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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 2011. 6. 23. 선고 2011가합942 판결
[족보폐기처분] 항소[각공2011하,1175]
판시사항

[1] 종중의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내용이 조상이나 후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폐기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갑 등이 편찬한 족보가 조상과 후손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폐기를 구한 사안에서, 족보에 기재된 내용으로 후손들의 명예감정이 침해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족보의 폐기를 구하는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종중의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청구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어떤 권리관계의 주장에 관한 것이 되지 못하므로 제소할 법률상 권리보호 이익이 없고, 폐기를 구하는 청구 역시 결국에는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것과 다를 게 없으나,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내용으로 말미암아 법률상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변경이나 삭제가 되더라도 당사자의 재산이나 신분상 권리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기한 청구가 법률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족보로 말미암아 조상 또는 후손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손해배상에 갈음하여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의 한 방법으로 족보의 폐기를 구할 수 있다.

[2] 갑 등이 편찬한 족보가 조상과 후손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폐기를 구한 사안에서, 족보에 기재된 조상에 대한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만으로 후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단순히 주관적으로 후손들의 명예감정이 침해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족보의 폐기를 구하는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인천이씨 안정공파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암 담당변호사 박기준)

피고(선정당사자)

피고(선정당사자)

변론종결

2011. 6. 2.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선정당사자, 이하 ‘피고’라 한다) 및 선정자들은 별지 목록 기재 족보를 폐기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인천이씨 안정공파 종중은 인천이씨 안의 소종중으로 원고 2는 안정공파의 회장이고, 원고 3은 안정공파 중 정주파의 종원, 원고 2는 안정공파 중 경주파의 종원이며, 선정자 2는 인천이씨 안정공파보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원회’라 한다) 위원장이고, 선정자 3, 피고는 편찬위원회 간사로서 2009. 4. 25. 별지 목록 기재 족보(이하 ‘이 사건 안정공파보’라 한다)를 발간하였다.

나. 인천이씨는 시조 이허겸을 섬기는 종중으로서 인천이씨 내에는 공도공 이문화를 배향하는 공도공파가 있으며, 인천이씨 공도공파 내에는 안정공파가 있으며, 안정공파는 다시 경주파, 가산파, 정주파, 덕천파 4개로 이루어져 있다.

다. 편찬위원회가 2009. 4. 25. 발간한 이 사건 안정공파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1) 인천이씨의 유래 17쪽 11째줄: 더구나 세조실록 권4 세조2년 7월 병자 141면에 보면 대간에서 다음과 같이 상소하였다. “이번에 역적 박팽년 등이 금성대군과 몰래 내통하여 서로 결탁하였으니 (중략) 이는 천지간에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김린은 역적의 무리와 혼인을 하였고, 또 최면의 고발이 있었으며 안정공(휘 효상, 이하 동일하다)은 심신과 결탁하여 서로 추종하였고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하였으니 음모에 참여하였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이들을 모두 다 특별히 용서하여 준 데 대해서는 신 등뿐만 아니라 온 나라 신하와 백성들이 다 분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라는 기록을 보면 안정공이 금성대군의 단종복위에 가담했거나 적어도 세조의 왕위 찬탈에 적개심을 품고 있어서 대간에서까지 엄벌을 요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 인천이씨의 유래 18쪽 4째줄: 사료 4는 1459년(세조5 기묘) 11월 중궁의 탄신일에 이효상에게 중궁의 족친 중 가장 연로하므로 금대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때 안정공의 여러 형제 중 셋째형인 휘 효례는 예조판서 겸 홍문관 대제학이었고 넷째형인 휘 효지는 좌익원종공판부사로 생존해 있었으니 안정공이 족친 중 가장 연로하여 금대를 하사받았다는 기록은 잘못된 것이 명백하다.

