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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1. 2. 4. 선고 2020노113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쌍방

검사

우기열(기소), 최현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한누리 담당변호사 임진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법리오해)

1) 고소의 적법성에 관하여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동거하지 않는 자매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기 위하여는 형법 제361조 , 제328조 제2항 의 규정에 따라 고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고소는 피해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 이후 피해자의 부재자재산관리인 공소외인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위 공소외인은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에 따라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고소권을 갖는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에 따라 피해자와 독립하여 고소권을 갖는 법정대리인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또한 피해자의 명시적인 고소권 행사가 없는 상황에서 부재자재산관리인의 고소에 의해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친족상도례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나) 이처럼 친고죄에서 적법한 고소 없이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에 대하여는 공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야 함에도, 일부 범죄사실을 유죄로, 나머지 범죄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고소권자의 범위 내지 친족상도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미국으로 출국할 무렵인 1985년부터 피해자에게 부과된 제세공과금 일체를 부담하는 등 사실상 재산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2013년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후에도 2016년 피해자 소유의 원심 판시 각 부동산이 수용됨에 따라 피해자 명의로 공탁된 수용보상금(이하 ‘이 사건 수용보상금’이라 한다)을 지급받아 임의로 사용하지 않고 계좌에 예치하여 보관하는 등 그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 피고인이 개임된 부재자재산관리인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수용보상금을 인계하지 않은 것은 법원의 명령 내지 판결에 의하여 이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피고인에게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인계 등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의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또한, 피해자에 대한 실종선고가 있음에 따라 피해자가 1991. 7. 8.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고 위 시점으로 소급하여 피고인 및 공소외 2에게 상속이 개시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일시인 2016년 12월 초순경에는 피해자 명의로 된 이 사건 수용보상금 전부가 이미 피고인 및 공소외 2에게 귀속된 상태가 되어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수용보상금을 공소외인에게 인계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발생이나 그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성립 등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검사(법리오해·양형부당)

1) 법리오해

가) 설령 피해자에 대한 실종선고로 인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피해자의 재산 중 1/2지분이 소급하여 피고인에게 귀속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 이 사건 수용보상금을 개임된 부재자재산관리인에게 인수인계하여 주지 않은 행위는, 부재중인 피해자의 재산을 적정하게 관리하여 사회경제적 이익을 기하고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재자재산관리인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점, 피고인의 행위 당시 이미 부재자인 피해자 재산에 대한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점, 실종선고의 소급효는 공법상 법률관계에는 미치지 아니하는데 범죄 이후에 발생한 실종선고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이미 성립하여 기수가 된 범죄가 소급하여 무죄가 된다고 보는 것은 범죄의 성립, 기수 여부 및 형 집행 가부 등이 우연한 사정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를 야기하는 점, 피고인 스스로도 범행 당시 ‘피해자의 재산을’ 계속 보유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을 뿐 재산 중 1/2 지분이 ‘자신의 재산’이기 때문에 계속 보유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수용보상금 전부가 재산상의 손해로서 배임행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수용보상금 중 실종선고로 인하여 소급하여 피고인에게 귀속된 1/2 상당(687,174,550원)에 관하여는 재산상 손해발생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고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부재자재산관리인의 고소권 및 실종선고, 친족상도례 등과의 관계

