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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공2001.10.1.(139),2128]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 및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2]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무죄 변소에 부합하는 증거를 쉽사리 배척할 수 없는 이상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위드마크(Widmark) 공식에 의한 역추산 방식을 이용하여 운전시점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함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시간당 감소치를 적용하여 산출된 결과의 증명력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무죄 변소에 부합하는 증거를 쉽사리 배척할 수 없는 이상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음주운전에 있어서 운전 직후에 운전자의 혈액이나 호흡 등 표본을 검사하여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위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하여 수학적 방법에 따른 결과로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고, 이때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역추산 방식을 이용하여 특정 운전시점으로부터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측정한 혈중 알코올농도를 기초로 하고 여기에 시간당 혈중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따른 감소치에 따라 계산된 운전시점 이후의 혈중 알코올분해량을 가산하여 운전시점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함에 있어서는, 피검사자의 평소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시간당 혈중 알코올의 감소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그 시간당 감소치는 대체로 0.03%에서 0.008% 사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신빙성 있는 통계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역추산 방식에 의하여 운전시점 이후의 혈중 알코올분해량을 가산함에 있어서 시간당 0.008%는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수치를 적용하여 산출된 결과는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증명하는 자료로서 증명력이 충분하다(그 이상의 시간당 감소치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이를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양인평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제1심과 원심 판단의 요지

제1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은 2000. 7. 19. 03:20경 혈중 알코올농도 0.09%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프린스 승용차를 운전하여 인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소재 양도간 9호 전신주 앞 노상을 인산저수지 방면(또는 안보수련원 방면)에서 외포삼거리 방면(또는 수련식당 방면)으로 진행함에 있어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로 전방에 누워 있는 피해자 양문종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위 프린스 승용차로 역과하여 위 승용차의 하부구조물 좌측 부분으로 피해자의 두부, 흉·복부 등을 충격하면서 끌고 가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다발성 실질장기손상 등으로 즉석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02:30경부터 03:30경까지 사이에 안보교육원에 교육을 받으러 왔다가 수련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교육생들(피해자도 그들 중의 1명임)을 수련원으로 태워 오기 위하여 수련원과 식당 사이를 3회에 걸쳐 왕복 운행하였는데, 피고인이 두 번째로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 방면으로 운행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전방 노상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위 차량의 좌측 부분으로 역과한 일이 있을 뿐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은 경위로 피해자를 역과한 일은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게 된 경위와 피고인의 수사기관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피고인이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 방면으로 운행하다가 피해자를 역과하였다고 주장하는 운행 당시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한 문재삼, 한상택, 강용범의 각 진술,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이한영과 사고 후 이 사건 사고차량을 검사한 손성건의 각 진술 및 감정서의 기재,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08:40경 안보수련원에 세워 둔 이 사건 차량을 조사한 강화경찰서 내가파출소장 송병국의 진술, 이 사건 차량을 타고 일단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으로 갔다가 다시 수련식당으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맨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차량을 타고 안보수련원으로 가는 등 행동을 함께 하였던 임미녀, 고희주, 김근수의 각 진술 등을 살펴본 후, ① 피고인이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 방면으로 운행하던 중 노상에 누운 상태의 피해자를 역과하였다(이 과정에서 차량하부의 혈흔이나 조직 등이 부착된 것이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없고, 가령 그와 같은 역과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역과로는 피해자의 부검결과나 차량하부의 형상 등 이 사건 역과의 흔적을 설명할 수 없고, ② 이한영, 손성건의 각 진술과 감정서의 기재, 송병국의 진술, 이 사건 현장 사진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해자의 부검결과 및 이 사건 차량의 하부에서 검출된 피해자를 역과한 각종 흔적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고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으로 가다가 살아 있는 피해자를 역과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며, ③ 3명이 함께 피고인의 이 사건 차량을 타고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으로 왔다가 다시 수련식당으로 걸어갔는데 도중에 아무런 일이 없었으며, 수련식당에서 피고인이 운전하는 이 사건 차량을 타고 일행 중 마지막으로 다시 수련원으로 돌아오던 중 노상에 누운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하고 고희주가 피해자를 확인하기 위하여 위 차량의 우측으로 내렸다는 임미녀, 고희주, 김근수의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기록에 의하면, 이들이 걸어서 수련식당에 도착한 다음 피고인이 위의 문재삼 등을 태우고 안보수련원으로 가다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라고 주장하는 어떤 물체를 역과한 것이고 그 사이에 별도의 운행이 있었음을 알아볼 자료는 없으므로, 이들 3명의 진술과 위의 문재삼 등을 태운 운행중에 피고인의 차량이 노면에 누운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시간의 전후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이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운행하는 중에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역과하였을 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게 된다), ④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전후로 하여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3회 왕복 운행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4회 이상의 운행을 한 사실이 인정되며, ⑤ 여기에 이 사건 사고 이후 인정되는 피고인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운행하다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하여 미상의 원인으로 누워 있던 피해자를 몇 미터 앞에서 발견하여 급제동조치를 취하였으나 이를 피하지 못하고 이 사건 차량의 좌측 바퀴로 피해자를 역과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다발성 장기실질손상으로 즉사하게 하고도 사체의 안치, 후송 등을 위하여 병원과 경찰관서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한 사실 및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주취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하여, 피고인의 사실오인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과 원심에서 조사·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고 있으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이 거친 채증과 사실인정을 수긍할 수 없다.

