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구합56890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혜진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9. 11. 14.
판결선고
2020. 1. 30.
주문
1. 피고가 2018. 6. 25.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8. 1. 20. D조합에서 실시하는 E 방제사업에 일용직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던 사람이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나, 망인은 2018. 1. 23. 07:00경 창원시 의창구 F에 있는 G요양병원 뒤편 야산을 올라가던 중 갑자기 주저앉으면서 쓰러졌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즉시 H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08:20경 소생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2018. 4. 18.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18. 6. 25. 망인이 사망 전 이틀간 휴식하였고,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망인에게 영향을 줄 만한 돌발적인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내용의 변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망인의 업무시간이 8시간에 지나지 아니하여 단기적으로나 만성적으로 과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주문 기재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내렸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8. 8. 28.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위 재심사위원회는 2018. 11. 15.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기로 의결하고, 2018. 12. 7.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므로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 이력 및 업무 환경
가) 망인은 2015. 8.경부터 2017. 3. 31.까지는 주식회사 I에서 조선기자재
등 선박 제품의 도장 및 설치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후 2018. 1.경까지는 달리 특별한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였다.
나) 망인은 2018. 1. 20. D조합에서 실시하는 E 방제사업에 일용직으로 채
용되어 2018. 1. 20. 및 2018. 1. 23. 출근하였다. 망인은 2018. 1. 20. 07:00경 출근하여 16:00경 퇴근할 때까지 야산을 오르내리며 E에 감염되어 벌목한 소나무를 모아 훈증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날은 12:00부터 13:00까지 점심시간 이외에 별도로 정해진 휴식시간은 없었다. 망인은 첫 출근 후 원고에게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나무토막을 들어 옮기는 일이 힘에 부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다) 망인은 2018. 1. 23. 주거지인 통영시에서 근무장소인 창원시 의창구 F
에 있는 G요양병원까지 이동하기 위해 05:00경 집을 나섰고, 07:00경 그곳 주차장에서 작업장소인 위 요양병원 뒷산까지 걸어서 이동하던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작업장소는 등산로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의 상당히 가파른 야산이었다. 당시 작업장소 주변은 전날 밤 비가 내려 기온이 영하권으로 진입하였고, 최저기온은 -6.3℃에 이르렀으며, 평균기온은 -2.6°C에 그쳤다.
2) 망인의 평소 건강 상태
가) 망인은 약 40년 동안 하루 1,5갑의 담배를 피워왔다.
나) 망인은 2015. 8. 18.부터 2018. 1. 4.까지 총 13회에 걸쳐 통영시에 있는 J내과의원을 내원하여 고혈압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다) 망인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여러 차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지속적으로 고지혈증이 의심되므로 내과 진료와 적절한 치료를 받으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망인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여러 차례 혈압을 측정하여 2015. 8.경 165/94mmHg (수축기/이완기, 이하 같다), 2016. 11.경 165/94mmHg, 2016. 12.경 120/80mmHg, 2017. 3.경 130/80mmHg로 각각 나타났다.
