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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7. 10. 선고 99다58327 판결
[구상금][공2001.9.1.(137),1819]
판시사항

[1] 정기용선자로부터 선복을 용선받은 재용선자가 송하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정기용선자는 운송계약상 책임을 지는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본 사례

[2] 해상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귀책사유에 관한 입증책임의 소재

[3] 해상운송 중 인접한 화물의 부적절한 포장과 적입에 기인하여 화물이 훼손된 사안에서, 운송인측의 잘못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

판결요지

[1] 정기용선자로부터 선복을 용선받은 재용선자가 송하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재용선자가 발행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상 재용선자가 위 운송계약의 운송인이 됨을 명시하고 있으며, 재용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일정한 선복용선료만 지급할 뿐이고 위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은 모두 재용선자의 수입으로 되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위 정기용선자는 운송계약상 책임을 지는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본 사례.

[2] 상법 제789조의3 제4항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 이외의 실제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나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도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은 이 장의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1항에서 말하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에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상법 제788조 제1항은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운송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운송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3] 해상운송 중 환적된 화학물질이 부적절한 포장과 적입에 기인한 화학반응으로 고열과 연기 및 가스를 분출하고 이로 말미암아 인접한 화물이 훼손된 사안에서, 실제운송인이 하주적입(하주적oJ, Shipper's Load and Count)의 방법으로 위 화학물질이 적입된 컨테이너를 환적받을 당시 그 컨테이너는 외관상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또한 위 화학물질이 위험물선박운송및저장규칙이나 국제해상위험물규칙상 위험물로 분류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위 컨테이너를 적절하게 선적·적부하였다면, 비록 실제운송인이나 선장·선원들이 이를 받아 선적·적부하면서 컨테이너를 열고 그 안에 화물이 적절한 용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포장·적입되었는지를 살피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못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실제운송인은 위 인접 화물의 훼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대한화재해상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유정동 외 4인)

피고,피상고인

데에스에르-세나토르 라인스 게엠베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 담당변호사 윤용석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대유해운 주식회사(아래에서는 '대유해운'이라고 한다)는 대영컨벌팅 주식회사(아래에서는 '대영컨벌팅'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대영컨벌팅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마루찬 버지니아 인코퍼레이티드(Maruchan Virginia, Inc., 아래에서는 '마루찬 버지니아'라고 한다)에 수출하는 식품포장용 필름 2,941롤(아래에서는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을 부산항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Norfolk)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다음, 대영컨벌팅에게 통지선이 마루찬 버지니아로 된 지시식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대유해운은 다시 대영컨벌팅을 대리하여 조양상선 주식회사(아래에서는 '조양상선'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조양상선이 이 사건 화물을 부산항에서 노퍽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조양상선은 대유해운에게 "송하인 대영컨벌팅, 수하인 컨테이너 트레이드 인터내셔널 코포레이션(Container Trade Int'l Corp., 아래에서는 '컨테이너 트레이드'라고 한다)"으로 된 기명식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조양상선은 다시 이 사건 화물을 자신과 선복용선계약(Space Charter) 관계에 있던 피고에게 운송 의뢰하였다. 피고는 콘티 카피타노 쉬파르츠­게엠베하 운트 체오 카게(Conti Capitano Schiffahrts­GmbH & Co. KG, 아래에서는 '콘티 카피타노'라고 한다)와 정기용선계약(Time Charter)을 체결하고 콘티 카피타노 소유의 컨테이너 전용선인 도쿄 세나토르(Tokyo Senator)호를 운항하고 있었고, 대영컨벌팅은 1994. 3. 27.경 부산항에서 이 사건 화물을 도쿄 세나토르호에 선적하였다.

나. 대영컨벌팅은 1994. 3. 25. 원고와 사이에 "선박 도쿄 세나토르호, 선적항 부산, 양륙항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보험목적 필름 2,941롤"로 된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도쿄 세나토르호는 1994. 3. 29.경 부산항을 출발하여 1994. 4. 28.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항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화물이 선적된 제2번 선창에서 연기와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도쿄 세나토르호의 선원들은 제2번 선창의 환기통을 닫고 이산화탄소를 주입시켰다. 그 후 1994. 5. 10. 이 사건 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가 개봉되었는데, 이 사건 화물은 연기에 오염되고 열반응에 의하여 변형되어 모두 폐기되었다.

라. 원고는 1994. 8. 10. 마루찬 버지니아에게 이 사건 화물 훼손에 대한 보험금으로 192,167.36 미합중국 $를 지급하였다.