가. 먼저 제1심과 원심이 들고 있는 유죄의 증거를 살펴본다.

(1) 피고인은 경찰 이래로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자신은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사체를 역과한 사실이 있을 뿐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진술은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

(2) 그리고 김순관, 문재삼, 허경택의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은 모두 사고 당시를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주로 피고인이 이미 사망한 피해자를 역과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시의 역과사실의 유무와 차량에의 충격 정도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변소를 탄핵하기 위한 증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이 사건 공소사실의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지나가던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는 인근 파출소 근무 경찰관 이인수나 택시기사 진선호의 제1심법정과 검찰에서의 각 진술도 결국은 피고인의 변소를 탄핵하기 위한 것으로 역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고, 이종준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은 주로 이 사건 사고 발생 후의 피고인의 태도 등에 관한 것으로서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은 없다.

또한, 황남술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진군숙, 김영만, 정한숙, 허경태, 김광우, 한상택, 강용범, 문재삼, 강성균, 임미녀, 고희주, 박충재, 변성구, 고정우, 김맹희, 현명희, 김순관, 이승용, 손승천, 임종빈, 조용옥, 정순정, 김근수, 백홍실, 김보은, 박경민, 김금희, 양영순, 강종철, 부군선 및 조민자의 각 경찰에서의 진술도 모두 피해자의 사망 전후의 정황에 관한 진술 내지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당시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거나 이 사건 사고현장 부근에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에 불과하고, 피고인의 변소를 탄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충격,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만한 것이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3) 그렇다면 남는 증거로서는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이한영과 이 사건 차량을 검사한 손성건 작성 각 감정서의 기재와 그들의 검찰과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송병국의 진술 및 사고 직후 촬영한 이 사건 사고차량의 하부구조물과 사고현장의 사진 등이 있게 된다.

① 이한영이 작성한 감정서의 기재와 그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가 된 부분을 요약하면, 피해자는 차량에 의하여 충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사체에 나타난 손상과 사고현장의 상황에 비추어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가는 방향에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머리에서 발 방향의 제1차 역과 후에 인체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넘어가는 제2차 역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사건 차량의 하부구조물에서 검출된 조직과 혈흔은 한번 덜컹하면서 역과하는 정도로 생기는 손상이 아니라 차량하부구조물에 사람이 찍히거나 끌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는 것이고, 한편 손성건이 작성한 감정서의 기재와 그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을 요약하면, 피해자의 혈흔 및 조직 등이 이 사건 차량의 좌측 전륜 내측 부분 및 좌측 후륜 내측 부분에 집중적으로 부착 또는 비산되어 있는 형상으로, 하부구조물에서 채취한 조직 및 혈액과 피해자의 유전자형이 일치하고, 이 사건 차량 좌측 전륜 내측부에 두부의 조직 및 골편, 모발 등이 부착되어 있고 좌측 후륜 내측부에 상의 구성 섬유인 연청색 섬유올, 간 조직 및 취식물이 부착되어 있고 하부구조물 좌측부에 손상흔이 집중되어 있으며 의류의 손상흔으로 보아 미상의 원인으로 머리를 차량 진행방향으로 두고 노면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이 사건 차량의 하부구조물 좌측 부분으로 충격 및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편, 사체의 최종 위치나 사체 부근 노면의 흔적 등 현장 상황에 비추어 피해자를 충격, 사망에 이르게 한 차량은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진행한 것으로 판단되며, 충격 가상지점으로부터 사체 최종위치가 약 11m로 조사되어 있고 사체의 손상과 피해자의 의류상태나 하부구조물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장기조직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한번 덜컹거린 것으로 그렇게 되기는 어렵고, 이 사건 사고차량의 하부구조물의 손상으로 보아 피해자가 그 차량에 의하여 일정 거리 끌려가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그러한 손상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이들 증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 방면으로 운행하던 중 이미 사망한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사체를 한번 덜컹하면서 역과한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체 손상 및 차량하부 구조물의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고, 이 사건 차량이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운행하던 중 살아 있는 상태의 피해자를 역과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손상 및 흔적이 남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정이라는 점은 일응 수긍될 수 있다.

