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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59849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03.3.15.(174),721]
판시사항

금융기관이 어음할인으로 취득한 어음에 대한 소구권을 보전하지 아니하여 어음 환매자가 지급기일 후 어음발행인의 자력 악화로 인하여 입은 손해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금융기관이 어음할인을 하고 취득한 어음을 지급기일에 적법하게 지급제시를 하지 아니하여 소구권을 보전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지급기일 후에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되어 무자력이 되는 바람에 어음환매자가 발행인에 대한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의 어느 것도 받을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된 것이라면, 이러한 손해는 어음 주채무자인 발행인의 자력의 악화라는 특별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지급제시 의무를 불이행한 금융기관이 그 의무 불이행 당시인 어음의 지급기일에 장차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라야 어음을 환매하는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채무를 진다.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유성철강 (변경 전 상호 : 정림강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김경진)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장기신용은행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국민은행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국민은행(신설합병법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금융기관이 어음할인을 하고 취득한 어음을 지급기일에 적법하게 지급제시를 하지 아니하여 소구권을 보전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지급기일 후에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되어 무자력이 되는 바람에 어음환매자가 발행인에 대한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의 어느 것도 받을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된 것에 불과하다면, 이러한 손해는 어음 주채무자인 발행인의 자력의 악화라는 특별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지급제시 의무를 불이행한 금융기관이 그 의무 불이행 당시인 어음의 지급기일에 장차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라야 어음을 환매하는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채무를 진다 할 것이다.

2. 원심은, 피고와 합병한 주식회사 국민은행에 합병된 소외 주식회사 한국장기신용은행(이하 '소외 은행'이라고 한다)이 원고가 할인한 이 사건 어음을 분실하여 지급제시 기간 내에 지급제시를 하지 못하였고, 그 후 이 사건 어음의 발행인인 소외 부일철강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가 부도가 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어음을 환매하여 인도받더라도 발행인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어음금 채권은 물론 그 원인채권인 물품대금채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그 손해배상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소외 은행의 원고에 대한 환매대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 은행의 피용자인 소외인에게는 우편발송 이외에 보다 안전한 방법을 모색하여 이 사건 어음을 송부함으로써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분실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만연히 분실될 경우 금 25,000원밖에 배상이 안 되는 배달증명 우편으로 발송한 뒤 그 배달증명의 도착 여부에 대한 확인은 물론 소외 은행 자체 내규에서 정한 확인의무마저도 게을리한 채 방치한 나머지 이 사건 어음을 분실하여 지급제시 기간 내에 지급제시를 하지 못한 과실은 있다 할 것이나, 원고가 입게 된 손해는 위 약속어음의 지급기일 이후에 소외 회사가 갑자기 무자력이 되는 바람에 원고가 소외 은행에 대하여 이 사건 약정에 기한 어음환매대금채무를 부담하면서도 위 어음의 발행인으로부터 사실상 어음 채권 및 원인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어 입게 된 손해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손해는 이 사건 어음상의 주채무자인 발행인이 무자력이 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소외 은행이 이 사건 어음의 할인매입 내지 그 추심 과정에서 장차 어음발행인이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 이후에 갑자기 무자력으로 될 것임을 알았거나 제대로 주의하였더라면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만 그에 대한 배상책임이 성립한다 할 것인데, 소외 은행이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소외 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 주장의 위 손해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불과하다고 보아 그를 전제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소외 은행의 주의의무의 내용에 대한 판단 오류 등의 위법이 없으며, 이 점은 소외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 원고 주장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그리고 원고가 들고 있는 판결은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원용하기에 적합한 선례가 아니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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