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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4.16. 선고 2013누11903 판결
과징금등처분취소
사건

2013누11903 과징금 등 처분취소

원고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5. 3. 26.

판결선고

2015. 4. 16.

주문

1. 피고가 2013. 4. 4. 원고에게 의결 제2013-069호로 한 별지 목록 기재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원고 및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 푸르덴셜생명보험 주식회사, 알리안츠생명보험 주식회사, 신한생명보험 주식회사,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 아이엔지생명보험 주식회사, 아메리카인터내셔날어슈어런스캄파니 대한민국 영업소(이하 각각 '삼성', '한화', '푸르덴셜', '알리안츠', '신한', '메트라이프', 'ING', 'AIA'라 하고, 통칭하여 '원고 등 9개사'라 한다)는 보험업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생명보험업의 허가를 받아 생명보험, 연금보험 등 보험상품의 개발·판매 등 사업을 영위하는 자들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13. 4. 4. 원고가 다음과 같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① 변액종신보험 최저사망보험금보증(Guaranteed Minimum Death Benefit, 이하 'GMDB'라 한다)

수수료율 합의

원고는 삼성, 한화 및 푸르덴셜(이하 '원고 등 4개사'라 한다)과 2001. 5. 28. 작업반 회의를 통해 변액종신보험상품에 적용되는 GMDB 수수료율을 특별계정 적립금 대비 연 0.1%로 책정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실행하였고, 또한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상품에 적용되는 GMDB 수수료율도 이와 동일하게 책정하였다.

② 변액연금보험 GMDB 수수료율 및 최저연금적립금보증(Guaranteed Minimum Accumulation Benefit, 이하 'GMAB'라 한다) 수수료율 합의 원고 등 9개사는 변액연금보험 작업반, 실무과장 회의, 상품담당 부서장 회의 등 수차례 회의 및 정보교환, 의사연락 등을 통해 2002. 8. 30.경 변액연금보험상품에 적용되는 GMDB 수수료율을 특별계정 적립금 대비 연 0.05%로, GMAB 수수료율을 특별계정 적립금 대비 연 0.5~0.6%로 책정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실행하였다.

③ 변액보험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이하 위 각 수수료율을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수수료율'이라 한다) 상한 합의 원고는 삼성, 한화, 알리안츠(이하 '원고 외 3개사'라 한다)는 변액보험 가이드라인제정 작업반회의 등을 통해 2005. 1. 27.경 국내펀드를 통해 자산운용되는 변액보험의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 상한을 특별계정적립금 대비 연 1%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실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합의의 부존재

원고 등 생명보험사들은 국내에 변액보험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요청 및 지시에 따라 작업반, 공청회 등에 참석하여 정보를 교환하였을 뿐 이 사건 각 수수료율을 공동으로 책정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경쟁제한성의 부존재

GMDB 및 GMAB 수수료율은 변액보험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각 수수료율은 높아질수록 보험상품의 자산 건전성이 강화되는 반면 투자수익성은 약화되고, 낮아질수록 보험상품의 자산 건전성이 약화되는 반면 투자수익성은 강화되는 바, GMDB 및 GMAB 수수료율 합의는 효율성 증대의 효과도 발생시킨다. 한편 변액보험 특별운용계정 수수료율 합의는 상한에 관한 합의에 불과하므로 경쟁제한성이 미미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의 가격담합으로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재량권의 일탈·남용

설령 원고 등 생명보험사들이 담합한 사실 및 그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과징금의 부과 및 산정 단계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처분시효의 도과

원고 등 9개사와 사이에 이 사건 공동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2007. 1. 9. 피고에게 단체상해보험시장, 공무원단체보험입찰시장, 퇴직보험 등 개인보험시장에서의 사업비, 위험률, 배당률 및 공시이율 등 단체보험 및 개인보험에 대한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하여 망라적인 자진신고를 하였다. 피고는 2007. 2. 27. 원고가 같은 해 1. 1.경 다른 생명보험사들과 함께 하였던 단체보험 및 개인보험에 관한 가격결정 등의 합의를 중단하였다고 판단하고, 원고에 대하여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확인하여 주었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동행위는 적어도 자진신고일 무렵에는 이미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부적법하다. 뿐만 아니라 변액종신보험의 판매는 2004년경 종료되었으므로 변액종신보험에 관한 GMDB 수수료율 합의는 그 무렵 종료되었다. 한편 원고는 2009. 2. 2. 합의된 GMDB 수수료율과 다른 수수료율을 정한 '(무)교보3UP인덱스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하였으므로 변액연금보험에 관한 GMDB 수수료율 합의도 그 무렵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처분 중 변액종신보험 및 변액연금보험에 관한 각 GMDB 수수료율 합의에 관한 부분은 이러한 점에서도 처분시효를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각 수수료율을 공동으로 책정하기로 하는 합의의 존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이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참조),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참조).

