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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다24401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갑이 을과 지하 2층, 지상 8층인 집합건물 중 을이 소유한 지하 2층 및 지상 2층 내지 8층을 매수하되 매매대금의 일부는 이미 지급된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잔금지급일까지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건물 지하 1층 및 지상 1층 구분소유자들의 건축허가동의서 등이 잔금지급일까지 구비되지 않을 경우 매매계약은 특별한 절차나 통지 없이 전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는데, 잔급지급일까지 위 동의서 등이 구비되지 않자, 갑이 을의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에게 그의 주장이 매매계약의 법정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 등의 반환과 손해배상의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매매계약이 위 합의에 따라 자동해제되었음을 이유로 매매대금 등의 반환을 구하는 취지인지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고 그러한 취지라면 이에 관한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매매계약이 을의 동의서 등 징구의무 불이행 때문에 해제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 없이 위 합의서에서 정한 대로 동의서 등이 확보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동해제된 것이라는 이유로 갑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포인인테리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산지 담당변호사 이은경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김종근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와 피고 2에 대한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와 피고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2. 10. 피고 2와 사이에 지하 2층, 지상 8층의 집합건물인 이 사건 건물 중 위 피고 소유인 지하 2층 및 지상 2 내지 8층(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95억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원고와 피고 2는 2015. 10. 23.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그 매매대금을 84억 원으로 하되 그중 18억 원은 이미 지급된 것으로 하고 나머지 잔금 66억 원을 2015. 11. 6.까지 지급하기로 변경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 그와 별도로 ‘이 사건 건물 지하 1층 및 지상 1층 구분소유자들의 건축허가동의서 등(이하 ‘동의서 등’이라고 한다)이 잔금지급일인 2015. 11. 6.까지 구비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매매계약은 특별한 절차나 통지 없이 전부 무효로 한다.’라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대출을 받고자 하였다.

나. 그런데 피고 2는 2015. 11. 24.경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상 잔금지급일인 2015. 11. 6.까지 이 사건 건물 중 지하 1층 및 지상 1층 구분소유자들의 건축허가동의서 등이 구비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무효가 되었고, 피고 2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실제로 지급받은 돈이 없으므로, 피고 2가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무효로 반환할 돈은 없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2. 제1심판단

원고는, 주위적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위 매매계약 등에 기해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 등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 전부 인용을 해제조건으로 피고 2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2를 상대로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 18억 원 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와 지연손해금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피고 2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동의서 등 징구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피고 2에 대한 예비적 청구는 이를 인용하였다.

3. 원심판단

원심은, 이 사건 합의는 원고와 피고 2 모두 동의서 등 징구를 시도하되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잔금 지급기일까지 동의서 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이를 일방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키기로 하는 취지의 합의이고, 피고 2가 동의서 등 징구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원심은 이 사건 합의서에 정한 기한 내에 원고 또는 피고 2가 동의서 등을 확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그 잔금 지급기일에 자동으로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그리고 피고 2가 동의서 등 징구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2가 위와 같은 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원심은 피고 2의 동의서 등 징구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 주장에 위 매매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 없이 자동으로 해제되었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이유가 모순되거나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피고 2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본다.

(1) 석명의무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앞서 본 것처럼 원심은, 피고 2가 이 사건 매매계약 또는 이 사건 합의와 관련하여 동의서 등 징구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이유가 모순되거나,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석명의무 위반 주장에 관하여

(가)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만일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236820, 23683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2의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음을 전제로 그 원상회복과 더불어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 2의 동의서 등 징구의무 불이행으로 해제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 사건 합의서에 정한 대로 동의서 등이 확보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자동해제되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원상회복은 부당이득에 관한 특별 규정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고( 대법원 1997. 12. 9. 선고 96다47586 판결 등 참조),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은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자동으로 해제 또는 실효되었음을 이유로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을 부당이득반환으로서 구하는 소송과 소송물이 동일하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5978 판결 ,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6다8114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는 원심판결이 확정될 경우, 원고가 피고 2를 상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 사건 합의에 기해 자동으로 해제 또는 실효되었음을 이유로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을 부당이득반환으로서 구하는 것은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이든 아니면 이 사건 합의에 의한 자동해제이든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 2의 채무불이행 책임의 유무를 좌우하는 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효력을 상실하여 그에 따라 이행된 급부가 반환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달리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또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에는, 원심이 자동해제라는 법률효과 발생의 요건사실로 인정한 이 사건 합의 성립 사실 및 잔금 지급기일까지 동의서 등을 징구하지 못한 사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2 역시 ‘이 사건 합의는 잔금 지급기일까지 동의서 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실효된다는 취지의 합의’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점에 관하여는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쌍방이 제출한 소송자료를 통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진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에게 그 주장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법정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매매대금 등의 반환과 손해배상의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 매매계약이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자동해제되었음을 이유로 매매대금 등의 반환을 구하는 취지인지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고, 원고 주장이 그와 같은 취지라면 그 당부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한 데에는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피고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와 피고 2에 대한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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