하여 소외 주식회사 동양마트 대표이사인 소외 채규칠과 소외 주식회사 유공 영업개발 2과장인 소외 유승엽에게 건네주는 등 회사기밀을 누설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와 위 소외 3을 고소한 사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소외 4는 그 무렵 위 소외 2와 이러한 사실을 제보한 소외 1 회사 물류과장인 소외 조항민을 소환하여 조사한 다음, 같은 달 22. 원고와 위 소외 3을 소환하여 신문하고, 같은 날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원고를 구속하기에 이른 사실, 검사 소외 4는 같은 날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실 검사실에서 피고 2 신문사(이하 피고 조선일보사라 한다) 사회부 소속 기자인 소외 5 등 기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원고와 위 소외 3에 대한 피의사실을 요약·정리한 수사자료를 배포하면서, 위 소외 2 등 이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원고 등이 경쟁업체에 스카우트되기 위하여 소외 1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하였음이 밝혀졌다는 내용의 수사 경위와 앞으로의 수사 방침에 대하여 발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소외 4가 위와 같이 직무상 알게 된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그 피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제3점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수사결과 발표 당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위 소외 2는 원고가 회사기밀을 유출한 현장에 동행하였다는 위 조항민으로부터 원고 등의 범행을 전해 들었을 뿐 범행을 직접 목격하지는 아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었고, 위 조항민은 원고가 소외 1 회사의 조직개요, 마케팅 전략 등이 수록된 약 20페이지 분량의 복사된 책자를 넘겨주고, 회사경영방법, 91월별판매촉진계획 등에 관한 기밀서류를 보여주면서 구두로 회사기밀을 알려 주었다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그 서류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아가 그것이 회사의 기밀사항에 속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다만 원고가 위 서류를 건네주면서 "이것이 소외 1회사의 마케팅 기본전략이다."라고 말하여 그 서류가 회사기밀서류인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었을 뿐이며, 위 소외 3은 원고가 2페이지 분량의 서류를 넘겨주었으나 그 내용은 알지 못하고 그 외에 ' 소외 1 회사의 조직 내용'에 관한 파일 1권과 시험지 몇 장을 보여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반면, 원고는 위 채규칠 등을 만난 사실만 인정하였을 뿐 그들에게 회사 기밀사항을 누설한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었던 사실, 원고는 업무상 알게 된 소외 1 회사의 영업기밀을 유출하여 위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회사기밀문건을 복사하여 절취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죄 및 절도죄로 기소되었는데 위 공소사실 중 업무상배임 부분에 대하여는 공소가 취소되고 절도 부분에 대하여는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쳐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위 수사결과 발표 당시 고소인 등의 진술 내용이나 범행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원고가 소외 1 회사의 기밀사항을 누설한 혐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원고에 대한 혐의는 위 조항민 등 고소인 측의 진술에 근거한 것으로 그 진술만으로는 원고가 어떠한 서류를 넘겨주고 어떠한 내용을 누설하였는지, 또 그가 넘겨준 서류나 누설한 내용이 과연 회사기밀에 해당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할 것이고 이러한 가운데 원고는 피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었으므로 검사로서는 피의사실을 공표하기에 앞서 적어도 원고로부터 서류나 기밀을 넘겨받은 상대방인 위 채규칠과 유승엽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하여 조사하는 등 보강수사를 통하여 이러한 사항을 명백히 밝혀 보았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이러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피의사실을 공표한 이상 그 당시 피의사실의 진실성을 담보할 만한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고는 할 수 없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이 사건 피의사실을 공표함에 있어 수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당시까지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만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참고인들의 불확실한 진술을 근거로 성급히 원고의 범행 동기나 그가 유출한 회사기밀의 내용, 경쟁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향후 수사확대방향 등에 관하여 상세히 언급함으로써 마치 원고의 범행이 확정된 듯한 표현을 사용한 점, 검사는 각 언론사의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에 의한 보도를 전제로 이 사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고 언론매체를 통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이 공표될 경우 피해자인 원고는 물론 그의 가족 등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가할 우려가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피의사실이 당시로서는 일반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른바 산업 스파이에 관한 것이어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사항이었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릴 현실적 필요성도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발표 당시 피의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어느 정도의 증거는 확보되어 있었던 면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피의사실 공표에 있어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 2 신문사 사회부 기자인 위 소외 5는 1991. 1. 22. 서울형사지방법원 영장계에서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 사본을 열람하여 원고에 대한 혐의사실을 지득하고, 이어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사담당검사를 찾아가 수사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방법으로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을 취재한 다음, 이를 기초로 같은 달 23. 피고 2 신문사 일간신문제23면에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이라는 세로 6단 크기의 제목과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등 알려'라는 중간 제목 및 '코리아 세븐 30대 차장'이라는 소제목 하에 원심판결 첨부 별지 2 기재와 같이 세로 4단 크기로 기사를 작성·게재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1) 신문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보도를 한 경우, 그 보도 내용이 진실인가의 여부는 기사 본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제목과 본문의 크기 및 배치, 본문의 길이 등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일반 독자들이 보통의 주의와 관심을 가지고 통상 기사를 읽는 방법에 의하여 기사로부터 받을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앞서 본 피고 2 신문사 일간신문 기사는 그 제목이 본문에 비하여 활자의 크기나 지면 면적에 있어 훨씬 크고, '회사기밀 유출 간부 구속', '경쟁사에 자사 유통조직 등 알려'라고 되어 있어 원고의 범행을 단정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사의 제목과 아울러 본문의 내용 또한 원고의 범행 동기와 그가 누설한 회사기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고, 원고의 범행이 진실임을 전제로 수사당국이 수사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것처럼 '유공 등 관계자에 대해서도 사전공모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검찰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제목의 크기나 표현된 문구에 비추어 대부분의 일반 독자들로서는 먼저 기사 제목에 의하여 원고의 범행사실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은 다음 본문은 대충 읽어 넘어가기 쉽고,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더라도 원고의 범행 동기와 그가 누설한 기밀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원고가 단순히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보다는 경쟁업체에 스카우트되기 위하여 회사기밀을 누설하였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그 보도가 '…혐의를 받고 있다.'