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한결 담당변호사 이상희)
피고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2012. 6. 12.
주문
1. 피고가 2011. 5. 25.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1994. 6. 23. 본명인 △△△△ 명의로 산업연수생 자격을 얻어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가 1998. 3. 2. 본국으로 돌아갔고, 2001. 5. 29. ○○○○(Min Min Thein) 명의로 다시 산업연수 사증을 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2009. 8. 28. 피고에게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에 따라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1. 5. 25. 원고에게, 원고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제1조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이하 ‘난민의정서’라 한다) 제1조에서 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처해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민인정불허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11. 6. 16.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11. 3.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미얀마 정권은 카렌족을 포함한 소수민족을 차별하고 가혹행위를 가하거나 토지를 강제몰수 하는 등 탄압정책을 지속하여 온 점, 원고는 미얀마에서 8888항쟁에 참여하여 투옥되었고 미얀마 정권의 소수민족 탄압정책에 저항한 점, 또한 원고는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민주국민연맹(Nation League Democracy, 이하 ‘NLD’라 한다) 회원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였으며, 2009. 7. 11. 카렌민족연합(Karen National Union, 이하 ‘KNU’라고 한다) 산하 □□□□□□(영문명칭 1 생략, 이하 '□□□'라 한다) 한국지부를 설립하고 그 의장직을 수행하여 온 점, 원고가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원고의 위와 같은 활동으로 인하여 미얀마의 국법질서회복법 및 국가보안법에 따라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미얀마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미얀마의 일반상황
가) 미얀마는 전체 인구 5,400만명 가운데 3분의 2가 버마족이고, 나머지는 샨, 카렌, 친, 몬, 아라칸 등 10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미얀마는 1988. 8. 8. 전국적으로 발생한 민주화 시위로 26년간 계속된 사회주의정권이 붕괴되었으나, 소외 1이 이끄는 군부 내의 신진세력이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고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tate Law and Order Restoration Council, 이하 ‘SLORC'라 한다)를 구성하여 기존 헌법을 정지시키고 의회를 해산하는 등 새로운 군부 독재를 시작하였다.
다) SLORC는 1990. 5. 27. 의회 구성을 위하여 총선을 실시하였는데, 위 총선에서 소외 2가 이끄는 NLD가 8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이에 SLORC는 총선의 무효를 선언하고, 헌법 제정 후 의회를 소집하겠다고 하였다.
라) 이후 SLORC가 1997. 11월경 해체되고 국가평화발전위원회(State Peace and Development Council, 이하 ‘SPDC'라 한다) 체제로 개편되어 SPDC 의장이 국가원수로서 국방부 장관, 3군 최고사령관을 겸직하는 등 과도 군사정권 체제가 계속 유지되었는데, SPDC는 2008. 5월경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고, 2010. 3. 11. 1990년의 총선 결과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하였으며, 2010. 11. 7. 총선을 실시하였다.
마) 미얀마의 국법질서회복법은 국가의 안전, 사회의 평화 및 평온, 법과 질서의 지배를 약화시키기 위한 선동, 집회, 연설, 진술, 문서, 전파에 대하여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고(제3조, 제4조), 미얀마의 국가보안법은 내각이 통치권, 나라의 안보 또는 공공의 평화와 평온을 해하는 행동을 하거나 그러한 시도를 하였다고 의심되는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정하고 있고(제7조), 중앙위원회가 기본권이 제한된 사람을 90일에서 180일까지 구금할 수 있고, 최대 1년까지 행동반경 또는 거주지를 제한하거나 여행의 자유, 특정물건의 소유 또는 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1조).
2) 미얀마 정부군의 소수 민족에 대한 박해
가) 미얀마 정부는 1989년 이래 28개 반군 세력과 정전협정을 맺었으나, 이후 반군세력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정전 지역에 대규모 군사시설을 신설하거나 지역 개발 등을 명분으로 주민들의 땅을 몰수하고 강제 이주를 실시하여, 상당한 수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나) 카렌족은 1947년경 자치와 독립을 주장하면서 KNU를 결성하고 자체 군사조직으로 카렌민족해방군(Karen National Liberation Army, 이하 ‘KNLA’라고 한다)을 두어 1949년부터 미얀마 정부에 대항하여 무장투쟁을 전개해 오고 있다.
다) KNLA는 1980년대에 대원이 약 2만 명까지 증가하였으나, 미얀마 정부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2006년경에는 대원이 약 4천 명으로 줄어들었고, 계속되는 분쟁으로 20만 명이 넘는 카렌족이 고향을 떠나 태국과의 접경지대 등에서 난민으로 전락하였으며, 2012. 1. 12. 미얀마 정부군과 KNU 사이에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음에도 재차 전투가 벌어져 약 25,000명의 카렌족이 국경을 통해 중국으로 탈출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라) 미얀마에서는 정부와 다수 민족의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이 광범위하게 만연해 있다. 군대와 정부를 장악한 버마족과 나머지 소수 민족 사이의 갈등은 심각한 인권탄압을 초래하고 있는데, 미얀마 정부군이 친족, 카렌족 등이 거주하는 지역 등에서 살인, 강간, 폭행, 고문, 강제노역 등의 만행을 자행하고 있고, 정부군이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아주 적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소수 민족 무장단체에 의해서도 이러한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갑 제9호증의 1, 2, 미 국무성 인권실태 국가별 보고서 2002년, 2007년).
