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1997. 4. 24. 선고 95헌마273 판례집 [행정사법 시행령 제2조 제3호 위헌확인]

[판례집9권 1집 487~49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行政士法施行令 제2조 제3호의 규정이 委任立法의 限界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2. 위 규정이 외국어번역행정사의 職業選擇의 自由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

결정요지

1. 가. 委任立法의 內容에 관한 憲法的 限界는 그 수범자가 누구냐에 따라 立法權者에 대한 한계와 수권법률에 의해 법규명령을 제정하는 受任者에 대한 한계로 구별할 수 있는바, 국회가 법률에 의하여 입법권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헌법에 위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전자의 문제이고, 법률의 우위원칙에 따른 위임입법의 내용적 한계는 후자에 속한다. 후자의 문제로서 위임명령의 내용은 授權法律이 수권한 規律對象과 目的의 範圍 안에서 정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배한 위임명령은 위법이라고 평가되며, 여기에서 모법의 수권조건에 의한 위임명령의 한계가 도출된다.

나. 행정사법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행정사는 타인의 위촉을 받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번역, 작성서류의 제출대행,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과 자문, 신고·신청·청구의 대리와 사실조사 및 확인 등을 그 업무로 하고(제1조 및 제2조 제1항), 그 중 특히 외국어번역행정사는 “행정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번역”과 “동 번역서류의 제출대행”(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 그리고 “그 업무에 관한 사실확인증명서의 발급” 및 “그가 번역한 번역문에

대한 번역확인증명서의 발급”(제28조)을 그 업무로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母法상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下位命令이 규율한 것이 아니므로 委任立法의 限界를 逸脫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가. 직업의 선택 혹은 수행의 자유는 각자의 생활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편이 되고 또한 개성신장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主觀的 公權의 성격이 두드러진 것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 국가의 사회질서와 경제질서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하는 客觀的 法秩序의 構成要素이기도 하다.

나. 이미 행정기관에서 공적으로 발급된 서류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기관이 또 다시 규제할 필요성이 없고 사실상 규제할 수도 없으므로,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의 외국어로의 번역은 당해 서류를 필요로 하는 곳의 판단 및 요구수준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國際化ㆍ世界化 시대에는 실생활에서 외국어의 한글로의 번역 뿐만 아니라 한글의 외국어로의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져 가고 있는 추세이므로,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외국어번역행정사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전적으로 당해 서류의 번역을 위촉하는 의뢰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또한 청구인과 같은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전혀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職業選擇의 自由를 侵害하는 것이 아니다.

청 구 인 김 ○ 영

대리인 변호사 박 성 귀

심판대상조문

行政士法施行令(1995. 7 .20. 대통령령 제14739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조(業務의 內容과 範圍) 법 제2조 제1항 각 호의 규정에 의한 행정사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제한되어 있는 것은 이를 제외한다.

1.~2. 생략

3.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

4.~7. 생략

참조조문

憲法 제15조, 제75조

行政士法 제2조(義務) ① 行政士는 他人의 委囑에 의하여 手數料를 받고 다음 각 호의 事務를 행함을 業務로 한다. 다만, 다른 法律에 의하여 制限되어 있는 것은 이를 행할 수 없다.

1. 行政機關에 提出하는 書類의 作成

2. 權利義務나 事實證明에 관한 書類의 作成

3. 行政機關의 業務에 관련된 書類의 飜譯

4. 제1호 내지 제3호에 의하여 作成된 書類의 提出代行

5. 認可·許可 및 免許 등 行政機關에 提出하는 申告·申請·請求 등의 代理

6. 行政關係 法令 및 行政에 대한 常談 또는 諮問

7. 法令으로 委託받은 事務의 事實調査 및 確認

② 제1항의 業務의 內容과 範圍는 大統領令으로 정한다.

