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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7.9.선고 2019다302718 판결
보험금
사건

2019다302718 보험금

원고상고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건우

담당변호사 신지영

피고피상고인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효원

담당변호사 안정환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11. 27. 선고 2018나64207 판결

판결선고

2020. 7. 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다22653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망인이 2014. 6. 20. 대전 유성구 소재 아파트 옥상에서 전선으로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에 관하여 우울증 치료 전력이 없고, 극심한 우울증 상태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의료기관의 소견, 이 사건 사고당일 업무 처리에 특이사항이 없었던 점, 자살에 이른 방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주장사실 및 그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이 사건 당시 우울증,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나, 자살이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우는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사망 당시에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의 심화로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됨으로써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망인은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다른 공사현장으로 발령받아 전출함에 따라 5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2명이 나누어 맡게 되었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였다.

(2) 망인은 하자보수 업무를 담당하기 전부터 그 업무와 관련된 불안감을 호소하였고 업무를 시작한 뒤 입주민들의 계속되고 무리한 하자처리 요구로 불안감이 크게 상승하였으며, 업무처리에 대한 상관의 질책으로 자존감마저 떨어지고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지게 되어 그로 인한 우울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3) 그러던 중 회사로부터 이라크 공사현장으로 파견을 권유받아 사직을 고민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사건 당일에는 신규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발령받았는데 해당 공사현장에서도 그동안 망인이 크게 힘들어 했던 하자보수 업무를 동일하게 맡기로 예정되었음을 알게 되어 향후 상당기간 망인의 업무내용이나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없어졌다.

(4) 망인이 사망 전날 밤 여자친구와의 통화에서 '책도 읽어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 봤는데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무력감과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 있었음이 드러나고, 새로운 공사현장의 담당업무가 동일하여 하자보수 업무로 인한 기존의 불안감 및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5) 사망 당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근무를 하다가 갑자기 자살에 이르렀을 만큼 망인의 정신적 상태가 불안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사망 직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수신자의 기재조차 없어 누구에게 쓴 것인지 알 수가 없고 그 내용도 '말, 사람, 너무 어렵다' 등 순간의 감정을 남긴 수준이어서 여기에 통상의 인지력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망인의 유지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6)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 소견 및 원심 및 관련 소송의 F병원장이나 K단체에 대한 감정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망인은 우울증세가 있었다고 간주하여도 무방하다는 것이고, 사망 직전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우울이 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7) 원고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5구합82235)에서 망인의 업무량, 근무환경 및 신체적·정신적 상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망인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의 고의에 의한 사망 중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면책 예외사유와 거의 일치한다.

(8) 결국 망인은 적성에 맞지 않는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안감과 불면증을 겪으면서 우울증이 발생하게 되었고, 여기에 업무처리에 관한 상관의 질책, 작업현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 및 해외 파견 문제 등이 더하여져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졌는데, 근무 장소가 변경되더라도 기존과 같이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계속 맡기로 예정되어 작업환경도 개선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근무 중 작업현장에서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망인이 사망 당시 우울증,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면책 예외사유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그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안철상

대법관박상옥

대법관노정희

주심대법관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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