1)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은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는 고소할 수 있다. 단,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범죄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자가 갖는 고소권이 소멸하지만 배우자 등 피해자와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특별히 고소권을 부여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위 규정의 문언상 민법 제22조 이하에 규정된 부재자재산관리인은 위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에 포함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위 규정의 ‘범죄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같이 ‘범죄피해자가 실종선고를 받아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까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민법 제27조 소정의 실종선고는 실종자의 종래의 주소 또는 거소를 중심으로 실종기간 만료시의 사법적 법률관계만을 종료하게 하는 것이고, 실종자와 상속이나 혼인 등 일정한 경제적·신분적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로 하여금 법원에 이를 청구하여 그 범위 내에서만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상속을 개시시키고 혼인을 해소시키는 등의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일 뿐이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므로, 설령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실종선고심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사사건에 있어서까지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어 피해자의 당사자능력이나 고소권을 상실시키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2) 한편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은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무능력자인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법정대리인에게 고유한 권한으로서 고소권을 부여하는 취지이다. 위 규정에서 ‘법정대리인’이란 원칙적으로 ‘친권자’나 ‘후견인’ 등과 같이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고, 따라서 예컨대 피해자가 임의로 선임하는 재산관리인 등 일반적 대리권이 없는 사람은 위 규정의 법정대리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민법 제22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부재자를 위하여 법원에 의하여 선임되는 ‘부재자재산관리인’은 부재자 본인의 의사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된 자의 청구로 법원에 의하여 선임되는 일종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대법원 1976. 12. 21. 자 75마551 결정 참조), 부재자의 재산에 대하여 관리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권한초과행위에 대한 법원의 허가를 얻는 경우에는 부재자 재산의 처분행위는 물론, 그와 관련된 소송행위도 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부재자재산관리인의 관리대상이 되는 부재자 재산에 대한 범죄행위에 관한 것으로서 법원으로부터 고소에 관한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부재자재산관리인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고소권자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형법 제328조 제1항 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 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은 “ 제1항 이외의 친족 간에 제323조 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횡령과 배임의 죄에 관하여 제361조 는 “ 제328조 제346조 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법 제361조 , 제328조 의 규정에 의하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횡령죄는 그 형을 면제하여야 하고 그 외의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형법상 배임죄의 성질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 에 의해 가중 처벌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특정경제범죄법에 친족상도례에 관한 형법 제361조 , 제328조 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형법 제361조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위반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도7754 판결 참조).

한편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를 친족 내부의 논의에 따른 처분에 위임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하고 친족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정책적 견지에서 마련된 제도인바, 피해자의 명시적인 처벌의사가 밝혀지지 아니한 상황에서 친족이 아닌 부재자재산관리인의 고소를 근거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친족상도례의 입법취지와 배치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① 형법 제328조 제2항 은 그 문언상으로도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피해자의 직접적인 고소가 없는 경우라도 형사소송법 제225조 를 비롯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의 고소 역시도 위 규정에 의한 ‘고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이 규정한 법정대리인의 고소권은 무능력자의 보호를 위하여 법정대리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므로, 법정대리인은 피해자의 고소권 소멸 여부에 관계없이 고소할 수 있고, 이러한 고소권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도 행사할 수 있는 점(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3784 판결 참조), ③ 부재자 재산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에 관하여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행하여지는 부재자재산관리인의 고소는 법원의 후견적 관여를 통하여 부재자 재산이 적절히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불법적으로 유용되는 상태를 방지함으로써 그 재산 보전에 정당한 이익을 갖는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보호함은 물론, 재산권보호에 관한 사회적·경제적 공익의 달성이라는 부재자재산관리제도의 입법취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는 점, ④ 형사소송법 제228조 는 “친고죄에 대하여 고소할 자가 없는 경우에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는 10일 이내에 고소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친고죄의 고소권자가 부재할 경우 고소권 행사에 관한 보충적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의하더라도 부재자인 피해자의 재산에 대한 범죄행위에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친고죄가 되는 경우로서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원의 허가에 의하여 부재자재산관리인이 보충적으로 고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⑤ 특히 이 사건 범행과 같이 단순히 피해자의 부재를 틈 타 친족관계 내부적으로 일어난 재산범죄가 아니라 피고인 자신이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 개임 과정에서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배하여 부재자의 재산에 손해를 가하였다는 등을 이유로 한 재산범죄인 경우, 피고인의 이러한 임무위배행위는 친족관계에서 피해자와의 신임을 저버리는 행위인 동시에 재산관리권을 수여한 법원에 대하여도 신임을 저버리는 행위이므로, 오로지 피해자와의 친족관계에만 집중하여 고소권의 존부를 따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부재자재산관리인이 법원으로부터 권한초과행위로서 부재자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적법한 허가를 받아 고소를 제기한 경우 이를 형법 제361조 , 제328조 에 규정된 친족상도례의 취지에 어긋나는 부적법한 고소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인 판단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 자신의 청구로 2013. 12. 19. 서울가정법원에 의하여 피해자의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사실, 서울가정법원은 2016. 11. 2. 피해자의 부재자재산관리인을 피고인에서 변호사 공소외인으로 개임하는 내용의 부재자재산관리인선임결정을 한 사실, 위 공소외인은 2017. 2. 14.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을 이 사건 수용보상금에 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행위’에 대하여 부재자재산관리인 권한초과행위에 관한 허가를 받아(사건번호 1 생략) 그 무렵 경찰에 이 사건 고소를 한 사실, 피고인은 위 고소사건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8. 12. 11.경 서울가정법원에 부재자인 피해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사건번호 2 생략)을 청구하였고, 2019. 11. 29. 위 법원은 피해자에 대하여 실종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9. 12. 19.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공소외인은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피해자의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 그 법정대리인의 지위에 있고, 피고인이 부재자 재산에 관하여 저지른 배임행위에 대하여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에 대한 허가를 받아 이 사건 고소를 한 것이므로, 그 고소는 형사소송법 및 형법의 관련 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고, 설령 피해자에 대하여 실종선고심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고소권의 발생 및 행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부재자재산관리인의 고소권 행사, 친족상도례와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배임의 범의 등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권한이 소멸된 후에 사무를 처리하거나 그 사무처리자가 그 직에서 해임된 후 사무인계 전에 사무를 처리한 경우도 배임죄에 있어서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이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부재자재산관리인의 의무에 관련된 민법 등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재산관리인의 선관주의의무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 원심 판시 부동산 중 피해자 보유 지분(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이 수용됨에 따라 피해자를 위하여 공탁된 이 사건 수용보상금을 대신하여 수령한 행위와 그 수용보상금을 피고인 자신 명의의 계좌에 입금한 행위 등 재산관리의 상황을 법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아니한 것과 부재자재산관리인에서 해임되어 그 지위를 상실하였음에도 지체 없이 법원 또는 새로 선임된 부재자재산관리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부재자재산관리인 지위에서 보관하던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반환을 거부한 행위 등은 모두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그에 관하여 배임의 범의도 인정된다는 판단하였다.

