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의사가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으나, 그 진료행위에 의료과실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2] 자살하기 위하여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의사가 위세척 조치를 하던 중 환자 어깨에 골절상이 생긴 사안에서, 의사의 진료행위에 의료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중지 내지 주저함이 곧 환자의 사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의 생명이 위중하여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시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진료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고,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입은 손실이 진료가 없었을 때 입었을 중한 손해에 비하여 현저하게 가볍다고 인정된다면,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를 완벽하게 보존할 주의의무는 다소 경감될 수 있고, 의사가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진료행위에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
[2] 자살하기 위하여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의사가 위세척 조치를 하던 중 환자 어깨에 골절상이 생긴 사안에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상황에서는 의사의 과실로 환자가 상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의사의 환자에 대한 신체보존 주의의무가 다소 경감되고 그러한 상해가 사회상규상 비난받을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의사의 진료행위에 의료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원고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주현)
피고
피고 재단법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보영)
변론종결
2009. 11. 4.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128,258,926원, 원고 2, 원고 3에게 각 3,000,000원, 원고 4에게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1. 24.부터 청구취지정정서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1은 2008. 1. 23. 10:00경 직장 문제와 애정 문제로 고민하다 자신의 차 안에서 수면제(Doxylamine) 15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였다.
나. 원고 1의 친구 소외 1은 자살을 기도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원고 1을 발견하고 같은 날 12:22경 피고 재단이 운영하는 대구 동구 (이하 생략) 소재 ○○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 응급실에 데리고 갔다.
다. 성명불상의 의사 7명은 곧바로 원고 1을 침대에 눕히고 소외 1로부터 원고 1이 자살을 위하여 위와 같이 수면제를 과다하게 복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위세척을 하기 위하여 위장관 튜브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원고 1이 침대에서 심하게 몸부림을 치자 튜브삽입을 하지 못하였고, 위 의사들이 원고 1의 팔, 어깨 등 상체를 붙잡고 소외 1은 위 원고의 다리를 붙잡았다.
라. 위 의사들은 원고 1에게 억제대를 설치한 후 진정제를 2회 투여한 후 같은 날 13:10경 겨우 위세척을 마치고 억제대를 제거하였는데, 당시 원고 1은 과다한 수면제 복용으로 호흡곤란, 횡문근, 흉해근, 간부전, 경련으로 목숨이 위독한 상태였으므로, 신속한 위세척 조치가 필요하였다.
마. 원고 1은 2008. 1. 24. 00:00경 및 05:00경 우측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여 엑스선을 촬영한 결과 우측 상완골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 1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의식을 잃고 쓰려져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성명불상의 의사들이 원고 1이 경련을 일으키자 어깨를 심하게 누르면서 제압하여 우측 어깨에 상완골두 골절상을 입었다. 피고 병원의 의사들은 원고 1이 약물로 인해 경련을 일으킬 것을 예상하고 환자를 고정시키는 조치를 이행하여 위세척 과정에서 환자가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원고 1을 침대에 고정시키지 않고 그의 어깨에 무리한 힘을 가하여 우측 상완골두 골절상을 입게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의사들의 사용자로서 원고 1 및 원고 1의 가족인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판단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중지 내지 주저함이 곧 환자의 사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의 생명이 위중하여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시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진료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고, 환자가 진료과정에서 입은 손실이 진료가 없었을 때 입었을 중한 손해에 비하여 현저하게 가볍다고 인정된다면,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를 완벽하게 보존할 주의의무는 다소 경감될 수 있고, 의사가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진료행위에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위 기초사실에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병원의 의사들은 원고 1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억제대를 사용하고 진정제를 투여한 점, ② 원고 1이 수면제 15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과정에서 그에게 호흡곤란, 횡문근, 흉해근, 간부전, 경련이 발생하여 목숨이 위독한 상태였는바, 신속한 위세척 조치가 필요했던 점, ③ 위세척 조치가 미흡했으면 원고 1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피고 병원 의사들이 위세척 조치를 제대로 함으로써 원고 1의 생명을 구한 점, ④ 원고 1이 입은 상해는 우측 견관절 운동 제한을 가져오는 우측 상완골두 골절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 피고 병원의 의사들이 억제대를 사용하고 진정제를 투여하여 원고 1의 생명을 구한 것은 현 응급의료수준에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될 수 있고, ㉯ 시간이 조금만 지체되어도 원고 1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위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는 우선시되고 긴급하였으며, ㉰ 원고 1이 입은 우측 상완골두 골절상은 환자 본인이 적절한 조치를 받지 않았다면 입었을 사망이라는 상태보다 가벼운 손해임이 명백하고, ㉱ 응급 상황에서 피고 의사들의 과실로 원고 1의 어깨가 상해를 입었다 하여도 피고 병원 의사들의 환자에 대한 신체보존 주의의무는 다소 경감되고 그러한 상해가 사회상규상 비난받을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 피고 병원의 의사들이 원고 1에게 행한 위세척 조치는 위법성이 결여되어 적절하였고 의료과실이라 볼 수 없다.
더군다나, 피고 병원 의사의 진료행위로 반드시 원고 1이 우측 상완골두 골절상을 입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 1이 위세척 과정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몸을 부딪히며 저항을 하면서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 1의 위 부상과 피고 병원의 위세척 조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각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