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에티오피아 국적의 여성 갑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체류하다가 난민인정 신청을 한 후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이 갑에게 휴대전화로 “You are failed to receive the living expensives.”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안에서, 위 통보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 제24조 제1항 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에티오피아 국적의 여성 갑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체류하다가 난민인정 신청을 한 후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이 갑에게 휴대전화로 “You are failed to receive the living expensives.”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안에서,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신청에 대한 결정’은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거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데, 난민법 시행령 제17조 제2항 이 ‘난민신청자의 국내 체류 기간, 취업활동 여부, 난민지원시설 이용 여부, 부양가족 유무, 생활 여건 등을 고려하여 생계비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위 통보만으로는 처분 상대방인 갑이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통보가 이루어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위 통보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을 위반하였고, 법무부장관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생계비 지원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그에 관하여 갑이 동의하였다는 자료도 없으며, 위 통보가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경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통보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연주 외 1인)
피고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2016. 5. 26.
주문
1. 피고가 2015. 8. 19. 원고에 대하여 한 ‘생계비 등 지원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전제 사실
가. 원고는 에티오피아 국적의 여성으로, 2014. 10. 20. 단기사증(C-3)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체류하다가 2015. 7. 8.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다.
나. 원고는 2015. 7. 23. 피고에게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5. 8. 19. 원고에게 휴대전화로 “You are failed to receive the living expensives. You may apply for permit to engage in employment activities 6 months after the date on which the refugee application was 주1) received.”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고 한다).
[인정 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1~4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통보에 관하여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 피고가 이 사건 통보를 할 때에는 문서로 하여야 하고 원고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는데( 행정절차법 제23조 , 제24조 ), 피고는 이 사건 통보를 하면서 원고에게 처분사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처분에 관한 문서를 교부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통보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통보를 하면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나. 원고는 생계비 지원 신청 당시 아무런 소득 및 자산이 없었고 한국에 가족·친척 등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데다 임신을 하여,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피고는 원고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통보를 하였는바,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3.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통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등 아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신청권’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인정되는 구체적인 권리이고, 그에 대하여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피고의 이 사건 통보는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가. 난민법 제40조 제1항 은 피고가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그 시행령 제17조 는 생계비 지원 기간, 그리고 생계비 지원 여부와 그 금액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 등을, 그 시행규칙 제15조 는 구체적인 생계비 지원 신청 및 결정 절차를 정함으로써 그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난민신청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은 단순한 시혜적 조치라기보다 난민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본다.
다. 난민신청자는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난 후에야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어, 그 전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없게 된다.
라. 피고가 사실 오인 등으로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신청을 거부할 경우 난민신청자가 이를 다툴 수 있는 구제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절차상 하자 인정 여부
먼저 이 사건 통보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 이 사건 통보에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지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통보가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이 사건 통보에도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
나)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은,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의 하나로, 제9호 에서 ‘외국인의 출입국·난민인정·귀화 또는 그 밖의 처분 등 당해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과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신청에 대한 결정’은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의 ‘외국인의 난민인정’ 또는 ‘그 밖의 처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행정절차법 규정들의 내용을, 행정 과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의 난민인정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 전부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처분의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공무원 인사 관계 법령에 따른 징계’에 관한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등 참조).
이에 의하면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신청에 대한 결정’ 또한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거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위 법리를 토대로 살피건대, 이 사건 통보에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대방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통보에 대하여 불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어떤 사유로 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한편 이 사건 통보를 할 때 처분의 이유 제시를 요구하게 되면 당해 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통보가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2)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위반 여부
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은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 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의 근거와 이유 제시의 정도는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 및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 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 정도여야 한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8571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통보는 “You are failed to receive the living expensives(귀하의 생계비 지원 신청은 거부되었습니다).”라는 내용만 있어 그 근거와 이유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난민법 시행령 제17조 제2항 은 ‘난민신청자의 국내 체류 기간, 취업활동 여부, 난민지원시설 이용 여부, 부양가족 유무, 생활 여건 등을 고려하여 생계비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처분의 상대방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통보만으로는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이 사건 통보가 이루어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한편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제2호 , 제3호 는 ‘단순·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으로서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나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통보가 ‘단순·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이나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을 위반하였다고 본다.
3)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위반 여부
피고가 2015. 8. 19. 원고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이 사건 통보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생계비 지원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고, 그에 관하여 원고가 동의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또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단서는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경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통보가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을 위반하였다고 본다.
4)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 제22조 제3항 위반 여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 제22조 제3항 에 의하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당사자에게 통지하고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통보가 원고에게 이미 주어진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 제22조 제3항 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소결론
이 사건 통보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 제24조 제1항 을 위반한 하자가 있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보지 않아도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별 지] 관련 법령: 생략]
주1)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귀하의 생계비 지원 신청은 거부되었습니다. 귀하는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나면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