3) 인천이씨의 유래 18쪽 14째줄: 사료 6과 7은 예종·성종 연간의 일이니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종실록 이효상 졸기에 위 기록과는 달리 세조가 즉위하자 통례문 통찬으로 제수되고 전구서령으로 옮기고 다시 용양위호군·통정대부·가선대부·가정대부를 차례로 승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이 왕조실록 임면란에 보이지 않고 이효상 졸기에만 기록되었으니 이 역시 믿을 수가 없다.

4) 인천이씨의 유래 33쪽 13째줄: 1494년: 성종25년: 정희왕후의 요청으로 공의 자자손손을 천인에서 본위치인 양반으로 사면복권되었다.

5) 세계 87쪽 안정공파모전배향건백서: 그런데 이런 험악한 판국에서도 시종상왕(단종)의 복위사를 들어서 충간해 마지않았음은 대체 무슨 생각에서였으며 그는 과연 누구이던가! 자헌대부 지돈령부사 이효상이 바로 그분이시니 즉 개국공신이며 의정부 참찬 예문관대제학을 지낸 위 문화의 친자이시다. (중략) 한갓 그 비위를 들어 극간하고 상왕의 복위를 도모하여 그 의리를 굳게 지켜오다가 마침내 세조의 견각에 의하여 멀리 가산으로 유배를 당하였다. 비록 세상 사람들은 사육신을 중심으로 순절한 충신만을 중히 여기고 유배되어 온갖 고초를 당한 충의지사를 경시 또는 버금으로 생각하나 그 애국충성에 있어서는 동일함이니 어째 여기에 등차가 있으리오. 더욱 선생은 세조비 정희왕후의 외숙이므로 인하여 극형만은 면하게 되었음이 사실이나 결코 사정에 구애받지 않았고 대의와 공심에서 오직 어린 주상만을 섬겼을 뿐 그 타사엔 아랑곳하지도 않았으니 그 심지의 광명정대함을 만인이 가히 귀감삼아야 할 것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8, 갑 제9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절차적 하자에 기한 폐기청구

1) 원고의 주장

인천이씨 안정공파보를 편찬함에 있어서는 파조의 후손들이 함께 모여서 편찬위원회 대표를 선출하여 선출된 자들이 역사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토의, 편집하고 인천이씨 대종회의 감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피고 및 선정자들(이하 ‘피고들’이라 한다)이 임의로 구성한 편찬위원회는 그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안정공파 종원회장인 원고 2나 다른 종원들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전체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허위사실에 기한 이 사건 안정공파보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인천이씨 공도공파 및 인천이씨 대종회는 피고들에게 배부된 이 사건 안정공파보를 회수하여 폐기하라는 요구를 하였다.

또한 인천이씨대동보편찬위원회에서는 2004. 11. 29. 소외 1 및 그 후손들인 소외 2와 피고들에 대하여 인천이씨대동보 입보를 보류하였고 2004년경 발간된 인천이씨 대동보에 피고들은 입보되지 못하였다. 피고들은 인천이씨대동보에서 탈보한 사람들로서 인천이씨 대종회와 다른 내용들을 안정공파 종중총회를 거침도 없이 안정공파 내 경주파를 제외한 채 이 사건 안정공파보를 발간하였으므로 이는 법적인 면이나 관습적인 면에서도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안정공파보는 폐기되어야 한다.

2) 판단

살피건대 피고들이 스스로 안정공 이효상의 후손이라 생각하고 이 사건 안종공파보를 편찬함에 있어서 인천이씨 안정공파의 상부종회인 인천이씨 대종회의 감필을 받아야 하거나 파조의 후손들이 함께 모여서 편찬위원회 대표를 선출하여야 한다거나 안정공파 종중총회를 거치는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법률상 또는 관습법상 근거가 없는 이상 원고들이 주장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안정공파보의 폐기를 구할 법률상 권원이 있다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명예훼손에 기한 폐기청구

1) 원고들의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안정공파보를 편찬하면서 임의로 인천이씨 안정공파라는 명칭을 임의로 사용하고, 인천이씨 안정공파의 조상인 이효상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파보를 발간한 후 이를 공공기관이나 도서관에 임의로 배포하여 조상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천이씨 후손들 및 원고들을 욕되게 하고 있으므로 피고들이 발간한 이 사건 안정공파보는 폐기되어야 한다.

