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제91호)]
가.타소장치의 허가를 받고 물품반입신고를 하였으나 수입신고 없이 물품을 반출한 경우 당해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나.타소장치의 허가를 받고 물품반입신고를 하였으나 수입신고 없이 물품을 반출한 경우 당해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지 여부(적극)
가.타소장치의 허가를 받고 수입물품을 반입하기 위해서는 적하목록, 수량 및 가격 등 제반사항을 신고하여야 하므로, 관세당국은 타소장치 허가를 받은 곳에 반입된 물품을 파악할 수 있고, 물품이 신고없이 반출된다고 하더라도 관세의 징수를 확보할 수 있다.
관세법의 입법목적은 타소장치 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을 무신고수입한 행위자의 책임에 따라서 법관의 개별적·구체적인 양형에 따라 임의적인 몰수·추징을 함으로써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구 관세법 제198조 제2항 및 제3항 중 제179조 제2항 제1호 가운데 제67조 제1항의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이 아닌 장소에 장치한 물품을 제137조 제3항, 제1항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에 관하여 적용되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타소장치 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에 대한 수입신고를 단순히 업무상 착오나 과실로 해태하고 반출한 경우와 같이 행위자의 책임이 무겁지 않은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해당 물품 전부를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나.다양한 범죄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를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타소장치 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을 무신고수입한 행위자의 책임이 무겁지 않아 경한 벌금형을 주형으로 선고할 경우에 있어서까지도 필요적으로 당해 물품을 몰수·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행위의 불법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도 법관은 주형에 비하여 과도하게 높은 부가형을 선고하거나, 이를 피하기 위해서 주형마저도 선고를 유예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여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게 하므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가. 수입신고의 수리는 물품의 수입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세관장의 행위로 외국물품을 내국물품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중대한 의미가 있으므로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행위는 단순한 행정절차 상의 신고의무의 해태 또는 지연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국가의 통상정책 및 경제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세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회피한 무신고수입행위에 대하여 일반예방적인 효과 및 징벌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엄하게 처벌하고 물품을 몰수·추징할 필요성이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관세범은 본래 재정범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타소장치 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의 무신고수입이 다른 경로를 통한 무신고수입에 비하여 그 행위책임이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행정청 또는 사법기관이 사후적으로 범죄를 용이하게 적발할 수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책임의 경중과 무관하며, 타소장치 허가를 받은 물품을 무신고수입하는 행위는 보세구역에 반입된 물품을 무신고수입하는 행위에 비하여 책임이 더 무겁고 더욱 엄하게 징벌할 필요가 있다.
나.관세법 상의 몰수·추징은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징벌적인 성격을 가지며,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의 비례관계는 주형과 부가형을 통산하여 인정되는 것이어서 주형의 구체적인 양형과정에서 필요적 몰수·추징의 부가형을 참작하여 구체적 형평성을 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형인 벌금형에 비하여 많은 몰수·추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과도한 형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구 관세법(1998. 12. 28. 법률 제5583호로 개정되고, 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98조 제2항 및 제3항 중 제179조 제2항 제1호 가운데 제67조 제1항의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이 아닌 장소에 장치한 물품을 제137조 제3항, 제1항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에 관하여 적용되는 부분
가. 헌재 1995. 2. 23. 93헌가1 , 판례집 7-1, 130, 138
헌재 2000. 6. 1. 99헌가11 등, 판례집 12-1, 575, 585
청 구 인 김○훈
대리인 변호사 황도수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2000고단8845 관세법위반
구 관세법(1998. 12. 28. 법률 5583호로 개정되고, 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98조 제2항 및 제3항 중 제179조 제2항 제1호 가운데 제67조 제1항의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이 아닌 장소에 장치한 물품을 제137조 제3항, 제1항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에 관하여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주식회사 ○○의 실질적 대표로, 2000. 6. 10.경부터 같은 해 8. 12.경까지 총 12회에 걸쳐서 수원세관장으로부터 타소장치허가를 받아 보관 중이던 물품을 거래업체에 납품하는 방법으로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수입하였다는 이유로 관세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신고를 하지 않고 수입한 물품을