2. 운송계약상의 책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대유해운을 통하여 대영컨벌팅과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조양상선과 사이에 선복용선계약 관계에 있을 뿐이지 대영컨벌팅과 직접적으로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 관계에 있지는 아니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살펴보니, 이 사건에서 조양상선이 발행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서 조양상선이 위 운송계약의 운송인이 됨을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양상선은 피고에게 일정한 선복용선료만 지급할 뿐이고 대영컨벌팅과 조양상선 사이의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은 모두 조양상선의 수입으로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운송계약의 당사자 혹은 그 대리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 등의 잘못이 없으며,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이 법원의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한편 원고는, 조양상선이 발행한 선하증권은 기명식이라 할지라도 배서에 의하여 양도될 수 있고 또한 이 사건에서 마루찬 버지니아가 컨테이너 트레이드로부터 위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마루찬 버지니아는 위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적법하게 취득하였으므로,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운송인인 피고는 마루찬 버지니아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회사를 대위하고 있는 원고에게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대영컨벌팅과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또한 위 선하증권은 조양상선이 피고를 대리하여 발행한 것이 아니므로, 대영컨벌팅이 수취한 선하증권상의 권리가 마루찬 버지니아에게 적법하게 이전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자인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운송계약상 혹은 선하증권 발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이유로 보험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에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또는 판단유탈 등의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불법행위 책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원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청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⑴ 이 사건 화물이 훼손된 것은, 피고가 1994. 3. 28. 부산항에서 중국으로부터 노퍽항까지 운송되는 이산화티오요소(Thiourea Dioxide, 아래에서는 '이 사건 화학물질'이라고 한다) 300드럼이 든 컨테이너 1개를 다른 선박으로부터 도쿄 세나토르호 제2번 선창으로 환적(환적)받았는데, 이 사건 화학물질은 습기와 고온에 약하고 금속과 반응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습기 및 금속과의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폴리에틸렌 라이너가 부착된 유리 또는 플라스틱제 용기로 밀봉하여 포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뚜껑 및 바닥이 금속제인 드럼에 아무런 차단장치 없이 적입하고 또한 컨테이너 내부에 위 드럼들을 버팀대도 없이 엉성하게 쌓아 놓은 결과,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드럼 내부에서 서서히 분해되다가 운송과정에서 상당수의 드럼이 컨테이너 내부의 빈 공간으로 기울어지거나 쓰러지면서 드럼 밖으로 쏟아져 나와 공기 중의 습기와 결합하면서 폭발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 고열과 연기 및 가스를 분출하였기 때문이다.

⑵ 실제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 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⑶ 그런데 ① 피고가 부산항에서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든 컨테이너를 환적받을 때 이 사건 화학물질은 이미 송하인측이 컨테이너에 적입하여 봉인한 하주적입(하주적oJ, Shipper's Load and Count)의 상태이었고, 피고는 단지 송하인측으로부터 컨테이너 안에 중국에서 제조된 300드럼의 이 사건 화학물질이 적입되어 있다는 취지를 통지받았을 뿐이며, 한편 도쿄 세나토르호의 선장과 선원들도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든 컨테이너를 환적받을 때 위 선박에 선적할 다른 화물들이 포함된 적하배치도만을 제공받았을 뿐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든 컨테이너 내용물의 상태 및 명세에 관하여 아무런 통지도 받지 못한 사실, ② 그 당시 이 사건 화학물질은 국내법규인 위험물선박운송및저장규칙이나 국제적 규칙인 국제해상위험물규칙(International Maritime Dangerous Goods Code)에서 위험물로 분류되어 있지 아니하였는데,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든 컨테이너가 도쿄 세나토르호에 환적될 당시 그 컨테이너는 외관상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그 선박의 제2번 선창은 일반 컨테이너를 선적하기에 적절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든 컨테이너도 그 곳에 적절하게 선적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나 도쿄 세나토르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이 사건 화학물질의 부적절한 포장 및 적입을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화학물질이 든 컨테이너를 개봉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용물의 상태와 명세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화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에 관하여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 상법 제789조의3 제4항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 이외의 실제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나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도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은 이 장의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법 제789조의3 제1항에서 말하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에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상법 제788조 제1항은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운송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운송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 따라서 실제운송인이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다.

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면, 실제운송인인 피고가 하주적입의 방법으로 이 사건 화학물질이 적입된 컨테이너를 환적받을 당시 그 컨테이너는 외관상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또한 이 사건 화학물질이 위험물선박운송및저장규칙이나 국제해상위험물규칙상 위험물로 분류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위 컨테이너를 적절하게 선적·적부하였다면, 비록 피고나 도쿄 세나토르호의 선장·선원들이 이를 받아 선적·적부하면서 컨테이너를 열고 그 안에 화물이 적절한 용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포장·적입되었는지를 살피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화학물질이 적입된 컨테이너를 받아 선적·적부함에 있어 피고측에게 잘못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실제운송인인 피고는 위 컨테이너에 인접하여 선적되었다가 훼손된 이 사건 화물의 권리자인 마루찬 버지니아에 대하여도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상법 제791조의2 제1항은 "인화성, 폭발성, 기타의 위험성이 있는 운송물은 운송인이 그 성질을 알고 선적한 경우에도 그 운송물이 선박이나 다른 운송물에 위해를 미칠 위험이 있는 때에는 선장은 언제든지 이를 양륙, 파괴 또는 무해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선장에게 위험물 처분권을 주고 있으나, 선장에게 위험물 처분권이 있다고 하여 위와 같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대하여 선장 및 선원들의 조치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라. 따라서 원심이 원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청구를 기각한 것은 결과적으로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운송인의 적부·관리·처분상 주의의무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 등의 잘못이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도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주심) 유지담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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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9.9.3.선고 98나5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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