참조판례

1. 1995. 10. 26. 선고, 93헌바62 결정

1996. 4. 25. 선고, 94헌마129 , 95헌마121 (병합) 결정

2. 1996. 8. 29. 선고, 94헌마113 결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86. 2. 27. 서울특별시 ○○구청장으로부터 외국어번역행정서사업 허가를 얻어 같은 날부터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진○ 269에서 외국어번역행정서사 사무소를 경영하고 있다. 한편 종전의 행정서사법이 1995. 1. 5. 행정사법으로 전문개정(법률 제4874호)되어 청구인은 동법부칙 제2조(행정사 자격에 관한 경과조치)에 의하여 외국어번역행정사의 자격이 있는 자이다.

행정사법제2조 제1항에서 행정사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바(동조항 제1호 내지 제7호), 그 중 제3호는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동조 제2항은 “제1항의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고, 이에 따른 행정사법시행령(1995. 7. 20. 대통령령 제14739호 전문개정)제2조 제3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를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서류’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도 번역할 수 있는 기본권을 모법인 행정사법이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법시행령(제2조 제3호)이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서류’의 번역으로 축소규정한 것은 청구인을 비롯한 모든 외국어번역행정사가 보호받을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법률상의 근거없이 침해하고 제한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라고 주장하고 1995. 9.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행정사법시행령(1995. 7. 20. 대통령령 제14739호 전문개정)제2조 제3호(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규정과 모법인 행정사법의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

행정사법시행령 제2조(업무의 내용과 범위)법 제2조 제1항 각 호의 규정에 의한 행정사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제한되어 있는 것은 이를 제외한다.

1. 내지 2. 생략

3.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

4. 내지 7. 생략

(2) 관련규정

행정사법 제2조(업무)① 행정사는 타인의 위촉에 의하여 수수료를 받고 다음 각 호의 사무를 행함을 업무로 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제한되어 있는 것은 이를 행할 수 없다.

1.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2.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3.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

4. 제1호 내지 제3호에 의하여 작성된 서류의 제출대행

5. 인가ㆍ허가 및 면허 등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신고ㆍ신청ㆍ청구 등의 대리

6.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

7. 법령으로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조사 및 확인

② 제1항의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은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는 있으나 이때에도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여 모법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는 행정사의 업무의 하나로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이라고 규정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외국어번역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도 번역할 수 있는 기본권을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사법 제2조 제2항의 입법위임에 의한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를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로 축소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나. 내무부장관의 의견

행정사법시행령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한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 함은 행정사법에서 정한 자격있는 외국어번역행정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임을 규정한 것이지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서류’를 포함하는 여러 가지 서류(예컨대 문학작

품이나 회사 서류 등)의 번역을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즉,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의 번역”은 외국어번역행정사만이 독점적으로 할 수 있고, 기타 모든 서류(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서류 포함)의 번역은 외국어번역행정사는 물론 외국어번역행정사가 아닌 어떠한 자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외국어번역행정사에게 특정 업무를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을 뿐 기타의 번역업무를 제한한바 없으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침해 주장은 합당치 않다.

3. 판 단

가. 외국어번역행정사 제도의 연혁과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

외국어번역행정(서)사제도는 1975. 12. 31. 전문개정된 행정서사법(법률 제2805호)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나 동법에는 “외국어번역행정서사의 업무범위”와 “번역증명서”에 관한 규정이 없어 외국어번역행정서사의 업무는 법률적으로 불완전하였다. 그 후 대한행정서사회의 입법청원 노력 등에 힘입어 1995. 1. 5. 개정된 행정사법에서 외국어번역행정사의 업무(동법 제2조)및 번역증명서(동법 제28조)에 관한 규정이 입법되어 외국어번역행정사의 업무는 법적인 근거를 갖게 되었다.

한편,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있는 행정사법시행령행정서사법이 위와 같이 행정사법으로 전문개정됨에 따라 행정사의 종류별 업무구분 및 행정사 시험과목 등 동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행정사의 등록절차 등 동법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려는 취지에서 종전의 행정서사법시행령(1988. 12. 19. 대통령령 제12555호로 개정된 것)을 전문개정한 것이다.

