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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7. 10. 23. 선고 2007누6276 판결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유철형)

피고, 항소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변론종결

2007. 10. 2.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6. 4. 1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1은 1993. 4. 17. 제27회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하여 1993. 5. 24. 외무사무관 시보로 임용된 후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하던 중 2005. 1.경 간암판정을 받고 간절제술을 받는 등 치료와 근무를 병행하다가, 같은 해 5.경 간내 다른 부위와 폐에 암세포가 전이된 것을 발견하고 일산국립암센터에 입원하였으나, 2005. 7. 26. 간암으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소외 1의 사망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한 것으로서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6. 4. 13. 소외 1의 사망원인인 간암은 공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없고, B형 간염이 자연악화되어 발병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소외 1은 1994년 이후 2002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간기능검사를 하여 왔으나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2002. 7.부터 2004. 8.까지 주터키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인하여 특별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였고, 그 직후 외교통상부 구주2과에서 근무하면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유럽 순방을 각 준비하는 등 통상 업무량을 크게 초과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건강을 돌보지 못한 채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어 간암이 발병하게 된 것이므로, 소외 1의 사망은 공무수행에 기인한 것으로서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이유에 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소외 1의 근무관계 및 업무내용

(가) 소외 1은 1993. 5. 24. 외무사무관 시보로 임용된 후 외교통상부 외교정책기획실 정보과(1993. 5.-1994. 8.)를 시작으로 구주국 서구2과(1994. 8.-1995. 7.), 미국 델라웨어대 파견 근무(1995. 7.-1997. 5.), 기획관리실 행정법무담당관실(1997. 5.-1998. 5.), 외교정책실 인권사회과(1998. 5.-1999. 12.), 주네덜란드 대사관(1999. 12.-2002. 7.), 주터키 대사관(2002. 7.--2004. 8.), 구주국 구주2과(2004. 8.-2005. 4.) 등 여러 보직을 거친 후, 간암이 발병된 이후인 2005. 4. 15.부터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인 외교안보연구원 외국어교육과에 재직하였다.

(나) 소외 1은 2002. 7.부터 2004. 8.까지 주터키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주터키 대사관의 경제·통상, 문화·홍보, 영사 등의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외에 에드로안 터키 총리의 2004. 2. 방한과 관련하여, 2004. 1. 내내 터키 총리의 방한 일정 조정을 위하여 터키 외교부 인사를 수시로 접촉하고, 방한에 따른 성과 제고를 위하여 경제·통상·문화 분야의 관련 아이템 발굴 및 이를 위한 사전 교섭, 방한 행사 관련 자료 작성, 행사 후속 조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그 외에도 국립극장의 터키 공연(2003. 6. 9.), 외교통상부 장관의 터키 방문(2004. 4. 18.-4. 21.) 준비, 국제교류재단 해외공연팀의 터키 공연(2004. 5. 1.-5. 4.) 주관 및 OECD 중소기업장관회의(2004. 6. 3.-6. 5.)에 정부대표로 참석하였다. 외교통상부는 우리나라 재외공관이 위치한 해외 각국의 근무환경 수준을 자체적으로 1등급 내지 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터키는 3등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근무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다) 주터키 대사관 근무를 마친 소외 1은 2004. 8. 25.부터는 외교통상부 구주국 구주2과에서 과 차석으로서 담당국가인 영국, 아일랜드, 체코, 슬로바키아와의 외교관계 실무업무를 수행하였는데, 과 차석은 과장을 보좌하면서 구주2과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라) 한편 대통령급과 국무총리급의 순방행사 준비를 위해서는 2-3개월 전부터 방문국가와의 일정 교섭, 회담의제 설정, 방문국가별 정치·경제·문화 등에 관한 기본자료와 순방국가의 의전행사별 자료 준비, 방문성과 제고를 위한 내부 전략회의 수시 개최, 장관에 대한 중간보고, 순방 관련 보도자료 작성 등 다양하고 방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2004. 10. 13.부터 같은 달 20.까지 국무총리의 유럽 3개국 방문일정과 같은 해 11. 30.부터 12. 9.까지 대통령의 유럽 3개국 방문일정이 잡혀 있어, 소외 1은 터키에서 귀국한 직후부터 위 행사들의 준비를 위하여 상당한 야근(2003. 9.에는 12일간, 같은 해 10.에는 13일간, 같은 해 11.에는 10일간, 같은 해 12.에는 2일간 야근을 하였고, 휴일근무는 1일이었다)을 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구체적으로 소외 1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헝가리(진보정상회의 참석 포함), 오스트리아, 독일 방문과 관련하여 2004. 9.초부터 총 5차례에 걸쳐 방문준비 현황을 보고하고, 국별 행사자료, 진보정상회의 참가자료, 언론 홍보자료를 준비하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 3개국 방문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필요한 기본자료, 정상회담 자료, 주요 현안자료, 준비상황 보고자료 등을 작성하였다.