(2)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추징하도록 규정한 구 관세법 제198조 제2항, 제3항(1998. 12. 28. 법률 제5583호로 개정되고, 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관세법’이라 한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1. 6. 12. 당해사건의 법원은 위 신청을 기각하고,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청구인으로부터 금21,669,660원을 추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청구인은 2001. 11. 6. 위 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송달받았고, 같은 달 9.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구 관세법 제198조 제2항, 제3항 전부에 대한 위헌판단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당해사건은 청구인이 구 관세법 제179조 제2항 제1호, 제137조 제1항에 따라 기소되고 구 관세법 제137조 제3항, 제67조 제1항에 따라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보세구역이 아닌 곳에 장치한 수입물품을 수입신고없이 반출한 사안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부분도 그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관세법(1998. 12. 28. 법률 5583호로 개정되고, 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98조 제2항 및 제3항 중 제179조 제2항 제1호 가운데 제67조 제1항의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이 아닌 장소에 장치한 물품을 제137조 제3항, 제1항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에 관하여 적용되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며, 그 규정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관세법 제198조(몰수·추징) ② 제179조 제2항 및 제3항 또는 제186조 제1항 제1호의 경우에는 범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그 물품을 몰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몰수할 물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몰수할 수 없는 물품의 범칙 당시의 국내도매가격에 상당한 금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한다.
제179조(밀수출입죄)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제137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138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 다만, 제143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반출신고를 한 자를 제외한다.
제137조(수출·수입 또는 반송의 신고) ① 물품을 수출·수입(수출자유지역에의 반입을 포함한다) 또는
반송하고자 할 때에는 당해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②항 생략)
③ 수입 또는 반송을 하고자 하는 물품을 지정장치장 또는 보세장치장에 반입하거나 제67조 제1항의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이 아닌 장소에 장치한 자는 그 반입일 또는 허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여야 한다.
제67조(타소장치의 허가) ① 제66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물품을 보세구역 아닌 장소에 장치하고자 하는 자는 세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세관장은 외국물품에 대하여 제1항의 허가를 하고자 할 때에는 그 물품의 관세에 상당하는 담보의 제공 및 필요한 시설의 설치 등을 명할 수 있다.
제66조(물품의 장치) ① 외국물품과 제135조의 규정에 의한 내국운송승인을 받고자 하는 내국물품은 보세구역 아닌 장소에 장치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
2.거대중량 기타의 사유로 보세구역에 장치하기 곤란하거나 부적당한 물품
②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에 해당되는 물품에 대하여는 제68조 내지 제71조·제72조의2·제77조·제91조·제122조 내지 제127조 및 제236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141조의2(신고의 수리) ① 세관장은 제137조 또는 제138조의2의 규정에 의한 신고가 이 법의 규정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이를 지체 없이 수리하고 신고인에게 신고필증을 교부하여야 한다.
(②항 생략)
③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수리 전에는 운수기관·관세통로 또는 이 법에 규정된 장치장소로부터 신고된 물품을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2.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3)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청구인과 같이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타소장치한 곳에서 반출한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적법절차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죄질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과도한 몰수·추징을 규정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청구인은 구 관세법 제67조에 따라 세관장으로부터 타소장치의 허가를 받고 수입화물의 반입신고를 한 상
태이므로 이미 수입신고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물품이 유출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세관장은 이를 확인하여 관세를 징수할 수 있다. 청구인은 타소장치허가를 받으면서 수입물품의 품명·수량·가격 등을 기재하여 세관장에게 제출하였고, 관세에 상당하는 담보를 제공하였다. 세관공무원은 타소장치된 물품에 대하여 입회하고 검사를 할 수 있다. 즉, 타소장치된 물품에 대한 관세의 포탈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타소장치허가를 받은 물품의 무신고반출은 외형상으로는 무신고수입죄에 해당하지만, 그 실질은 단순한 행정절차상의 신고의무의 해태 또는 지연에 불과한 것으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2)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보세구역 등에 반입된 물품이 반출되는 형태의 무신고수입’과 ‘보세구역 등을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국내에 들어오는 형태의 무신고수입’을 동일하게 취급하여 본질상 같지 아니한 두 가지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필요적 몰수·추징을 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 수원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유설시 없이 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재정경제부장관과 관세청장의 의견
