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7가합18815 구상금
원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김경한
피고
D (76년생, 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맥
담당변호사 박영규, 류경환, 남성원, 최강욱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하석철
변론종결
2008. 8. 13.
판결선고
2008. 8. 27.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0,845,610원 및 이에 대하여 2007. 8. 2.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 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을 제1, 2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망 A와 피고와의 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B대학교 컴퓨터응용설계학과 1학년에 다니던 중 휴학하고, 2003. 12. 15. 군에 입대하여 육군 제①보병사단 OO연대 ①대대 OO중대에 전입하여 군복무 중이던 자이고, 피고는 위 중대의 중대장으로 복무하였다.
나. 이 사건 사고의 경위
(1) 망인은 당초 90㎜무반동총 사수로서 소속 중대에 배치되어 소대 전투병으로 근무하다가 위 중대 행정반에서 행정병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소외 병장 C(2004. 11. 21.경 전역함)가 전역을 앞두게 되자 그의 후임자로 발탁되었고, 이에 차후 전투병에서 통신병으로 군사주특기를 변경하기로 하고 2004. 10. 초순경부터 중대행정반에 배치되어 병장 C로부터 약 1개월간의 업무인수인계를 받아 중대의 통신 업무 외에 정보·교육계원으로서 행정 업무를 수행하였다.
(2) 피고는 2004. 12. 초순경부터 자신 내지 휘하 소대장들이 지휘관으로서 작성 ·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 '전투세부시행규칙'(이는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어 원칙적으로 별도로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문서로서 망인은 그에 대한 인가를 받지 아니하였다)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마쳐야 하고, 2005년도 교육훈련 사열 준비를 하는 외에 2005. 1. 17.부터 같은 달 21.까지의 기간 동안 예정된 연대 전술(RCT) 훈련평가를 앞두고 있어 이를 대비하여 미리 ‘국지도발 진지현황' 바인더 등 작전·지휘 관련 자료를 수정 · 작성하는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직권을 남용하여 행정병인 망인에게 '전투세부시행규칙'의 수정 및 '05년 연간 부대관리 소요판단' 등 작성 작업을 지시하였다.
(3) 그런데 피고는 위 작업지시 당시 본래 위 작업을 하여야 할 주체임에도 해당작업별로 필요한 구체적인 작업 문안이나 도면의 초안을 작성한 다음 망인에게 컴퓨터 등을 이용한 입력이나 세부적인 수정 작업만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각 작업별로 진행되어야 할 작업 내용을 개략적으로만 제시해 주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내용을 행정병인 망인 자력으로 대부분 작성하도록 한 후 수시로 작성된 내용을 검토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다시 수정을 지시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하였는데, 망인은 짧은 업무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행정병으로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불과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으로서 위와 같이 본래 지휘관이 자신의 군사적 전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작업해야 할 작전·지휘·교육에 관한 자료의 작성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기에 그 작업 과정에서 실수가 잦아 수정 및 재작성을 반복하였고, 또한 중대행 정반에서 수행하는 문서 등 작성업무에 관한 수요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사용 가능한 컴퓨터는 3대 정도에 불과하여 시간을 나누어서 돌아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 관계로 작업 속도까지 더디게 되자 2004. 12. 초순경부터 2005. 1. 11.까지는 피고로부터 지시 받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거의 매일 야근과 함께 주 1~2회 정도는 새벽 04:00까지 작업을 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게 되었다.
