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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696 판결
[신용장대금][집33(2)민,22;공1985.7.15.(756),893]
판시사항

상업송장의 하인란에 기재된 원산지 표시를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상업송장의 하인란은 송하물의 의장에 표시할 하인을 기재한 것으로서 하인은 송하물을 선적지나 양육지 등에서 다른 화물과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특정한 기호, 목적지 및 원산지등을 송화물의 의장에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러한 하인란에 기재된 원산지 표시는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description)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하환신용장에관한통일규칙및관례(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제32조 씨(C)항

원고, 상고인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병호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광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주명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라미실업주식회사가 일본국 소재 소외 크라운주식회사로부터 프린트복지의 의장도안에 사용되는 스켓치 페이퍼를 수입하면서 피고 은행에게 신용장개설 의뢰를 하자, 피고 은행은 1981.9.30경 위 크라운주식회사를 수익자로 하는 취소불능 하환신용장 1매(신용장번호 생략)를 개설하고, 위 신용장 대금의 결재에 ①수익자가 수취인을 원고은행 오사카지점, 지급인을 Bankers Trust Co., New York 액면 금액을 위 신용장 금액과 동액으로 하여 발행한 일람출급환어음 2통, ② 수하인을 피고은행, 개설의뢰인을 통지처로 한 운임선불 무고장 항공화물운송장 및 ③ 일본 오사까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운임포함 가격 1장당 미화 40달러의 일본국 원산의 스켓치페이퍼 7,560장 전부에 대하여 서명된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 각 3통을 선적서류 발급 후 10일 내에 제시할 것 등을 조건으로 한 사실, 그런데 원고 은행은 통지은행으로서 1981.10.2경 일본국 오사까지점을 통하여 수익자인 위 크라운주식회사에 위 신용장 내용을 통지하고 이어 그달 5.경 위 회사로부터 동회사가 위 신용장에 따라 지급인을 위 Bankers Trust Co., New York, 수취인을 원고은행 오사까지점 또는 그 지시인으로 하여 발행한 액면 금 미화 302,400달러의 일람출급환어음을 위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항공화물운송장 등과 함께 매수하여 그 소지인이 된 다음 그달 12경 피고 은행 서울지점에 위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위 환어음과 그 부속서류를 제시한 사실, 그러자 피고 은행은 위 각 부속서류의 기재사항중 항공화물운송장의 통지처 및 송하인의 주소가 신용장의 그것과 다르고 또 선편날짜의 기재가 없으며, 상업송장상의 상품의 명세가 위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일치되지 아니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위 환어음과 그 부속서류의 인수 및 위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사실, 그리고 위 신용장거래는 국제상공회의소가 1974년에 개정 공포한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르기로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한 후, 그 거시증거에 의하면 원고 은행이 피고 은행에 제시한 환어음 및 부속서류 중 위 신용장과 문면상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이 원심판결 별지 제 2 목록기재와 같은 사실, 이에 따라 피고 은행은 원고가 제시한 환어음 및 그 부속서류를 인수하지 아니하고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이어 위 서류들을 원고에게 반송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 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위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피고 은행에 제시한 상업송장상의 상품명세와 원산지, 매수인 및 수익자, 포장명세서상의 상품명세와 송하인, 항공화물운송장상의 통지처 및 송하인의 기재가 위 신용장상의 그것과 문면상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그 기재가 누락되어 있어 전시 신용장통일규칙이 요구하고 있는 정도로 위 각 부속서류가 문면상 전시 신용장조건에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사건 신용장대금지급청구는 이유없다고 판단하였다.

2. 하환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신용장거래는 그 기초가 된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관계가 없는 전혀 별개의 거래로 취급되며 그 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합치함을 요한다.

따라서 신용장 발행은행은 개설의뢰인인 매수인을 대신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은행에 제시된 서류가 형식상 신용장조건과 엄격하게 합치하는지를 조사 점검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다 함으로써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이다. 1974년에 개정된 하환신용장에 관한 통일규칙 및 관례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이하 통일규칙이라 약칭한다) 총칙 씨(C)항, 제7조 및 제8조의 각 규정은 위와 같은 취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은행의 조사점검의무에 관하여 제7조는 " 은행은 모든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조건과 합치(in accordance with)하는지의 여부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with reasonable care) 점검하여야 한다. 서류 상호간에 문면상 모순(inconsistent with)되는 것은 신용장 조건과 합치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고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상당한 주의라 함은 상품거래에 관한 특수한 지식경험에 의함이 없이 은행원으로서의 일반적인 지식경험에 의하여 기울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의를 가리키며 은행원은 이러한 주의를 가지고 신용장과 기타 서류에 기재된 문언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신용장조건과의 합치여부를 가려낼 의무가 있고 실질적인 심사의무는 없는 것이다.

