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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도316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집43(1)형,518;공1995.4.1.(989),1515]

판시사항

가. 심신장애 유무의 판단에 있어서 법원이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 결과에기속을 받는지 여부

나.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병적 도벽이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는 법원이 형벌제도의 목적 등에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법률문제로서, 그 판단에 있어서는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 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는 하나, 법원으로서는 반드시 그 의견에기속을 받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 등을 종합하여 단독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이 자신의 절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정신의학상으로는 정신병질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으로 인하여 절도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이는 정도의 문제에 불과하고, 따라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그러한 성격적 결함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든지, 또는 다른 심신장애사유와 경합된 경우에는 심신장애를 인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달식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45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먼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원심은 피고인이 1992.12.8.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절도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1993.8.2.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절도죄로 벌금 3,000,000원을 선고받아 이 사건 범행 당시 위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인데 상습으로 1994.1.26. 14:00경 서울 성동구 행당1동 17 소재 한양대학교 도서관에서 위 학교 학생들의 지갑을 절취하였다는 제1심 인정의 범죄사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고인은 충동조절장애에 의한 병적인 도벽성이 있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심신미약자의 행위로서 마땅히 그 형을 감경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제1심은 심신미약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그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심신미약감경 및 작량감경을 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

나. 그런데 소론은 위와 같이 원심이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는 탓으로 저지른 절도의 범행을 상습성 인정의 자료로 삼아 피고인을 상습범으로 처벌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는바, 우선 피고인이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원심은 위와 같이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다고 인정함에 있어서 주로 원심 감정인인 의사 권정화 작성의 감정서의 기재에 의존하였음이 원심판결 자체에 의하여 명백한데, 위 감정서에는 피고인이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병적 도벽(Kleptomania), 즉 자신의 필요에 의하거나 금전상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면서도 사전에 아무 계획 없이 그 순간에 어떠한 사물을 도둑질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되는 상태에 있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사전에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절도충동이 발생하면 스스로의 의지로는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되어 현실변별력을 잃은 병적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는 법원이 형벌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법률문제로서, 그 판단에 있어서는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 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는 하나, 법원으로서는 반드시 그 의견에 기속을 받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감정결과 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91.9.13. 선고 91도1473 판결 참조).

그런데 위 권정화의 감정서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병적 도벽이라는 증상은 그것이 뇌손상과 같은 기질적 손상이나 정신분열증 또는 조울증 등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으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는 아니고 다만 성장기의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하여 심리적 손상을 받았거나 소홀히 취급된 결과로 인하여 성격적 결함인 충동조절장애가 생기게 된 데서 유래하였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의 절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정신의학상으로는 정신병질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으로 인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이는 정도의 문제에 불과하고, 따라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그러한 성격적 결함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든지, 또는 다른 심신장애사유와 경합된 경우에는 심신장애를 인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 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병적 도벽 외에도 타인의 나체 등을 엿보려는 관음증(Voyeurism)이라는 증상이 있기는 하나 이 또한 마찬가지로 성격적 결함의 일종으로서 위 관음증이 발전하여 병적 도벽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이고 그 외에는 피고인의 의식 및 지남력, 기억력 및 지적 능력, 추상적 사고 능력 및 판단력 등은 모두 보존되어 있어 평소에는 현실변별력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이며, 또한 위 감정서 및 기타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위와 같은 병적인 도벽이 나타났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근무하다가 일본에 유학까지 하였는데 회사에 근무하거나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다만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에만 이러한 도벽이 나타난다는 것이며(피고인의 절도전과상의 범행장소도 모두 대학교 도서관이었다), 또한 피고인이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하고 있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장소인 한양대학교 도서관에 들어갈 때 이미 물건을 훔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인바(수사기록 63장 참조),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병적 도벽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심신장애사유가 있다고 하여 형을 감경한 것은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할 것이나 피고인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는 이는 원심판결을 파기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심신미약자임을 전제로 하여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소론은 이유 없으며, 그 외에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상습으로 이 사건 절도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시는 정당하고 거기에 어떤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여 형을 감경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또 다시 이 점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그 외에 집행유예기간을 넘기기 위하여 상고하였다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45일을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10.25.선고 94노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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