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도17497 정치자금법 위반
피고인
1. A
2. B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C(피고인 A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D
변호사 EJ(피고인 A을 위하여)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4노3017 판결
판결선고
2015. 4. 23.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B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A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금전수수가 문제된 범죄에서 금전 수령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금전 수령사실을 시종 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금전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금전 공여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78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 B가 허위진술을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부 미세한 부분에서 단순 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핵심부분에 있어서는 일관되게 피고인 A에게 5회에 걸쳐 합계 2억 1,000만 원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각 진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가능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금품 조성의 경위, 금품 교부의 장소 및 액수, 전달 방법 등 주요 부분에 있어 서로 모순되지 아니하고 객관적 사실이나 경험칙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점, 피고인 B가 교부한 자금의 출처에 관한 진술은 피고인 B에게 돈을 대여한 관련자들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2010. 5, 21. 피고인 B와 X의 대화 녹취록 및 X, AA, T 등의 진술이 피고인 B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점 및 피고인 A이 N의 선거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 B가 피고인 A에게 5회에 걸쳐 합계 2억 1,000만 원을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제1조), 제3조 제1호에서 '정치자금'을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과 정당의 당헌 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그 밖에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당, 공직선거에 의하여 당선된 자, 공직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후원회 · 정당의 간부 또는 유급사무직원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그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고, 제2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제45조 제1항에서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정당 · 후원회 · 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위 규정내용을 종합하면,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의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자'라 함은 '본인 또는 본인이 속한 단체의 정치활동을 위해 금품 등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정치자금을 받은 사람이 정치활동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라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았고, 그에게 금품 등의 배분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하여 재량의 여지가 주어지지 아니하였다면, 그는 단순한 보관자이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특정 금품 등을 전달하기 위한 사자에 불과하여 그 금품 등에 관하여는 정치자금을 받은 자라고 할 수 없다.
원심은, 피고인 A이 2010. 5. 19. 피고인 B로부터 수령한 1억 4,000만 원 중 AI 지역구 지역위원장 AH에게 전달할 명목으로 받은 7,000만 원에 관하여도, 피고인 B가 그와 같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 N의 0구청장 선거운동을 총괄하고 있던 피고인 A으로부터 선거운동 경비를 조달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피고인 A의 판단에 따라 L.AI 지역구 양쪽의 선거운동 비용으로 적절히 분배 · 사용케 하려는 의도로 교부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이 비용 지출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있었던 점, AI 지역구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여 N을 구청장에 당선시킨다면 M 의원의 당내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7,000만 원 부분도 피고인 A이 수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 A에 대하여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를 인정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B는 남편 N의 구청장 선거운동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여 2010. 5. 19.경 7,000만 원씩 따로 포장한 두 개의 쇼핑백을 피고인 A에게 교부하면서 L과 AI 지역구 합쳐서 1억 4,000만 원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 피고인 B는 2010. 5. 21. X과 대화할 당시 피고인 A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있는 L과 AH이 I당 지역위원장인 AI에 대하여 양쪽에 똑같이 7,000만 원씩을 교부하였다는 취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 사실, 피고인 B는 위 금원을 교부한 직후에 AH에게 "A이 당신에게 곧 7,000만 원을 건네줄 것이다."고 말하였다거나, AH이 이미 돈을 전달받았다는 뜻으로 자신에게 "돈도 없을텐데 어떻게 7,000만 원이나 마련했냐."고 하면서 "선거운동원들의 식사비, 인건비 등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알려주었다고 진술하기도 한 사실, 당시 L의 피고인과 AI의 AH은 각자의 지역구 당원들을 동원하거나 사람을 고용하여 N의 구청장 선거운동을 도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교부의 목적, 경위 및 교부 이후의 정황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B가 피고인 A에게 1억 4,000만 원을 교부할 당시 그 중 7,000만 원은 L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인 피고인 A에게 기부하는 의사였음이 분명하지만, 나머지 7,000만 원은 AI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인 AH에게 기부하는 의사에 기하여 단지 피고인 A으로 하여금 AH에게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교부하고 피고인 A도 같은 취지로 이해하여 이를 수령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A은 이 부분 자금의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고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7,000만 원 부분에 대하여도 피고인A 이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으니,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기부의 범의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A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정치자금법에 의하여 수수가 금지되는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 등 일체를 의미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04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A은 L 지역구 국회의원 M의 보좌관으로 소속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하여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서, M 의원이 자신과 지역구를 같이 하는 N의 0구청장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을 지원하였던 점, M의원의 지원으로 인하여 N이 0구청장에 당선된다면 L 지역구 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의 M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임은 분명한 점, 피고인 A이 N의 경선을 위하여 I당원들을 관리하는 행위는 N 뿐만 아니라 직접 M 의원을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점, 피고인 A이 오로지 N의 구청장 선거에 관한 비용으로 사용될 명목에 한정하여 금품을 받았거나 피고인 B로부터 비용지출에 관하여 감독을 받은 것이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피고인 B로부터 받은 돈은 N의 선거에 관한 비용임과 동시에 피고인 A의 정치자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인 A은 피고인B로부터 정치자금으로서 금원을 수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이 받은 금원 중 피고인 B가 AI 지역구를 특정하여 교부한 7,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은 피고인 A의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치자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B의 상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는 적법한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피고인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는 기간경과 후인 2015. 1. 20. 접수되었다), 상고장에도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파기의 범위
4.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B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대법관이인복
대법관고영한
주심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