2) 위 법리에 기초하여 기록과 면밀히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임의 범의 등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재산상 손해발생의 범위에 관한 피고인 및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의 위임관계는 그 후 부재자에 대한 법원의 실종선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이 사건 부동산 가운데 피해자 지분의 1/2 상당은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실종선고로 소급하여 상속이 개시됨으로써 피해자의 자매인 공소외 2에게 귀속되지만 그 나머지 1/2 상당은 공동상속인인 피고인에게 귀속되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임무위배행위는 실종선고에 의하여 부재자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배신하여 소급적으로 공소외 2 소유가 된 위 1/2 상당의 지분에 대응한 이 사건 수용보상금인 687,174,550원에 한하여 적법한 관리를 할 수 없게 함으로써 새로운 손해발생 위험을 가져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공소외 2에게 귀속되는 위 부분에 한하여 피고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자신에게 귀속된 나머지 687,174,550원 부분에 대하여는 동죄의 성립을 부정하면서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3도4890 판결 ,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585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부재자재산관리인에서 해임된 후 법원의 실종선고로 인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수용보상금 중 원심이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한 공소외 2에게 소급하여 귀속된 1/2 부분은 물론, 피고인에게 소급하여 귀속된 1/2 상당의 687,174,550원에 관하여도 피고인이 해임 당시 이를 후임의 부재자재산관리인 공소외인에게 인계하여 주지 아니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이상 이는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그 후 실종선고가 있은 사실은 이러한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서 그 임무위배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이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가 이 사건 수용보상금 중 공소외 2에게 소급하여 귀속된 부분에 국한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실종선고와 재산상의 손해 발생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실종선고는 실종자와 관련된 ‘사법적’ 법률관계만을 종료시킬 뿐, ‘공법적’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따라서 형법상 실종자를 피해자로 한 범죄성립 여부에도 그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즉 이 사건에서처럼 법원의 실종선고가 있기에 앞서 피고인의 부재자인 피해자에 대한 배임행위가 성립하여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이상 그 후 법원의 실종선고로 부재자가 소급하여 그 이전 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고 피고인이 그와 관련된 재산상의 효과를 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피고인에 대한 배임죄에는 위 실종선고가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나) 한편 부재자재산관리인이 법원으로부터 권한초과행위에 관한 허가를 받고 그 선임결정이 취소되기 전에 위 권한에 의하여 한 행위들은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기간이 만료된 뒤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유효하므로( 대법원 1981. 7. 28. 선고 80다2668 판결 등 참조), 실종선고가 있기 전에 부재자재산관리인이 유효하게 한 재산관리행위는 부재자는 물론, 실종선고로 인하여 소급하여 부재자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상속인들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