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또 원고가 그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회사기밀을 누설한 것이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는 이상 그 신문 보도가 진실이라는 입증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가 위 기사 본문 내용과 같이 범죄 혐의를 받아 구속된 것 자체가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 2 신문사의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판단한 것은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2) 신문보도에 의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라고 할지라도 그로 인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라는 또다른 법익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과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의 조각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면 아니되고, 이러한 이익을 비교형량함에 있어서는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보도 내용의 공공성, 보도 매체의 성격과 보도 내용이 신속한 보도를 요하는 것인가의 여부, 보도의 근거가 된 정보원(정보원)의 신빙성, 보도 내용의 진실성과 공정성 및 그 표현 방법, 보도로 인하여 피해자 등이 입게 될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보도 내용이 수사가 진행중인 피의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피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신문 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으로 인하여 사후 정정보도나 반박보도 등의 조치에 의한 피해구제만으로는 사실상 충분한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도 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도 피의자나 피해자 또는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피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언론기관으로서는 보도에 앞서 피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되며, 특히 공적인물이 아닌 사인(사인)의 경우 가급적 익명을 사용하는 등 피의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보도기관은 수사기관과는 달리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신속한 보도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그 조사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5는 1991. 1. 22.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사본을 열람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을 알게 되자, 검사 소외 4에게 취재를 요청하여 다른 기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원고와 위 소외 3에 대한 피의사실이 요약·정리된 자료를 배포받고 검사가 발표하는 수사 경위를 들은 다음, 이러한 취재자료에 기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하였다는 것인바,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이 그다지 신속성을 요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지라도, 위 기사의 취재원이 이 사건 수사를 직접 담당한 검사인데다 사적인 정보가 아니라 소정의 절차에 의한 발표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 신뢰도가 높고, 더욱이 사건 당사자인 원고는 구속되어 있어 원고에 대한 직접 취재를 통하여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아니하였던 점, 위 기사는 그 제목 등에 있어 원고의 범행을 단정하는 듯한 표현이 사용되어 있으나 본문과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보면 위 검사로부터 취재한 사건 경위와 수사의 방향 및 그로부터 배포받은 수사자료를 기초로 취재 내용이 객관적으로 작성되어 있는 점, 검사로부터 취재한 피의사실을 기사화하는 경우 별도의 취재를 하지 아니하고 보도를 하더라도 그것이 종래의 취재 관행에 반하지 아니한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 2 신문사가 검사의 발표에 기하여 원고에 대한 피의사실에 관한 기사를 그대로 작성·게재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위 여부에 관하여 별도로 조사·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2 신문사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조치는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앞에서 본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논지는 이유 없는 것으로 돌아간다.
3. 피고 3 신문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90. 12. 18. 위 채규칠에게 미국 사우스랜드사로부터 받은 '마케팅 블레틴' 1988년 11월호를 건네주고, 같은 달 21. 위 유승엽에게 경영학 영문서적인 '마케팅'에서 복사한 서류 4장을 건네준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원고가 위 채규칠이나 유승엽에게 소외 1 회사의 상품판매계획, 홍보계획, 월별상품판매촉진계획서 등의 기밀서류를 넘겨주거나 또는 구두로 영업비밀을 누설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를 배척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증거판단을 한 다음, 원고가 위 채규칠에게 건네준 위 '마케팅 블레틴'은 위 사우스랜드사가 불특정 다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배포하는 판촉용 내지는 홍보용 책자로서 소외 1 회사의 영업에 관한 기밀서류라고 할 수가 없고, 위 유승엽에게 건네준 서류 역시 영업에 관한 기밀서류라고 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피고 3 신문사의 일간신문의 기사 내용 중 원고가 소외 1 회사의 기밀서류나 영업비밀을 다른 기업에 유출하였다는 부분은 기사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 3 신문사사 사회부 소속 기자인 소외 6는 1991. 1. 23. 피고 2 신문사의 일간신문에 게재된 앞서의 기사를 읽고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 사본을 열람한 다음 같은 날짜 피고 3 신문사의 일간신문에 원심판결 첨부 별지 3, 4기재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하였고, 그 이외에는 별도의 취재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 각 기사의 근거가 된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의 기재나 피고 2 신문사의 일간신문의 기사를 열람한 것만으로는 위 소외 6이 기사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취재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더욱이 기사 내용도 원고가 소외 1 회사의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직접 취재에 의하여 원고의 범행이 확인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사를 게재하였으므로, 일간신문에 있어서의 보도의 신속성이란 공익적인 요소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기사를 게재한 것이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당원 1996. 5. 28. 선고 94다33828 판결 참조).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의 나이, 학력, 직업, 가족관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이 사건 보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금 15,000,000원으로 산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자료 산정 기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