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2헌마562 기소유예처분취소
오○섭
국선대리인 변호사 조대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
1. 피청구인이 2012. 3. 20.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2011형제2436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2010. 10. 16. 22:30경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506 앞길에서 김○남과 택시 운행 문제로 시비되어 다투다 김○남을 밀어 넘어뜨려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견 봉쇄골 관절 탈구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상해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2012. 3. 20.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2011형제24369호)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2) 이에 청구인은 자신이 김○남을 밀거나 넘어뜨린 적이 없음에도 기소유예결정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진정(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2012진정118호)하였으나 2012. 4. 12. 공람종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공람종결처분’이라 한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2012. 4. 23.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하였고, 위 신청이 인용되자 2012. 6. 21. 고소인의 항고권만 규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의 항고권에 대하여는 규정하지 아니한 검찰청법 제10조 및 혐의사실이 유죄인 경우 기소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유죄를 인정받은 피의자가 무죄를 주장하여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함과 동시에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및 공람종결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두지 않은 것이 진정 입법부작위인지 여부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첫째,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즉, 입법권의 불행사)와 둘째,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의 당해 사항을 불완전ㆍ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즉, 결함이 있는 입법권의 행사)가 있는데, 일반
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헌재 1998. 7. 16. 96헌마246 , 판례집 10-2, 283, 299; 헌재 2000. 4. 27. 99헌마76 , 판례집 12-1, 556, 565; 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 판례집 13-1, 1431, 1437 참조).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입법부작위가 그 중 어떠한 입법부작위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면 심판대상이 ‘입법부작위’가 되고,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면 ‘검찰청법 제10조, 형사소송법 제247조’가 심판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구인은 검찰청법 제10조 및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청구인이 다투고자 하는 입법부작위가 어떠한 입법부작위인지는 결국 청구취지 및 청구이유 등에 나타난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
청구인의 심판청구 취지 및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가 불복하여 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인바, 현행법상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무죄를 주장하여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하여는 입법이 이루어진 바가 없다. 청구인이 불충분한 입법으로 주장하는 검찰청법 제10조의 검찰항고제도는 검찰 자체적으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적정성을 통제하기 위해 마련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불복절차라는 점에서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자’가 무죄를 받고자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불복수단과는 그 성격이나 목적을 달리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양형의 조건인 형법 제51조를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소편의주의를 나타내주는 조항일 뿐,기소유예처분에 관한 법률적 성
질은 물론 그 불복여부에 관한 어떠한 내용도 담겨져 있지 않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입법부작위는 ‘법률조항의 불완전·불충분한 입법부작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입법자가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절차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것’, 즉 진정입법부작위로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심판의 대상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하여 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 ② 이 사건 공람종결처분, ③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 규정]
제10조(항고 및 재항고) ①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그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을 거쳐 서면으로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검사는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그 처분을 경정(更正)하여야 한다.
② 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제1항의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소속 검사로 하여금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직접 경정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고등검찰청 검사는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검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본다.
③ 제1항에 따라 항고를 한 자[「형사소송법」 제260조에 따라 재정신청(裁定申請)을 할 수 있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그 항고를 기각하는
처분에 불복하거나 항고를 한 날부터 항고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3개월이 지났을 때에는 그 검사가 속한 고등검찰청을 거쳐 서면으로 검찰총장에게 재항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고등검찰청의 검사는 재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그 처분을 경정하여야 한다.
④ 제1항의 항고는 「형사소송법」제258조 제1항에 따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⑤ 제3항의 재항고는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 또는 항고 후 항고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3개월이 지난 날부터 3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⑥ 제4항과 제5항의 경우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한 자가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하여진 기간 이내에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하지 못한 것을 소명하면 그 항고 또는 재항고 기간은 그 사유가 해소된 때부터 기산한다.
⑦ 제4항 및 제5항의 기간이 지난 후 접수된 항고 또는 재항고는 기각하여야 한다. 다만,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그 사유를 소명하였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47조(기소편의주의) 검사는「형법」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후의 정황
제69조(불기소처분) ③ 불기소결정의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1. 기소유예 :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호의 사항을 참작하여 소추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2. 청구인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기소유예처분은 피의자의 범죄혐의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처분으로서 피의자의 명예와 사회생활에 불리한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기소유예 결정에 대하여 피의자가 무죄임을 주장하여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의 단심판단에 의하여 유죄로 결정되고 마는 것으로 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반된다.
(2) 이 사건 공람종결처분은 청구인의 불복청구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적법절차에 위배된다.
(3) 청구인은 김○남을 밀쳐 넘어뜨려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김○남 등의 신빙성 없는 진술을 근거로 자의적으로 상해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청구인에 대한 상해 피의사실은 김○남, 목격자 박○관, 장○현의 신빙성 있는 진술에 의해 모두 인정되지만, 김○남이 먼저 도발하여 청구인에게 중상을 입힌
점을 감안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같은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1989. 9. 29. 89헌마13 , 판례집 1, 294, 296; 헌재 1994. 12. 29. 89헌마2 , 판례집 6-2, 395, 405; 헌재 1996. 11. 28. 93헌마258 , 판례집 8-2, 636, 643; 헌재 2007. 5. 31. 2006헌마1000 , 공보 128, 674, 675).