(1) 관세법상의 몰수는 필요적 몰수가 원칙이며 임의적 몰수는 예외적이다. 과거의 수출입면허제를 폐지하고 수출입신고제로 전환하고 수입신고 전 물품의 보세구역장치의무제를 폐지하여 수입신고만 하면 즉시반출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관세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에 따라 수출입신고여부가 관세법위반행위의 죄목과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신고 전에 보세구역 등에 물품을 장치하였는지의 여부는 죄의 경중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되었다. 현행 수출입신고제 아래서 무신고반출행위를 엄격히 다루지 아니하면 관세징수와 화물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보세구역 등의 장치물품의 무신고반출행위에 대한 처벌시 필요적 몰수를 하는 규정을 둔 것은, 이러한 관세제도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2)타소장치장은 관세법상 보세구역이 아니며 화물의 관리를 화주에게 위임하고 있어서 세관의 엄격한 지배하에 있거나 관세징수권이 완전히 확보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보세장치장 물품 무신고반출행위’와 ‘일반 무신고수입행위’는 동일하게 수입자의 수입신고가 없어 세관에서 통관적법성여부에 대한 심사활동을 할 기회가 없으므로 외국물품을 내국물품화하는 수입통관과정에서 세관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권한행
사에 동일한 장애를 초래하고 신고없이 반출하여 제3자의 소유가 된 경우 이를 다시 반입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국내거래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3)밀수행위는 국제무역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의 신용을 저해하여 국가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금지되거나 제한된 물품을 불법 반입하여 국민건강과 사회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밀수품을 몰수하지 않아 유통될 경우 시장거래가격이 왜곡되고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며 검역 등을 거치지 않아 국민보건과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그러므로 국가경제질서와 대외신용도를 유지하고 밀수품의 유통으로부터 국민보건 및 사회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세구역에 장치된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수입신고없이 무단 반출하는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중벌하고 당해 물품을 몰수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원칙에 어긋나거나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판 단
가. 무신고수입의 처벌과 필요적 몰수·추징
(1)구 관세법 제179조 제2항 제1호에서는 구 관세법 제137조 제1항에 따른 수입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으로 벌하고 있다.
구 관세법 제137조 제1항에 따른 수입신고란 세관장에게 하는 수입통관의 의사표시를 의미한다. 수입신고의 시점에서 과세물건이 확정되고 신고일에 시행되는 법령, 세율, 환율, 감면규정 등이 당해 수입물품에 적용되므로, 수입신고의 시기는 적용법규, 통관이나 면세의 적격여부 등이 확정되는 중요한 법률효과를 가져오므로 그 시기를 명백히 하여야 한다. 수입신고에 따른 세관장의 신고수리는 물품의 수입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세관장의 행위로 외국물품을 내국물품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2)한편 지정장치장이나 보세장치장에 물품을 반입한 자 및 타소장치허가를 받아 보세구역이 아닌 곳에 물품을 장치한 자는 30일 이내에 수입신고를 하여야 한다(구 관세법 제137조 제3항).
보세란 외국에서 반입된 물품을 수입신고 수리를 받지 아니하는 상태에 두는 것 즉, 수입신고수리미필상태를 의미하며, ‘국내에 있어서의 관세상의 외국으로서의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보세구역은 보세화물을 반입, 장치, 가공, 제조, 건
설, 전시, 판매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보세구역은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의 상태로 외국물품을 장치, 검사, 제조가공, 전시, 판매 등을 할 수 있고, 또한 통관절차를 이행하려는 내국물품을 장치할 수 있는 장소 또는 구역으로 세관장이 지정하거나 특허한 구역을 의미한다. 구 관세법상의 보세구역은 지정장치장, 지정검사장 등의 지정보세구역과, 보세장치장, 보세창고, 보세공장, 보세건설장, 보세전시장, 보세판매장 등의 특허보세구역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이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의 외국물품은 보세구역에 장치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다만 화물의 성질상 보세구역에 반입할 수 없거나 보세구역에 반입하는 것이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구 관세법 제67조 제1항에 따라 세관장의 허가를 받아 보세구역 아닌 장소에 장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세구역이 아닌 장소에 장치하는 것을 타소장치라고 한다. 타소장치장에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대체로 보세구역의 규정이 준용되고 있으나, 보세구역은 불특정 외국물품을 항상 장치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데 비하여, 타소장치는 허가를 받은 외국물품만을 장치하는 것으로 임시적이며 특례적인 것이다. 타소장치장은 보세구역에 비하여 세관의 감시와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외국물품이 세관의 지배 하에서 벗어나 관세징수의 확보가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타소장치허가를 요하며 관세에 상당하는 담보의 제공 등을 세관장이 명할 수 있다(구 관세법 제67조 제2항).
