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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지법 2003. 9. 4. 선고 2003고합576 판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 항소[각공2003.11.10.(3),599]
판시사항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0조 소정의 '기타의 광고물'의 의미

[2]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하여 일반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이른바 '희망돼지'라는 이름으로 배부한 돼지저금통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0조 소정의 '기타의 광고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7조 위반범죄로 처벌하기 위한 서명, 날인의 정도

[4]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하여 일반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이른바 '희망돼지'라는 이름으로 배부한 돼지저금통의 회수를 위하여 연락처(이름, E-mail 주소, 전화번호 등)를 기재받은 행위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7조 소정의 서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0조 에서 말하는 '기타의 광고물'은 "문자, 도형, 그림이나 기타 이에 준하는 표시를 통해 특정한 사항이나 정보를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는 매체물 전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2조 제1호 가, "옥외광고물이라 함은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간판, 입간판, 현수막, 벽보, 전단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는 것으로서(옥외광고물의 정의 중 '옥외'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것임), 화환, 풍선, 간판, 현수막, 애드벌룬, 기구류 또는 선전탑과 유사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2]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하여 일반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이른바 '희망돼지'라는 이름으로 배부한 돼지저금통 자체는 보통 개개인의 가정 등 일반 공중이 볼 수 없는 장소에 비치되어 돈을 모으는 용도에 사용되는 것일 뿐 그 자체가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공중에게 표시되어 광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0조 소정의 '기타의 광고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5조 제1항 제18호 제107조 의 규정은 선거인에 대하여 투표 전에 특정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표명하게 하는 서명 또는 날인을 구할 경우 서명 날인한 자가 스스로 한 서명 날인에 심리적으로 구속되어 결국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공정한 투표를 하는 것을 방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함으로써 공정한 선거권의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므로, 이 조항으로 처벌하기 위하여서는 최소한 선거구민이 특정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다고 보여지는 서명, 날인, 즉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할 정도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 서명, 날인을 받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4]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하여 일반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이른바 '희망돼지'라는 이름으로 배부한 돼지저금통의 회수를 위하여 연락처(이름, E-mail 주소, 전화번호 등)를 기재받은 행위가 독자적으로 특정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7조 소정의 서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최세훈

변호인

변호사 김영술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새천년민주당 산하 국민참여운동본부 회원이고, 피고인 2는 소위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노사모') 회원 겸 국민참여운동본부 회원인바, 피고인들은 2002. 12. 19. 실시되는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노무현을 위하여,

가. 피고인 1은 국민참여운동본부 회원인 성명불상 5명과 공모하여,

2002. 11. 21. 19:40경부터 같은 날 20:41경까지 서울 중구 필동 소재 대한극장 앞에서 모금함과 탁자를 설치한 후 '시작합시다. 보통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기재된 명함을 나누어 주면서 "노사모에 가입하세요. 후원인 명부에 서명하세요. 후원금을 받습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여 주세요." 등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선거구민 약 300명으로부터 후원금과 함께 서명을 받고 광고물인 희망돼지 저금통 약 300여 개를 배부하였고,

나.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운동본부 회원인 성명불상 16명과 공모하여 같은 달 23. 13:00경부터 14:30경까지 서울 중구 명동 소재 금강제화 앞에서, 같은 날 14:30경부터 15:00경까지 같은 동 소재 조흥은행 앞에서, 같은 날 15:00경부터 16:50경까지 같은 동 소재 씨지브이 극장 앞에서, 위와 같이 모금함과 탁자를 설치한 후 명함을 나누어 주면서 확성기를 이용하여 "희망돼지를 분양하고 있습니다. 돼지 분양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희망돼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선거구민 약 3,000명으로부터 후원금과 함께 서명을 받고, 광고물인 희망돼지 저금통 약 3,000개를 배부하였다.

2.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일명 '희망돼지'로 불리우는 돼지저금통을 일반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또 위 돼지저금통을 받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리 준비된 용지 위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도록 하였던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가.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불투명한 선거자금 조달을 비롯한 기존의 정치 및 선거 문화를 바꾸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깨끗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일종의 정치개혁 운동이었을 뿐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한다거나 또는 새천년 민주당이나 노무현 후보를 널리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 아니고,

나. 또한 피고인들이 배부한 이 사건 돼지저금통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돼지형태의 투명저금통에 불과하고 그 물건 자체로 특정 후보를 광고하거나, 지지 혹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물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다. 단지 돼지저금통의 회수를 위하여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한 행위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서명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들의 각 법정진술 및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피의자신문조서, 김희식, 박대순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압수된 희망돼지 저금통의 형상 등의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희망돼지 분양사업'은, 당초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상의 모임인 노사모 회원들 사이에서 그들이 지지하는 노무현 후보를 위하여 선거자금을 모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일반인들이 '희망돼지'라는 이름의 돼지저금통을 분양받아 간 뒤 그 돼지저금통에 소액의 돈을 모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다시 전달하여 후원한다는 것이 그 기본 아이디어였는데, 기업체 등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기존의 정치자금문화와 대비되는 신선한 발상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운동본부를 통하여 전국적인 캠페인으로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2) 피고인 1은 회사원, 피고인 2는 대학생으로서, 이전부터 노사모에 가입하여 활동하여 오던 사람들인데, 위 노무현이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자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아니한 2002. 10.경부터 새천년민주당 내의 대통령 선거 운동조직인 국민참여운동본부에 인터넷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가입하였고, 결국 위 국민참여운동본부의 안내를 받아 이 사건 희망돼지 분양행사에 무보수로 참여하게 되었다.