나. 헌법상 입법의무의 인정여부
(1) 헌법상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할 입법의무를 명시한 규정이 있는지 살펴본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2002. 2. 28. 2001헌가18 , 판례집 14-1, 98, 103 참조). 여기서 ‘재판’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그에 대한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결국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고,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란 법관에 의하여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의 적어도 한 차례의 심리검토의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2. 6. 26. 90헌바25 , 판례집 4, 343, 349-350; 헌재 2000. 6. 9. 99헌바66 등, 판례집 12-1, 848, 867).
우리 헌법은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나 사후통제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방법에 관하여도 헌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헌법이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가) 기소유예처분의 의의 및 취지
형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라고 규정하여 국가소추주의와 함께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는 한편,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는「형법」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기소편의주의를 아울러 채택하고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이와 같이 국가기관으로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에 의한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한 것은 공소제기를 개인적 감정에 좌우되지 아니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되게 행사함으로써 획일적이며 공평한 소추를 담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한편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것은 형사정책적인 고려와 소송경제 및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특별히 고려한 것이다(헌재 1989. 4. 17. 88헌마3 , 판례집 1, 31, 36; 헌재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2-233 참조).
이처럼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형
법 제51조 각 호의 사항 즉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소추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때에 이루어지는 불기소처분이다(형사소송법 제247조,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1호).
이러한 기소유예처분 제도를 둔 취지는 공소제기에 대한 형사정책적 고려와 함께 소송경제 및 구제적 정의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피의자에게는 전과자라는 낙인 대신 기회를 주고, 검찰과 법원에게는 다른 중요한 사건에 그 힘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소년사범이나 가정폭력사범과 같이 형사정책상 기소유예처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조건부 기소유예처분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가정폭력사건에서는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교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상담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기소유예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의2), 소년범에 대하여는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의 선도 또는 소년의 선도·교육과 관련된 단체·시설에서의 상담·교육·활동 등을 조건으로 하여 기소유예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소년법 제49조의3).
(나)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기소유예처분과 이에 대한 불복절차
기소유예처분은 공소제기를 하지 않고 수사절차를 종결한다는 점에서는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다투고 있고공소를 제기하기에 충분한 범죄혐의가 없거나, 소송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아니하여 협의의 불기소처분(혐의없음, 죄가 안됨, 공소권없음 등)으로 수사절차를 종결해야 하는사안임에도 검사가 자의
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피의자로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나 명예회복, 체포·구속된 경우 형사보상권의 행사 등을 위하여 기소유예처분에 불복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는 있다.
헌법재판소는 범죄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놓고 자의적이고 타협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했다면 헌법이 금하고 있는 차별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되어 그 처분을 받은 자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및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이래(헌재 1989. 10. 27. 89헌마56 , 판례집 1, 309, 316-317 참조), 피의자로 하여금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통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 헌법해석상 입법의무의 인정여부
우리 헌법은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나 사후통제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방법에 관하여도 헌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범위에서 그 남용을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가 헌법상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헌재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2-234; 헌재 2009. 6. 25. 2008헌마259 , 판례집 21-1하, 900, 907; 헌재 2009. 12. 29. 2008헌마414 , 판례집 21-2하, 895, 903 참조).
기소처분이나 그에 대한 항고 또는 재항고결정에 대하여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누2271 판결; 대법원 1990. 1. 23. 선고 89누3014 판결)라고 판시하여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이처럼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하나인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불복절차를 마련하여 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헌법의 해석상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청구인은 기소유예처분이 유죄확정판결을 받는 것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게 되므로 법원의 재판에 의한 불복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유죄확정판결에 인정되는 효력, 즉 재심에 의하지 않고는 불복할 수 없고, 동일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재판받지 아니하며, 판결내용이 다른 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게 되고, 유죄확정판결에 의하여 형벌이 집행되는 효력 중 어느 하나도 기소유예처분에는 인정되지 않으므로청구인의 이러한 주장은 이유가 없다.
다. 소결
그렇다면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입법자에게 위임하는 명시적인 헌법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해석상으로도 이러한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이 사건 공람종결처분에 대한 판단
진정은 그 자체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법률상의 권리행사로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진정을 기초로 하여 수사소추기관의 적의 처리를 요망하는 의사표시에 지나지 아니한 것인 만큼, 진정에 대하여 이루어진 공람종결처분이라는 것은 구속력이 없는 진정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내부적 사건처리방식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진정인의 권리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람종결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8. 2. 27. 94헌마77 , 판례집 10-1, 163, 170 참조).
5.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판단
가. 쟁점
청구인은 술에 취하여 택시 운행과 관련하여 멱살을 잡으며 시비를 걸어온 김○남의 멱살을 떼어내었을 뿐, 밀쳐 넘어뜨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남과 그 일행 장○현은 청구인이 김○남을 밀쳐 넘어뜨리는 바람에 오른쪽 어깨부위 봉쇄골 관절 탈구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1) 청구인이 김○남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는지(2) 폭행이나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보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이 사건의 경위
청구인, 김○남, 박○관의 진술 및 블랙박스 촬영영상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가 인정된다.