(마) 소외 1은 진보정상회의의 참석을 위한 8일간의 현지 출장기간 및 대통령의 영국, 폴란드 방문시 실무수행원으로 참가하기 위한 10일간의 현지 출장기간 동안에는 호텔에 상황본부를 운영하면서 회담자료 보충, 추가자료 준비 및 비상상황에 대비하였는데, 다양한 행사를 적절하게 진행하고 돌발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하여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시달렸고, 출장기간 내내 행사가 끝날 때마다 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내에 보고하고 그 다음날 일정 준비를 하기 위하여 하루 2-3시간 정도의 수면밖에 취하지 못하여 극심한 피로가 누적되었으며, 귀국 후에도 바로 국무회의 보고자료 준비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였다.

(2) 소외 1의 건강상태 및 사망경위

(가) 소외 1은 1965. 12. 19.생으로 1993년경 만성 B형 간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은 이후 금연, 금주 및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한편, 주네덜란드 대사관 근무시기인 2002. 6.경까지 1년에 한번 이상 초음파검사 등 정기검진을 받고, 특별한 간질환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주터키 대사관 근무 이후로는 특별한 검진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였다.

(나) 소외 1은 2005. 1.초부터 오른쪽 상복부에 심한 근육통을 느껴 같은 달 13. 새벽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검진한 결과 ‘간세포 암종 악성 신생물’로 판명되어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18.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하여 같은 달 26. 위 병원에서 간절제술을 시술받은 후 같은 해 2. 8.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던 중 암세포가 간내 다른 부위 및 폐로 전이되어 2005. 7. 2.부터 같은 달 22.까지 국립암센터에 다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달 26. 23:40경 사망하였다.

(3) 관련 의학 지식

(가) 간염 : 급성간염은 감염 후 대개 3-4개월이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나 이와는 달리 간염이 낫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간염이라 한다. 만성간염의 원인으로는 간염을 일으키는 간염바이러스(이중 B형, C형, D형이 만성간염의 원인바이러스)가 대표적이며 그 외 자가면역성, 약물, 대사질환, 원인불명 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가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며, 이 중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감염 후 급성간염으로 끝나지 않고 만성으로 이행되는 데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예를 들어 면역체계가 완성된 성인에게 감염된 경우에는 대개가 급성간염으로 끝나고 1-5%만이 만성화되는 반면, 신생아 시기에 걸리면 90% 이상이 만성화하며 소아 때 걸리면 30% 이상이 만성화한다. 따라서 수직감염(어머니로부터 출생시 혈액을 통하여 전염)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이 되어 만성간염으로 나타나는 예가 대부분이다.

