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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49692 판결
[손해배상(기)][공2002.11.15.(166),2509]
판시사항

[1]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유력증거로 취득한 해당 피의자들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더라도 그 취득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구체적 위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그것만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및 그 위법성 조각 여부의 판단 기준

[3]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유력증거로 취득한 해당 피의자들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더라도 그 임의성이 본질적으로 자발성을 의미함에 비추어 보면 그 취득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구체적 위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그것만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 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 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3]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원고 1 외 14인

원고,상고인

원고 16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정재성)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16, 원고 1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나머지 원고들'이라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부산지방경찰청과 안기부 부산지부(이하 '부산지방경찰청 등'이라 한다)가 1996. 6. 이후부터 약 1년 이상의 내사과정에 기껏 확인하였던 사실로는 원고 10이 대학재학시 일시 학생운동을 한 적이 있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재학중인 후배들을 만나고, 원고 10이 근무하는 일본어학원에서 1997. 3. 일본 오사카로 팩스를 보낸 사실이 있는데 그 상대방이 조총련 관련인물인 점 등을 가지고 원고 10이 조총련의 지시를 받아 학생운동을 배후 조정한 것으로 단정짓고 원고 1, 같은 원고 4, 같은 원고 10, 같은 원고 13, 같은 원고 7(이하 '원고 1 등 5명'이라 한다)에 대한 간첩혐의부분의 수사를 개시하였던바, 그 후 위 간첩혐의부분이 위 원고 1 등 5명의 임의성 없는 자백을 주요 증거로 한 것이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에 비추어 보면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애초에 수사개시 후 강압에 의한 자백을 받아 사건의 전모를 밝히겠다는 의도로 위 원고 1 등 5명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수사는 그 개시 자체가 위법하다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뿐더러 형사소송법 제195조 가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수사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에 의하여 얼마든지 개시할 수 있으나 다만,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정도의 제한만을 받는다 할 것인데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원고 1 등 5명에 대한 간첩부분수사는 판시와 같이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었고 그에 관하여 1심의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이상 그 개시 자체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반대되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수사개시 후 검찰송치시까지 조사과정에서 원고 1 등 5명으로부터 간첩혐의부분에 대한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원고 1에게는 뺨을 때리거나 자백하지 않으면 약혼녀나 주변사람을 구속시키겠다고 하는 등 폭행, 협박 등을, 원고 4에게는 눈위를 볼펜심으로 찌르고 허벅지를 구둣발로 차거나 공무원인 동생의 앞길에 좋을 것이 없다는 등의 폭행, 협박 등을, 원고 10에게는 뺨을 때리거나 막대기로 무릎 위를 때리는 등 폭행, 협박 등을, 원고 13에게는 구타하거나 가족들까지 조사하여 모두 잡아넣겠다고 하는 등의 폭행, 협박 등을, 원고 7에게는 의자로 내리치고 집행유예중인 사실을 지적하며 자백하면 공소보류로 처리해 줄 수 있다고 하는 등의 폭행과 회유 등을 각 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원고 1 등 5명에 대하여 폭행, 협박 및 부당한 회유 등을 하여 간첩혐의부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었는바, 이는 형사소송법 제309조 에 위반되는 위법한 수사라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판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미흡하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다만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원고 1 등 5명을 간첩혐의부분과 관련하여 조사함에 있어서 그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었으나 그것이 임의성(임의성) 없는 자백이었음이 판결에 의하여 드러났을 뿐이고,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유력증거로 취득한 해당 피의자들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더라도 위 임의성이 본질적으로 자발성을 의미함에 비추어 보면 그 취득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구체적 위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그것만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므로 나머지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수사개시에 있어서의 혐의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 16, 원고 17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원고 13을 중심으로 한 원고 1 등 5명에 대한 간첩혐의부분의 조사를 하였으나 그들의 자백 외에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아니하자 방증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원고 13의 언니들로서 이미 결혼분가를 한 원고 16, 원고 17의 가택, 가게 등을 압수·수색하기로 하고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인데, 원고 16, 원고 17은 이미 결혼하여 분가함으로써 원고 13과는 독립하여 생활하고 있으나 모두 부산광역시 내에서 생활하고 있고 같은 여자 형제들로서 평소 소식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인 점에 비추어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위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압수·수색이 위법함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 16, 원고 17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압수·수색의 필요성 및 그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 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 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 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10215, 10222 판결 참조).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원고 1 등 5명의 간첩혐의사실을 검찰송치를 전후하여 언론기관에 유출시켜 보도되게 함으로써 위 형법 제126조 를 위반하였다 할 것이고, 그 후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원고 1 등 5명의 간첩혐의사실이 진실하지 않다고 판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 1 등 5명의 명예가 심히 훼손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그들의 부모들인 해당 원고들도 적지 아니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그 산하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저지른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나머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원고 1 등 5명에 대한 간첩혐의사실의 수사결과발표는 발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발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방법, 발표로 인한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어느 모로 보나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피의사실 공표행위 또는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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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1.6.21.선고 2000나12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