(1) 택시 기사인 청구인은 사건 당시인 2010. 10. 16. 22:30경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506 앞 길에서 택시를 세우고, 동료 택시기사 박○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만취한 상태로 택시를 타려던 김○남에게 다른 택시를 알아봐준다고 하자 김○남이 욕설을 하면서 오른손으로 위 박○관의 멱살을, 왼손으로 청구인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청구인은 김○남의 손을 잡아 뿌리치고, 자신의 택시 쪽으로 갔다.
(2) 이에 김○남은 청구인을 쫓아가 발로 청구인의 다리를 걸어 청구인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계속하여 손으로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청구인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슬관절의 전방 십자인대 견열 골절상을 가하였고, 주먹과 발로 청구인 소유의 경기 53바○○○○호 택시의 조수석쪽 사이드미러와 휀더부분을 내리쳐 손괴하였다. 김○남은 이러한 범죄사실로 2011. 8. 16.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2011. 8. 24. 확정되었다.
(3) 청구인이 김○남을 상대로 4,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김○남은 2011. 12. 5. 청구인을 상해죄로 고소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렀다.
다. 청구인이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1) 청구인 등의 진술내용
청구인은 자신의 멱살을 잡은 김○남을 뿌리친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김○남은 청구인이 밀어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가 탈골되어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견 봉쇄골 관절탈구상을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남의 일행인 장○현은 청구인이 김○남을 밀어 넘어뜨리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2)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 김○남이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
먼저, 청구인이 멱살을 잡은 김○남의 왼손을 뿌리친 사실은 인정되므로 이로
인하여 김○남이 넘어져 오른쪽 어깨 탈골상을 입었는지 살펴본다. 청구인과 김○남 및 박○관의 진술, 당시 상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자료에 따르면, 김○남은 청구인의 발을 걸어 바닥에 넘어뜨린 이후 주먹으로 박○관을 폭행하고, 다시 바닥에 앉아있는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다가 주먹을 크게 휘둘러 청구인의 택시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손괴하였는바[청구인의 택시 블랙박스영상(수사기록 제2권 44-50쪽), 택시 손괴사진(수사기록 제2권 11쪽)], 어깨부위에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위와 같이 청구인과 박○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주먹을 휘둘러 택시 사이드미러를 손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술에 만취한 상태로 무리하게 유형력을 행사하던 중, 특히 택시 사이드미러를 손괴하는 과정에서 어깨 탈골상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된다.
김○남도 피의자로서 이 사건에 관하여 조사받을 당시 술에 만취하여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택시 사이드미러를 주먹으로 쳐서 그런지 오○섭(청구인)을 넘어뜨리면서 다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권 37쪽).
그렇다면 청구인이 김○남을 밀어 바닥에 넘어진 사실이 있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김○남이 상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김○남의 일행 장○현의 진술도 청구인이 김○남을 밀어 바닥에 넘어졌다는 것일 뿐 이때 상해를 입었다는 자료가 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청구인이 김○남을 밀어 바닥에 넘어진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김○남은 애초 자신이 피의자였던 사건에서는 전혀 그러한 진술을 하지 않다가 청구인으로부터 고액의 손해배상요구를 받은 이후인 2011. 5. 26.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비로소 그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장○현은 초기 수사과정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다가 김○남이 청구인을 고소하면서 목격자로 등장하여 김○남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김○남의 일행들이 등장하는 시점은 김○남이 청구인의 다리를 걸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이를 제지하는 박○관을 폭행한 뒤 다시 청구인에게 폭행을 가하기 시작할 때였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청구인이 김○남을 밀어 넘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장○현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3) 소결
결국 청구인으로서는 김○남이 멱살을 잡는 것에 대항하여 이를 뿌리친 사실이 인정될 뿐, 이로 인하여 김○남이 바닥에 넘어진 사실이나, 바닥에 넘어져 어깨 탈골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이처럼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김○남을 뿌리친 행위로 인해 김○남이 바닥에 넘어졌는지 여부, 이로 인하여 어깨 탈골상을 입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 김○남이 8주의 어깨부위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같은 폭력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 주먹으로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손괴하는 과정에서 어깨부위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없는지, 청구인이 김○남을 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는 장○현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증거가치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수사미진으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라 할 것이다.
라.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청구인이 김○남을 뿌리친 행위는 인정되나,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
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 공보 69, 506, 508 참조)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김○남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고려를 하고 수사 및 처분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김○남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청구인으로서는 김○남이 심하게 욕설을 하면서 청구인의 멱살을 잡아당기는 상황이었으므로, 청구인이 이를 뿌리친 행위가 김○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에서의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피청구인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만연히 청구인이 김○남을 뿌리친 행위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다는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마.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김○남에게 상해를 가하였는지 여부 및 청구인의 행위 중 폭행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이 있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없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다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청구인에게 상해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여기에는 수사미진, 증거 취사선택의 오류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6. 결론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3. 9 26.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