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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85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1994.10.15.(978),2701]

판시사항

나. 피해자가 사고 후 자신의 신체상태를 살펴본 후 괜찮다고 하여 사고운전자가 아무런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현장을 떠난 경우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나. 피해자가 사고 후 자신의 신체상태를 살펴본 후 괜찮다고 하여 사고운전자가 아무런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현장을 떠난 경우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종기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당원 1993.6.11. 선고 92도3437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그가 차량을 운전하다가 일으킨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인 정경진, 조해덕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그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 제1항 제2호, 형법 제268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형법 제40조, 제50조로 의율처단한 제1심판결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먼저 피고인이 운전하던 사고차량에 치여 쓰러졌던 피해자 2인 중 정경진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고 직후 차량을 멈추고 그 일행 4인과 함께 차에서 내려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핀바 위 정경진은 바로 일어나 자신의 신체상태를 살펴본 후 괜찮다고 하며 임의로 현장을 이탈하여 집으로 걸어 돌아간 사실이 기록상 엿보이고 그러한 사정하에서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정경진에 대하여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할 여지가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후 현장을 이탈한 피고인의 행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 제1항으로 의율할 수는 없다 할 것인바,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위 정경진에 대하여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도주차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음 피고인이 운전하던 사고차량에 치여 쓰러졌던 피해자 2인 중 조해덕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들이 차량의 범버에 부딪쳐 땅에 전도된 사고인 사실, 피고인이 사고 후 즉시 정차하고 그 일행과 함께 차에서 내려 피해자들에게 상해의 정도를 물어 위 조해덕이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피고인 일행 중 1인이 "이까짓것 가지고 뭐 그러느냐"고 하여 위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자 피고인과 그 일행이 아무런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현장을 떠난 사실을 인정한 후 이를 종합하면 당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은 옳다고 판시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가 피해자들이 차량의 범버에 부딪쳐 땅에 전도된 사고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차량을 운행 중 뒤늦게 피해자들을 발견하고 급정거를 하였으나 미치지 못하고 피해자들을 충격하게 된 것으로서 그 충격의 정도는 별로 심하지 아니하였고(피해자들은 비슷한 강도로 충격당하였는바 그 중 정경진은 바로 일어나 괜찮다고 하면서 걸어서 현장을 이탈한 점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피고인이 사고 후 즉시 정차하고 그 일행과 함께 차에서 내려 피해자들에게 상해의 정도를 묻는 등 위 조해덕과 10여분에 걸쳐 대화를 나누며 그가 무릎의 통증을 호소함에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계속하여 상태를 물었고, 당시 그에게서 외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 엿보이므로, 그러한 상황 하에서 위 조해덕이 충분히 자신의 신체상태를 점검하여 본 후 괜찮다고 하였다면 피고인과 그 일행이 아무런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현장을 떠났다 하여 바로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조해덕이 어떠한 상황 하에서 어떠한 의미로 피고인 등에게 괜찮다고 하였는지 여부를 좀 더 심리하여 본 연후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위와 같은 판시 아래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한 조치에는 도주차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배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1994.6.9.선고 93노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