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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2므5269 판결
[인지청구][미간행]
AI 판결요지
[1] 인지소송은 부와 자 사이에 사실상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하고 법률상 친생자관계를 창설함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으로서 친족·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륜의 근본에 관한 것이고 공익에도 관련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소송에서는 직권주의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할 때에는 가능한 한 직권으로도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 한편 혈연상 친생자관계라는 주요사실의 존재를 증명할 때에는, 부와 친모 사이의 정교관계가 존재하는지, 다른 남자와의 정교의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부가 자를 자기의 자로 믿은 것을 추측하게 하는 언동이 존재하는지, 부와 자 사이에 인류학적 검사나 혈액형검사 또는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친생자관계를 배제하거나 긍정하는 요소가 있는지 등 주요사실의 존재나 부존재를 추인시키는 간접사실을 통하여 경험칙에 의한 사실상의 추정에 의하여 주요사실을 추인하는 간접증명의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혈액형검사나 유전자검사 등 과학적 증명방법이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증명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증명방법은 가장 유력한 간접증명의 방법이 된다. [2] 갑이 을을 상대로 친생부인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갑이 을을 상대로 제기한 친생부인소송에서 을이 제출한 친생부인소송에서 갑이 제출한 진술서의 기재나 을이 제출한 소장의 기재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고, 갑이 을에게 주었다는 돈 봉투에 기재된 ‘을 아빠’라는 문구에 대하여는 필적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문구에 대하여도 감정의 대상물이 원본이 아닌 사본이어서 갑의 필적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 것에 불과하므로, 사찰의 주지이던 갑이 신도의 딸인 을을 위해 작명을 해줄 수도 있는 것이어서 그 점이 갑과 을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인정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판시사항

인지소송에서 당사자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혈연상의 친자관계를 증명하는 방법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정진)

피고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피고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인호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인지소송은 부와 자 사이에 사실상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하고 법률상 친생자관계를 창설함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으로서 친족·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륜의 근본에 관한 것이고 공익에도 관련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소송에서는 직권주의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할 때에는 가능한 한 직권으로도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 한편 혈연상 친생자관계라는 주요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있어서는, 부와 친모 사이의 정교관계가 존재하는지, 다른 남자와의 정교의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부가 자를 자기의 자로 믿은 것을 추측하게 하는 언동이 존재하는지, 부와 자 사이에 인류학적 검사나 혈액형검사 또는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친생자관계를 배제하거나 긍정하는 요소가 있는지 등 주요사실의 존재나 부존재를 추인시키는 간접사실을 통하여 경험칙에 의한 사실상의 추정에 의하여 주요사실을 추인하는 간접증명의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혈액형검사나 유전자검사 등 과학적 증명방법이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증명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증명방법은 가장 유력한 간접증명의 방법이 된다 (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므1537 판결 ,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므36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의 어머니 소외 1은 1977년경부터 ○○○라는 사찰에 다니면서 주지인 망 소외 2(이하 ‘망인’이라 한다)와 정교관계를 갖게 된 사실, 소외 1이 원고를 출산할 무렵 남편인 소외 3과의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른 사실, 망인이 소외 1에게 생활비를 넣어 준 돈 봉투에는 망인의 필적으로 추정되는 ‘사랑하는 △보살’, ‘사랑하는 소외 1’, ‘원고 아빠’라는 문구가 기재된 사실, 망인은 원고가 개명할 때 작명을 해 주기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에 원고와 망인이 얼굴을 맞대거나 망인이 원고의 왼쪽 뺨에 입맞춤하려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등 망인이 원고의 아버지임을 표시하였다고 보이는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망인의 친생자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를 임신한 구체적인 시기 및 경위에 관한 소외 1의 증언은 소외 3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부인소송에서 소외 1이 제출한 진술서의 기재나 소외 3이 제출한 소장의 기재와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망인이 소외 1에게 주었다는 돈 봉투에 기재된 ‘원고 아빠’라는 문구에 대하여는 필적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문구에 대하여도 감정의 대상물이 원본이 아닌 사본이어서 망인의 필적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 것에 불과하다. 또한, 사찰의 주지이던 망인으로서는 신도의 딸인 원고를 위해 작명을 해줄 수도 있는 것이어서 그 점이 원고와 망인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인정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간접사실 등만으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바로 추인할 것이 아니라, 앞서 든 법리에 따라 원고와 망인 등에 대하여 시행 가능한 유전자검사의 방법을 찾아 이를 시도해 보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원고와 망인, 소외 1 등의 혈액형을 조사·감정하여 원고와 망인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닌지 밝히는 등 가능한 과학적 증명방법에 의한 증거조사를 직권으로도 시행하고, 그러한 조사 결과와 앞서 본 간접사실 등을 종합하여 원고와 망인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추인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친생자관계의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충분한 직권조사를 시행하는 등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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