(나) 간암 : 원인인자가 분명한 대표적인 악성 종양으로 전세계적으로 B형 및 C형 바이러스 및 Aflatoxin-B1 같은 화학물질의 오염과 역학적으로 밀접한 인과관계를 나타내고 특히 B형 및 C형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경우는 바이러스적 요인뿐만 아니라 간염-간경변증 요인이 함께 관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간암의 약 70%가 B형 간염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만성 B형 간염 환자에게서 간경변증으로 이행할 확률은 5년 후 9%, 10년 후 20%, 15년 후 36%, 20년 후 48%로 알려져 있고, 간암이 발생할 확률은 5년 후 2.7%, 10년 후 11%, 15년 후 25%, 20년 후 35%로 알려져 있으며, B형 간염 보유자에서 간암이 호발하는 시기는 50대 중반이다.

한편,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에 의하여 혹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간질환이 발생하거나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된다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자료는 없고(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면 그에 따라 간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일반적 추정은 가능하나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 자료는 없다), 의학적 측면에서 간질환이 악화되는 것은 적절한 검사와 치료 없이 지내는 경우나 알코올 내지 독성 약물을 복용하는 등 부적절한 건강관리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정근거] 갑 제1, 3 내지 6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4, 갑 제8호증,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0호증, 갑 제11호증의 1 내지 5, 갑 제12호증의 1, 2, 갑 제13 내지 15호증, 갑 제16호증의 1 내지 11, 갑 제17호증의 1 내지 3, 갑 제18호증(을 제4호증의 1, 2와 같다), 갑 제19호증의 1 내지 31, 갑 제20호증의 1 내지 13, 갑 제21호증의 1 내지 22, 갑 제22호증의 1 내지 35, 갑 제23호증의 1 내지 17, 갑 제24호증의 1 내지 20, 갑 제25호증의 1 내지 5,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1, 2, 을 제5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2, 3, 4의 각 증언, 제1심 법원의 대한산업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당원의 강남성모병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살피건대,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유족보상금 지급의 요건이 되는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사망의 이유로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공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공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어도 자연적인 경과로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간질환 발생이나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므로, 소외 1의 간암에 기한 사망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소외 1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만성 간염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되어 간암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추단하게 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간암 발생 이전에 소외 1이 주터키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과로를 하고, 특히 외교통상부 구주2과로 복귀한 이후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외국 순방행사를 준비하면서 다소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인정사실과 같이 ① 소외 1이 1993년 만성 간염으로 입원, 치료받은 이후 10년이 경과한 2005. 1.에 만 39세의 나이에 간암이 발생하였다면 만성 간염의 자연경과적 진행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예외적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점, ② 주터키 대사관에 근무한 시기에 통상의 업무 이외에 몇몇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기는 하였으나, 유사 지위에 있는 동료들에 비하여 크게 과도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③ 구주 2과 근무 당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해외 순방행사를 준비하면서 다소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2004. 9.부터 11.까지 매월 초과근무 일수가 10일 내지 13일이고, 2004. 12.에는 2일에 그쳤으며, 주말근무도 하루에 그치는 등 그 과로의 정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④ 간질환의 대표적인 악화요인으로 적절한 검사와 치료 없이 지내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소외 1은 간염으로 입원한 전력이 있으면서도 2002. 7. 이후 간암 발병시까지 아무런 검사나 치료 없이 지냈고, 그 기간 동안의 소외 1의 근무 환경이 간질환 검사의 여유도 없을 정도로 열악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⑤ 그로 인하여 마지막 건강진단을 받은 2002. 7. 이후 소외 1의 간염이 어떻게 악화되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료자료가 없고, 따라서 다소 과로한 것으로 보이는 2004. 9.부터 같은 해 11.까지의 구주 2과에서의 근무가 소외 1의 간질환 악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점, ⑥ 위와 같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소외 1의 면역체계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그에 기하여 간질환이 악화되었을 것이란 일반적인 추정은 가능하나, 과로나 스트레스에 기하여 면역체계가 약화되고 그로 인하여 간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의학적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의 위와 같은 과로나 스트레스에 기하여 만성 간염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소외 1의 공무 내지 그로 인한 과로, 스트레스와 간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삼봉(재판장) 곽병훈 김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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