그런데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서는 행정사의 업무의 하나로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이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업무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위임하여,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에서는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를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행정사의 업무에서 제외함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여부

(1) 자격제도와 위임입법의 한계

무릇 입법부가 일정한 전문분야에 관한 자격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는 그 제도를 마련한 목적을 고려하여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제도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고, 그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입법부의 정책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1996. 4. 25. 선고, 94헌마129 , 95헌마121 (병합)결정 참조〕.

우리 헌법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이 발할 수 있는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발할 수 있다고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위임입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일반적이고 포괄

적인 위임은 이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이 그 바탕으로 하는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는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한 것이다(헌법재판소 1995. 10. 26. 선고, 93헌바62 결정 참조).

위임입법의 내용에 관한 헌법적 한계는 그 수범자가 누구냐에 따라 입법권자에 대한 한계와 수권법률에 의해 법규명령을 제정하는 수임자에 대한 한계로 구별할 수 있다. 즉, 국회가 법률에 의하여 입법권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헌법 등 상위규범에 위반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전자의 문제이고, 반면에 법률의 우위원칙에 따른 위임입법의 내용적 한계는 후자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위임입법의 내용적 한계라고 하는 경우에는 주로 후자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위임명령의 내용은 수권법률이 수권한 규율대상과 목적의 범위 안에서 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배한 위임명령은 위법이라고 평가되며, 여기에서 모법의 수권조건에 의한 위임명령의 한계가 도출된다. 즉, 모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하위명령이 규율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배하는 것이다.

(2) 행정사제도의 목적과 외국어번역행정사의 업무

행정사법은 행정사제도를 확립하여 국민의 편의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며, 일반적으로 행정사는 타인의 위촉을 받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번역, 작성서류의 제출대행,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과 자문, 신고·신청·청구의 대리와 사실조사 및 확인 등을 그 업무로 한다(행정사법 제1조제2조 제1항). 그리고 행정사는 그 소관업무에 따라 이를 일반행정사ㆍ기술행정사(해사분야)및 외국어번역행정사로 구분된다(행정사법 제3조, 동법시행령

제3조).

그 중 외국어번역행정사는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과 “동 번역서류의 제출대행”(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 그리고 “그 업무에 관한 사실확인증명서의 발급” 및 “그가 번역한 번역문에 대한 번역확인증명서의 발급”(행정사법 제28조)을 그 업무로 함을 알 수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모법(행정사법)상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하위명령(행정사법시행령)이 규율한 것이 아니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여부

(1)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15조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국민이 원하는 직업 내지 직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결정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직업의 선택 혹은 수행의 자유는 각자의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편이 되고, 또한 개성신장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주관적 공권의 성격이 두드러진 것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 국가의 사회질서와 경제질서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하는 객관적 법질서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4헌마113 결정 참조).

(2) 외국어번역과 행정사제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행정사제도란 행정기관등에 제

출하는 서류를 대리로 작성하거나 대리로 제출하는 제도이며, 이미 행정기관에서 공적으로 발급된 서류는 이른바 ‘공문서’로서 이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기관이 또다시 규제할 필요성이 없거니와 사실상 규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의 외국어로의 번역에 대하여는 당해 서류를 필요로 하는 곳의 판단 및 요구수준에 따라 처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한편, 지금과 같은 국제화ㆍ세계화 시대에는 실생활에서 외국어의 한글로의 번역 뿐만 아니라 한글의 외국어로의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져 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러므로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서류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외국어번역행정사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전적으로 당해 서류의 번역을 위촉하는 의뢰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청구인과 같은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전혀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라. 평등권 침해여부

또한 청구인은 침해된 권리로 평등권(헌법 제11조)을 들고 있으나 청구이유에서는 이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고 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를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어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등권 침해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4. 24.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황 도 연

주 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