(3)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구 관세법 제179조 제2항에서 정한 법정형에 더하여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수입물품을 신고없이 반출한 경우 이를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관세법 제198조에서 정한 몰수는 형법이 정하고 있는 몰수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범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그 물품을 몰수한다고 규정한 이상 범인이 점유하는 물품은 누구의 소유에 속함을 불구하고 소유자의 선의·악의를 가리지 않고 그 사실에 관하여 재판을 받는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 이를 몰수한다(대법원 1992. 9. 18. 92모22 결정). 또한 관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추징은 일반 형사법상의 추징과는 달리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어 여러 사람이 공모하여 관세를 포탈한 경우에 범칙자의 1인이 그 물품을 소유하였거나 점유하였다면 그 물품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물품의 범칙 당시의 가액을 그 물품의 소유 또는 점유사실의 유무를 불문하고 범칙자 전원으로부터 각각 추징하며, 공범 이외에 범칙물을 점유하며 알선한 자에 대하여도 가격 전부를 추징한다
이와 같은 관세법상의 몰수·추징의 목적은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의 박탈만이 아니라, 관세법을 위반한 물품의 사회적 유통을 억제하고 일반예방적 차원에서 이를 엄하게 징벌하려는 것에 그 목적이 있어서 범죄공용물의 훼기 또는 징벌적 목적의 달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성질의 처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83. 9. 27. 선고 83도1911 판결; 1991. 9. 13. 선고 91도1192 판결; 1998. 11. 13. 선고 98도2658 판결등; 헌재 1998. 2. 5. 96헌바96 , 판례집 10-1, 4, 12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성
(1) 법정형과 과잉금지원칙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몰수는 타형에 부가하여 과하는 형의 일종으로서 어떤 범죄에 대하여 몰수형을 규정할 것인지의 여부와 이를 임의적으로 할 것인지 또는 필요적인 것으로 할 것인지의 여부도 입법자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이다(헌재 1995. 11. 30. 94헌가3 , 판례집 7-2, 550, 556).
한편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형벌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은 것이 명백하다면, 그러한 입법의 정당성은 부인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반하여 위헌적인 법률이 될 것이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82-583; 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2 참조). 즉,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
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음으로써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원칙에 반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1995. 11. 30. 94헌가3 , 판례집 7-2, 550, 556-557).
(2)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관세법의 입법목적은 관세의 부과·징수 및 수출입물품의 통관을 적정하게 하여 국민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관세수입의 확보를 하기 위한 것으로, 관세법의 입법목적은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관한 헌법 제119조,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입법자의 합리적 재량범위내의 사항으로 인정된다(헌재 1996. 11. 28. 96헌가13 , 판례집 8-2, 507, 518).
또한 관세법상의 몰수·추징의 징벌적 특성, 부가형적인 성질 및 관세법의 입법목적과 수입통관절차에서 수입신고의 의미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타소장치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경우 관세범이 소유 또는 점유하고 있는 물품은 정식으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내국물품이 된 것으로, 이를 무신고수입죄로 처벌하고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은 통관질서의 확립, 관세범의 이익박탈, 관세범의 징벌 및 일반예방적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관세법의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다.