그리고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 그 정보 교환은 가격 결정 등의 의사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담합을 용이하게 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 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련 시장의 구조와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내용, 정보 교환의 주체 및 시기와 방법, 정보교환의 목적과 의도, 정보 교환 후의 가격·산출량 등의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 여부 내지 차이의 정도 및 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내용, 그 밖에 정보 교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합의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참조).

2)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를 인정할 근거로 ① 이 사건 각 수수료율에 관한 작업반회의 등의 개최 사실과 그 회의에 관해 작성된 문서의 내용, ②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일부 생명보험사 직원들이 합의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 ③ 외형상 일치로서 원고 등 생명보험사들이 이 사건 각 수수료율을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한 점 등을 든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갑 제1, 2, 15 내지 18, 35, 39호증, 을 제9, 13, 16 내지 20, 26 내지 30, 32 내지 38, 44, 46 내지 48, 51 내지 62, 66 내지 74, 78호증의 각 기재, 증인 A의 진술, 이 법원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원고 등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하에 이 사건 각 수수료율에 관한 의견 교환 및 정보를 공유한 사실만이 인정될 뿐, 나아가 이 사건 각 수수료율을 공동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까지는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나머지 점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피고가 들고 있는 단체상해보험상품에 대한 부당공동행위에 관한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10471 판결은 이 사건과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가) 변액종신보험 GMDB 수수료율 합의

(1) 관련 회의

피고는 2001. 5. 28. 있었던 원고 등 4개사 직원들로 구성된 작업반 회의에서 변액 종신보험 GMDB 수수료율을 0.1%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작업반 회의는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의 주도하에 보험개발원 사무실에서 열린 것이며, 당시 보험개발원 직원으로서 보험심사검증 업무를 담당하던 B, C, D 등과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변액보험 신고수리업무를 담당하던 E이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회의이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원고 등 4개사 직원들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이 회의에 참석한 원고 등 4개사 직원들은 주로 대리급 실무자들로, 회사가 판매할 상품의 GMDB 수수료율을 결정·합의할 만한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내세우는 한화가 작성한 2001. 5. 28.자 내부문건인 회의결과보고에 기재된 "0.1% GMDB 비용 준비금으로 적립"이라는 부분은 금융감독원이 0.1%를 적정 수준으로 보아 내부심사기준으로 제시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원고 등 4개사 사이에 그와 같은 수준으로 GMDB 수수료율을 책정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2) 관련 실무자들의 진술 내용

피고가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 중 원고(A), 삼성(F), 한화(G, H) 담당 직원들의 진술은 변액종신보험에 관한 GMDB 수수료율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자진신고에 따른 감면을 받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거나, 앞서 본 작업반 회의의 내용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에 반하는 것이어서 섣불리 믿을 수 없다.

더욱이 A, F, G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한 종전 진술을 번복하여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아가 A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금융감독원이 원고 등 생명보험사에게 변액종신보험의 적정 GMDB 수수료율을 0.1%로 제시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당시 금융감독원은 변액보험 상품을 처음 도입하는 상황에서 보증수준이 유사한 생명보험사들이 유사한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A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직원으로서 2001. 5. 28. 작업반 회의에 참석하였던 E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원고 등 4개사가 GMDB 수수료율을 0.1%로 하기로 공동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한다.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나머지 진술들만으로는 변액종신보험에 관한 GMDB 수수료율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3) 외형상의 일치