마) 인권단체인 카렌인권그룹(Karen Human Rights Group)에서 미얀마 동부지역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여 구두증언, 사진, 서면자료 등을 토대로 2011. 12.경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미얀마 정부는 KNU 활동을 반정부활동으로 보고 KNU를 지지 또는 지원하는 자들을 처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렌족 주민들에게 KNLA와 접촉하는 경우 살려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고, 카렌족을 포함한 미얀마 동부 지역의 주민들이 이동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거나 군대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이들을 사살하거나 체포된 미얀마 군인의 석방을 위해서 인질로 잡고 있다고 한다.
3) 원고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경위 및 입국 전후의 정치활동
가) 원고는 카렌주에서 태어난 카렌족이다. 원고는 1988. 8. 8. 랭군시에서 당시 전국버마 학생연합의 결정에 따른 학생들의 반정부시위에 동참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미얀마 경찰에 체포되어 정치범수용소인 인세인 감옥에 3개월간 수감되었다. 원고는 같은 해 11. 10. 석방되었으나 부모 명의의 재발방지 서약 등을 제출하지 아니하여 재학 중이던 고등학교에서 퇴학조치를 당하였다.
나) 원고는 석방 이후에도 KNLA를 위해 말라리아 치료 관련 의약품을 구해 주거나 태국접경지대에 거주하는 카렌족 난민을 돕는 일을 하다가 경찰의 수배를 받기도 하였다.
다) 미얀마 정부군은 1999년경 군대 막사를 신축한다는 이유로 원고 및 그 가족 소유의 토지를 몰수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와 그 가족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라) 원고는 대한민국에 체류하면서 2006. 12월경 카렌족 친목단체인 ◇◇◇(영문명칭 2 생략, 이하 ‘◇◇◇'라 한다)를 조직하여 미얀마 국경지역의 카렌족 난민들을 위해 돈을 모금하여 송금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고, 2009. 7월경에는 카렌족 난민들을 도울 뿐만 아니라 카렌족의 자치권 획득 등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 위하여 □□□ 한국지부를 설립하여 의장직을 수행하였으며, 2010. 6월경 □□□ 본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마) 또한 원고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NLD 회원들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고,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미얀마의 군부독재 및 소수민족 인권탄압에 항의하고 소외 2 여사 등 정치범 석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6 내지 9, 12, 13, 16, 17, 20호증, 을 제4,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원고에 대한 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출입국관리법 제2조 제3호 , 제76조의2 제1항 , 난민협약 제1조, 난민의정서 제1조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법무부장관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그 신청이 있는 경우 난민협약이 정하는 난민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난민은 국적국을 떠난 후 거주국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과 같은 행동의 결과로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발생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난민으로 보호받기 위해 박해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난민 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라 함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은 난민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입국 경로, 입국 후 난민신청까지의 기간, 난민 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신청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그 지역의 통상인이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의 정도 등에 비추어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그 주장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원고가 1994년경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허가받은 체류기간을 넘겨 거주하다가 1998년경 미얀마로 돌아갔고, 2001년 ○○○○이라는 가명으로 대한민국에 다시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이 지난 2009. 8월경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또한 원고의 대한민국 입국경위 및 동기, 미얀마에서의 반정부활동 및 박해내용에 있어 진술이 다소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미얀마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판단된다.
가) 원고는, 본인이 8888항쟁으로 인하여 정치범 수용소인 인세인교도소에 수감된 점, 그 이후에도 카렌족 난민 등을 돕는 활동을 하다가 수배를 받기도 한 점, 원고 가족 소유의 토지가 미얀마 정부군에 의하여 수용되어 원고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점 등 미얀마에서의 반정부활동 내지 박해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카렌족 등 미얀마의 소수민족이 미얀마 정부 내지 정부군으로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살인, 강간, 폭행, 고문을 당하고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생활의 기반이 되는 토지를 몰수당하고 있음이 각국의 보고자료, 인권단체 보고서 등 여러 가지 국가정황자료를 통하여 충분히 인정된다. 미얀마 정부 등이 카렌족에게 가하는 위와 같은 행위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박해’에 해당한다. 원고가 진술한 대부분의 박해내용은 미얀마에 관한 국가정황자료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미얀마 정치상황과도 부합한다.
다) 원고가 대한민국에서 ◇◇◇ 및 □□□를 통하여 카렌족 난민을 지원하는 행위를 하고,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정권 및 그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였는바, 미얀마의 정치상황, 미얀마 정부군과 KNU와의 관계, 미얀마의 국가보안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대한민국에서의 정치적 행위로 인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라) 원고가 경제적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은 인정되나, 원고의 미얀마 및 대한민국에서의 카렌족 지원 및 인권향상을 위한 여러 활동 내역, 이로 인하여 미얀마 정부로부터 이미 받았거나 받게 될 불이익, 미얀마 정부가 취해 온 카렌족 등에 대한 탄압정책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난민인정신청이 단순히 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대한민국에서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마) 미얀마의 대통령이 합리적이고 온건한 인물로 바뀐 후 정치범을 석방하고, KNU와 휴전협정을 체결하는 등 미얀마의 정치상황에 변화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미얀마 정부군과 KNLA와 사이에 전투가 벌어져 2만 5천 명 가량의 카렌족이 중국으로 탈출하기도 하고, KNU 지도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되는 등 카렌족의 인권상황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소멸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