(4) 한편, 피고는 그 과정에서 망인이 지시받은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지시 사항을 이해하여 실행에 옮기는 데에 서투른 모습을 보이고 그 작업 진척 속도가 더디며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자료를 작성하지 못하자, ① 2004. 12.경 중대 행정반에서 망인에게 업무처리 속도가 느리고 미숙하다는 이유로 “야, 미치겠다, 너는 다 적어줘도 모르냐, 내가 시킨 대로 그대로 해라, 네 마음대로 하지 말고”, “아우, 씨바, 도대체 답답해서 같이 못하겠네, 어떻게 된 놈이 행정병 생활을 몇 개월을 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냐”는 취지로 고함을 지르고, 2004. 12.경 망인에게 문서 수정을 하게 하면서 교육장교가 중대장에게 보고하라고 가르쳐 준 내용의 누락이 있다는 이유로 “야, 임마, 너는 어떻게 이런 사항을 보고도 안하냐, 너 자꾸 너 마음대로 일처리 하려고 하는데 모르면 물어보란 말야”라고 큰소리를 지르고,
③ 2004. 12.경 망인에게 주간훈련예정표를 수정하게 하면서 망인에게 시범식 자료 및 교범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는데, 지시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야, 이 새끼야, 너는 아직까지도 교범 제목도 모르냐, 중대장실 책장에 보면 C 때 잘 정리해 뒀는데 인수인계를 어떻게 받았길래 아직도 잘 모르고 있냐, 너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고 있냐”, “자료를 실컷 모았으면 뭐하냐, 지가 정리해 놓고도 찾지도 못하는데, 제발 정리 좀 해라”는 취지로 질책하고,
(4) 2005. 1. 3.경 새벽 준비태세임에도 각 소대와의 통신 유지 미흡으로 인해 상황전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야, 이 새끼야, 통신병이 엉망이면 작전 자체가 안되는데, 너는 그 동안 몇 번을 훈련했는데 갈수록 엉망이냐, 아 씨비, 속터져서 못해 먹겠네”라는 취지로 질책하고,
6) 2005. 1. 10, 20:45경 망인에게 목진지 현황판을 편집하게 하면서, “왜 불필요.하게 인쇄물을 출력하냐고, 잉크가 남아도냐, 무슨 일만 하면 수십장씩 출력물을 뽑아 대냐"고 질책하고,
⑥ 같은 날 21:00경 출력된 목진지 현황판에서 수정을 지시한 부분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이 새끼는 금방 말해줬는데도 수정 안하는구만, 야이 새끼야, 넌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 이것밖에 못하냐, 하여튼 일하는 것 보면 맘에 안들어”라는 취지로 10~20분간 질책하고,
⑦ 2004. 1. 11. 00:50경 망인을 도와 사경도 작업을 보조하던 E 일병이 당시까지 숙소로 복귀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것을 보고 망인에게 “야이 씹할, 이 새끼야, 이것은 안하기로 했는데 왜 엄한 애를 고생시키느냐, 왜 가르쳐 준 대로 안하고 니 마음대로 하느냐, 언제 다하고 잠을 잘래”라는 취지로 큰 소리로 질책하여 망인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
(5) 이에 망인은 피고로부터 과도하게 주어지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 업무 처리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반복되는 욕설, 폭언 등 가혹행위를 당하게 되자 군대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2005. 1. 11. 02:15경 중대 행정반에서 지시 받은 작업을 수행하다가 위 부대 영내에 있는 동산으로 가 그곳에 있던 소나무 가지에 전투화 끈으로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6) 피고는 그 후 위와 같은 망인에 대한 가혹행위 및 직권남용죄로 기소되어 가혹행위 등에 관한 유죄가 인정되어 육군 제0사단 보통군사법원(2005 고2)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에 1년의 형을 선고 받아 이에 불복하였으나, 국방부 고등군사법원(2005 144)에서 직권남용 및 가혹행위 모두에 관한 유죄가 인정되고, 다만 그 형의 선고가 유예 되었다.