(3) 피고인들이 배부한 이 사건 '희망돼지' 저금통은, 어른 주먹 정도 크기의 투명한 재질의 일반 돼지저금통으로, 색깔은 형광빛이 도는 붉은색, 녹색, 노랑색이고, 옆면에는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살맛나는 세상 희망돼지' 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거나 회수를 위하여 분양한 사람의 연락처를 기재할 수 있도록 인쇄된 스티커가 붙어 있다.

(4) 피고인들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노상에 간이 탁자를 설치하고, 그 위에 희망돼지 분양/수거 명부, 후원금모금함, 스티커, 희망돼지 저금통 등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희망돼지를 분양하고 있습니다, 돼지분양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희망돼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돼지저금통을 채우셔서 돼지저금통 옆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주시면 수거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거리를 오가는 일반시민들에게 위 돼지저금통을 나누어주었고, 위 돼지저금통을 가져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 분양/수거 명부에 이름 및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하였다.

나. 먼저, 이 사건 희망돼지 배부행위에 대하여 살핀다.

(1) 피고인들은 이 사건 '희망돼지 분양사업'이 오로지 정치문화를 개혁하자는 취지의 활동이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 행위는 단지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 이외에도 노무현 후보에 대한 인지도를 상승시킴과 동시에 그의 청렴성과 개혁성을 홍보하여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 즉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2) 나아가 피고인들이 배부한 이 사건 희망돼지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 제256조 제2항 , 제90조 소정의 '기타의 광고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공선법 제256조 제2항 제90조 (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선전물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거나 하게 한 자 또는 상징물을 제작·판매하거나 하게 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공선법 제90조 는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화환·풍선·간판·현수막·애드벌룬·기구류 또는 선전탑 기타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위 제256조 의 '선전물'은 제90조 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 표시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위 제90조 에서 말하는 '기타의 광고물'은 "문자, 도형, 그림이나 기타 이에 준하는 표시를 통해 특정한 사항이나 정보를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는 매체물 전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2조 제1호 가, "옥외광고물이라 함은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간판, 입간판, 현수막, 벽보, 전단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는 것으로서(옥외광고물의 정의 중 '옥외'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것임), 화환, 풍선, 간판, 현수막, 애드벌룬, 기구류 또는 선전탑과 유사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와 같이 처벌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공선법의 입법목적( 공선법 제1조 )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금권, 관권, 흑색선전 등으로 인한 타락선거의 우려가 있거나,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상당한 정도의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행위에 대하여서만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공선법 제58조 제2항 의 규정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의 경우, 희망돼지 저금통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반인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으로, 돼지저금통 자체는 보통 개개인의 가정 등 일반 공중이 볼 수 없는 장소에 비치되어 돈을 모으는 용도에 사용되는 것일 뿐 그 자체가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공중에게 표시되어 광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돼지저금통을 공선법 제90조 에서 말하는 '기타의 광고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공선법 제90조 에 예시된 광고물 중 이 사건 돼지저금통과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는 '풍선'을 들 수 있을 것인데, 풍선 역시 이를 공중에 띄우거나 사람들이 끈을 매어 들고 다님으로써 적어도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돼지저금통과는 본질적으로 상이하다).

다. 돼지저금통 회수를 위하여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한 행위에 대하여 살핀다.

공선법 제255조 제1항 제18호 제107조 (서명·날인운동의 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서명이나 날인을 받거나 받게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선법 제107조 는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선거구민에 대하여 서명이나 날인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이는 선거인에 대하여 투표 전에 특정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표명하게 하는 서명 또는 날인을 구할 경우 서명 날인한 자가 스스로 한 서명 날인에 심리적으로 구속되어 결국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공정한 투표를 하는 것을 방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함으로써 공정한 선거권의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므로, 이 조항으로 처벌하기 위하여서는 최소한 선거구민이 특정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다고 보여지는 서명, 날인, 즉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할 정도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 서명, 날인을 받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희망돼지를 배부한 뒤 돼지저금통을 가져간 사람들로부터 추후에 회수를 위한 연락처(이름, E-mail 주소, 전화번호 등)를 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달리 위 행위가 독자적으로 특정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도 없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는 공선법 제107조 에서 규정하는 서명 행위라고 볼 수 없다.

4. 결론

결국,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병운(재판장) 박종국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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