원고가 2001. 7. 9.부터 2006. 1. 1.까지 판매한 변액종신보험의 GMDB 수수료율이 삼성 등 3개사와 같은 연 0.1%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 등 4개사는, 금융감독원이 2001년 3월경 마련한 '변액보험 내부심사기준(안)'에서 변액종신보험의 GMDB 수수료율 상한이 연 0.1%로 정해지자,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상품 판매에 대한 인가를 쉽게 받기 위해서 이 상한을 그대로 적용한 탓에 위와 같은 외형상 일치가 나타났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원고 등 4개사가 판매한 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상품의 GMDB 수수료율이 변액종신보험상품의 GMDB 수수료율과 같았던 이유도 두 상품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2001. 7. 9.부터 2006. 1. 1.까지 판매한 변액종신보험의 GMDB 수수료율이 삼성 등 3개사와 같은 연 0.1%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등 4개사가 변액종신보험의 GMDB 수수료율을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변액연금보험 GMDB 및 GMAB 수수료율 합의

(1) 관련 회의

(가) 작업반 회의

변액연금보험 GMDB 및 GMAB 수수료율과 관련한 작업반은 2002. 2. 6.부터 2002. 6. 14.까지 모두 9차례 열렸으며, 위 작업반 회의에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의 적정 수준에 관해 원고 등 9개사 직원들 사이에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나아가 위 작업반 회의에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공동으로 책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더욱이 위 작업반은 원고 등 9개사에 의하여 은밀하게 구성된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업무계획에 따라 보험개발원이 주도하여 구성되었다. 또 금융감독원은 보험개발원으로부터 작업반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4차 회의가 열릴 때에는 금융감독원의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직접 참석하여 변액연금보험을 우선 도입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정책 결정 사항을 통보하도록 하는 등 작업반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작업반 회의는 모두 보험개발원에서 열렸고, 보험개발원 담당 직원이 항상 회의에 참석하였다. 반면 원고 등 9개사 담당 직원들이 이 작업반 회의를 기화로 보험개발원 담당 직원의 일시 부재 등을 이용하여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에 대해 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작업반 회의를 통하여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실무과장 회의 및 상품담당 부서장 회의

피고는 2002. 6. 25.자 실무과장 회의 및 2002. 8. 30.자 상품담당 부서장 회의가 작업반 회의와 연계되어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최종적으로 합의하는 자리로 이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작업반 회의에서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피고가 유력 증거로 내세우는 2002. 6. 25. 실무과장 회의 자료와 2002. 8. 30.자 상품담당 부서장 회의 자료는 보험개발원이 회의에 앞서 미리 작성해 안건 형태로 회의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문서로 보이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를 증명할 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들회의는 전체 생명보험사의 실무과장 또는 상품담당 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그들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이나 보험개발원이 전반적인 지시사항·감독 방향 등을 통보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회의에 참석한 생명보험사 직원 중 일부만이 가담하여 GMDB 및 GMAB 수수료율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피고의 주장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2) 관련 실무자들의 진술 내용

피고가 조사 과정에 확보한 진술 중 삼성의 담당 직원인 F의 진술은 변액연금보험의 GMAB 수수료율을 0.05%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자진신고에 따른 감면을 받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거나 앞서 본 작업반 회의의 내용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에 반하는 것이어서 섣불리 믿을 수 없다. 더욱이 F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한 종전 진술을 번복하여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가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 중 원고(A), 한화(I, J), 푸르덴셜(K) 담당 직원의 진술은 작업반 회의에서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의 적정 수준에 관해 원고 등 9개사 직원들 사이에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고, 원고와 삼성이 각 산출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보험개발원을 통해 공유하였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더 나아가 위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공동으로 책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진술들만으로는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3) 외형상의 일치

원고의 2002. 10. 7.부터 2013. 4. 4.까지의 변액연금보험상품 GMDB 수수료율은 연 0.05%이었고, 2002. 10. 7.부터 2008. 5. 8.까지의 GMAB 수수료율은 연 0.5% 또는 0.6%였는데, 이는 삼성 등 다른 8개사와 같거나 유사한 수준이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외형상 일치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GMDB 및 GMAB 수수료율의 성격, 중소 보험사들의 상위 보험사 추종 등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가) 변액보험상품은 2001년경부터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나라 실정에 맞고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변액보험상품이 판매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하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당초 원고가 변액연금보험상품을 처음 판매하면서 GMAB 수수료율을 연 0.6%로 하고자 하였으나 그 전에 인가를 신청한 삼성과 같은 연 0.5%로 낮추도록 유도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GMAB 수수료율을 연 0.5%로 낮춘 변액연금보험상품을 판매하였다. 또 금융감독원은 최초 인가된 수준을 기준으로 수수료의 적정성을 심사하였는데, 2004년 10월경에는 변액 종신보험 GMDB 수수료율을 연 0.15%로 높게 설정한 보험사에 대하여 연 0.1%로 낮추도록 유도하였고, 2006년 12월경에는 변액연금보험 GMAB 수수료율을 연 0.6%로 신청한 보험사에 대하여 연 0.5%로 낮추도록 유도하였다. 이와 같은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말미암아 원고를 비롯한 보험사들은 상품 판매 인가를 보다 쉽게 받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종전 인가 기준에 최대한 들어맞는 변액연금보험상품을 개발·판매하였을 개연성이 있다(피고는 이 법원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근거하여 금융감독원이 변액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에 관하여 행정지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위 사실조회 결과는 금융감독원이 원고 등 생명보험사들에게 변액종신보험의 GMDB 수수료율이나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동일하게 책정하라."는 행정지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에 불과하다).