(3) 침해의 최소성
(가)수입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물품을 몰수·추징하는 것이 공공복리와 관세법의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몰수·추징이 부가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거나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은 행위자의 책임과 법정형 사이의 관계에서 준수되어야 하며, 이는 주형(主刑) 뿐만 아니라 부가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나)구 관세법 제179조 제2항 제1호, 제13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무신고수입죄의 구성요건은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하면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위태양은 해상에서의 밀수입, 외국에서 입항한 선박이나 항공기 등으로부터 물품을 밀반출하는 것과 같이 관세당국의 통관절차를 전혀 경유하지 않는 경우로부터 보세구역에 반입하거나 타소장치허가를 받아 장치한 경우 등 다양하다.
(다)구 관세법 제179조 제2항은 무신고수입죄의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행위자의 책임에 부합하는 법관의 구체적인 양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관이 임의적인 몰수·추징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를 하였으나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반출한, 범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다.
(라)타소장치허가를 받은 곳에 수입물품을 반입하기 위해서는 적하목록 또는 당해 물품을 외국으로부터 운송하여 온 선박 또는 항공기의 선명·입항일자·반입일시·입항세관·적재항·선하증권번호 또는 항공화물운송증번호·화물관리번호·품명·포장의 종류·반입개수 및 장치위치 등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며{구 관세법시행령(2000. 2. 14. 대통령령 제16709호로 개정되고, 2000. 12. 29. 대통령령 제17048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69조}, 이 때 세무공무원의 입회나 검사가 가능하다(구 관세법 제68조). 타소장치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당해 물품의 내외국물품의 구별, 수량 및 가격, 번호 및 개수(시행령 제68조)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따라서 관세당국으로서는 타소장치허가를 받은 곳에 반입된 물품을 파악할 수 있고 물품이 신고없이 반출된다고 하더라도 관세의 징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사안에 따라서는 무신고수입죄를 범한 행위자가 관세행정청의 관리감독 절차를 준수하고 관세를 납부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사무처리상의 과실 또는 착오로 수입신고절차만을 빠뜨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마)통관절차와 관세의 납부절차가 별개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수입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관세액 등의 심사는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타소장치허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수입 또는 반송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물품의 과세가격의 100분의 2에 상당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을 가산세로 징수하는 점(구 관세법 제137조 제4항) 등에 비추어 볼 때,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을
수입신고없이 반출한 행위는 비록 구 관세법 제179조 제2항 소정의 무신고수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그 실질은 오히려 관세행정절차상의 신고의무의 해태 또는 지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고,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죄질이나 행위책임이 중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바)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도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을 둔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헌재 1995. 2. 23. 93헌가1 , 판례집 7-1, 130, 138; 헌재 2000. 6. 1. 99헌가11 등, 판례집 12-1, 575, 585 등).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의 무신고수입행위를 처벌하는 관세법의 입법목적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같은 필요적 몰수·추징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위자의 책임에 따라서 법관의 개별적·구체적인 양형에 따라 임의적인 몰수·추징을 함으로써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에 대한 수입신고를 단순히 업무상 착오나 과실로 해태하고 반출한 경우와 같이 행위자의 책임이 무겁지 않은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해당 물품 전부를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 할 것이다.
(4) 법관의 양형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
범죄행위의 유형이 다양한 경우 그 중에서 특히 죄질이 나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지만, 이 경우 다양한 행위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를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을 무신고수입한 행위자의 책임이 무겁지 않아 경한 벌금형을 주형으로 선고할 경우에 있어서까지도 필요적으로 당해 물품을 몰수·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행위의 불법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도 법관은 주형에 비하여 과도하게 높은 부가형을 선고하거나, 이를 피하기 위해서 주형마저도 선고를 유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여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게 하므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관 김효종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 몰수·추징과 입법재량
(1)다수의견도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78-579; 헌재 2001. 11. 29. 2000헌바37 , 판례집 13-2, 632, 637; 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 판례집 13-2, 678, 688 등).