그러나 이한영과 손성건의 각 감정서와 진술내용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차량이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운행하면서 살아 있는 상태로 노상에 누운 피해자를 역과하여 상당한 거리를 끌고 갔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강한 추정을 가능하게 할 뿐, 그와 같은 역과의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다른 증거들을 배제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사고 발생을 단정케 하는 정도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이한영의 감정서와 진술내용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체의 손상 내용에 비추어 보아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첫 번째 차량에 의하여 큰 손상이 발생한 상태에서 제2차로 이 사건 차량이 덜컹하고 지나간 경우에도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혈흔과 장기 등 조직이 차량하부에 부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여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손성건의 감정서나 진술내용도, 이 사건 차량의 하부구조물 좌측 부위에 검출된 혈흔과 장기 등의 내용과 위치를 사고현장 상황에 연계시켜 볼 때 통상의 경우 그의 감정의견과 같은 경위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피고인이 주장하는 역과에 의하여는 어떤 경우에도 그와 같은 혈흔과 장기 등 조직의 부착이 있을 수 없음을 단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사고 직후 촬영된 사고차량의 하부구조물과 사고현장의 사진은 위 각 감정인들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들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나, 그 자체로써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한영과 손성건의 각 감정서와 각 진술내용 및 사고차량 및 사고현장의 사진 등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 될 수는 없다고 보여지고, 다른 증거와 상호 관련하여 종합적으로 그 증거가치를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② 한편, 제1심과 원심에서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는 송병국의 진술 중 유죄의 증거로 될 만한 것은, 그 날 아침 이 사건 사고차량을 확인한 결과 바퀴 부분에 피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는 진술 정도이나, 이한영과 손성건의 각 감정서와 각 진술내용이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음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상, 위의 진술도 유죄의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

③ 원심은 그 밖에 피고인의 진술이 일부 모순되거나 일관되지 못한 점 또는 사고 발생 후의 피고인의 태도와 정황 등을 유죄 인정의 자료로 삼고 있으나, 원심이 적시하는 내용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이 점과 관련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만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나. 오히려 원심이 배척한 증거들 중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의심케 하는 내용으로서 여러 정황에 비추어 쉽사리 배척하기 어려운 증거들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 먼저, 원심은 문재삼 등 4명을 태우고 수련식당에서 안보수련원으로 가다가 이미 사망한 상태의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따라서 그 역과 과정에서 이 사건 차량하부에 혈흔과 조직 등이 부착되었으리라는 피고인의 변소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운행과정에서 위 차량에 탑승한 문재삼, 김광우, 한상택, 강용범이 일치하여 그 운행 중에 차량이 어떤 물체나 구조물 등을 타 넘은 것처럼 덜컹했다고 진술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대증거도 없이 위와 같은 역과가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대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위 운행시에는 위 진행차선의 도로 중앙부위에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상태의 피해자가 누워 있었어야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그 지점을 진행하는 차량이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피해자를 역과하지 아니하고 그 지점을 통과하였을 가능성이 오히려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은 가령 이 사건 차량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의 사체를 역과하였더라도 차량하부의 혈흔이나 조직 등이 설명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와 같은 역과로도 차량하부에 위와 같은 형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은 위의 감정인들의 감정이나 진술내용에 대하여 판단한 바와 같다.

