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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도2858 판결
[조세범처벌법위반][공2000.12.15.(120),2481]
판시사항

[1]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 및 그 입증책임의 소재(=검사)

[2] 납세의무자가 경제적 사정으로 사실상 납세가 곤란하여 체납한 것이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조세범처벌법 제10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라 함은 천재·지변·화재·전화 기타 재해를 입거나 도난을 당하는 등 납세자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유는 물론 납세자 또는 그 동거가족의 질병, 납세자의 파산선고, 납세자 재산의 경매개시 등 납세자의 경제적 사정으로 사실상 납세가 곤란한 사유도 포함한다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정당 사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처벌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체납의 경위, 체납액 및 기간 등을 아울러 참작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2] 납세의무자가 경제적 사정으로 사실상 납세가 곤란하여 체납한 것이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은창용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0. 6. 7. 선고 99노 18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상고이유를 본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5. 4. 20.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이 같은 해 초순경 매수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전 423㎡에 대한 취득세 717,790원을 납부하라는 내용의 납세고지서를 송달받고도 이를 납부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하여 95회계연도에 3회에 걸쳐 취득세 납세고지서를 송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취득세 합계 40,031,590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1995. 1. 25. 이 사건 각 토지를 그 소유자들로부터 매수하고 자신의 명의로 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노원구청장은 1995. 4. 10.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에 따른 각 취득세를 부과하고, 같은 달 20일경 각 취득세 납세고지서가 피고인에게 모두 송달된 사실, 피고인이 경영하던 회사가 같은 달 27일경 거래은행으로부터 거래정지를 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이 사건 조세체납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그러나 조세범처벌법 제10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라 함은 천재·지변·화재·전화 기타 재해를 입거나 도난을 당하는 등 납세자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유는 물론 납세자 또는 그 동거가족의 질병, 납세자의 파산선고, 납세자 재산의 경매개시 등 납세자의 경제적 사정으로 사실상 납세가 곤란한 사유도 포함한다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정당 사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처벌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체납의 경위, 체납액 및 기간 등을 아울러 참작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가 경영하던 회사의 공동주택 부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1995. 1. 25.경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하였고, 위 회사는 이 사건 각 토지를 비롯한 일단의 토지에 아파트 130세대를 신축하던 중 주택 경기 위축에 따른 아파트미분양과 일산에서 신축 중이던 상가의 미분양 등으로 인한 극심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이 사건 각 취득세의 납부기한인 1995. 4. 30. 이전인 같은 달 28일 부도가 났으며, 피고인은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위 회사의 대출시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함과 아울러 연대보증까지 하였다가, 위 회사의 부도로 말미암아 자신의 주택이 임의경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채무를 연체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은 경제적 사정으로 사실상 납세가 곤란하여 체납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취득세를 체납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사건 각 취득세를 체납하였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체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나아가 직권으로 본다.

기록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아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고지하여 형사소송법 제297조의2 소정의 방법에 따라 증거조사를 마쳤고, 원심은 제1심이 위와 같이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들이 같은 법 제318조의3의 규정에 따라 모두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제1회 공판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신문을 할 때에는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할 때에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위 회사가 1995. 4. 28. 부도가 나는 바람에 납부기한인 1995. 4. 30.에는 무자력이어서 체납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범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원심 판시 채택 증거들 중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간이공판절차가 아닌 일반절차에 의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그에 관한 증거능력이 부여되지 않는 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를 증거로 하여 이 사건 관세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간이공판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07조에 위반하여 증거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의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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