① 이 사건 안정공파보에는 안정공 이효상이 단종복위에 가담하였거나 적어도 세조의 왕위 찬탈에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는 기재가 있으나,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사실은 정효상이 심신과 결탁하여 세조에 대한 반역을 하였고 정효상과 이효상은 전혀 다른 인물임에도 피고들은 정효상의 기록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안정공파보를 편찬하였으며, 이효상은 형인 효례, 효지, 효신과 합심하여 세조가 왕위에 오르도록 공을 세움으로서 원종3등공신에 녹훈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위 기재는 허위라 할 것이다.

② 이 사건 안정공파보에는 안정공 이효상이 1459년경 세조로부터 금대를 하사받았다는 기록은 잘못된 것이 명백하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세조의 이효상에 대한 금대하사는 피고들이 주장하는 1459년경이 아니라 1466. 11. 11.의 일로서 그 당시 이미 3째형 효례는 1462년경, 4째형 효지는 1463년경 각 사망하였으므로 인정공 이효상이 족친 중 가장 연로하여 금대를 하사받은 것이 분명하므로 위 기재는 허위라 할 것이다.

③ 이 사건 안정공파보에는 안정공이 세조가 즉위한 이후에 차례로 승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왕조실록 임면란에는 보이지 않고 이효상 졸기에만 기록되어 있으니 이는 믿을 수 없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조선왕조실록의 졸기 역시 사관들의 검증을 거쳐서 기록한 것으로 졸기에만 기록되어 있다 하여 이를 부인할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위 기재는 허위라 할 것이다.

④ 이 사건 안정공파보에는 안정공의 자자손손이 1494년경 정희왕후의 요청으로 천인에서 양반으로 복권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정희왕후는 1483. 3. 30. 술시에 승하하였고 1470년경 이전에 외숙인 안정공의 가족을 위하여 승인으로서 속인이 된 자식은 종천하지 못하도록 명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바 위 기재는 허위라 할 것이다.

⑤ 안정공파모전배향의 건백서는 피고들의 부친인 소외 1이 1978년경 작성하여 숙모전의 배향을 건의하였지만 숙모전의 배향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아 무산되었던 것으로 그 내용이 이효상이 단종을 위하여 간언하고 단종복위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세조때 귀향을 간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효상은 세조 등극의 원정공신이므로 위 건백서의 내용은 허위라 할 것이다.

2) 판단

살피건대 무릇 종중의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청구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어떤 권리관계의 주장에 관한 것이 되지 못하므로 제소할 법률상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할 것이고 그 폐기를 구하는 청구 역시 결국에는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할 것이나(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756 판결 ,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다48418 판결 등 참조), 위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내용으로 말미암아 법률상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변경이나 삭제가 되더라도 당사자의 재산이나 신분상 권리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기한 청구가 법률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서울고등법원 2007. 1. 17. 선고 2006나18510 판결 참조), 원고들은 이 사건 안정공파보로 말미암아 이효상 또는 원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손해배상에 갈음하여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의 한 방법으로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안정공파보의 폐기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한편 민법 제764조 에서 말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하고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감정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침해행위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바(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참조),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이 편찬한 이 사건 안정공파보의 주된 내용은 안정공 이효상이 단종의 복위에 가담하였거나 세조의 왕위찬탈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세조로부터 금대하사를 받지 않았으며 세조가 즉위한 이후에 차례로 관직에서 승진한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결국 안정공 이효상이 단종에 대하여 충의를 지켰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내용이 설사 허위의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안정공파보의 기재된 내용만으로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의 명예감정이 침해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이 사건 안정공파보의 폐기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선정자목록: 생략 ]

[[별 지] 목록: 생략]

판사 박순관(재판장) 정혜원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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