(나) 변액연금보험 GMDB 및 GMAB 수수료는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최저사망보험금이나 최저연금적립금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비율의 보증비용을 책임준비금으로 분리해 적립하는 돈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보험사들로 하여금 최저 보증 수준은 높이면서도 GMDB 및 GMAB 수수료율은 최대한 낮추도록 유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원 인가 기준보다 낮은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적용한 변액연금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자칫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자체가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결국 원고를 비롯한 보험사들은 재무 건전성을 고려하여 금융감독원 인가 기준에 최대한 근접한 범위에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정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다) 원고,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의 경우 변액연금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적정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산출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원고,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은 원고, 삼성이 변액연금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정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이 일응 적정하고,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정할 경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먼저 출시된 원고, 삼성의 변액연금보험상품에서 정한 GMDB 및 GMAB 수수료율을 그대로 추종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다) 변액보험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

(1) 관련 회의

피고는, 원고 외 3개사 직원들이 참여한 변액보험 가이드라인제정 작업반이 2004. 11. 17.부터 2005. 1. 27.까지 모두 7차례 열렸는데, 2005. 1. 27.경 최종적으로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의 상한을 1%로 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작업반은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라 보험개발원 주관으로 구성·운영된 것인 점, 그 작업반에서는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에 관하여 1안(1% 이내)과 2안(현행유지, 상한 미설정)으로 의견이 나뉘어져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작업반 회의에서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 수준을 공동으로 책정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2) 관련 실무자들의 진술 내용

피고가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 중 원고(L), 삼성(F, M) 담당 직원의 진술은 원고 외 3개사 사이에 변액보험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자진신고에 따른 감면을 받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거나 앞서 본 작업반 회의의 내용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에 반하는 것이어서 쉽사리 믿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알리안츠(N), 삼성(O), 한화(I, P), 삼정케이 피엠지금융보험계리 주식회사(Q)의 진술들은 위 작업반 회의에서 변액보험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에 관한 논의나 정보 교환이 있었다거나 각 생명보험사가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을 1%로 정하여 부과하고 있다는 등의 진술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진술은 없다.

(3) 외형상 일치

원고 외 3개사가 2005. 1. 27.부터 2010. 7. 28. 또는 같은 해 9. 3.까지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을 연 1%로 적용하였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와 같은 외형상 일치는 원고 외 3개사가 금융감독원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고자 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개연성이 높다.

(가) 특별계정운용 수수료 중 관리 수수료 부분은 생명보험사의 수익이 되므로, 생명보험사로서는 가능한 높은 운용 수수료율을 책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나)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 기준을 '변액보험 영위기준(2000년 11월)'에서 1% 범위 이내로 정하였다가, 이후 '변액보험 내부심사 기준(2001년 3월)'에서 1.5% 범위 이내로 변경한 후로도 1%를 넘지 않도록 구두로 지시하거나 작업반 회의를 통해 1%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1%를 초과하여 특별계정운용 수수료율을 책정한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별도의 소명을 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행정지도를 지속적으로 하여 왔다.

(다) 뿐만 아니라 유사 경쟁 업종인 투신사나 펀드 등의 수수료율 등도 1% 이하였고, 피고 주장의 합의 시기 이전에 출시된 변액보험 상품들의 운용 수수료율도 1% 이내의 수준이어서 1%가 넘는 수수료율을 정한 업체는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황병하

판사 유헌종

판사 김관용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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