(2) 나아가 원심이 이 사건 사고 전후를 통하여 피고인이 운전한 이 사건 사고차량에 탑승하여 안보수련원과 수련식당을 왕복한 임미녀, 고희주 및 김근수의 진술을 모두 배척한 것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임미녀, 고희주 및 김근수는 모두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을 전후하여 수련식당에서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안보수련원으로 와서 일단 내리고 피고인은 다시 수련식당으로 갔는데, 위 3명은 나이 드신 선생님들을 모시고 오자고 의견이 모아져 다시 수련식당 방면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가 이 사건 사고현장을 지나간 사실이 있으나 사고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후에 맨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차량을 타고 수련원으로 오는 도중에 피해자의 시체를 보았다고 일치된 내용으로 진술하고 있는바(다만, 임미녀는 제1회 경찰조사시에는 안보수련원에 왔다가 다시 수련식당으로 갈 때 차량으로 이동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제2회 경찰조사 때부터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정정하여 진술하고 있다), 원심이 이러한 내용의 진술을 배척한 것에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위 증인들이 위와 같은 진술내용을 경험한 경위나 위와 같은 진술을 하게 된 경위 그리고 위 증인들과 피고인과의 관계 및 위 증인들과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증인들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거나 나아가 사고와 관련된 체험사실을 왜곡하거나 감춤으로써 피고인의 범행은폐에 동조할 동기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위 증인들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배척할 수 없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안보수련원에서 수련식당 방면으로 운행하면서 피해자를 역과하였을 가능성이 인정되기 어려움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사고를 전후하여 수련식당과 안보수련원 사이를 3회 왕복, 운행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임미녀 등 3인이 탑승하여 수련원으로 오기(피고인 주장의 제1차 운행) 전에 한번 더 교육생들을 수련원으로 태워다 주었음을 알게 하는 자료들이 있음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미녀 등 3인이 피고인의 차량을 타고 일단 수련원으로 온 다음으로는 3회의 운행만이 있었음은 분명하고, 그들의 진술대로라면 피고인에 의한 공소사실과 같은 역과의 가능성은 배제되는 것이므로, 운행 회수의 여하가 반증으로서의 위 3인의 진술에 대한 증거가치에 영향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3) 따라서 위에서 본 피고인의 진술과 임미녀 등 3인의 진술은 특별한 사정의 설시 없이는 쉽사리 배척할 수 없는 것이고, 그 각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공소사실의 인정에 있어 결정적인 반대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으로 위 각 진술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 점에서 원심이 그 채증과 증거판단을 하는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도1568 판결, 2001. 2. 9. 선고 2000도494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도 이 사건 차량의 하부구조물에 나타난 흔적과 이한영, 손성건의 각 진술 및 각 감정서의 기재 등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의 증거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고, 한편, 피고인의 무죄 변소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들 중 쉽사리 배척할 수 없는 것들도 있음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결국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음주운전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이 2000. 7. 19. 03:20경 혈중 알코올농도 0.09%의 주취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별다른 이유의 설시 없이 피고인의 음주운전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어떤 직접적인 증거에 의하여 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소위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여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에 있어서 운전 직후에 운전자의 혈액이나 호흡 등 표본을 검사하여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위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하여 수학적 방법에 따른 결과로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고, 이때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역추산 방식을 이용하여 특정 운전시점으로부터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측정한 혈중 알코올농도를 기초로 하고 여기에 시간당 혈중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따른 감소치에 따라 계산된 운전시점 이후의 혈중 알코올분해량을 가산하여 운전시점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함에 있어서는, 피검사자의 평소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시간당 혈중 알코올의 감소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그 시간당 감소치는 대체로 0.03%에서 0.008%사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신빙성 있는 통계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바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9도5541 판결, 2001. 7. 13. 선고 2001도192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역추산 방식에 의하여 운전시점 이후의 혈중 알코올분해량을 가산함에 있어서 시간당 0.008%는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수치를 적용하여 산출된 결과는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증명하는 자료로서 증명력이 충분하다 할 것이다(그 이상의 시간당 감소치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이를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나. 돌이켜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운전시각은 03:20이고,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사고 후 혈중 알코올농도 0.012%의 수치가 측정된 시각은 09:47임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시간당 혈중 알코올농도 감소치인 0.008%를 적용하여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공소사실 기재 운전시점인 03:20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계산하면 도로교통법상 처벌의 기준이 넘는 0.0636%{=0.012%+0.008%×(6+37/60)}가 됨은 계산상 분명하고, 따라서 달리 위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아무런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의 계산 결과로써 피고인의 음주운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비록 원심이 이러한 점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아니하고,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역추산 방식에 따라 아무런 근거 없이 시간당 0.012%의 혈중 알코올농도 감소치를 적용하여 산출된 0.09%의 주취상태에서 피고인의 음주운전을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은 방식으로 사고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산정하여 산출된 수치에 의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 처벌기준이 넘는 결과가 된다고 할 것이어서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 정당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한편,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는 형법 제37조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 이규홍 손지열(주심)

심급 사건
-인천지방법원 2001.5.18.선고 2001노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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