3) 망인의 사인(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심장이 다소 비대해진 상태이다. 심장에서 관상동맥 중 주요 가지인 좌전하행지와 우측 관 상동맥이 석회화를 동반한 동맥경화로 내강의 50% 정도가 막힌 소견을 보인다. 심근, 대혈 관에서 육안검사상 식별가능한 병변이나 선천성 기형을 보이지 않지만, 병리조직검사를 통 해 심근의 다초점성 섬유화, 심근세포의 비후 소견이 나타난다. 이는 허혈성 심장질환에 합 당한 소견들로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증 포함)으로 판단된다. |
4) 망인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요지
○ 심근경색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죽상동맥경화가 진행하여 죽상경화반이 발 생하고, 이로 인하여 혈관이 의미 있게 좁아져서 혈류가 상당히 차단되는 협심증이 발생한 다. 어느 순간 죽상경화반 표면이 파열되는 등의 원인으로 관상동맥을 막아 혈류가 차단되 면 심장근육이 괴사되는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죽상동맥경화나 협심증의 위험요인으로 잘 알려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 연, 고령, 남성 등이 심근경색의 발병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추운 날씨와 강도 높은 육체노 동은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켜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발생시킬 가능성 을 높일 수 있다. ○ 망인의 건강상태 K학회의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합병증이 없는 고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조 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망인의 2013년, 2015년, 2017년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각각 혈압 이 120/80mmHg, 130/70mmHg, 110/62mmHg로 나타났다. 망인은 2015. 8. 18.부터 2018. 1. 4.까지 13차례 항고혈압 약제도 처방받았다. 잘 조절되고 있는 고혈압만으로는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킬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보기 어렵지만, 망인의 2017년 건강검진 결과 공복혈당이 136mg/de로 증가되어 당뇨병이 의심되고, 총콜레스테롤 285mg/dl, LDL 콜레스테롤 177mg/dl로 증가되어 이상지질혈증이 의심되며, 부검감정서상 관상동맥의 주요 가지가 막힌 소견을 보여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기저질환으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의 근로환경과 심근경색 사이의 관계 고혈압의 기왕력이 있고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이 의심되는 65세 남성이 갑자기 추위에 노 출된 상태에서 높은 강도의 육체적인 업무를 시행한다면 급성심근경색이 발병할 수 있다. 2 일의 근무기간은 죽상동맥경화나 죽상경화반이 발생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부검소 견서에 기술된 바와 같이 망인이 기저에 죽상경화반을 동반한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 있었고, 흡연력과 고혈압의 기왕력이 있으며, 건강검진 결과상 당뇨병과 이상지질혈 증이 의심되는 상태로 추위나 과도한 육체적인 스트레스는 급성심근경색 발병의 촉발원인 이 될 수 있다. |
[인정근거] 갑 제2, 3, 9, 12, 14, 15호증, 갑 제5호증부터 갑 제7호증까지,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갑 제8호증의 영상, 이 법원의 L병원장에 대
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사망하게 된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기초질병인 협심증 등의 질환이 업무환경 등의 원인으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망인의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망인은 2013년 이래 건강검진 결과 여러 차례 고지혈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타났고, 2015년부터는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 투약 치료를 받아왔으며, 2017년부터는 당뇨를 의심할 만한 소견이 나타났다. 망인은 약 40년 동안 꾸준히 하루 1갑이 넘는 담배를 피워왔다. 이처럼 고지혈증 등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흡연 등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은 죽상동맥경화나 협심증을 앓고 있을 위험이 높다. 실제로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 심장의 주요 관상동맥에서 석회화를 동반한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상당히 막혀 있는 소견이 나타나 협심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작업장소 근처는 전날 밤 비가 내려 기온이 영하권으로 진입하였고, 그곳은 등산로가 마련되지 않은 가파른 야산으로서 쉽게 오르내리기 어려운 지형이었다. 협심증 등의 기초질병이 있는 사람이 추위 속에서 산을 오르내리는 높은 강도의 육체적인 업무를 시행한다면 급성심근경색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65세를 넘겨 적지 않은 나이였을 뿐만 아니라,
위 사고에 앞서 2017. 4.경부터 2018. 1. 중순경까지 특별한 일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신체적으로 다소 쇠약해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망인은 2018. 1. 20. 첫 출근 이후 원고에게 업무부담에 대하여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있었던 날도 07:00경까지 출근하기 위하여 자택에서 같은 날 05:00경 출발하였으므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평소 기초질병으로 협심증을 앓고 있었고, 급성심근경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흡연, 고령 등의 요인을 가지고 있었으나, 고혈압 증상에 대응하여 꾸준히 치료를 받아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사고 당시 E 방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에 수반하여 앞서 본 대로 급성심근경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 즉 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운 날씨, 등산로조차 마련되지 않은 가파른 야산을 오르는 높은 강도의 육체적인 업무 등이 겹쳐지게 되었고, 그 결과 협심증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결국 급성심근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장낙원
판사 박중휘
판사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