다. 망인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결과 망인의 부 F, 모 G, 남동생 H, 숙부 I, 조모 J(이하 ‘유족들'이라 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006가합108898호로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07. 5. 3. “피고는 망인의 지휘관으로서, 부대 운영 및 지휘와 관련된 지휘관 자신의 고유한 업무는 자신이 직접 처리하여야 하고, 전투병에서 행정병으로 재배치된 후 업무 수행능력이 충분히 갖추어지지도 아니한 상태에 있는 사병에 대해서는 그 능력에 맞는 업무를 맡기거나 적절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업무 능력을 키우도록 한 후 업무에 투입함으로써 군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병으로서의 경험이 짧고 업무 숙달이 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던 망인에게 지휘관의 업무 사항으로 되어 있는 '전투세부시행규칙'의 수정 등 작업을 직권을 남용하여 모두 떠 넘겨 실질적으로 대신 처리하도록 하는 외에 연말 연초에 집중되는 각종의 군대내 작전·훈련 및 운영에 관한 계획안 등 작성 작업을 몰아서 시킴으로써 단기간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줌과 동시에 망인이 위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작업 처리 속도, 방식 및 내용 등이 불만스러움을 이유로 하여 일방적으로 욕설, 폭언 등 가혹행위를 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그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하였으며, 엄격한 규율과 집단 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의 일방적인 업무 지시 및 가혹행위로 인한 부담감 및 피해의 의미가 일반 사회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직권을 남용한 과중한 업무 부과 및 그와 관련된 가혹행위가 망인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할 것이어서, 위 가혹행위 등과 망인의 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가혹행위 등은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명령권 및 훈계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로서 외관상 그 직무집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과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피고의 망인에 대한 욕설과 폭언은 망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인 미숙함 등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정도가 보통의 병사를 기준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위 각 증거에 의하면, 망인은 주위의 권유 외에도 C의 전역 후 공석이 되는 중대행정병 직무가 자신이 기존에 하고 있던 소대 전투병으로서의 직무보다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스스로 지원을 하여 피고에 의해 중대행정병으로 선발이 된 것으로서, 그 후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업무량이 많고 적응이 힘들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지휘관에게 보고하고 원대복귀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 볼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끝내 자살이라는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잘못이 있는 점이 인정되는 바, 망인의 이러한 과실 등은 피고를 면책 시킬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나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중대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전체의 7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 는 원고 F, G에게 각 40,952,544원, 원고 H, J에게 각 2,000,000원, 원고 I에게 1,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5. 1. 11.부터 2007. 5. 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07. 5. 26. 확정되었다.
라. 원고의 배상큼 지급
위 확정판결에 따라 원고는 2007. 8. 2. 망인의 유족들에게 합계 100,845,610원을 지급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직무집행 중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가 망인의 유족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배상한 100,845,61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전투병에서 행정병으로 재배치된 후 업무 수행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교육의 기회 없이 실질적으로 상급자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게 됨으로써 과중한 업무 부담을 받던 중 그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원고로부터 일방적으로 욕설, 폭언 등의 가혹행위를 겪자 그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인바,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로부터의 비상식적 질책 또는 그로 인한 피해의 의미가 일반 사회에서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직권을 남용한 과중한 업무부과 및 그와 관련된 가혹행위는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에게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고의, 중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 (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공무원의 직무상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경우 그 위법행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경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당해 공무원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망인에 대한 가혹행위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피고의 행위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바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피고의 고의,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적어도 피고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망인에 대하여 가혹행위를 하였거나,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하여(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65929 판결 참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것을 알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피고에게 이 사건에 대하여 고의,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먼저,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6 내지 7, 을제 1호증의 1 내지 2, 을제 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망인이 자살에 이를 것임을 알면서 망인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다) 다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중과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의 가혹행위 등이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군대에서의 단체생활자체에 대한 부적응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례가 있으며, 군대 내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구타하는 경우 하급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하는 예가 있다는 것은 언론 등을 통하여 알려진 사실이나, 이러한 일반적인 사실과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바로 피고의 가혹행 위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한 망인이 군생활 동안 특별히 군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였다거나 성격적인 특성으로 말미암아 자살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징후를 보였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이 예견하지 못한 것에 현저한 주의의 결여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달리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중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망인에 대한 직권남용과 모욕행위 등이 인격적인 손상을 가져올 정도로 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망인에게 상해 등이 발생하지도 아니한 점, 망인이 피고로부터 질책과 폭언을 당한 데에는 망인에게도 어느 정도의 잘못이 있었던 점, 다른 중대원들도 피고가 망인에게 특별히 가혹행위를 한 점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망인이 비록 피고의 가혹행 위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좀 더 참고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자살이라는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였던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가 그 자신의 경험은 물론 같은 부대 내 다른 병사들의 일반적인 경험에 비추어 피고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손쉽게 예견할 수는 없었다고 할 것이다.
(3)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고의 또는 중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장성욱
판사정영석
판사최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