(2)일반적인 형벌규정의 법정형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관세법위반에 대한 제재에 있어서 법정형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와 필요적 몰수·추징을 어떤 범죄행위유형에 대하여 규정할 것인가는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
관세행정은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제무역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여야 하며, 통관제도와 관세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관세범 처벌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광범위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가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재판소도『관세형벌은 그 시대의 국가경제정책, 수출입정책, 국민들의 수출입에 관한 질서의식 등을 고려하여 그 시대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국가재정권과 통관질서의 유지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제재이므로 그 제재의 정도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하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헌재 1998. 2. 5. 96헌바96 , 판례집 10-1, 4, 12; 헌재 1998. 11. 26. 97헌바67 , 판례집 10-2, 701, 710-711 참조).』라고 판시
한 바 있다.
(3)이와 관련하여, 우리 재판소는 관세포탈죄에 대하여 필요적 몰수를 규정하고 있었던 구 관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8조 제2항, 제3항 중 제180조 제1항 부분에 대하여『필요적 몰수·추징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취지는 관세포탈죄로 인하여 생긴 물품의 사회적 유통을 억제하고 일반예방적인 차원에서 이를 엄하게 징벌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관세법상의 몰수·추징에 관하여는 이를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의 박탈을 주목적으로 하는 형법상의 몰수·추징과는 달리 그 범죄공용물의 훼기 또는 징벌적 목적의 달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성질의 처분인 것이다. 청구인은 선박수입에 대한 관세포탈의 경우 포탈관세액의 40배에 달하는 선박자체를 몰수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선박에 대한 수입관세를 선박가액의 2.5%로 낮게 규정한 것은 입법정책의 문제에 속하고 당해 선박에 대하여 몰수형과 추징을 부가하여 과한다고 하여 입법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선박수입에 대한 관세포탈의 경우 그 선박을 몰수하거나 몰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 상당을 추징하도록 규정된 법 조항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8. 2. 5. 96헌바96 , 판례집 10-1, 4, 11-13).』라고 판시하고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위 결정의 이유에서 표명된 관세법상의 필요적 몰수·추징에 대한 합헌결정의 이유는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이 사건에서도 적용된다 할 것이다.
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관세법의 입법목적은 단순한 관세의 부과·징수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통관심사와 관세의 징수는 개념상 별개의 것으로, 통관심사의 목적은 관세의 정확한 부과 이외에도 각종 법령에 의한 수입금지, 허가, 승인 등에 관한 사항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데 있다.
수입심사를 하는 공무원은 수입신고된 물품에 대하여 대외무역법령 및 기타 법령에 의한 조건의 구비여부, 신고사항의 적정여부, 송장이 계약조건 등과 일치하는지 여부, 면세품인 경우 정당한 증명서의 첨부여부, 과세가격의 정확여부, 세율·세액 등의 정확여부, 분석의뢰의 필요성유무, 기타 수입물품의 통관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통관심사를 하고, 수입신고물품의 성상·수량·용도·세율 등을 현물확인하는 물품검사를 하게 된다. 이 때 구비서류의 미비나 내용 상이
등으로 통관을 허용할 수 없을 때에는 통관을 유보하고 구비서류의 정정 등 보완을 요구하고, 관세법위반혐의가 있을 때에는 그에 관한 심리의뢰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법령에 의하여 수출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물품에 대하여는 당해 물품에 대한 수출입요건의 확인, 상표권 침해여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대상 물품인지 여부, 원산지표시 등 제반사항을 확인한 후 통관을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통하여 수입할 경우 관세율이 영(0)으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적법한 수입신고절차 없이 통관한 경우에는 무신고수입으로 인한 관세법위반으로 처벌하며 해당 물품은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0도3581 판결).
(2)이를 위하여 해외물품을 수입하는 자는 수입신고를 할 때,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반입신고를 할 때의 기재사항과 별도로 가격신고(구 관세법 제9조의2), 목적지·원산지·선적지·원산지표시물품의 경우표시유무 방법·형태·상표·사업자등록번호·통관고유부호·해외공급자부호·기타 참고사항(시행령 제115조 제1항), 과세자료(구 관세법 제9조의2), 당해 물품의 관세율표상의 품목분류·세율과 품목분류마다 납부하여야 할 세액 및 그 합계액, 법 기타 관세에 관한 법률 또는 조약에 의하여 관세의 감면을 받는 경우에는 그 감면액과 법적 근거, 구매자와 판매자의 특수관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와 그 내용, 기타 과세가격결정에 참고가 될 사항(시행령 제5조 제1항), 수출입에 있어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허가·승인·표시 기타의 조건의 구비를 요하는 물품은 세관장에게 그 허가·승인·표시 기타 조건을 구비한 것임을 증명(구 관세법 제145조, 시행령 123조의2)하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거나 신고하여야 한다.
