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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44518 판결
[가등기말소][미간행]
AI 판결요지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넘어 공공질서를 위하여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할 경우 합법성의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우월한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인바, 어떠한 경우에 합법성의 원칙보다 구체적 신뢰보호를 우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신뢰보호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위법행위와 관련한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및 그와 같은 신뢰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판시사항

[1] 합법성의 원칙보다 구체적 신뢰보호를 우선할 필요가 있는 경우인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주식회사가 을 소유의 농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쳤는데, 을을 대위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위 매매계약이 구 농지개혁법상 무효임을 이유로 가등기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등기가 이루어지게 된 경위에는 불법을 인식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한 갑 회사에도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기술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현 담당변호사 강백준)

피고, 피상고인

현대시멘트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용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1990. 7. 10. 소외인과 그 소유의 농지인 원심 판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각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로 폐지된 것) 시행 당시 법인인 피고와 소외인이 체결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구 농지개혁법상 법인의 농지 소유권 취득이 불가능한 법리에 비추어 무효이나,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나 소외인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할 때 소외인이나 이를 대위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가등기의 말소를 구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넘어 공공질서를 위하여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할 경우 합법성의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우월한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인바 ( 대법원 2000. 8. 22. 선고 99다62609, 62616 판결 등 참조), 어떠한 경우에 합법성의 원칙보다 구체적 신뢰보호를 우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신뢰보호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위법행위와 관련한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및 그와 같은 신뢰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법인의 농지 소유권 취득을 금지한 구 농지개혁법 관련 규정은 그 성질상 경자유전의 원칙이라는 공익적 요구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강행규정으로서 이 사건은 그와 같은 합법성의 원칙이라는 토대 위에서 그 당부를 검토하여야 할 사안이라 할 것인데, 비록 원심의 판시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각 매매계약 이후 소외인에게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세금을 납부해 오는 등 소외인에 대한 관계에서 진정한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해 온 사정 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각 매매계약 당시 법인 사업자로서 농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사건 각 가등기를 경료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이상, 구 농지개혁법에 위반되는 이 사건 등기가 이루어지게 된 경위에는 스스로 불법을 인식한 채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체결한 피고에게도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신뢰를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는바,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관련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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