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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두14137 판결
[유족보상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과로 및 스트레스가 기존질환인 B형 만성간염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간암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울 담당변호사 이경우 외 2인)

피고,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남편인 소외인은 1994. 1. 3. 도축 및 도축물 운송업체인 주식회사 북서울(이하 '북서울'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운송반장으로 근무하면서 그 판시와 같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여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온 사실, 소외인은 1946. 6. 18.생으로 1998. 7. 29. 알콜성 간염 진단을 받았고, 1999. 9.경 건강검진결과 B형 간염 진단을 받았으며, 2000. 2.경 몸무게가 줄고 얼굴색이 이상하게 변하자 같은 해 2. 15. 회사 인근의 윤내과의원을 거쳐 강북삼성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같은 해 2. 21. 말기 간암 및 B형 간염, 간경화, 복수, 식도정맥류, 문맥혈전증 등의 진단을 받아 이에 대한 보존적 치료만을 받아 오던 중, 같은 해 4. 4. 17:15 직접사인 복수·악액질, 중간선행사인 간문맥 색전증, 선행사인 간암으로 사망한 사실, B형 간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B형 간염 자체의 악화, 다른 간염 바이러스의 중복 감염, 간독성 약제의 복용, 간세포암의 발생 등이 있으며, B형 간염의 원인이 제거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간의 염증과 괴사가 진행되면 B형 간염이 간경화로 발전할 수 있고, 간경화는 다시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실, 과로나 스트레스가 B형 간염을 간경화, 간암으로 전이시키거나 간경화, 간암을 발병시키는 독립된 인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의학적인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이 육체적인 과로를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상된 간 기능이 더욱 악화되고 황달이나 염증과 같은 간기능의 저하상태가 초래될 수 있음에 비추어 B형 간염이 있는 상태에서의 과로 및 스트레스는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소외인이 B형 간염에 감염된 상태에서 북서울의 운송반장으로서 50세가 넘은 나이에 새벽상차, 주간상차 및 배달 등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기존 질환인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됨으로써 간경화, 간암으로 순차 진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소외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따라서 소외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은, 소외인이 알콜성 간염으로 치료를 받은 성모의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등을 기초로 과로 및 스트레스가 B형 간염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성모의원장 등은 이에 대한 근거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고, 원심의 사실인정 자체에 의하더라도 과로 및 스트레스가 B형 간염을 간경화, 간암으로 전이시키거나 간경화, 간암을 발병시키는 독립된 인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의학적인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것이며, 강북삼성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만성 간염이 있는 환자의 경우 과로 및 스트레스가 암세포에 대한 면역통제기능을 방해하여 그 결과 간암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의학적 소견과 달리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하여는 소외인의 경우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예외적으로 기존질환인 B형 간염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B형 간염의 자연적인 진행경과와 다른 진행경과를 거쳤다거나 B형 간염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는 점에 관한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인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에 관한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소외인의 경우 과로 및 스트레스가 기존질환인 B형 간염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간경화, 간암으로 순차 진행되게 하고,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어서 소외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소외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강신욱 고현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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