또한 수입신고의 신고시점에서 과세물건이 확정되고 신고일에 시행되는 법령, 세율, 환율, 감면규정 등이 당해 수입물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수입신고의 시기는 적용법규, 통관이나 면세의 적격여부 등이 확정되는 중요한 법률효과를 가져오므로 그 시기를 명백히 하여야 한다. 수입의 신고수리는 물품의 수입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세관장의 행위로 외국물품을 내국물품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중대한 의미가 있으므로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행위는 단순한 행정절차상의 신고의무의 해태 또는 지연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국가의 통상정책 및 경제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세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회피한 무신고수입행위에 대하여 일반예방적인 효과 및 징벌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엄하게 처벌하고 물품을 몰수·추징할 필요성이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할 것이다.
(3)다수의견은 무신고수입한 물품을 몰수·추징할 일반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보세구역 등을 전혀 거치지 않은 해상밀수 등이 무신고수입죄의 전형적인 행위불법의 내용이므로,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반입된 물품을 무신고수입한 행위책임은 그에 비하여 가볍다는 전제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본래 관세범은 행정범 중의 재정범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밀수범이 격증하고 그 수단이 교묘화하여 국가재정 및 국민경제에 큰 해독을 끼치게 됨에 따라 사회통념 및 도덕적 평가도 변화하여 벌칙규정에 있어서도 자유형을 규정하는 등 행정범적 성격과 형사범적 성격을 병유하는 혼성적 범죄성격을 띤 범죄로 변화한 것으로, 관세범은 경제범죄 중에서도 가장 지능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이 강한 범죄이며, 경제적 빈곤타개가 목적이 아니라 보다 나은 경제적 욕망의 충족을 위하여 범행하는 이욕범이다.
이러한 관세범의 재정범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결코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의 무신고수입이 다른 경로를 통한 무신고수입에 비하여 그 행위책임이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단순한 신고의무의 해태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당해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사안이라 할 것이다.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반입할 때, 물품의 적하목록 등을 신고하였다고 하여 그 행위책임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청 또는 사법기관이 사후적으로 범죄를 용이하게 적발할 수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책임의 경중과 무관한 것이다.
또한 타소장치 허가를 받고 반입할 때 여러 사항을 신고한다고 하여 관세의 징수가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타소장치한 곳은 예외적으로 보세구역 밖에 장치를 허가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보세구역의 규정이 준용되는바, 보세구역은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의 상태로 외국물품을 장치, 검사, 제조가공, 전시, 판매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반입신고된 물품이 곧 수입신고의 대상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반입신고된 물품을 그대로 반출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수입신고를 할 때에야 비로소 통관에 필수적인 여러 사항이 세관에 신고된다는 점은 앞에서 살핀 바와 같다.
나아가 행위의 결과책임의 면에서 보더라도 모든 형
태의 무신고수입은 관세의 포탈 및 수입통관과정에서 세관이 통관적법성여부에 대하여 수행하는 권한행사에 동일한 장애를 초래하고, 무신고수입죄의 결과책임은 통상적으로 대상물품의 수량과 가격에 비례한다고 할 것이므로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을 무신고수입한 행위의 결과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타소장치허가 및 반입의 과정에서 수입물품의 품목과 수량 등을 관세행정기관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고없이 반출하여 제3자의 소유가 된 경우 이를 다시 반입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국내거래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통관절차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 점에서 동일하다.