특히 서류중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은 매도인인 수익자가 매수인인 신용장개설의뢰인에게 공급하는 매매목적물의 상품명세서 겸 출하안내서와 같은 것으로서 그 상품이 매수인이 제시한 매수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주요한 자료이므로 통일규칙 제32조 씨(C)항은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재에 대하여 다른 서류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재보다 엄격하게 신용장기재와 일치할 것을 요구하고 " 상업송장에 기재된 상품의 명세는 신용장의 명세와 일치(correspond with)하여야 한다. 기타 서류의 상품명세는 신용장의 상품명세와 모순되지 않는(not inconsistent with) 일반용어로 기술하여도 무방하다" 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 규정에서는 통일규칙 제7조 전단에서 사용한 합치(accordance)라는 용어 대신에 일치(correspondenc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러한 용어의 차이만 가지고 곧 합치의 정도에 관한 개념의 외연에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앞에서 본 신용장거래의 성질과 은행의 서류점검의무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두 용어가 나타내는 합치의 의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구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이 사건에서 먼저 신용장에 기재된 상품명세와 3통의 상업송장에 기재된 상품명세를 비교하여 보건대, 전자는 상품명세서 " Sketch paper 7,560 Sheets at $40, Total U.S $302,400, origin Japan, C & F Kimpo Airport" 라고 되어 있고, 후자는 하인(Marks & Nos), 명세(Description), 수량(Quantity), 단가(Unit Price), 금액(Amount)의 각란을 설정하고 명세란에 " Sketch paper 55cm X 40cm" , 수량란에 각 " 2,520 sheets" 단가란에 " at $40.00" , 금액란에 각 " U.S $600,800.00" , 하인란에 " CRN-278 KIMPO NO 2/20 MADE IN JAPAN" , 그리고 단가란과 금액란 상단에 걸쳐 " C. and F. Kimpo Airport" 라고 기재되어 있다.

무릇 상품의 명세는 상품의 명칭뿐만 아니라 그 상품을 특정하는 제한적 기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므로 위 신용장의 상품명세란에 기재된 상품명칭외의 수량, 단가, 금액 및 원산지 등도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이라고 볼 것인바, 상업송장에는 명세란 외에 별도로 수량, 단가, 총액의 각란을 두어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을 하고 있으므로 이들 각란의 기재내용을 종합하여 신용장기재와의 일치여부를 가려야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양자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중 차이가 나는 점은 첫째로, 신용장에는 상품명칭을 " Sketch paper" 라고 기재하고 규격표시를 하지 않고 있음에 반하여 상업송장에는 상품명칭인 " Sketch paper" 아래에 " 55cm × 40cm" 라는 규격표시를 첨가하고 있는 점과 둘째로, 신용장에는 상품명세 중에 원산지 표시로 " origin Japan" 이라고 기재하고 있는데 상업송장에는 상품명세란에 원산지표시가 없고 하인란에 " MADE IN JAPAN" 이라고 기재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겠다.

우선 상업송장에 첨가된 규격표시에 관하여 보건대, 위와 같은 정도의 규격표시는 신용장에 기재된 상품의 개념을 확장하거나 그 품질을 저하시키는 성질의 표시가 아닐뿐 아니라 단가등 다른 상품명세기재에 의하여 문면상 물품의 동일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상업송장에 위와 같은 정도의 규격표시가 첨가된 것을 가지고 상품명세에 관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거나 신용장조건을 해하는 기재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원산지표시에 관하여 보건대, 상업송장의 하인란은 송하물의 의장에 표시할 하인을 기재한 것으로서 하인은 송하물을 선적지나 양육지 등에서 다른 화물과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특정한 기호, 목적지 및 원산지 등을 송화물의 의장에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러한 하인란에 기재된 원산지 표시는 이를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Description)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원산지가 일본인 Sketch paper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송장에 기술된 상품명세에는 원산지표시가 누락되어 있어 이러한 상품명세는 신용장기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점에서 벌써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신용장대금 지급거절은 적법한 것으로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원심조치는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없다.

4. 이밖에 논지는 국내은행의 대부분이 이 사건과 동일한 내용의 서류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대금지급을 하여 옴으로써 은행거래에 있어서의 관행 내지 관례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와 같은 관행 내지 관례의 성립을 부인하였음은 채증법칙 위반 및 이유모순의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주장과 같은 거래관행이나 상관습의 성립을 부인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그 판단의 과정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이유모순의 위법이 없으며, 원심확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와 소외 라미실업주식회사와의 신용장거래는 이 사건 거래가 처음이었다는 것이므로 종전의 거래에 따른 신의칙위반을 내세울 여지도 없으니 논지는 이유없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할 것도 없이 이 사건 상고는 이유없으므로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일규(재판장) 전상석 이회창 정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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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4.2.27.선고 82나3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