다) 배임죄에서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으로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게 한 경우도 포함되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취득하였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2086 판결 등 참조), 피해자인 부재자에 대한 법원의 실종선고 이전에 이미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인해 부재자의 재산에 대하여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이상, 그 후 재산의 소유권이 소급하여 피고인에게 귀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와 같이 이미 초래된 손해발생 위험이 소급하여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라) 실종선고의 심판 이전에 배임행위로 인한 배임죄가 이미 성립하여 기수에 이른 이상, 그 이후에 발생한 실종선고의 효과로 인하여 배임죄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범죄 이후에 발생한 우연한 사정이 형법상 범죄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게 하는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 판시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고, 위 부분과 원심 판시 유죄 부분은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및증거의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문 제3면 제11 ~ 12행의 “공탁금 중 그 뒤 피해자에 대한 실종선고로 공소외 2에게 귀속하게 된 1/2에 해당하는 687,174,550원” 부분을 “공탁금 1,374,349,100원”으로, 같은 면 제14행의 “687,174,550원”을 “1,374,349,100원”으로 각 고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의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년 6월 ∼ 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횡령·배임범죄 〉 01. 횡령·배임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손해발생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되지 아니한 경우, 임무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년 6월 ∼ 3년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

피고인은 자매인 피해자가 외국으로 출국하여 오랜 기간 부재중인 상태에서 법원으로부터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되었으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적정하게 피해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보존할 의무가 있었고, 부재자재산관리인이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다른 사람으로 개임됨에 따라 그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에게 전임자로서 관리하여 온 부재자인 피해자 재산의 내역 등을 상세히 알리고 잔존 재산을 온전히 인계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 피해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동안 수령하게 된 이 사건 부동산의 피해자 지분에 대한 이 사건 수용보상금을 그대로 보유하면서 그 존재를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에게 알리거나 이를 인계해 주지 아니함으로써,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이 부재자 재산의 상세한 내역을 파악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피해자 재산에 대한 손해발생 위험을 초래하였다. 피고인의 이와 같은 임무위배행위로 인해 13억 원이 넘는 거액의 피해자 재산에 대한 손해의 위험이 발생하였는바, 피고인의 위 범행에 대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이 피해자 재산에 대한 인계를 독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피해자와의 혈연관계만을 내세워 계속하여 그 인계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언니로서, 피해자가 1986년경부터 행방이 묘연하자 피해자를 위하여 피해자 재산의 관리를 도맡아 관리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재산에 대한 제세공과금도 성실하게 납부하여 왔다. 비록 피고인의 위와 같은 임무위배행위로 피해자 재산에 대한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수령한 공탁금 대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 뿐 이를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지는 않았고, 특히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실종선고가 내려짐에 따라 위 재산 중 1/2 상당액은 피고인의 소유로 귀속된바, 결과적으로 피해자 재산에 생긴 손해발생의 위험은 크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이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의 독촉을 받고도 위 피해자의 재산을 인계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나, 이는 가족관계 외부에 있는 제3자가 동생인 피해자의 재산을 인계하여 간다는 점에 대한 막연한 불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재산을 유용하거나 재산관리 자체를 방해하겠다는 악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유·불리한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함상훈(재판장) 김민기 하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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