(4)보세구역은 불특정 외국물품을 항상 장치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데 비하여 타소장치는 허가를 받은 외국물품만을 장치하는 것으로 임시적이며 특례적인 것이며, 세관공무원을 파견하거나 화물관리인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관리감독하기에 난점이 있으며, 반입된 물품에 대한 사법상의 보관책임 또한 화주 또는 반입자가 부담한다. 즉, 타소장치는 보세구역에 비하여 세관의 감시와 규제가 어렵고, 외국물품이 세관의 지배 하에서 벗어나 관세징수의 확보가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더 높다. 따라서 보세구역에 반입된 물품에 비하여 세관의 감독을 피하여 수입물품을 신고없이 반출하기 더 쉬운 곳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타소장치허가를 받은 물품을 무신고수입하는 행위는 보세구역에 반입된 물품을 무신고수입하는 행위에 비하여 책임이 더 무겁고 관세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더욱 엄하게 징벌할 필요가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타소장치허가를 받았지만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반출한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보세구역 등에 반입되었다가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반출하는 것은 행위책임이 더 가볍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 역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무신고수입에 대한 징벌로 무신고수입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제도는 해상밀수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체가 위헌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5)임의적 규정으로는 법의 목적을 실현하기에 부족하고 필요적인 규정이 입법목적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필요적인 제재규정이라고 하더라도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음을 우리 재판소는 여러 차례 확인하여 왔다(헌재 2002. 4. 25. 2001헌가19
등, 판례집 14-1, 235, 244-246; 헌재 2003. 6. 26. 2001헌바31 , 판례집 15-1, 691, 700 등 참조).
관세법에서 정한 몰수는 범인이 점유하는 물품은 누구의 소유에 속하는지를 불문하고 소유자의 선의·악의를 가리지 않고 그 사실에 관하여 재판을 받는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 이를 몰수하고, 관세법이 정하고 있는 추징은 물품의 소유 또는 점유사실의 유무를 불문하고 공범 전원으로부터 각각 추징하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판례로 관세범의 처벌에 있어서 관세행정당국과 사법부의 처리기준이 되어왔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위헌이라면, 관세법위반의 부가형으로 임의적인 몰수·추징만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관세법을 위반한 물품의 사회적 유통을 억제하고 일반예방적 차원에서 이를 엄하게 벌하려고 하는 관세법의 입법목적에 따른 징벌적인 몰수·추징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
(1)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주형에 비하여 과도한 부가형을 선고할 수 있어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재판소는 이미 포탈관세액의 40배에 달하는 선박자체를 몰수하는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고가의 선박에 대하여 몰수형과 추징을 부가하여 과한다고 하여 입법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8. 2. 5. 96헌바96 , 판례집 10-1, 4, 11-13 참조).
또한 구 관세법 제186조 제1항 제1호에서는 무신고수출입물품을 취득·양여·운반·보관·알선하거나 감정한 자를 무신고수입죄보다 낮은 법정형으로 벌하면서 역시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고 있다. 무신고수입죄의 공범이나 방조범에 해당할 수 있는 이와 같은 다른 관세범죄와의 형의 균형에 비추어 보더라도 무신고수입된 물품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1998. 2. 5. 96헌바96 , 판례집 10-1, 4, 12-13 참조).
(2)부가형이 주형보다 중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행정법규위반에 대하여 벌금형과 별도로 행정청의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때 당사자에게는 행정처분이 더 과중한 경우는 우리 법제상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관세법상의 몰수·추징은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징벌적인 성격을 가지며,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의 비례관계는 주형과 부가형을 통산하
여 인정되는 것이어서 주형의 구체적인 양형과정에서 필요적 몰수·추징의 부가형을 참작하여 구체적 형평성을 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형인 벌금형에 비하여 많은 몰수·추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과도한 형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몰수가 형식적으로는 일종의 형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반복의 위험성을 예방하고 범인이 범죄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물적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 결 론
관세법의 입법목적과 관세행정의 제반사정을 검토하면,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을 무신고수입한 관세법위반자를 징벌하는 관세법상의 필요적 몰수·추징은 국가의 경제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관세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범의 특성 및 일반예방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하여 그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타소장치허가를 받고 장치한 물품의 무신고수입행위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 필요적 몰수·추징을 하는 것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이라거나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