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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5.30. 선고 2019도2643 판결
사기
사건

2019도2643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성일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 24. 선고 2017노1693 판결

판결선고

2019. 5.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2016. 4. 5. 피해자에게 이 사건 아파트인 E호를 매도하면서 피해자로부터 '각별히 누수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매매목적물에 누수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누수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하여 이를 믿은 피해자와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그러나 위 아파트는 2007년부터 아래층 거실 천장 등에 누수가 발생하여 수차례 누수공사를 하였으나 여전히 누수가 해결되지 않아 2015. 11.경에도 베란다 창호 전체를 교체하는 대규모 공사를 한 상태여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상황을 고지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숨기고 누수 문제가 없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매매대금 4억 4천만 원을 편취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수년 동안 아랫집으로 누수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여러 차례 누수공사를 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고지를 받았더라면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이 사건 매매대금인 4억 4,000만 원에 아파트를 매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06. 2.경 이 사건 아파트의 거실 부분 발코니를 확장하는 등의 인테리어 공사를 시행하였고, H는 2007. 10.경 이 사건 아파트의 아래층인 1호에 입주하였다.

(2) H가 입주하고 몇 년 후 1호 거실 천장 등에서 첫 누수현상이 발견되어 피고인은 2010. 10.경부터 2014. 8.경까지 약 3회에 걸쳐 이 사건 아파트 외부창호에 실리콘을 충전하는 등으로 소규모 방수공사를 시행하였다.

(3) 그러나 또 다시 1호에 누수현상이 발생하자 피고인은 2015. 11.경 거실 발코니 창호를 전부 교체하고 누수원인으로 추정되는 하자를 보수하는 대규모 방수공사를 시행하였다.

(4) 피해자는 2016. 4. 5.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피고인에게 '노파심으로 말하는데 누수가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피고인은 '없다' 라고 대답하였다.

(5) H는 2016. 6. 초경 우연히 피고인으로부터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누수문제에 관한 각서를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2016. 6. 3. '기존 누수로 인한 벽지를 재시공하고, 2017. 8. 31.까지 동일한 하자로 동일한 누수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각서 초안을 작성하여 문자메시지로 H에게 발송하였다. 그러나 H가 하자담보기간을 무기한으로 변경하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위 각서에 따른 합의는 성립하지 못하였다.

(6) 이에 피고인은 2016, 6. 9. 위와 같은 각서 내용에 '추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여 H가 호를 매도하려 할 때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피고인이 1호를 시세대로 매수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한 새로운 각서 초안을 작성하여 문자메시지로 H에게 발송하였으나 역시 H의 거부로 위 내용과 같은 합의가 성립하지 못하였다.

(7) 이 사건 아파트에서 피고인이 퇴거하고 피해자가 입주한 후인 2016. 7.경 I호에서 과거와 동일한 누수현상이 발생하였다.

나. 위 인정사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과거 누수사실을 숨기거나 고지하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 H에게 두 차례 제시하였던 각서 초안은 모두 기존 누수로 인한 문제의 해결 및 다시 누수가 발생할 경우의 조치에 대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점, 이에 대하여 H는 담보기간의 연장만을 요구하였던 점 등 위 각서의 내용 및 작성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2015. 11, 방수공사를 실시한 이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까지 추가적인 누수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기존의 소규모, 방수공사와 달리 대규모로 시행한 2015. 11.경 방수공사로 인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에는 누수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이 H에게 제시한 각서 초안에서 만일 동일한 누수현상이 발생한다면 I호를 시세대로 매수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도 누수현상이 재발하지 않을 것을 자신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3) 또한 [호를 제외한 이 사건 아파트 자체에는 아무런 누수가 없었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누수가 없냐는 피해자의 질문을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누수를 물어보는 것으로 이해하였을 여지도 있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를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에도 매물로 내놓으면서 아래 층 누수 때문에 창틀을 교체하였다고 고지하여 그러한 내용이 매물장부에 기재되도록 하는 등 누수사실을 고의로 숨길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5)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피고인이 과거 I호에 누수가 발생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거나 누수가 없냐는 피해자의 질문에 없다고 대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누수사실을 숨긴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다. 매매계약의 상대방에게 어떠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상대방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려면, 상대방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여야 한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165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 및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과거 누수사실을 고지받았더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대금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 역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누수 여부가 매매계약의 체결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건이었다면, 피해자가 매물을 확인하기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였을 때 현재 누수가 있는지 여부 및 과거 누수가 있었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보통임에도 피해자가 매물 선정 과정에서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매수를 결심하였다는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

(2) 피해자는 이미 매수를 결심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누수가 있는지 여부만을 질문하였을 뿐이고 누수가 없다는 피고인의 답변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누수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등 피해자가 누수 여부를 매매계약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3) 따라서 누수 여부는 피해자가 매수 대상 아파트를 선택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였을 수는 있으나 매매계약의 체결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특히 형사조정 과정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하는 내용의 조정안이 제시되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고 계속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되 5년 후 오로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피고인이 당시 시세대로 아파트를 환매할 의무를 부담할 것 등을 요구하여 결국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5) 따라서 피고인이 과거 누수 및 그로 인한 공사사실을 피해자에게 고지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6)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대규모 방수공사 이후로 추가적인 누수가 발생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과거 누수사실을 피해자에게 고지하였다고 하여 장차 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누수의 가능성만으로 매매대금이 감액되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7) 오히려 피고인이 누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믿고 만일 추후 동일한 누수현상 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수리비를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H에게 수차례 밝혔던 점에 비추어, 매매대금 감액 대신 만일 추후 동일한 누수현상이 발생한다면 피고인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특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8) 그렇다면 피고인이 과거 누수사실을 피해자에게 고지하였더라면 피해자가 같은 대금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쉽사리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의 기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상환

대법관박상옥

주심대법관안철상

대법관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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