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노428 업무상승낙낙태치사,의료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곽금희(기소), 이선화(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P 담당변호사 Q
법무법인(유한) R 담당변호사 S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 4. 1. 선고 2013고단3210 판결
판결선고
2015. 11, 13.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① 피고인은 피해자 F 측에게 "법적으로는 안되지만 그래도 해 주겠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만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강간에 의해 임신 했다는 말을 하여 피고인은 그 말을 믿었으며, ② 유산시술 중 자궁천공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나 출혈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시술 후 피해자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피해자가 자궁천공에 의한 출혈로 사망했는지 인과관계가 명백하게 밝혀진 게 아니고, 양수색전증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④ 피고인이 피해자의 진료기록에 추가 기재한 사실은 있으나 허위 기재하거나 다른 건의 도플러 검사지를 붙인 사실이 없다.
(2) 양형부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선고한 원심의 형량(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위와 같은 원심의 형량은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위 ①, ④의 점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①의 점에 관하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피해자의 부모는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일관되게 강간을 당해서 낙태하려고 한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이 피해자의 부모 입장에서 피해자가 강간을 당했다면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한데 굳이 피고인에게 '강간당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진술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O G가 경찰에서 "강간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사실은 없지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수술을 했으면 한다는 말은 했다. F가 나이가 어린데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문자 그대로 피해자가 어린 나이에 원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낙태를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보일 뿐, 피해자가 강간 등 범죄행위로 인해 임신하였다고 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이 피고인이 피해자나 그 부모에게 어떠한 경위로 강간당하게 된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나 피해자의 부모가 피고인에게 강간에 의한 임신이니 낙태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였다.
원심은 또한, 위 ④의 점에 관하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피고인은 피고인이 진료기록부에 첨부한 도플러 검사지(이하 '이 사건 도플러 검사지'라 한다)에 기초하여 태아가 사망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나, 도플러 검사지의 상단에 있어야 할 검사 일시가 절단되어 검사 일시를 알 수 없게 되어 있고, 도플러 검사지와 초음파검사지는 연속해서 출력되는데 그 종이가 서로 다른 것을 보면, 이 사건 도플러 검사지는 다른 건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피해자의 부모는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으로부터 태아가 이미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이 피해자는 2012. 10. 17. 다른 산부인과에서 진료 받았는데, 그 당시 태아는 건강한 상태였던 점, 이 태아가 이미 죽어 있었다면 피고인이 사후에 진료기록부를 그렇게 상세히 다시 거짓으로 기재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태아는 살아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다, 당심에서의 감정인 T의 진료기록감정회신을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고, 이에 더하여 원심판결이 설시한 바를 면밀히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각 판단은 정당하고, 달리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 G는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불법이어서 안 된다.'고 말하였다고 일관되게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던 반면,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 및 G가 피고인에게 정확하게 '피해자가 강간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하였다가, 당심에 이르러서는 이를 번복하여 '강간을 당했다.'는 말은 G가 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만 있는 자리에서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 환자치료동의 각서(수사기록 제2권 제11면)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초 계류유산이라고 기재하였다가 그 후 다른 볼펜으로 '강간당함'이라고 추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수술 전날 피해자를 처음 진료할 때 도플러 검사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태아가 이미 사망하였음을 알고서도 피해자나 피해자의 부모에게 태아의 사망 시기나 원인 등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한 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G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집에 온 후 아이가 움직인다. 태동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자신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나. 위 ②, ③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다, 당심에서의 감정인 T의 진료기록감정회신을 종합하면, 건국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혈색소와 혈소판이 심각하게 감소되어 있어, 수술 후 지속적인 출혈이 일어났음이 추정되는 점, 사체부검시 양수색전증의 의심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폐조직을 검사하여 양수가 혈관에 있는지 여부 등을 현미경으로 확인하였으나, 혈관에 양수가 보이는 등 특이점은 없었던 점 등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낙태수술을 하면서 원심 판시와 같은 수술 전·후의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를 자궁 천공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산부인과전문의로서 피해자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다가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나아가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한편으로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 측과 원만히 합의한 점,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확정되는 경우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피고인의 의사면허가 필요적으로 취소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선고한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종두
판사권태관
판사신진우
주석
1) 모자보건법 제2조 제6호에 의하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2)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면,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
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